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steemit] 끝이 보이는 글쓰기

in #kr6 years ago


바빴다. 바쁠때가 되면 항상 스팀잇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게 된다. 오프라인의 관계 맺음이 온라인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애초에 스팀잇 활동을 본업으로 삼거나 전투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내가 가진 일상의 가용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게 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심이 덜 가게 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끝이 보이는 글쓰기"라는 것이다. 예전에 적었던 글에서 스팀잇은 결국 활동의 가치와 가격 측면에서 보상을 획득하게되는 구조라 이야기한 적이 있고, 활동은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댓글과 보팅 주고 받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친분 관계로 인한 요인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 호혜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어느 정도 활동을 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얼마나 활동을 할 수 있고 그만큼 얼마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노력을 하기 위한 동인을 가지기는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대략적으로 보상의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양날의 검으로 작동한다. 어떤 내용의 글을 쓸 때에, 최소 그 정도 보상을 받을 만한 내용을 생각하고 적는다. 하지만 그 이상은 나아가지 않는다. 그 이상 나아가게 된다면 그건 말그대로 그냥 그것을 적고싶기 때문이며, 받을만한 기대 보상을 크게 넘어서는 내용을 정성을 들여 적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두번 적어본다고 하더라도, 반응이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면 더이상 참신한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컨텐츠가 몇 번 올라오다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계정들이 종종 눈에 띤다. 아니면 애초에 좋은 컨텐츠를 올릴만한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게 되는 계정들이 있다. 스팀잇의 활동의 양식에 맞추어서 자생적으로 적응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적응의 방향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무엇을 쓰든 그 "끝이 보이기에", 보이는 끝에 적응하게 될 뿐이다.

글을 적으면 보상이 들어오고, 보상이 들어온 만큼 맞추어서 (다시 보상에 대해 예상하며) 글을 적는다. 반복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치다보면, 글의 취향과 분량, 활동의 형태가 수렴한다. 적절히 조절하다보면 이제는 어디까지 써야할지 감이 온다. 기대할 수 있는 최소 보상과 최대 보상에 대한 감각이 오히려 글쓰기의 형식과 내용과 분량을 견인한다. (이미 어느정도 활동 시기가 오래된 이상, 자신의 생산/활동 양식을 급격하게 바꾸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감각이 대체로 맞을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인 상황일까 부정적인 상황일까.


스팀잇에서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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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가 없지 않으나 사회생활이 더 중요한 요소는 맞는 듯싶습니다. 정성 들여 쓴 글이라면 스팀잇 외 미디어에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 같습니다.

말 그대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계의 강도가 눈에 보이는 무엇을 치환되기 시작하면 피드백 고리가 빨리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점으로인해 SMT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한 입장이긴 합니다.)

아마도 최대 보상의 한계를 알게되면, 그만큼 좋은 글은 스팀잇 외의 플랫폼으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개인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스팀잇 자체에 대해서 좋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지막 부분...사실 출간하기 위한 글을 포함, 모든 종류의 글이 주기적으로 쓰다 보면 패턴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처럼 주기가 짧게 소비되는 글은 더 빨리 패턴이 자리잡겠지요.

다른 얘기지만 7일 보상 기간에 대해 쓰신 적이 있었던가요? 궁금해지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 패턴 안에는 글의 양과 질도 포함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7일 보상기간에 대해서 따로 글을 적은 적은 없습니다. (원래 7일 보상기간은 스팀 체인의 한계 때문에 설정되었던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글 보상/유효 기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한번 적어볼 생각도 하고 있으나, 역시 이 글에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패턴에 자유로울 수 없는지라 이에 관하여 길고 깊게 적을 (수 있을) 지는 고심 중입니다. 아마 이 주제에 관해서 (자유롭게) 끄적이고 싶을 때가 오면, 글을 적겠지요.

네, 7일 보상이 기술적인 문제 또는 효율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이제 사람의 의지와 능력을 조정해가면서 글을 쓰게 되는 상황인데...좀 부조리한듯 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미 모든 생활에서 이미 생산(패턴)에의 제한을 받고 살고 있죠. 하루가 항상 24시간이고 잠을 필요로 하는 것에서부터...

제한에 얼마만큼 맞추어 적응하느냐, 아니면 극한까지 몰아붙이느냐 사이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두번 밤을 새다보면 한 며칠은 원래 고유의 수면 패턴에 적응하곤 하겠지만요.

저는 사실 일종의 매너리즘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걸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적응의 산물 같은 느낌입니다. 자신의 노력에 효율성이 추가된 "안전"한 길일 수도 있고요.

처음에 '스팀잇에는 길고 전문가적인 글을 써야한다'는 카더라를 듣고 왔는데 정작 보니까 길고 정성스러운 글과 그림들은 초 단위로 사라지더군요;

그나마 KR은 다들 보팅해주고 이끌어가주는데 외국은 그야말로 작가들의 무덤...

이걸 알아채는데 두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ㅎㅎ

애초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생각에 대한 가격을 부여하면서 소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보거나 전시회를 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보통 (길고 정성스러운)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잘 지불하지는 않으니까요. 오프라인에서건 온라인에서건 이 '태도'는 유지되곤 하니까요. 다만 스팀잇이 다른 플랫폼보다는 보상의 여지가 좀 더 있다 정도일까요? :)

글을 쓴다는 행위를 경제활동과 연결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단순하게 자기만족 만을 생각한다면 명확해 지겠지요.

