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세이 - 그 때 좋은 사람이 지금 나쁜 사람일까?
커피를 좋아하는 한 사내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유명한 커피 장인을 찾아가 커피로스팅을 배웠다. 커피가게를 꿈꾸었기에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고 저축했던 결혼자금으로 대학가 건물 3층의 커피가게를 인수한 후 오픈했다. 남편이 볶은 커피와 직접 구운 치즈 케이크와 사과 파이는 훌륭했고, 부인은 오는 손님마다 상냥하게 응대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부부는 생각했다. 매출이 계속 이렇게만 나와 준다면 곧 부자가 될 수 있겠다!
오픈한 지 5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커피 인구는 늘어났고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해졌다. 직접 만든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공짜 과자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픈 초반의 대학생 단골들은 졸업 후에 타 지역에 취업을 했고, 이 삼 십대 여자 단골들은 그 사이에 결혼해서 육아에 전념하느라 대학가 3층에 있는 작은 커피가게를 잊었다.
새로 유입되는 손님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도심에서 새로운 상권이 생기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보가 노출된 천장에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점점 1층 카페가 대세가 되었다. 손님들은 철새처럼 새로운 상권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고민했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5년 전 인수했던 가게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둘러보았다. 유행에서 한참 멀어진 인테리어와 패브릭 소파와 커피잔들이 촌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어도 3층까지 올라올 손님이 있을까? 부부는 지금이라도 가게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물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사실 상권이 죽어가는 것을 건물주가 제일 먼저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2층에 있던 와인 바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폐업을 했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먼저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월세를 깎아준다고 제의했다. 부부는 건물주가 착한 분이라 사정을 봐 주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대로 남기로 했다.
1년이 흘렀다. 낮아진 월세를 반영하고도 가게는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골이지만 까다로운 손님의 비위를 맞추느라 원칙이 1인 1메뉴였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 와서 음료 하나를 시켜도 용인해 주었다. 마감시간이 11시였지만 한 테이블이라도 더 받기 위해 마감시간을 12시로 연장했다.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남편은 생활비와 가게 임대료를 벌기 위해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부인이 혼자 가게를 지켰다. 부인은 이제 가게가 거대한 덫처럼 느껴졌다. 마침내 부부는 권리금을 거의 포기하고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다. 그들은 마음씨 좋은 건물주때문에 너무 늦게 그 가게에서 탈출했다.
그들은 꿈에 그리던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시작했다. 부인은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추진하는 재능이 있었고 남편은 잡학다식했다. 그들의 새로운 일은 번창했고 우리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에게 사려 깊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어젯밤 제주도에서 날아온 이 친구들과 새벽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하면서 친구의 얼굴을 관찰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좀 지쳐보였다. 문득 그 건물주가 나쁜 사람이라 월세를 내려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들은 줄어드는 매출에 비해 높게 느껴지는 월세때문이라도 상권이 무너지기 전에 가게를 내놓아 권리금을 보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원했던 새로운 상권에 진입해도 조금 늦은 시점이었을 것이고 커피로 다시 성공했으리라는 보증도 없다. 결국 무너지는 상권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기에 월세를 내려서 그들을 시련에 빠뜨렸던 예전 건물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지금 행복하고 예전보다 더 현명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에세이
태도가 바뀌면 자유가 온다
우기는 젊음
내가 스팀을 산 4가지 이유
당신의 돈이 맞나요?
우산없이 폭풍우에서 젖는것처럼 돈버는 시기가 있다
시간은 행복한 사람의 편
초심자의 행운
당신은 아침에 신나야한다
생각한 것을 만나는 시간
날씨는 예측이 가능할까
다음 기차는 어디에 있는가
무한대 계좌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오치님 감사합니다:)
새삼 나는 누구나에게 좋은 사람일까
생각에 젖어 봅니다
비에 나무와 아스팔트도 젖고요
보고? 싶었어요 ㅎㅎ
저도 근황이 궁금해서 몇번이나 찾아갔었지요:)
비가 와서 더 생각나는 승화님^^
기분 좋은 결말이네요. 세상일은 항상 단면만 보고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나야 다른 면이 보이는 것 같아요:)
대박사건!!
돈 때문에 몇십년 거래처와 인연을 끊기도 하죠. ㅠ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들을 그 당시에 알 수 있다면
인생이 재미가 없겠죠? 결국은 알 수 없어서 삶이 이렇게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친구 부부 분들 지금 잘 하고 계신다니 정말 좋네요 :)
알 수 없는 일이 있기에 감정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것 같아요.
그래도 해피앤딩이러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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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너무 빨리 변해서... 정말 자영업은 겁이 많이 납니다.
아무리 잘나가던 가게도 수년씩 그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요.ㅜㅜ
"너무 열심히 하지마."라는 말이 요즘엔 어쩜 딱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열심히"의 함정이 있어요. 한편 수십년씩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가게를 보면 늘 사람들이 원하는걸 살피며 진화해왔음을 알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배려라는게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건물주가 했던 배려도, 카페를 운영했던 부부가 손님들에게 했던 배려도요. 물론 좋게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ㅎㅎ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똑똑한 배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향에 따른 결과를 두고 좋은 사람인지 안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것보다는 실제 어떠한 사람인지를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그도 의도는 월세를 벌자는 것이었을테죠.
맞아요 건물주는 나름 책략가였어요. ^^ 그도 임대료를 받아야하는 입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