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무서운 세상, 2. 자유, 평등, 인간의 번영

in #kr-philosoph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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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무서운 세상 1.합리적이지 않은 우리라는 글을 급하게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역시 설명이 미흡합니다. 여러번 생각하고 글을 썼던 주제는 제 안에 보편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아버려 논리적 비약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더 변명하자면 며칠간 글이 흡족하게 나오지 않아 컨디션도 좋지 않았으며 엄청나게 배가 고팠다는 말씀을 드리며 양해를 부탁합니다. 이 글 하나로 바로잡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자유와 평등, 인간의 번영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다시 글을 씁니다.


종의 번성에 대한 지표로 주로 이용되는 것이 개체수, 해당 종이 주서식지에 행사하는 생태적 지위, 서식하고 있는 구역의 넓이입니다. 좁은 구역임에도 독보적인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에서 번영한 ~'처럼 한정적인 수식어를 붙입니다. 개체수는 종에 따라 잉태기간, 양육방법, 자립에 필요한 시간 등이 모두 다르기에 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여야 하며, 따라서 개체수는 다른 종과의 비교를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 내에서 번성과 쇠락을 알아보는 지표로 이용됩니다.

같은 지표를 통해 인간을 분석하면 인간은 계속해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개체수가 늘어나고, 인간의 생태적 지위는 압도적입니다. 인간에게 가치 있으면서 사육이 쉬운 종은 개체수가 늘어나고, 인간에게 가치 있지만 사육이 힘든 종은 빠르게 감소합니다. 그저 사냥하기 좋아서 멸종한 종들도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독보적인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종도 인간에 의해 쉽게 무너집니다. 지역 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종이 인간에 의해 번성하기도 합니다. 자연적으로 번영하고 있던 종이 인간에 의해 새로운 품종이 되기도 합니다. 산업활동의 부산물에 의해 멸종하는 종도 있으며 이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종도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 생태에 끼치는 영향 또한 끝이 없으며 이 압도적인 영향력이 인간의 생태적 지위를 보여줍니다. 서식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살기 좋은'으로 요약되는 지역과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 인구가 밀집되었지만 인간은 기술의 발달로 많은 극한 환경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다른 존재들과 분리하고 싶어합니다. 인간은 다른 존재들과는 다른 번영의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생물적 본성을 이겨낸 증거가 있어야합니다. 자연에서도 사회를 형성하는 종들은 노약자를 배려하지만, 인간은 특별히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숭고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충동에 따라 '삶의 질'이라는 지표를 들이밉니다. 이는 측정하기 어려우며 모호하지만, 주로 개인이 스스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뜻합니다. 언제 야행성 포식자들에게 물려죽을 지 모르며 숙달된 사냥꾼도 사냥 도중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하면, 고기 반찬을 비교적 목숨의 위험 없이 취할 수 있는 현재가 삶의 질이 높습니다. 성공을 위해 혈통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며 교육도 출신성분에 따라 다르게 주어져 타고난 재능과 노력과는 상관 없이 태생이 삶을 결정했던 과거와 다르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재능과 노력으로 자수성가 할 수 있는 지금이 삶의 질이 높습니다.

이러한 기반에서 인간사회가 높게 평가하는 가치가 자유와 평등입니다. 이들은 종종 충돌하는듯 보이지만 자유라는 가치가 개인의 자유가 아닌 인류 보편적인 자유를 지칭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자유와 평등은 일치하는 가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인에게 침해 받지 않는 자율적인 삶에 대한 권리가 자유이며 이것이 인류 보편적 가치라 한다면 평등은 수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사회는 이에 따라 약자를 배려합니다. 약자가 자연에서처럼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도태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타인에 의한 영향이며 자율적인 삶이 아니지만 사회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 의한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더욱 중요시하였습니다. 스스로 약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선택하지 않은 삶에 의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걸 일정부분 허락합니다. 이를 위해 약자가 아닌 이들의 자유도 침해합니다. 세금을 부과하고 제도를 형성합니다. 자유를 침해하지만 공권력을 형성합니다. 개인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온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직접민주주의를 하면 좋겠지만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자유의 침해를 우려해 현실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택합니다. 아마 기반이 확보되었음에도 계속해서 대의민주주의를 택한다면 선지자들을 필두로 대중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할 것입니다. 사회는 공공선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글을 마칠 수 있으면 굉장히 기쁘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전 글에서 자유라는 개념의 허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의도를 선한 것에서 악한 것으로 분류한다면 부모의 양육을 보편적으로 가장 선한 것에 두고 가장 악한 것에 세뇌를 둘 수 있습니다. 자식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양육조차도 자식에게 그릇된 관념을 심을 수 있으며, 올바른 관념을 제공한다 하여도 이것이 자식이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자유란 더욱 덧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평등에 대해서는 기존에 쓴 글들에 있는 내용을 참고하시는게 좋을 듯 하여 링크합니다. 스팀잇에도 쓴 글이 슬슬 쌓여가니 기존 글들을 통합하며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은근한 재미가 있네요.
철학이야기 #3. 모든 가치의 수장, 평등
철학이야기 #4. 평등과 경쟁의 위태로운 공존
철학이야기 #5. 공평함의 난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결국 전제부터가 틀린 것입니다. 자유가 허상이라면 평등 또한 힘을 잃고, 인간이라는 종의 번성을 생물적 번영과 분리하고 싶지만 우리는 자연의 산물입니다. 자유가 환상이라면, 뉴로 마케팅과 같은 것들이 자유를 해친다는 입장이 모순적으로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레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건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인간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이를 이용하는건 착취 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며칠간 만족스러운 쓰지 못 했다는게 몇시간 전인데 이렇게 또 글을 올리게 되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어느덧 슬슬 또 배가 고파져 뇌가 급격히 멈추어 갑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아, 사육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절대로 중단하는 것은 아니니, 믿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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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평등을 주장하고
이는 인류가 생태적으로 진보된(?) 개체의 증거라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의 이름하에 많은 희생이 발생한 이유를 얼핏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라 신기라기도 하고 아직 어렵네요 ㅎㅎ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어렵고 답도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세상을 수학적으로 비유하면 참이 아닌 명제로 풀어낸 구성이지만 이거 외에는 딱히 다른 해법이 없는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하긴 애시당초 명제라고 보는것 자체가 무리가 있지만요.

