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7) - 3편 페르시안 실링밑에서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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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cian ceiling, Apr. 2017


논리학은 당신을 A에서 B로 이끌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은 당신이 어느 곳이든 날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아인슈타인






페르시안 실링밑에서





 저녁을 먹고 향한 곳은 치훌리 가든이었다. 스페이스 니들 옆에 있는 미술관인데 Dale Patrick Chihuly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치훌리는 유리공예에 매혹되어 베네치아 무라노섬에 있는 베니니 파브리카 유리공장에서 기술을 배운 후 아름다운 작품세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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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huly garden and glass, Apr. 2017



 유리로 빚어진 것들은 어둠속에서 최소한의 조명을 받아 빛과 색을 내고 있었다. 나는 바다에서 출발한 생명체를 형상화한 이 거대한 유리더미 주변을 빙빙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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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huly garden and glass, Apr. 2017


 어두운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심해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새까만 심연 속에서 부유하는 해초밑을 헤엄쳐본다.

IMG_7093.JPGChihuly garden and glass, Apr. 2017



 어느날 당신과 내가 다시 한 번 페르시안 실링 밑에 서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페르시안 실링은 2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천장이다. 내가 들어섰을 때, 한쪽 구석에 드러누워 헤드폰을 쓰고 유리의 세계로 잠식해 들어간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눈동자 안으로 쏟아져 내리는 예쁜 것들 중에서 숨어 있는 노란색 아기를 발견했다. 그 날 밤 숙소에서 페르시안 실링을 떠올리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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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cian ceiling, Apr. 2017




 다음 날 아침 민의 집에서 눈을 떴다. 에어비앤비를 뒤지고 뒤져서 찾아낸, 호빗이 살 것 같은 귀여운 집이었다. 집주인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는데, 전날에 산 튤립 한송이를 내밀자 어디선가 화병을 찾아내더니 살포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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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 hill, Apr. 2017

 공간은 묘하게 조용하고 단아한 주인을 닮아 있다. 낡았지만 푹신한 가죽소파와 작은 수집품들 사이에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초록 화분들이 잎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다정하게 조화를 이룬 공간에서 그가 내민 티를 마시다가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트럭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한다고 대답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그쳤다.


 그날 오전은 커피가게를 할 때부터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스텀타운 커피와 근처에 있는 커피 로스터리 카페를 탐험한 후, 늦은 오후에 픽업하는 분을 만나 옘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침구를 정리하고 짐을 맡긴 후 민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맛있는 커피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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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 hill, Apr. 2017


여행기(2017)


1편 용기가 나를 본다
2편 스며드는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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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님께서 가신 옘이 어떤 곳인지 매우 궁금하네요.

피터님 옘이야기는 다다음편이 될 것 같아요
기억을 되살려 볼게요 :-)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난해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지 궁금해져요..

이제 맛있는 커피만 있으면 된다.

카페여행기를 기대하면 되는 부분인가요 ㅎㅎㅎ

낭만님, 그렇답니다.
맛있는 커피는 정말 여행에서 중요해요^^

아~~
정말 늘 느끼는 거지만
색다른 아니 저의 내륙의 일부와 닿는
느낌.....님의 글은 그래서 다정하고 또 친근해요

시인과 닿아있다니 정말 날아갈 것 같아요:-)

보얀님, 아름다운 유리공예 작품들을 홀린듯이 보다가 글을 한숨에 다 읽었어요 ! 유리공예 작품들을 직접 한번쯤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잔잔하게 서술해주시는 보얀님의 여행기를 읽으니 제 마음도 편안해지는 기분이네요 :)

마이라이프님 사진보다 더 아름다워요. 혹시 치훌리 가든에 가시게 된다면 페르시안 실링밑에서 노란 아기들을 꼭 찾아보세요:)

3편 몰아서 읽으니 저도 좀 떠나고 싶어지네요!ㅎㅎ 숙소가 분위기가 너무 좋아보이네요. :)

에어비앤비가 나온 뒤부터는 호텔보다 예쁜집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으... 저도 요즘에 여행가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반드시!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세상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

!!! 힘찬 하루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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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합니다!! 상금이 2억원!!!!!!

유리정원 정말 멋지죠^^ 어둠속에서 비춰지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 신비감이 마치 우주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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