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산수화 한 점이 간절했다

in #kr-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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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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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는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와는 달리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갔을 때는 바캉스 기간이라 그런지 길에 사람도 별로 없고.. 마치 시간이 정지된 도시 같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도시 사이를 가르며 나는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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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하고 조용한 미술관 내부를 지친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오옷!! 하며 머리털을 쭈뼛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이 그림,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르네상스 3대 천재 중에 한 명인 라파엘로의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바티칸에 있다. 내가 본 것은 '그' 아테네 학당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아테네 학당의 '스케치 버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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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유화 완성품을 보기도 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에 있는 이 연필스케치 버젼에서 훨씬 라파엘로의 천재 포스가 넘쳐났다.(그렇기도 하고 바티칸에서는 미켈란젤로랑 졸라 비교되기도 하니까..)

적지 않은 사례에서 완성작보다 드로잉 단계의 작품이 훨씬 더 감동적이곤 하다. 완성작이 말 그대로 꿈쩍할수 없는 완벽한 세계라면, 드로잉은 거친 선으로 어딘가를 향해 지속하고 있는 상태를 붙잡아놓았기 때문이다. 밀라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에게 이 미술관 꼭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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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도 보았다. 오..빨려든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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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텍스쳐가 장난 아니다. 도대체 몇 겹을 쳐바른 거시여... 간지나게 발랐네.. 작가 이름을 슬쩍 보니 모르는 이름이다. 사실 내가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같은 슈퍼월드스타만 알 뿐이지 국가대표 수준은 지식이 딸려서 잘 모른다. 캡션을 보니 Giovanni Segantini.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모든 미술품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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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도 누구나 알 것이다. 아마 <모나리자>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아닐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 그림을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에 가서 직접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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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이 그림이 최초에 의도한 장소에 그대로 걸려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그 공간- 식당- 에서 그 그림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했을 수도사들까지도 같이 상상해 볼수 있었다. 다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는 아우라와 함께 예약제로만 진행되는 관람, 제한된 관람객의 인원, 단 15분이라는 제한된 관람시간은 최후의 만찬을 더욱 더 신비스럽고 귀중한 것으로 만드는 요인이었다.

다만 만약 이런 모든 부차적 요소, 명성, 작가, 스토리, 캡션이 제거된 상태로 수많은 르네상스 그림들 사이에 그것이 걸려 있다면 저 그림의 가치를 과연 몇명이나 제대로 알아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본 것은 미술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분명 기념비적인 가치가 있었지만 사실 그것을 관람한 후 밖으로 나와서 새삼스럽게 다시 보았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외관이 더욱 더 멋지고 예쁘고 아름다웠다. 역사의 띵작이라고 무조건 내 감동이 보증수표처럼 발행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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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르체스코 성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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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죽기 3일전까지 작업을 했다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그것이 미완성이었던 까닭인지 마치 로댕을 연상케 했다. 이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혈기왕성할때 제작했던 바티칸의 매끈한 피에타와 비교가 된다.

바티칸 피에타를 보고는 '와.. 잘 만들었네!'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반면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와....와....와...와...!!!!' 이렇게 된다. 기술적 완성도를 뛰어넘은 작가는 재료를 다시 자연으로 회귀시키려는 욕망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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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인간'의 딱 중간사이에 영원히 존재하게 된 슬픈 표정의 마리아와 예수의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 설명할수 없는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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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의 3일동안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정말 토할 정도로 많은 그림을 보았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도 좋고 라파엘로도 좋고 이름모를 화가들 그림도 좋긴 하지만.. 너무 뺵뺵하고 크고 유화물감 가득 차 있는 작품들만 보다보니... 갑자기 산수화 한 점이 간절했다. 물 한 잔 마시지 못하고 10분 스테이크를 먹은 느낌이랄까. 인왕제색도 같은 , 시원할 물 같은 그림이 여기 있을 턱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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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규모의 고딕 양식의 성당, 밀라노의 두오모를 봤다. 한마디로 쩔었다. 르네상스인들이 고트족을 빗대어 중세시대의 건축물을 미개한 양식으로, 즉 고딕(Gothic)으로 명명했다는데 그들을 찾아가 멱살을 잡으며 따지고 싶을 정도로 밀라노 두오모는 위대하고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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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런 우주적이고 완벽한 성당을 보고도 그렇게 미개한 수준의 시선으로 보았다는게 도저히 납득 불가다. 모과이의 우주적인 음악을 들으며 웅장한 성당 내부를 거닐었는데, 정말 이런 종류의 포스트락 그룹이 여기서 콘서트를 하면 진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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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와서 수많은 성당을 들어가 보았지만 밀라노의 두오모처럼 큰 성당이든, 가이드북에 나와있지도 않는 길가의 작은 성당이든 간에 들어가보면 성당의 건축물은 모두 비교할 수 없는 저마다 고유의 크고 작은 아주 다양한 우주를 각기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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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무지개 :)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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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 감상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예약을 못해서 최후의 만찬을 못보고왔어요.
무지개는 늘 럼프님 따라다니나요:)

저도 예약을 할까 말까 하다가.. 두 번 오겠어? 라는 마음으로 했었습니다. 무지개 한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데 제가 운이 좋았던건지 유럽 날씨가 원래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넘 이뻤습니다. 행운이 따랐죠 ^^

오아 마지막 사진은 무슨... 구글에 wallpaper hd로 돌아다닐 것 같은데요!!! 예전에 ECM 아티스트였나? 성당에서 녹음했던 아티스트가 있었어요. 라디오헤드였던 것도 같고. 둘 다 였던 것도 같고. Reverb를 후반 작업, 믹싱 때 넣는게 아니라 아예 공간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저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저 성당을 보니 갑자기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르네요.

