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steemit] '생각의 가치'보다 '활동의 가격' (2/4)- 활동의 가치와 폴라니

in #kr6 years ago (edited)


'생각의 가치'보다 '활동의 가격' 글 타래

1부: 서두
2부: 활동의 가치와 폴라니
3부: 생각의 가격:어쩌면 정말로 흔한 것
4부: 상전이


저번글에 이어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대안적 경제의 특성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사실 스팀잇에서 아담 스미스나 케인즈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리곤 하지만, 사회경제학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나름 대안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 폴라니의 이야기는 별로 보이지 않아서 간략히 소개를 해보도록 한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폴라니가 이야기하는 경제활동의 형태는, 사실 스팀잇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설명하기에 괜찮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폴라니가 제시한 경제활동의 형태

우리가 생각하는 자본주의 경제란, 시장 안에서의 화폐를 바탕으로하는 자원의 교환(exchange)만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사회의 맥락을 고려하는 관점에서는 이러한 교환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폴라니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 이외에도 세 가지의 방식을 제안했는데, 이는 상호성/호혜, 재분배, 교환이다. (여기서의 교환은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 아닌, 말 그대로 필요에 의한 교환을 의미한다.) 시장 경제 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금전적)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동기가 있어야 경제활동을 한다고 보지만, 폴라니는 그렇지 않다. 문화/사회적 맥락에 따라 개인 간의 "상호 유대감"과, 집단 내부의 결속과 단합이 사실은 경제 활동의 일부를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시장'이다.)

  1. 상호성/호혜 (reciprocity): 시장에서의 교환과 달리, 등가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선물과 답례의 형식을 통한 비등가적인 교환을 의미한다. 항상 동시적인 주고 받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호 간에 유대감과 교류를 증진시킨다.

  2. 재분배(redistribution): 지도자를 통해, 사회에서 거둬들인 다양한 재화를 다시 구성원들에게 분배한다. 자원을 환원한다는 의미가 크며, 이를 통해 분배자는 자신의 권력을 키우고, 피분배자들은 분배받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집단 내의 결속감을 가진다.

  3. 교환(exchange): 이러한 교환은 시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는 교환의 경우에는, 국소적 성격을 가지며, 필요에 의한 교환을 의미한다. 경쟁이 배제된 교환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시장에서의 교환은 우리가 잘아는 바로 수요와 공급의 방식이다.)


스팀잇 안에서의 활동에 대한 폴라니의 시사점

앞선 글에서, 스팀잇에서 주장하는 모토인 '생각의 가치'에서의 '생각'이, 우리가 스팀잇에서 하는 '활동'을 대체로 '창작'에 고착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스팀잇을 통해 글을 쓰는 행위는 (여기서 글을 쓴다는 행위는 자신의 창작물을 전시한다는 행위를 포함한다.) 오롯이 자신의 창작을 드러내는 데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스팀잇에서 하는 활동을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글을 쓰고 나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자신의 글을 알리기 위한 가장 은근한 방법이 바로 '소통'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애초에 자신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알려지지 않는다면, 상대방으로부터 가치나 가격을 평가받을 여지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라니 관점에서 살펴보는 경제활동을 스팀잇에 대입해보면, 세 가지의 경제활동이 모두 일어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사실 현대의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에 의한 교환만을 강조하지, 다른 형태의 경제 활동을 강조하진 않는다. 하지만 보라.

  1. 나에게 댓글을 달고 vote를 한 사람과 소통하고, 시간이 되면 상대의 글을 읽고 또한 댓글을 달고 좋은 글에 대해 vote를 한다. (상호성/호혜)

  2. 높은 스팀파워를 보유한 사람들은 집단의 생태계를 위해 자신의 스팀파워를 임대하거나, 큐레이션하거나 vote를 통해 직접적인 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명성을 쌓음과 동시에,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가지는 스팀잇에 대한 애정과
    결속력을 증대시킨다. (재분배)

  3. 스팀이나 스팀달러를 통해, 괜찮은 컨텐츠를 구매하거나 노고에 따른 보상을 준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가는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각자의 필요에 의해 교환한다. 이러한 행위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UI/UX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체로 국소적으로 이루어진다. (교환)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아직까지 스팀잇의 내부 경제를 설명하면서, 폴라니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의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존재 방식에 대한 인정 척도

스팀잇에 관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생산(노고를 통한 창작)과 투자는 반대의 성향을 띠는 것처럼 일컬어진다. 하지만 역시 이전 글에서 "창작이든 투자든 자신의 존재 방식을 인정받는 활동"이라고 언급을 했다.

이러한 존재 방식을 인정 받는 활동 중에서, 자신이 자신의 창작물에 관해 자신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인정의 한 갈래라면, 또 다른 한 갈래는 자신의 활동이 집단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집단의 개념은 사실 모호하므로, 우리가 소통하는 커뮤니티 정도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결국 존재방식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해당 커뮤니티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의 '활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한 척도는, "각자의 활동이 자신이 속한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가 될 것이다. 폴라니가 제시한 경제활동의 목적 - 개인 상호간의 유대감의 고양과 집단의 결속을 생각해보면, 스팀잇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가치는 결국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결

이러한 의미에서, 어떠한 글이 보상이 많이 받는다면, 이는 집단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의 척도의 측면에서, 단순한 창작이 아닌 "활동"에 대한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글 자체에서는 이러한 점이 명징하기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창작"과 "집단에 대한 활동" 중에서, 우리가 흔히들 떠올리는 "생각의 가치"라는 모토는 후자에 대한 인식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SNS와 비교하였을 때에, 스팀잇이 가지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유명 블로거들이 처음 스팀잇에 진입했다가 적응을 못하고 나가떨어지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체로 "커뮤니티"라는 개념을 떠올리면서 시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음 번에는 생각의 "가격"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한다.


