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박 24일 가족 유럽여행기 - 중간정리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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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용욱(@ywha12)입니다.

오늘도 제 글을 클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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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박 24일 가족여행.

고등학교 졸업이후 처음으로 3주가 넘는 시간동안 가족 전체가 함께 생활하는 경험을, 그것도 유럽을 여행하자는 일정을 계획하면서 그저 신나는 기분에 들떠있던 출발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조금 다른 기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3박 24일 중 12일차를 맞아 그 동안 가족 여행에서 느낀점과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마음가짐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오늘까지, 여행 전반기

여행을 시작하고 첫 몇일간은 가족 모두가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체감하게 되면서 조금씩 날카로워지고, 불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여행 책자에서 추천하는 일정을 토대로 여유롭게 계획한 일정이었지만 시차적응과 컨디션 난조로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과 유럽 여행에 신나서 더 많은 곳을 구경하고 싶어하는 저희의 체력 차이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사실 저와 동생은 거뜬했지만 부모님께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거든요.

뜬금없지만, 사실 평소같았으면 거금을 들여 가족 전체가 유럽여행을 나오는 일은 저희에겐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자수성가를 위해 항상 근검절약했던 과거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입니다. 형편이 나아진 후에도 한푼 두푼 아껴가며 살아오셨죠. 이런 과분한 소비 여행을 강행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니라 부모님의 25주년 결혼을 기념하자는 결심 덕분이었고, 따라서 계획 단계에서도 이 여행의 주인공으로 부모님을 설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멋진 도시에 도착해서도 체력적인 격차에 의해 일정을 간소화하게 되면서 여러 명소를 포기하게 되는 일들은 제게도 은근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마음들을 추스르기 위해 이번 여행을 받아들이는 시각에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여행이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 그 곳의 명소에 방문하거나 명물을 접하고 즐거운 액티비티를 체험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로서의 여행이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들리지 못한 많은 명소를 아쉬워하기보다는 들릴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에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기로 했습니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차분한 마음으로 동생에게도 공감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관광에 과도히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그 나라의 국민이 진짜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숙소 근처의 작은 바자회나 벼룩시장을 방문하고, 카메라를 목에 건 사람들이 없는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훨씬 나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왕지사 유럽까지 온 이상 부모님도 많은 것을 보고싶은 욕심도 있으시지만, 행동반경을 줄이고 무리하지 않는 일정을 새로 계획한 후부터는 이전처럼 많이 지쳐하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며 웃는 얼굴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유럽의 멋진 배경과 함께 남기는 부모님의 얼굴이 나중에는 수백곳의 명소 여행보다 훨씬 값진 기억이 될 거라 생각하면, 제게도 순간순간이 더없이 소중해졌습니다.

내일부터, 여행 후반기

일평생 타셨던 횟수보다 더 많은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부모님의 설렘을 공감하는 여행을 준비합니다. 아직 젊고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미래에 다시 기회가 있을거라 믿으며 각 도시를 프리뷰의 느낌으로 접근합니다. 각 도시와 명소를 방문할 때 마다 나의 감정은 기억에 눌러담고 부모님의 감정에 현재를 집중합니다. 차분히 누른 셔터의 결과와 아직 생생한 기억을 꺼내 스팀잇에 포스팅하며 되새김질하고, 좋은 사람과 다시 방문 할 생각에 또 한번 설렘을 느낍니다.

제가 경험한 여행은 항상 긴 전반기와 짧은 후반기로 이뤄져있었습니다. 오늘도 출발하는 날을 기억하려 하면 꽤나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지만, 남은 여행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도 신중히 기록하고 조용히 마음 속에 이 순간을 각인하고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과 다시 이 공간에 존재할 기회는 없을테니까요.

큰 코와 푸른 눈의 인파들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대화하는 우리가족 모습을 영혼으로 담고 싶습니다. 제 나이는 스물여섯. 머지 않아 제가 짝지와 영원을 다짐하면 가족이란 단어와 함께 머릿속에 떠올리는 구성원은 지금과 달라질까요?

그러고보니 우리가족과 졸업여행을 온 것 같습니다. 이 시간 소중히 즐기자는 다짐을 다시 한번 굳건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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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해서 <23박 24일 4인 가족 유럽여행기>를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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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한때는 네가 여행을 하려고 온건지 고생길에 들어서려고 온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는 와중에도

부모님께 맞춤으로써
가족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되었다는 걸 통해서

양보의 중요성과
나를 생각하기 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배려
부모님에 대한 깊은 생각이 묻어났습니다.

즐거운 여행이 님과 함께하기를 바래요

감사합니다. 즐겁게 여행하며 좋은 글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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