예. histotical constraint라는 말이 해당 관점을 담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https://steemit.com/kr/@kmlee/3zgez5 이 글의 서론을 읽어보시면 재밌을겁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으로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는 이 부분이 말씀대로 무섭고 무서운 세상에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바로잡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저지르는 문제, 심지어 한국으로 한정한다면 밤새도록도 떠들 수 있겠죠.

네 맞습니다... 관심을 안가지려해도 매일 들려오는 뉴스소식에 참
술안주 거리만 되네요.

보다보니 왜 갑자기 과학책이 보고 싶은걸까요?

제 글이 과학적이라 여겨지길 원하는데 한조각이라도 성취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이번글은 유난히 어려워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것 같습니다.
뽀글이를 해먹고 다시 좀더 읽어봐야할것같네요 ㅎㅎ글이라는게 참...ㅎㅎ
죄송하지만
요즘 글 줄임말에 대한 의견도 하나 써주실수 있으신가요?
너무 줄임말도 많고...한글훼손이 심각한것같아 몹시불쾌하네요..
@kmlee 님께서 써주시면 골치아픈 문제들도 즐겁게 읽을수 있을것 같아 처음 부탁이란걸 해봅니다 ㅎㅎ

줄임말이란 머릿글자를 따서 엮은 유행어 등을 말씀하시는건가요? 혹시 기분 나쁘셨던 특정 줄임말들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시면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애빼시:애교빼면시체'라거나 '고답이:고구마를 먹은듯이 답답하게 구는사람','별다줄:별걸 다 줄인다'하다못해 초성만 사용하기도 하죠
예를들면 'ㅂㅂㅂㄱ:반박불가''ㅇㄱㄹㅇ:이게레알'등등 너무 많네요
사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를 만났다가 애가 하는 말을 정말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할뻔했습니다.
이것을 알아듣지 못하면 화석?취급을 받기 일상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진화의 흐름인것이고, 제가 그냥 도퇴되어 불만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모국어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가 이렇게 망가지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갑갑하네요....
글을쓰고 있는 지금 드는 생각이 두가지정도 있네요.
너무 유난을 떨었구나....라는 생각과
문제를 해결할수있는 해안이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유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전 자유를 좁은 의미에서만 봐왔던 것 같아요. 평등과 연관해서 생각해보지도 못했고요.

맛있는 거 드시고 또 좋은 글 써주세요.
사육은 천천히 구상하세요. 우선 작가 마음에 들어야 멋진 작품이 나오니까요. 느긋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다시 읽으니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ㅎㅎㅎ 우린 왜 자기 글이 이렇게 맘에 안 들고, 남의 글은 잘 쓴 것 같고 그럴까요?

제 생각에 저는 객관성을 얻고 싶어 서론을 장황하게 시작한 후, 배가 고파서 점점 힘이 빠지고, 결국 비약으로 빈약하게 글을 맺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본문에 링크한 철학이야기는 스팀잇에 가입하기 전부터 쓰던 글이었고 며칠씩 투자해서 비교적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가 고파서 글이 구리다니요...

배가 고파서라니 왠지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

저처럼 이해가 느린 사람을 위해서는 1 ㅡ 1.5 ㅡ 2라고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1 ㅡ 2로 바로 넘어가면 따라가기 힘들 때도 있어서요. :) (저만 그런가요? -_-)

쓰던 걸 멈춰놓고 배를 채우신 후 다시 쓰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배고프면 힘들어요. ㅠ.ㅠ

문제가 많죠. 1에서 2가 아니라 8,9로 휙휙 뛰는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고 조지칼린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이 무한한 우주위에 둥둥떠있는 돌 덩어리 위에서 박테리아 처럼 기생하는 인간들의 삶은 정말 대단하면서도 미개하단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군요.

영상 잘 봤습니다. 너무 유용한 개념이라 계속해서 Historical constraint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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