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6. "차를 (손으로) 끌고 가면 힘들어요."는 뭐라고 번역하지?

in #translation7 years ago

번역.jpg


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Korean 차를 끌고 가다 means I drive to a place but it literally means I drag the car to a place. In this episode there are puns using this sentence. How can I translate not only the meaning, but also the puns in English? I tried my best. ;-)


오늘은 @tata1 님의 육아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육아일기 제목 그림이 더 귀엽게 바뀌었더라고요. 물론 내용도 무척 귀엽지요. 어떤 내용인지 먼저 보고 가실게요. ^^

[붓툰bootoon 육아일기]-만일 아빠였다면-


차 끌고 갈게

엄마가 전화를 받으며 "차 끌고 갈게."라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어린 마니가 "타고 가세요. 끌고 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하고 말합니다. 아, 귀여운 마니님! ^^

그런데! 마니님이 귀엽기는 하나, 이걸 번역을 하려니 조금 막막했습니다. 단순히 말의 뜻만 번역하는 게 아니라 "끌고 가다"라는 말이 가진 두 가지 의미도 살려야 하고, 그림하고도 매치시켜야 했거든요.

1차 시도: I'll bring the car.


"내가 차 끌고 갈게."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할게: I'll (I will)
가지고 가다: bring
차: the car

I'll bring the car.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bring으로 표현을 하면 뒤에 나오는 마니의 대사 "타고 가요. 끌고 가면 힘들어요."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ㅠ.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bring the car.
Mani: Mom! No. Drive the car. Bringing the car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차 가져 갈게.
마니: 엄마! 안돼. 타고 가요. 가져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

(*Stay put: 거기에 가만히 있어. 그 자리에 있어.)


2차 시도: I'll pick you up


이번엔 작전을 바꿔서 말의 의미를 좀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차를 끌고 간다"는 말은 "차로 널 데리러 갈게."라는 의미입니다. "(차로) 누군가를 데리러 가다. 데리고 오다."라고 할 때 pick up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pick up에는 또한 "(아이나 물건 등을)들어 올리다, 안아 올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pick up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 설명 못 드려도 양해 바랍니다. ^^)

그라췌~!! 유레카~!! 바로 이거얏~!!

이 pick up을 이용하면 "끌고 가다"처럼 언어유희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려면 내용을 좀 바꿔야 하지만, 원문을 살리는 것보다 내용을 바꾸더라도 언어유희를 살리기로 마음먹었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pick you up.
Mani: Mom! No. Tell him to walk. Picking up Daddy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내가 안아 올려줄게)
마니: 엄마! 안돼. 아빠보고 걸으라고 해요. 아빠를 안아 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타타님의 그림과도 전~혀 맞지가 않았습니다. 차를 끌고 가는 그림과 아빠를 안아 올린다는 글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ㅠ.ㅠ


아빠를 안아 올린다며? 왜 차를 끌고 있는 거에요?


3차 시도: I'll pick up the car on my way there.


"끌고 가다"라는 말의 언어유희를 살리면서, 그림과도 딱 맞게, 그러면서도 원문의 내용과 아주 이질적이지는 않게... ㅠ.ㅠ

조금 더 고민하던 저는 살짜~쿵 원문을 바꾸고, 언어유희와 그림을 살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내가 차 끌고 갈게."를 "내가 차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로 바꾼 겁니다.

내가 ~할게: I'll (I will)
차 가지고: pick up the car
그쪽으로 갈게(그쪽으로 가는 길에): on my way there

얼핏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엄밀히 해석하자면 제가 영어로 작성한 문장은 "차를 (어딘가에 들러서)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 거기 가는 길에 차를 (어딘가에 들러서) 가지고 갈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가 차고에 있는 게 아니라 정비를 위해 정비소에 맡겨뒀다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줬다거나, 다른 주차장에 세워놨다거나 해서 어딘가에 있는 차를 pick up해서 너를 데리러 가겠다고 하는 말이지요. 원문과 사리살짜쿵 달라졌지만 pick up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pick up에는 "들어 올리다"라는 뜻이 있거든요. pick up the car라고 하면 "차를 (어딘가에서) 가져오다"라는 뜻이지만, 문자 그대로 다르게 해석하면 "차를 들어 올리다"가 될 수도 있답니다. 물론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차를 가져오다"로 이해할 거에요. 우리가 "차를 끌고 가다"라고 할 때 당연히 운전하는 걸 떠올리지, 진짜로 끄는 걸 떠올리지 않듯이 말이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pick up the car on my way there.
Mani: Mom! No. Drive the car. Picking up the car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차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
마니: 엄마! 안돼. 타고 가요. 차를 들어 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


이제야 번역이랑 그림이 좀 맞는 것 같네요.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원문을 그대로 살리면서 언어유희를 포기하느냐, 원문을 살짝 변형하면서 언어유희를 살리느냐의 기로였는데요. 그림까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타타님께서도 제 번역을 용인해주셨고요. 하지만,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저와 의견이 다른 분도 계실 수 있겠네요. 언어유희 부분은 항상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랍니다. ^^;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 육아일기]-만일 아빠였다면-
English version: [BootToon] Daddy & Daughters Diary - What Would Your Daddy Do?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번역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1. "덜 큰 마녀"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2.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4. "덜 익은, 농익은"은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5. "됐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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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soosoo포스팅에 보팅해 주신게 덜커덕, 당첨되셨습니다.^^

