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5. "됐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in #translatio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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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In this episode I translated 됐어 to English. It was very difficult, because 됐어 can be used in many different situations. When you want to decline informally, to dismiss something, or to say you don't care at all. 됐어 appears twice in this episode, and I wanted to translate them with different words. So I translated them into No, thank you and Count me out respectively.


오늘도 심령 상담사 마니어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tata1님의 글부터 보실까요? 이번 화에서는 천샤가 엄청난 활약을 했답니다. ^^

[붓툰bootoon 마니어 스토리]-사이렌의 노래


글을 읽으면서 신경 써서 번역해야 할 부분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는데, 그중에 "됐어."가 있었습니다. 붓툰을 보다 보면 "됐어."가 두 번 나오는데요. 이걸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답니다. 사실, 우리말 "됐어."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거든요. 거절할 때, 귀찮을 때, 필요 없을 때 이런 말을 쓰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붓툰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요?

1. 됐고!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거기에 홀려서 바다에 빠지고 말테니, 귀마개를 하라는 마니어의 충고에 천샤가 이렇게 말합니다.

천샤: 뭐 그런 구차한 귀마개까지...됐고!

여기에서의 "됐고!"는 "뭘 구차하게 귀마개까지 해? 난 그런 거 안 해도 돼. 난 안 할래."라는 의미지요. 그래서 저는 거절의 의미로 No, thank you를 썼습니다.

No, thank you가 공손하게 말할 때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로 번역되지만, 오른손 손바닥을 친구에게 내보이며 "아, 됐어!"의 톤으로 "No, thank you!"라고 말하면 우리말처럼 "아냐, 됐어. 난 안 할래."로 번역될 수 있거든요.


천샤: 뭐 그런 구차한 귀마개까지...됐고!

Chunsha: Those lame earmuffs...? No, thank you!


2. 됐다 일러라.


한 고비를 넘겼는가 했더니, "됐어"가 또 나왔습니다. 귀마개도 안 하고 사이렌을 마주하겠다는 천샤에게 마니어가 걱정 섞인 조언을 해줬나 봅니다. 천샤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칩니다.

천샤: 오이디푸스는 몸을 묶었다고? 됐다 일러라.

여기에서의 "됐다"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위에 나온 "됐고!"와 같은 뜻입니다.

"오이디푸스는 바다에 안 빠지려고 몸을 돛대에 묶었다고? 그래서, 지금 나보고 몸을 똑같이 묶으라는 거야? 됐다 일러라! 난 그딴 거 안 한다!"

안 한다고 거절하는 거니까 위에 썼던 "No, thank you."를 그대로 써도 됩니다. 하지만, 같은 표현을 두 번 연달아 쓰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원래 영어는(우리말도 그렇지만)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쓰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동의어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서 쓰지요.

No, thank you 말고 거절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No. I don't want to do that. I don't like it. I'll say no to that. 등등 많은 말들이 떠올랐는데, 결국 제가 고른 말은 이거였습니다.

Count me out.

이 말은 "뭔가를 할 경우 누가누가 할지, 몇 명이 할지 사람을 셀 때(count) 나는(me) 빼고(out) 세라"는 얘기죠. 결국 "난 빼 줘. 난 안 할래. 난 안 낄래."라는 뜻입니다.

결국 제가 번역한 말은 "나보고 오이디푸스처럼 몸을 묶으란 얘기야? 됐다고 해. 난 빼 줘. 난 안 할래."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말 뜻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 뒤에 I'm not as weak-minded as he is. (난 오이디푸스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라는 말을 넣었습니다.

천샤: 오이디푸스는 몸을 묶었다고? 됐다 일러라.

Chunsha: Oedipus tied his body to the mast? Count me out. I'm not as weak-minded as he is.


3. 우리 회사로 영입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붓툰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가수 박진영의 멘트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우리 회사로 영입하지 않겠습니다."는 박진영이 오디션 참가자를 탈락시키면서 하는 멘트였지요. 이 말도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문장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회사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면접 장면인 것처럼 느껴질까 걱정이 됐고요. '우리 연예기획사에서는 당신을 연습생으로 뽑지 않겠습니다'고 번역을 하려니, 몇 년 동안 연습생으로 훈련받다가 데뷔하는 한국의 연예계 문화를 모르면 이 문장이 와 닿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했습니다. 아마 영어 버전을 읽을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의 연예계 문화를 모를 테니까요.

그러다가 외국에서도 인기 있는 Talent show인 America's Got Talent가 떠올랐습니다. 거기에서는 합격을 하면 yes를, 불합격을 하면 no를 주는데, 그때 심사위원이 "It's a no for me. 난 No에요. No를 줄게요."라는 말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 문장으로 의역을 해서 넣으면 사이렌이 '오디션/재능 쇼'에서 탈락하는 상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천샤: 그래서 미안하지만...우리 회사로 영입하지 않겠습니다.

Chunsha: I'm sorry to say this, but it's a no for me.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레벨이 높아질수록 어려운 미션이 나타나는 게임처럼, 타타님의 붓툰 번역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저 역시 게임하듯, 레벨 업 하듯 재미있게 도전하고 있답니다. ^^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 마니어 스토리]-사이렌의 노래
English version: [Bootoon - Manyer Story] - The Song of Siren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번역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1. "덜 큰 마녀"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2.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4. "덜 익은, 농익은"은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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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Count me out이 입에 붙는데요ㅎㅎ '됐어~'에도 여러 표현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브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알아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회화 표현이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잘 배우고 갑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Count me out!! 또 이렇게 유용한 표현을 배워갑니다! 나 빼고 세거라 :)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뿐이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 비슷비슷하나봅니당 ㅎㅎ

네. 반대로 "나도 껴줘"라고 할 때는 count me in이라고 해요. 외우기 쉽죠? :)

네. 반대로 "나도 껴줘"라고 할 때는 count me in이라고 해요. 외우기 쉽죠? :)

늘 재미있고 공부도 되고...
고맙습니다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고. 제게 최고의 칭찬입니다! 고맙습니다! :)

브리님의 센스는 번역에서도 나오는 걸 볼 수 있는 듯합니다. 👍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센스가 좋다는 말 잘 못들었는데, 스티밋에서만 듣네요. 행복합니다. ㅎ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 :)

count me out 됐어~. 머리속에 저장했습니다^^

본문에도 적었지만 "됐어 = count me out"은 어니고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번역해야한답니다. "됐어. 나는 빼줘. 난 안 할래"의 맥락에서 count me out 쓰시면 돼요. :)

엄청 디테일한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속으로 속삮여 봅니다.. "역시 불이님이야.. "라고 말이죠~

와, 최고의 칭찬인데요! 감사합니다! :D

count me out-! 좋은 표현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thank you!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외워두셨다가 써먹어 보세요. :)

직독직해 하는 경우가 훨 많으니 노 땡스의 다른 (?) 의미가 확! 닿아오네요.^^
영어 단어장 하나 만들려구용~~^^ 역주행하면서 공부할거에요!ㅎㅎㅎ

번역이야기와 오늘의 english 단어 모두 보시면 좋을 거에요. 열렬 독자가 생겨서 기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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