그렇지요. 다만 플랫폼 자체에서 경제 활동을 '권장'하거나 '제안'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를 염두에 두는 활동이나 사람들이 많이지기는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이 모든 글을 보상 거절을 설정한 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적는 것이 어떻게 보면 괜찮은 전략인데, 이를 위해서는 브런치나 medium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합니다.

sns의 등장으로 글쓰기의 형태가 이전과 많이 달라지게 된 거 같아요. 스팀잇에서의 글쓰기도 작가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나 생각합니다. 멋진 고민을 하고 계신거 같아요.

좀 더 휘발성이 강한 대화의 화두를 던지는 느낌입니다. 여기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느낌이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옵니다. 아마 다들 한번쯤 고민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자신에게서 뭔가 삐걱거리고 있었는데 그 정체를 알게 됐네요. 처음 페이스북 접했을 때 그 '소비속도와 주기의 빠름'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글을 쓸 때마다 증발해버리는 느낌이라 오히려 눈팅용으로 전락했더랬지요... 스팀잇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보상과 자기만족 사이에서 벌써부터 방황하는 거 보면 스스로가 기이해 보이기도 합니다.
덧붙여, 이전에 한 포스팅에서 글이 너무 길어 잘 안 읽히니 짧게 끊어서 쓰는 게 어떻냐는 조언을 들은 적 있습니다. 물론 글의 양과 정성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그 말씀이 꽤나 날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랫폼이 만능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제약'과 '형태'에 잘 맞춰서 조절할 수 있는 게 좋은 글일지, 그 플랫폼의 한계를 감히 넘어서려(?) 강구하는 게 좋은 글일지 헷갈려서요. 트위터에서 정성껏 소설 연재한다면 그건 도전이라기보단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듯이요. 사실 스팀잇이라는 플랫폼 분위기에 아직 적응중이라 드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긴 합니다.

스팀잇 내에서 문화와 취향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글을 적느냐에 따라 그 글에 감응하는 사람들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관계맺음도 이에 따라 국지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초기조건 (이라고 쓰고 우연이라고 읽는다) 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팀잇 내에서) 이미 한번 고착화된 관계들이나 글쓰기 습관이 형성되고 나면 바뀌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왕성한 활동을 해라"와 "이제 그만하면 됐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기 이 글들은 (스팀잇 내에서) 어지간하면 휘발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적습니다. 그냥 잠재워두기 아까운 글들은 본문처럼 다시 인용하곤 하지만, 보통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키티펑크님 같은 분들이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나 글을 길게 써 올리는 편인데, 결국 제 결론은 가성비를 생각하지 말자는 쪽이 되었습니다.

독자의 가독성이나 흥미를 신경쓰는 것은 맞지만, 노력 대 보상 비율을 신경쓰지 말자. 자아의 만족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두고 글을 쓰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글을 쓰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충 밖에서 알바만 해도 더 많은 돈을 받는데 굳이 만족스럽지 않은 글을 써가면서까지 글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트위터에 소설을 연재하는 것처럼 부적절한 것은 없지만, 스팀잇 플랫폼은 묘하게 혼재된 형식이라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만약 제 스타일의 글이 이 플랫폼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면 제가 이 플랫폼을 떠나는것이 맞지, 이 플랫폼에 맞도록 제 글을 구겨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키티펑크님이나 저처럼 다른 사람의 과거 글까지 관심갖고 보는 사람이 은근 있습니다. 제가 썼던 첫 글부터 보시고 잘 보았다고 말씀 주시는 분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압니다. 자기 평가 + 만족의 동인으로 적어내려가는 것이 상당히 고된 작업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향에 맞는 사람들 - 집단들을 찾을 수 있다면 아마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깨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끝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예외가 주는 맛도 있네요^^

가끔 예외가 생기기 때문에 즐거움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예외는 기대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요. 끝을 보면서 쓴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저도 요즘 어떤 글을 올려야하나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많네요. 보팅을 글에 대한 보상의 전부로 여기지 않으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동력을 얻거나 2차 생산을 위한 고민도 하고 있고요. 그렇지 않으면, 커뮤니티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글을 평가하게 될 것 같아서요. 생각이 많아지네요 ㅎㅎ그래도 @qrwerq님의 글에서 항상 어떤 지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가시성'은 행위의 모든 것들에 영향을 크게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가시성에 따라 빠르게 교정하거나 나아가기도 하니까요. 사실 잘 "닿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한계를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생각들은 예전 글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쌓게됩니다. 여러 글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는 글들일 것입니다.

좋은글 잘읽었어요. ^^ 스팀잇초보면서 여러가지 생각하던 내용이라 의미깊게 읽었어요. 음...

매번 조금씩 문화나 룰이 (사용자들 간에/커뮤니티 내에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저도 계속 생각이 바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은 초보나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어떤 글을 쓸 것인가'가 항상 고민입니다. '현재' 활동중인 kr유저층이 굉장히 얇고 편향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 입맛에 맞추자니 재주는 없고, 결국 저는 자기만족만 배설중입니다. ㅎ;
여러모로 스팀잇은 내재적 갈등을 유발하게 만드는 요물같은 SNS로군요.

꾸준히 컨텐츠를 축적하다보면 분명히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는 '캐즘' 정도의 단계로 스팀잇이 있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다양한 글이 읽히기보다는 조금 더 특정 분야에 맞는 글들이 선호되는 것 같고요.

저도 사실은 여기서 제 이야기만 하는 편이긴 합니다. 아마 입맛에만 맞추도록 글을 변형해야했다면, 저도 지속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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