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 리뷰) 새로운 도약을 앞둔 경기필의 현재 그리고 희망적 미래. 2018 교향악축제 (180407, 예당)
- 지난 공연에 대한 스스로의 숙제 아닌 숙제는 이 리뷰를 마지막으로 끝낸다.
교향악 축제 덕분에 한 주에 4회의 공연을 접하다 보니, 업무와 함께 내 능력의 과부하로 글을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기를 남기듯 미래의 나를 위한 하나의 기록적 성격이 먼저고, 또한 누군가 보길 원하고, 동조 또는 비판해 주길 원하는 복합적인 성격의 글이기에
쉬운 듯 쉽지 많은 않은 글쓰기 인 것 같다.
그래도 내 느낌 그대로를 타자에 대한 의식없이 자유롭게 쓰려고 노력한다.
연주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 정나라
바이올린 : 김수연
[프로그램]
쇼스타코비치 D. Shostakovich
축전 서곡 Festive Overture, Op.96
브루흐 M. Bruch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Op.26
쇼스타코비치 D. Shostakovich
교향곡 제5번 d단조 Op.47
경기필이 새로운 음악 감독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올 해 9월 비르투오소 시리즈에서 지휘 예정인, 마시모 자네티로 공연에 대한 대화 중 급진전 되어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어차피 성시연 지휘자가 떠나고 공석으로 남은 자리이니 만큼 새로운 감독 선임이 중요했던 터였다.
아직 제대로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향보다 빠른 행보가 긍정적으로 주목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휘자 한사람에 의해 서울시향이 어떻게 변하고 성공했는지 반면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바로 직전 성시연 지휘자에 의해 체계를 다듬고, 도민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제 그 다음을 바라보아야 할 단계인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투자 할 수 있다는 것은 도민이나 가까운 서울의 클래식 애호가들 입장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용히 그 과정과 성장을 지켜보는 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계획대로 훌륭하게 성장해 주길 조용히 응원하겠다.
베를린 시민이, 빈의 시민이 세상 제일 부러운 것처럼. 우리에게도 값싼 가격에 최고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앞서 리뷰에서도 여러 차례(미안하게도) 언급했듯이 직전 공연들, 말러 9번의 실망과 차이코프스키 5번의 만족이 공존하는 감정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이번엔 잘 해낼 수 있을까?
서곡은 문안했다. 길지 않은 서곡의 성격과 일관된 소리와 리듬이 유지되기 때문에 편안하게 집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편안하다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다.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은 밝고 경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준다는 면에서 편안함을 준다 할 수 있다.
집중이 이어져 두번째 공연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큰 만족과 행복을 안겨 주었다.
나에겐 생소한 경기필의 부지휘자 정나라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김수연의 합주는 아주 훌륭했다.
특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김수연의 바이올린 연주가 압권이었다.
격정보다는 안정과 균형의 소리를 들려주며, 아주 정확한 소리를 들여주었다.
전날 서울시향과 함께 했던 클라라 주미강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서로 조심조심 배려하면서 음을 하나씩 메워가는 연주였다고 할까.
지휘자의 컨트롤과 바이올린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김수연의 앵콜 곡 바흐 연주곡에서도 안정과 편안함이 이어졌다. 눈을 감고 들었는데, 너무 편안한 나머지 나른함이 몰려와 잠들뻔했다.
엄마의 자장가 같은 편안한 소리. 김수연의 장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편안함은 이내 깨지고 만다. 인터미션까지 이어졌던 감정의 안정은 관악의 부족에 의해 다시 흐트러졌다.
혹여나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 자체가 아직 내 마음에 와닿지 않은 결과 일 수도 있다.
좋아하지 않는 곡을 듣는 것도 힘든데 연주까지 부족하면 더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늘상 이어졌던 문제가 반복된다. 4명의 호른 파트의 부조화 그리고 현과 관악 파트의 불균형.
현은 확실히 안정되있다. 얍 판 츠베덴 이후라 더더욱 그럴까. 확실히 밀도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관악의 부족함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원래 내가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
안정을 벗어나는 소리를 소음으로 느끼는 태생적 세포 작용이 몸에서 늘상 벌어진다.
