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7) - 1편 용기가 나를 본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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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m, Apr. 2017.

'courage 용기'는 심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에서 왔다. 원래 의미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당신의 온 마음을 통해 솔직히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1편 용기가 나를 본다



 보름 정도 명상을 하러 미국에 간다는 말을 들은 미쉘양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도도 티벳도 아닌 미국이라니. 비바람만 겨우 막아주는 공간에서 침낭에 의지해 잠을 자고 간단한 취사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훈련을 한다고 말했더니, "언니는 매일 두 번 샤워를 해야하잖아. 공용화장실도 싫어하면서 어쩔려고 그래." 라고 말하면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사실, 시기가 안좋았다. 우리에게는 분양 받은 강아지를 공동으로 돌볼 의무가 있었다. 게다가 미쉘양은 발목뼈가 부러지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도자기학과에 편입해 어린 학생들과 좌충우돌 적응을 하는 중이었다.
 깁스를 하고 통학하는 그녀에게 강아지와 집안일을 떠넘기고 가는 게 미안했다. 그러나 "고대에는 제자가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는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야수들의 먹이가 될 위험도 무릅썼으며 가까스로 스승의 집에 도착해도 스승이 허락해야 입문할 수 있었다." 는 말을 기억하며 결심을 굳혔다. 미쉘양이 반드시 허락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미쉘양은 일주일 정도 고민하더니 시원하게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고맙게도 28인치 트렁크를 채울 체크리스트를 점검해 주고 입맛 없을 나를 위해 소고기고추장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에어매트와 침낭을 구입하고 뜨거운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을 잔뜩 챙겼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장화와 우비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정은 간단했다. 타코마공항에 도착해서 시애틀에서 2박을 하며 시내관광을 한 다음, 다시 작은 마을 옘으로 이동해서 열흘 넘게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누군가는 명상이라고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훈련이라고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축제라고 하겠지.

 나는 왜 용기와 만나게 되었을까. 새해를 맞아 서재를 정리하다가 옛날 일기장에서 튀어나온 문장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난 지루한 게 싫다.
나는 다차원으로의 경험을 원한다.





 문장 하나가 퀀텀점프해서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단 한 문장이라고 해도, 그 문장 하나를 내 신경망에 심으면 한 순간에 꽃처럼 피어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의 문 앞에서 몸을 떨며 기뻐하다가도 금방 불안에 잠식당하기도 한다. 잠자리가 불편하거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지. 혹시 잠을 재우지 않거나 금식을 하는 건 아닐까.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그러니 나의 선택은 늘 옳을 것이라는 가정속에서 헤엄치자, 라고 마음먹었다. 나는 언제나 세상살이에 쑥맥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진실은 알고 있었다. 다른 차원으로 향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저 존재할 것. 그것 뿐이다.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주식계좌를 열어보았다. 비중이 많은 종목을 점검하며 회사운영자와 직원들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당분간 인터넷을 못해요. 그러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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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연 긴 시간 수많은 타인들과 어울려 명상을
며칠씩 할 수 있을까요? 대단해요 보얀님.

실제로 70세가 넘는 분들도 많았어요. 힘든 훈련을 저보다 더 잘하시던데요:)

오늘 제 마음 속에서 지루함을 보고 어쩌나? 고민하고 있네요.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요. 돌아올 때까지 주식은 위로 위로 오르고 있을꺼예요.

오나무님 응원으로 주식을 200프로 수익 확정하고 지난 주에 일부분을 팔았어요. 여행은 작년 봄에 다녀왔답니다. 감사합니다:-)

우와... @levoyant 님 투자자이셨군요. 멋져요~~

명상을 위해 미국

정말 앞뒤는 안 맞는 조합이네요~
그래도 뭔가 끌리는 게 있으니까 가시는 거겠죠?

좋은 명상하고 오셔서 좋은 얘기 풀어주시길 기대할께요~~

정말 그렇게 느껴지죠? 주위에서 다들 그랬어요.
앗 그리고 여행은 작년에 다녀왔어요 ^^

직접 체험기인가 보네요? courage의 cor이 심장이었군요.

저도 코어가 심장이라는 뜻인 걸 알고 놀랐어요.

기대됩니다. 이번에는 몇부작인가요?

두두둥

4편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ㅎ

타오님 감사합니다^^

그 곳에서 명상하시고 체험하신 것이 궁금하네요
많은 것을 느끼고 오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4편에 명상하고 느낀 점을 다룰 예정이예요^^

옘이라는 마을에서 어떤 훈련을 하셨을지 궁금해지네요. 다음 편은 언제인가요? ㅎㅎ

장담은 못하지만 매일 한 편씩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옘 이야기는 4편에 살짝 언급될 것 같아요. ^^

오오 기대할게요! ^^

!!! 힘찬 하루 보내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5r5d5c
어마어마합니다!! 상금이 2억원!!!!!!

옘에서 진행하신 열흘동안의 훈련이 보얀님께 어떤 성장과
다차원의 경험을 선물했을지 앞으로의 글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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