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세이] 당신은 아침에 신나야한다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IMG_9247.JPG

어린 시절에 상상력이 주는 기쁨을 느낀 사람은 불행이 닥쳐올 때도 행복하다 여기고, 어려움에 빠져도 즐겁다고 여긴단다. 진정한 불행은 바로 상상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것이란다. [공부의 즐거움], 칼 비테


 아인슈타인은 해변을 선호했다. 잡스는 빌딩숲 주변을 돌았다. 칸트는 루소의 [에밀]을 읽은 날을 빼고는 새벽 5시와 오후 3시에 정확히 대문을 나섰다. 산책은 반려견과 똑같은 이유로 인간에게 필요하다. 짖음(공격), 불안, 변비를 예방하는 동시에 창의력이 생긴다.

투자자는 불안하다



 내가 본격적으로 시간을 정해 산책을 시작한 때는 2015년 늦가을이다. 2015년은 장기간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서던 해였다. 제약 바이오 주식이 상승을 이끌었고 그 해 여름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코스닥 지수를 788까지 끌어올렸다.

 시내 대형약국에 갈 때마다 어르신들이 산더미같은 약봉지를 커다란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넣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미리 제약회사의 주식을 선점한 덕분에 매일밤 자고 일어나면 계좌의 잔고가 불어나는 것을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사람의 심리는 참 이상하게 작동된다. 수익이 나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막상 매도버튼을 누르고 수익실현을 하면 그 종목이 더 날아갈까봐 불안했고 수익실현을 하지 않으면 폭락할까봐 불안했다.

 목표수익에 다다른 종목을 분할매도하면서 파리와 니스에서 머무를 방을 예약했다. 그런데 제약주 중 한 종목은 목표수익률에 한참 못미쳐서 매도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코스닥시장은 가을이 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파리에서 돌아와보니 팔지 않은 그 종목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포트 전체에서 비중이 컸으므로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매수이유가 없어지지 않는 한 손절을 하지 않는 원칙이 있었기때문에 추가매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산책을 시작하다

IMG_0098.JPG

 그 무렵이었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숲을 산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세수도 하지 않고 초읍으로 갔다.
 평일 새벽 6시. 나무가 가득찬 숲길을 홀로 걸었다. 해가 뜨자 나무 둥치 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걸음을 멈추고 다람쥐들이 빠른 속도로 나무 위를 휙휙휙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빨리 움직여서 시선이 그들을 끝까지 쫒아갈 수 없었지만 다람쥐들이 기분이 좋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람쥐들은 왜 저렇게 신이 나 있을까?


그 소리는 푸른계좌에 낙담해 있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저 아침에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신날 수 있을까. 다람쥐도 먹이에 대한 걱정이나 천적에 대한 두려움이 틀림없이 있을텐데, 어떻게 저렇게 기쁜 아침을 맞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왜 아침마다 다람쥐처럼 신나지 않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진심으로 계좌의 색깔과 두려움이나 걱정과 상관없이 신나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고 싶었다.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외부의 사건에 관계없이 신선처럼 모든 것을 비우고 초연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건 당연히 내가 신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게 위기상황이 항상 발생하듯이 다람쥐에게도 여러가지 난관과 천적이 있다. 그런데 다람쥐는 어떻게 아침에 기쁠 수 있을까.

 문득 다람쥐 세계에는 '아침에는 신날것'이라는 철칙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오후에 먹이를 발견하지 못할까봐 미리 불안해할 필요없이 아침에는 마음껏 신날 수 있다.
 그 날 나는 가상의 다람쥐씨가 되어 '아침에는 신날것'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면 계좌의 색깔과 상관없이 아침에는 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IMG_0097.JPG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시장은 항상 오르거나 내리고, 폭등하거나 폭락한다. 나는 즉흥적으로 만든 다람쥐원칙때문에 시장의 상황에 상관없이 아침에는 늘 기분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더불어 산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제와서 느끼지만 매일 기분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의식적인 노력이 루틴이 되면 그 어떤 충격적인 사건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습관이 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가상의 다람쥐씨가 한 분 더 나온다면 내일 아침은 두 배로 신날 것 같다.





• 투자에세이 모음

초심자의 행운
시간은 행복한 사람의 편


Sort:  

블로그에 좋은글들 많은 것 같아서 팔로우 하고가요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릴게요 !
좋은 하루 되세요 :)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거 자체가 참 대단한 일이죠.
저에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내려마시던 커피한잔이,
보얀님의 산책과 비슷했던거 같네요ㅎ

정말 그러네요^^ 경아님의 커피 한잔과 비슷해요.
아침에 기분이 좋으면 그 마음이 하루종일 가거든요.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기쁜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우와..산책과 다람쥐로 이런 깨달음을 얻으시다니!! 멋진 분이신거 같아요~^^

'아침에는 신날것'

그리고 이 다람쥐 원칙 너무 좋아요!! 저도 @levoyant님의 다람쥐 원칙을 따라봐야겠어요~

다람쥐 한 분이 또 생겼군요^^
zzoya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신나는 일 많이 생기실 거예요.

우와..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신날것"
다람쥐씨가 되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초읍"에 좀 더 반가움을 표합니다. ^^

emmaa님 멋져요^^
다람쥐의 신남을 같이 느껴보아요.

아침을 신나게 맞이한다는게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네요 ^^
역시 생각을 달리하면 시야는 그만큼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 아침을 커피한잔에 스케치북과 맞이하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아침에 예쁜 집에서 스케치북을 펼치는 lababoe님이 그려집니다^^ 매일 영감 가득한 아침을 맞으시길 바래요.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의식적인 노력이 루틴이 되면... 쉽게 꺾이지 않는 습관이 된다.

맞습니다. 저도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노력이 루틴이 되는건 쉽진 않지만 그 하루하루가 조금씩 쌓인다면 어느새 루틴이 될거예요^^

전 잠들때 신날 것 이라는 원칙이 있는데.. ㅋㅋㅋㅋ

잠이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하니까 그것도 멋지네요^^

다람쥐 원칙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보얀님을 따라 한번 시작해 봐야겠네요^^!
어제의 무거운 기분을 아침엔 가볍게 비우고 기지개와 미소로 시작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와 감사합니다!
다복님의 신나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네요^^

프로필도, 글도 넘 감각적이시네요 ^^ 종종 소통해요!!

nosubtitle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올려주실 글 기대할게요^^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4
JST 0.029
BTC 68011.48
ETH 3275.77
USDT 1.00
SBD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