있을줄 알았어요 ㅎㅎ 유럽에서는 성당이나 유적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콘서트를 많이 하는것 같더라구요. 그보다 더한 무대미술이 어디 있겠습니까 ㅋㅋㅋ 특히 음악가라면 가장 욕심날 장소일것 같습니다.

성당에서 녹음 작업을 할 땐 무조건! 영상을 남기더라고요. 영상이랑 합쳐져야 정말 멋있는 것 같은 ㅎㅎ 공간의 울림도 당연히 넘 좋지만요.

아무래도 티를 팍팍 내려면 영상이 꼭 있어야할것 같네요 ㅎㅎ

이 글을 읽으니 밀라노에 갔던 게 생각나네요. 밀라노 두오모는 쩔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ㅎ 제가 갔을 땐 두오모 외벽에 삼성 lcd(?)도 걸려 있었는데요. 두오모 맞은편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먹은 것도 기억나고요. 두오모 (광장에서 봤을 때) 오른편의 미술관?건물에서 잭슨 폴록의 작품을 본 것도 떠오르네요. 저도 성당에 갔지만 최후의 만찬은 보지 못했네요. 밀라노 h&m에서 샀던 머플러를 지난 겨울에도 둘렀는데요. ㅎ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 글은 저를 회상에 젖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두오모 오른편에 미술관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ㅎㅎ 밀라노에서 많은 걸 하셨군요. 밀라노가 쇼핑의 천국이라던데 저도 뭐라도 살 걸 그랬나 후회되네요. 즐거운 회상이 되셨길요 :)

생각해보니 전 밀라노에 자주 가는데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미술관에 가본적이 없네요 ㅠㅠ 스포르 성도 맨날 지나가기만 하고.. 쇼핑과 맛집탐방에만 치중했던 저의 과거를 반성하며, 다음번엔 thelump 님이 다녀가신 곳을 저도 가서 감동 받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

자주 가면 오히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가지 뭐 이런 생각 때문에요 ㅎㅎ 저는 짧은 일정에.. 다시는 못 올 것 같아서 정신없이 돌아다녔습니다. 본전 뽑으려는 전형적인 관광객 모드로요..ㅋ 그리고 저는 쇼핑과 먹거리에 별로 시간을 안 쓰는 편이라(아무거나 입고 배부르면 장땡인 사람입니다..ㅎㅎ) 미술관에 집중했던것 같기도 하구요.

성당과 무지개.. 눈부시군요 크으.. 피렌체와 바티칸에서 투어를 신청했었는데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들으니까 확실히 달라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구나 느꼈었는데.. ㅎㅎ

가이드도 복불복인것 같아요. 어떤 가이드는 통상적인 설명만 하고 끝나느 반면에 또 어떤 가이드는 정말 연극배우처럼 풍부한 표정과 손짓으로 설명을 하죠. 그러면 감동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제가 어떤 곳에서 만났던 가이드는.. 본인이 설명하다가 울더라구요. ㅎㅎ 당황스럽긴 했지만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오오~멋진 작품들이네요~실제로 보면 더 멋지겠죠?ㅎㅎㅎ

네 사진으로는 정말 표현이 안되네요 ㅠㅠㅠ 직접 봐야 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아니 특히 이탈리아 자체가 그렇습니다. 직접 가봐야 느낄 수 있는 나라인것 같아요.

감동적이예요~ 책에서만 본 그곳을 작품을 보셨다니..
저도 언젠가는 작품들 속에서 벅차할 일이 오겠지합니다.
마지막에 미켈란젤로 작품은 돌에서 인간이 되어 걸어 나오고자 하는 것 같아요. 심장이 떨리네요.
명화 산책 감사드립니다.

책에서 보고 실제로 보면 모두 감동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도판에서 본 것이 더 좋았구나! 라고 느끼는 작품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말년 조각은 직접 보면 사람을 정말 찡- 하고 쿵- 하게 만들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성당이 얼마나 크면 저렇게 큰 기둥이 실내에 있는 거죠? 설마 실내처럼 보이는 야외는 아니죠?^^; 느낌은 다르지만 그리스 신전 기둥이 떠올라요.

그쵸?? 기둥 정말 말도 안되게 큽니다. 어떻게 저렇게 큰 기둥을 세울 수 있는 것인지... 제가 저 시대에 살았다면, 꼼짝없이 신을 믿었을 겁니다. 도저히 인간의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스펙터클한 건축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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