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무섭고, 무서운 세상 5. 결자해지

in #kr-philosoph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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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무서운 세상 1. 합리적이지 않은 우리
무섭고, 무서운 세상 2. 자유, 평등, 인간의 번영
무섭고, 무서운 세상 3. 실재의 문제
무섭고, 무서운 세상 4. 기술발달에 의한 자유


본격적으로 글에 들어가기 앞서 이전의 논의들을 한번 요약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논의의 편의성을 위해 3.5와 3.51의 딜레마에 대해서도 소개하겠습니다. 해당 딜레마에 대해 기존 용어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연재는 정신의 자유에 대한 글입니다. 정신의 자유란 '외부 자극에 의해 간섭당하지 않을' 자율권을 지칭합니다. 물리적, 육체적 간섭이 아니라 인지를 통해 뉴런과 시냅스에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인지, 사고, 행동이 변화함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이러한 자유의 간섭에 대한 예를 들자면 기업에서는 심리학자를 고용하여 광고, 제품 디자인 등에서 소비자들의 인지에 개입합니다. 게임 개발사에서는 심리학자를 고용하여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게임에 푹 빠지며 오래토록 게임에 남도록 할까를 고민합니다. 산업의 어디를 살펴보아도 모두 소비자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객관적, 합리적으로 제품을 보지 못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간섭에 대해 현대 사회는 이에 대해 충분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는 뉴로마케팅이라는 명칭과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유가 이토록 소중한 이유는 인간이 동물적 본성을 이겨내려 노력함의 상징이 자유와 평등이기 때문입니다. 야생의 약육강식의 고리에서 벗어나 생존이 힘든 개체의 생존조차도 추구하며 그러한 개체가 자율적으로 삶을 살아갈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직 자유와 평등은 갈 길이 먼 가치이지만 '인간성'을 상징하며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 문제가 특히 더 힘든 이유는 인간의 지향점이 불평등과 부자유의 척도를 메길 수 있다고 할 때 이것이 0이 되는 것이 이상사회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만약 불평등과 부자유가 0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공학에 기대어 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만 이 순간 인간사회는 역동성을 잃어버립니다. 개성과 역동성이 자유의 상징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부자유의 상실이 동시에 자유의 상실이라는 역설적인 관념이 탄생합니다.

3.5와 3.51의 딜레마: 0부터 10까지 있는 척도가 있다고 할 때 목표가 0, 10 어느 극단적인 곳이 아닐 때 어떤 점에 선을 긋는가에 대한 딜레마. 본 연재에서는 허용되는 타인에 대한 간섭의 척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용.


요약만 보고도 기겁하셔서 도망가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스팀잇에 와서 처음으로 연재를 마치는 기념할만한 순간이기에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자유의 문제는 인간이 해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전능한 존재가 나타나 인간을 상상도 할 수 없을 완전한 존재로 바꾸어 놓는다 하여도 이는 자유를 해치는 행위입니다. 자유라는 가치는 인간이 생물적 한계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증거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인간의 투쟁입니다.

이 전 글들에서 진정한 자유를 이룩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해보았지만 결국 크게 이상적인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5와 3.51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었기에 거대한 권력에 의한 통제, 생명공학 등 다양한 기술에 의존한 보완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신조차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초지능조차도 막을 수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신, 초지능조차도 하나의 외부자극에 속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 자신의 힘으로 차근차근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우선 수용하는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과 이를 통한 객관적 사고의 확립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사고가 있다고 여기지만 인지는 쉽게 왜곡되며 이에 따라 우리의 사고 또한 크게 영향을 받아, 결국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학습해야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인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이야기했으니 이제 간섭하는 사람의 입장을 이야기 해야합니다.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면 결국 자신의 자유 또한 위협 받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자신의 자유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는 의도적으로 타인의 인지구조에서 편익을 취하려는 기업이 아닌 교사, 부모 등이 의도치 않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산업의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합니다. 만약 모두가 진정 객관적인 제품정보만을 전달하고 인지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각 기업들은 제품의 질만으로 승부할 수 있습니다. 진정 공정한 경쟁에 다가가는 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는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됩니다. 다른 기업들은 모두 공정하게 객관적인 정보만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때 혼자만 '뉴로마케팅'을 계속해나간다면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점에 대중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일탈에 대한 감시입니다. 육체적, 물리적 자유 외에도 인지적 측면에 작용하는 이러한 간섭에 대해 대중들이 경각심을 느끼면 느낄 수록 기업의 일탈에 대한 보상은 줄어듭니다.

