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번역 연재 7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직은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계산 기계와 지능 by 앨런 튜링' 연재의 7회입니다. 이번 5절은 좀 길어서 둘로 쪼갭니다. 그 후반부입니다. 이번 대목에는 약간의 계산이 나옵니다. 옳게 이해했나 보려고 계산을 해봤더니, 잘 이해했더군요^^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제가 번역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재의 첫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7회)

앨런 튜링

5. 디지털 컴퓨터의 보편성 (계속)

우리가 이미 언급했듯이 디지털 컴퓨터는 이산 상태 기계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 기계가 담당할 수 있는 상태의 수는 통상 엄청나게 크다. 가령 현재 맨체스터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계의 상태 수는 약 2의 165,000제곱, 즉 약 10의 50,000제곱이다. 이것을 위에서 기술한 딸각거리는 바퀴의 예와 비교해 보라. 이 바퀴는 3개의 상태가 있었다. 상태의 수가 왜 이렇게 엄청난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컴퓨터는 인간 계산기가 사용하는 종이에 대응하는 저장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저장소에는 종이에 쓸 수 있을 기호들의 조합들 중 어느 하나라도 쓰는 게 가능해야 한다. 단순함을 위해 0에서 9까지의 십진법 숫자만 기호symbols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해 보자. 필적의 차이는 무시된다. 컴퓨터는 100장의 종이가 할당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50줄씩 있고 각 줄에는 30개의 십진법 숫자가 있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상태의 수는 10의 100×50×30제급, 즉 10의 150,000제곱이다. 이것은 대략 맨체스터 기계 3개의 상태의 수를 합친 수이다. 밑이 2인 상태 수의 로그는 통상 기계의 ‘저장 용량’이라 불린다. 이렇게 되면 맨체스터 기계는 약 165,000의 저장 용량을 갖고 있고, 우리가 예로 삼은 바퀴 기계는 1.6의 용량을 갖고 있다. 만약 두 기계가 합쳐진다면, 결과로서 생긴 기계의 용량을 얻으려면 두 기계의 용량이 더해져야만 한다. 이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진술을 할 수 있게 된다. ‘맨체스터 기계는 각각 2560의 용량을 가진 64개의 자기 트랙과 1280의 용량을 가진 8개의 전기 진공관을 포함하고 있다. 잡다한 용량은 약 300에 이르며, 그래서 총 용량은 174,380이다.’

이산 상태 기계에 대응하는 표가 주어지면 그 기계가 무엇을 할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계산이 디지털 컴퓨터라는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계산이 충분히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디지털 컴퓨터는 그 어떤 이산 상태 기계의 행동도 모방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기계(B로서)와 모방하는 디지털 컴퓨터(A로서)가 흉내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심문자는 그 둘을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 컴퓨터는 충분히 빨리 작동하는 건 물론이요 적합한 저장 용량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더욱이 디지털 컴퓨터는 그것이 모방하려고 하는 새로운 기계마다 매번 새롭게 프로그램되어야만 한다.

그 어떤 이산 상태 기계라도 모방할 수 있다는 디지털 컴퓨터의 이런 특별한 성질은, 디지털 컴퓨터는 보편universal 기계이다, 라는 말로 기술된다. 이런 성질을 지닌 기계의 존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귀결을 갖는다.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컴퓨팅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새 기계를 고안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컴퓨팅 과정은 각 경우마다 적절히 프로그램되면 하나의 디지털 컴퓨터로 모두 행해질 수 있다. 이것의 귀결로서 모든 디지털 컴퓨터는 어떤 점에서는 서로 동등하다고 여겨지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3절 끝에서 제기된 요점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흉내 게임을 잘하게 될 상상의 디지털 컴퓨터가 있을까?’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시험적으로 제안된 바 있었다.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는 이 물음을 피상적이지만 좀 더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흉내 게임을] 잘하게 될 이산 상태 기계가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보편성 성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이 물음들 각각이 다음 물음과 동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의 개별적인 디지털 컴퓨터 C에 주의를 집중하자. B의 역할을 인간이 맡을 때, 이 컴퓨터를 적합한 저장소를 갖게 변경하고, 작동 속도를 적절히 증가하고, 알맞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컴퓨터] C가 흉내 게임에서 A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내도록 만들어질 수 있다 는 게 참일까?’

(5절 후반부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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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컴퓨터와 소위 말하는 생각(생명체의 지능)은 universal computation이 가능한 machine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계산 원리가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디지털 컴퓨터는 deterministic한 finite state machine인 반면, 동물 지능은 stochastic process를 통해 universal approximation을 수행하는 machine인 것으로 보입니다.
튜링 테스트를 수행할 때, 디지털 컴퓨터가 답하는 표면적인 내용이 생명 지능과 유사해보이더라도, stochastic한 계산을 통해야만 나올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을 던진다면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는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근본 원리인 FSM을 주로 이용하는 것보다, 생명 지능을 에뮬레이션하는 것일겁니다. 결국 생명 지능의 원리를 모방한 딥 러닝의 형태일 것 같습니다.
기계 지능과 생명 지능 관련하여 폰 노이만이 쓴 the computer and the brain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https://www.amazon.com/Computer-Brain-Silliman-Memorial-Lectures/dp/0300181116

의견 고맙습니다.
저도 거의 같은 취지로 제 책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2017)을 썼거든요. ^^
제가 책 결론 부분에서 강조한 게 G. Bateson의 Stochastic Process였습니다!
(튜링의 이상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우연이라면 너무 놀라운 우연이네요.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폰 노이만도 잘 참고할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저자분과 댓글로 직접 소통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책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
Stochastic process가 neuron이 spiking 하면서 생기는데 수학적으로는 bifurcation 이라고 합니다. 이런 unit들이 모이면 결국 카오스 시스템인데 여기서 무작위성이 생기고 소위 생각이라는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미분 방정식을 풀어서 bifurcation 하는 네트워크를 작게나마 에뮬레이션해본 연구 경험이 있는데 시간나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고차원의 생각을 담당하는 신피질의 universal computational unit이 100~200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minicolumn인데, 딥러닝 분야에서 capsule network로 모델링해서 응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데 이쪽 연구가 딥러닝의 다음 돌파구가 될 것 같습니다. 시간나면 이쪽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오 좋은 글 따라가면서 열심히 보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음.... 2번 읽어도 좀 복잡해서 아직 정리가 안됩니다만 철학과 인공지능에 대해서 포스팅하시다니 기대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굉장히 압축적이고, 그런 점에서 어렵지만, 또 맛깔스럽기도 합니다.
나중에 주석, 자료, 해설을 붙여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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