'생각의 가치'보다 '활동의 가격' 글 타래

1부: 서두
2부: 활동의 가치와 폴라니
3부: 생각의 가격:어쩌면 정말로 흔한 것
4부: 상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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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돌이켜보니 보팅할 때 좋은 글도 좋은 글이지만 스팀잇 커뮤니티에 공헌하시는 분들에 대한 보팅도 참 많이했다는 걸 새삼 깨닳았네요 😱 물론...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저도 모르게 집단에의 기여에 척도를 두고 있었던것 같네요 !!
정작 저는 기여를 하나도 🤥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하나 두개 작성해보시면, 아마 본인의 기여를 확인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ㅎ 저는 사실 댓글의 가치를 믿는 편입니다. 글이 글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결국 댓글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들이 건축하는 글의 세계가 풍성해지도록요. :)

매번 써봐야지 하면서 ;; 미루고만 있네요ㅋㅋ 사실 스팀잇도.. 작년부터 눈팅만 계속 하다가 댓글도 최근에야 하나씩 달이보기 시작해서 ㅋㅋㅋ 앞으로 차근차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넵! 응원 드리겠습니다. 소통의 갯수는 선형이기보다, 좀 더 기하급수적이라는 생각도 드니까요, 혹시 초반에 피드백이 많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틈틈히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근에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 간의 연결 관계.

지금 제가 읽고 있는 부분이 이 내용을 다루고 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스팀잇에 대입해서 읽고 있는데,
스팀잇이 꽤나 흥미로운 시스템이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합니다.
그래서 소결에서 정리해주신 내용이 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상호성/호혜' 부분입니다.
'비등가적인 교환'이 별 무리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말이죠.
그런데 스팀잇이 더 발전되고, 더 활성화되면
그때도 '비등가적인 교환'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변질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봅니다.
이건 억측일까요?^^;

간결하게 핵심을 잘 지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결을 어떻게 시스템 관점에서 권장하고 있느냐가 사실 스팀잇을 파악하는 좋은 시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비등가적인 교환은 지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질의 가능성도 있겠으나, (금전적) 이익 이외에 다른 여러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이 핵심입니다. 아마 다음글 - '생각의 가격'에서 서술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누구보다 글을 열심히 읽으시고 소통하시는 @calist님 애정합니다^^

안목있는 다음글도 기대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을 적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

사회경제, 정치경제의 대안적 모델들을 생각해보면 토큰, 커뮤니티, 호혜 등의 요소들을 고려해볼때 저는 상호의존론이 많이 와 닿더라구요. 물론 칼 폴라니가 매우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아담스미스나 케인즈는 너무 층위가 달라서 이런 대안적 모델들이 요즘은 더 주목을 받는것 같습니다.

폴라니의 저서 제목인 " 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 부터 이미 그러한 변화를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장경제로만은 설명이 안되는 담론들이 이어져나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로부터 쌓아올려진 경제학의 이론들을 무척 좋아하긴 합니다. 기존의 경제 이론들이 허투루 구성된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네 물론입니다. 저두 전통적 경제학 이론들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는 케인지언쪽이라 자유주의적 대안이론들에 대해서는 반발감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칼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어보려 했는데 이렇게 스팀잇과 연관시켜 주시니 동기가 더 강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저평가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인류학적 맥락 안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qrwerq 님 자주 뵙게 될 듯...^^ 봇댓리 3종세트 발사했습니다~ㅎㅎ

앗.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뵙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을 자주뵈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시간적 제약이 상당히 있는지라, 느릿느릿 다니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마주하러 다닙니다. 그게 좀 늦어질지라도요ㅎ :)

그저 반가운 마음의 표현이었으니 너무 부담 갖지는 마시길... 스팀잇에서 칼 폴라니라는 이름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 새삼 인사 드렸습니다~ㅎㅎㅎ

폴라니, 처음 들어봤는데요. 스팀잇에 너무 딱 맞는 설명 같습니다.

오늘 글로 또 많이 배우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폴라니 책 주문했습니다 ^^

즐거운 사상의 여행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아도 흥미로우실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잘 주목하진 않지만) 인류학적인 관찰과 분석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인간의 행위의 맥락을 다루는 영역에 대해서는요 :)

스팀잇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멋진 포스팅입니다.

제가 관찰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게 글을 작성하는 데에 도움이 좀 된 것 같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행위에는 이면의 맥락이 존재하고, 맥락을 더듬어가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를 쓰시고 사진을 찍으시는 qrwerq (스냅이 맞나요?ㅋㅋ)의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스티밋이 흥미로와요. 저도 글을 쓰고 타인에 의해 평가받지만, 오늘 글은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홍보해

앗. 감사합니다. 아이디의 스냅을 느끼셨군요ㅎ 저도 살펴볼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많은 분들에게 닿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rwerq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bookkeep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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