인간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기술의 발달은 개인에게 새로운 측면의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생명공학의 힘을 빌어 자신에게 내제된 인지편향, 자기기만 등의 성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전달 받고 스스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를 행한다면 이는 자유로운 선택임이 분명합니다. 비록 타고난 유전자, 양육과 교육이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모, 교사 또한 개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주의하고 자신의 인지와 사고를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이를 행합니다.

다른 기술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논의를 편하게 하기 위해 4장에서 예시로 이용한 장치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개인은 그 장치가 자신에게 줄 영향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그 장치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러한 인지에 대해 생명공학의 힘을 빌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사회(대중과 분리하여 행정부, 입법부를 지칭)가 중요합니다. 충분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에는 개인의 무의식에 간섭하는 행위로부터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2~3장에서 이야기한 거대한 공권력에 의한 자유의 강제적 실현과는 달리 이번에는 교육과 양육의 측면에 집중합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필연적으로 거칠 수 밖에 없는 자유의 간섭에 대해 국가가 관심 있게 바라보며 이를 보완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인이 진정한 자유에 다가간다면 민주주의도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있습니다. 더 이상 정치인들은 표심을 생각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일이 없습니다. 진정 통찰력 지닌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내 정치에 밀려 대권은 커녕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자리에도 못 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질을 지닌 이는 무소속으로도 당선될 것이며 그 혹은 그녀를 당파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은 당은 신뢰도를 잃을 것입니다.

어떤가요. 자유에 조금 다가간 것 같습니까?


굉장히 웅장한 노래를 들으며 글을 썼더니 조금 고양된 부분이 있어 오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이렇게 인지와 사고는 쉽게 영향 받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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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연설하시는 이미지를 느끼며 읽어내려갔는데, 그 이유가 아마 웅장한 노래의 영향이 아닌가 합니다 ㅎㅎ
글을 그림그리듯 써내려가는 능력....! 역시나 부럽습니다.

https://steemit.com/kr/@marginshort/3cv9z5
우선 좋은 소식이 있어 전달합니다. 우리 사연이 이렇게 소개가 되었어요!

그죠. 저도 쓰면서 좀 이상했어요. 평소엔 글 쓸 때 노래를 안 듣거든요.

아....글은 제가 쓴것도 아니고, 전 그냥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이름이 들어가버려 상당히 민망하고 쑥쓰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역시
글을 ㅎㅎㅎ잘 그려주신것 같습니다 ㅎㅎ덕분에 좋은경험하게되어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완결 내고 굉장히 뿌듯했는데 아무도 댓글을 안 써주셔서 쓸쓸했습니다... 이전글 요약까지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저를 포함 @bree1042님의 덧글이 있으니 힘내셔요 ㅠ_ㅠ!!
열심히 읽고 꾸준히 덧글다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전 글 요약이 있어서 기겁하기는 커녕, 훨씬 더 좋았습니다. 물론 전 이전 글을 다 읽었지만 다시 한번 복습하는 의미로요. ^^
점점 @kmlee님의 글이 잘 읽힙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드디어 세뇌가...

세뇌가 된 건가요? ㅎㅎ 제가 @kmlee님의 글쓰기 방식에 적응 완료한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영어글만 주로 읽었고, 우리말 글은 거의 읽지 못했거든요. 읽더라도 그냥 페북 스타일의 쉬운 글이었지,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이어지는 글은 읽지 못했습니다. 제게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kmlee님 글이 점점 잘 읽히고 재미있어 지네요. ^^

분명 이러한 작용의 연장선이 세뇌죠. 재밌다, 이해하기 쉬웠다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완결까지 너무 잘 읽었습니다. ^^ 완결이 아니면 완전 재미있는 만화책도 안 읽는데 ^^ 이렇게 완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옵니다. 신 조차도 외부자극에 속한다는 점 ^^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입니다.

인지는 쉽게 왜곡되고 행동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그때그때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늘 지나서 알아차리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하거든요.

기업 마케팅의 변화가 뉴로마케팅까지 와 있으며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 하나… 저는 지난달에는 기술의 발전이 어쩌면 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잠깐 하며 며칠 답답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9월 이후로 이 연재를 모두 읽으신 분은 마이해피서클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죽은 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셔서 글쓴이로서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본 연재를 읽으셔서 아시겠지만 인지를 변화를 알아차리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해도 그조차도 하나의 외부자극으로 기능하기에 정말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요. 우려하신 것처럼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자유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도구가 역으로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통찰이 선행되어야겠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지요.
제가 사는 세상에서 늘 마주하는 문제들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도 바로 저의 생활에서부터 인지에 영향을 주고 받는 행위는 수없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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