제 포스팅 중 일부에 장착된 보팅러 추첨시스템 지뢰를 밟으셨습니당^^ 보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steemit.com/kr/@soosoo/13


tip! 0.342

앗, 고맙습니다. 그런데 수수님 이렇게 자꾸 다 나눠주시면 어떡해요? -_-;;
독후감이나 강좌 리스트가 아닌데도 막 이렇게 나눠주시다니..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시길!!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 ^^

그럼 또 더 많이 보팅을 받을거니까용~ 다 이익을 노린 홍보입죠 넵넵~ 캬캬캬

와.. 이 한 문장을 위해 이만큼의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군요. 멋지십니다+_ + 언어유희는, 번역하는 두 언어 모두에 능통하지 않다면 그 느낌 그대로 살리기가 참 힘들 것 같네요.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언어유희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다행히 이번엔 비슷한 단어를 찾아냈네요. ^^

아....한글 언어유희를 영어로 번역할 때 이렇게 난관이 있겠군요! 그 노고-잊지않겠습니다. 과연 이런 초월번역-브리님 말고는 누가 할 수 있을지...
풀보팅으로 감사 표할게요. 아! 그리고 어제 탄생한 제 수호천사 마시를 통해 제 마음 날려드립니다.^^
마시요염하트백.jpg

맞아요 타타님 ㅎㅎ 이정도로 초월번역 하려면 모국어랑 영어 둘다 엄청 잘해야 하고, 세심함에 문학적 소양이랑 센스까지 다 갖춰야 해서 이 정도로 하실 수 있는 분은 매우 드물죠. 제가 이전에 타타님이 쓰시는 글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분은 여기서 브리님 밖에 없으실거다 라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ㅎㅎ

그날-세계박님이 권유하주신 인연으로 오늘이 있네요.
그리고 더 장대한 내일이 다가오고 있을겁니다.
타타인사.jpg
보통은 비서 시키는데...ㅎ 특별히 제 자신의 타타콘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코 이렇게 직접 와주실줄이야. 저야말로 이렇게 두분이 잘 맞으시는거 같아 뵐때마다 흐뭇합니다. 괜한말이 아니라 문학적 유희가 있는 타타님의 글을 맛깔나게 번역해 주실수 있는 분은 앞으로도 거의 만나기 쉽지 않으실거라 확신합니다. 모국어를 좀더 잘한다던가, 영어를 좀더 잘한다던가 하는 분은 좀 계실지 몰라도 브리님 같은 조합은 장담컨데 진짜 드뭅니다. 앞으로도 두분 좋은 인연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저를 추천해주신 분이 세계님이셨군요. 몰랐어요. 저도 고맙습니다. 덕분에 초월번역이라는 (박세계가 아닌)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
영역하는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거 보니 제 체질에 맞는 거 같아요. 언제나 폭풍칭찬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불이님, 세계님, 타타님, 모두 존경 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D

고마워요. 같이 칭찬받는 기분 괜찮네요.^^

고맙습니다! 보내주시는 하트 다 감사히 받을게요. :)

오오 읽으면서 어떤식으로 이걸 표현하셨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기가 막히네요. 이게 진짜 번역이죠. 확실히 새로운 언어를 제대로 하려면 모국어를 먼저 브리님처럼 매우 꼼꼼히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는걸 다시 한 번 느끼고 갑니다. 막상 쉬워보이는 표현일수록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무수하고 뜻이 미묘하게 달라져서 더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구요. Stay put 은 완전 처음 알았네요. 좋은 표현도 하나 더 알아갑니다. 잼나게 잘 봤습니다. 브리님 :)

저도 번역할수록 모국어 실력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걸 깨닫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온전하게 번역할 수 있으니까요.
번역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배웠던 거 안 까먹고 써먹기도 하고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브리님 뭔가 오해가 있는거 같으신데...
마니는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사납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한번 진짜로 뵙고 싶네요

ㅎㅎㅎㅎ 귀엽던 어린 마니는 왜 사나워졌을까요?
혹시 기린아님 앞에서만 사나운 걸지도.. ㅎㅎ

ㅎㅎ 멋진하루 되세요~

그뤠~잍! 고맙습니다. :)

고민고민한 번역을 참 쉽게 배우기...
고맙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깨달은 걸 다른 분들께 쉽고 재미있게 알려드리는 것, 그게 제 목표인걸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완벽한 번역을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시네요~ 보기좋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번역 언제나처럼 좋았답니다.
저도 읽는 동안 픽업의 두가지 의미를 생각했었거든요^^

그러셨군요. ^^
저도 다행히 픽업이 생각났어요. 이번엔 적절한 단어가 떠올라서 다행이었답니다. ^^

언어 표현과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번역의 세계는 참 심오합니다. 표현만 배우고 가도 감지덕지... 오늘도 감사합니다.ㅎㅎ

저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번역이 이렇게까지 심오할 줄 몰랐어요.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네요. 게임처럼요.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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