예를 들어, 조용한 카페에서 불규칙적으로 다리를 떠는 소리, 강의시간에 간헐적으로 들리는 누군가의 펜 딸깍대는 소리.
오히려 연주를 아주 잘하는 헤비메탈 그룹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잠들게도 한다.
어떤 장르나 상황의 규정된 규칙 안에서 벗어나는 소음, 음정의 불협이 들리는 순간. 몸이 반응 한다.
참 피곤하다.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무디게 살고 싶은데, 태생적으로 그게 안된다.
오감이 예민한 편인데 특히 시각과 청각이 독보적인 예민함을 자랑한다. 휴.
글을 읽는 분들이 내 글에 피로도를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뭘 그리 예민하게 구나. 음악은 기분좋게 즐겨야지 뭘 그리 분석적으로 듣나.
항변하자면 억지로 분석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정도로 클래식 분야에 대한 내공이 단단하지도 않다. 겨우 막 시작한 종이 얇기의 내공 밖에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사실이고, 내 감정의 기록이기 때문에 이해해주길 당부한다. 그리고 미래에 이 글을 볼 나 자신도 여전히 예민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남들보다 발달한 감각의 예민성 때문에 예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반만 성공한 연주였다.
교향곡의 성격상 긴 시간 동안 기본 4악장의 다른 리듬, 속도, 감정, 세기 등을 소화해내야 하기에 연주자들에게 있어서 집중하기 쉽지 않은 연주일 것이다.
그걸 해내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하는 것이다.
도장 깨기 처럼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쌓아가면서 연주자의 실력과 집중도는 성장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건 이 원리는 같다.
올해 예정된 경기필의 비르투오소 시리즈를 보면 그러한 노력을 하려는 것 같다.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계속 호흡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해 나가다보면 또한 한 감독하에 밀도있는 연습을 하다보면, 내년 쯤이면 매우 균형있는 소리를 들려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 때문에 오늘의 불만은 쉽게 잊혀질 것 같다.
[지난 클래식 공연 리뷰]
(클래식 공연리뷰) 지휘자 성시연의 정체성과 서울시향과의 궁합 '환상적' @2018 교향악축제 (18.04.06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6
(클래식 공연리뷰) 샤오치아 뤼 with 백건우, 그들의 농익은 합주. 대만국가교향악단 (18.04.05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with-18-04-05
(클래식 공연리뷰) 2018 교향악 축제 : 신세계로부터 멀어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180403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3
꼭 지켜야 할 클래식 공연 관람 에티켓
https://steemit.com/kr/@arteo/4dtdg9
(클래식 리뷰) 스타콘서트 :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with Tamas Palfalvi (2018.03.30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with-tamas-palfalvi-2018-03-30
(클래식 공연리뷰)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의 차이코프스키 No.5 _180323 예술의 전당
https://steemit.com/kr/@arteo/jaap-van-zweden-no-5-180323
전 관악파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아시아권 오케스트라가 가진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렇게 말하면 같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것처럼 느껴져서 저 스스로도 조심스럽지만... 폐활량 측면에서 평균적으로 서구권인들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지금껏 본 오케스트라 연주를 토대로 생각했을때요 :) 그래서 관악이 중요역할을 하는 곡이 포함된 공연일때는 전 그 공연을 선뜻 예매하지 못하겠더라구요 ㅠㅠ
@relaxkim 검은돌님이 리스팀해주셔서 좋은 글을 읽고갑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저도 그 태생적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종별로 스포츠 종목의 우위가 갈리는 것도 이런 이유이구요. 그게 폐활량의 차이인지는 저도 아직 글을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경험상은 동의합니다. 숨을 디테일하게 사용 못하는 걸 많이 느낍니다. 외국 단원과 차이도 심하구요. 현은 오히려 훨씬 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가봐요. 이 포스팅 보니 조만간 클래식 공연 보러가고 싶어지네요 ㅎㅎ
아니요~ 그냥 좋아해서 장르 불문하고 많이 듣는 편입니다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 대체 그 음악의 맛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읽고 나니 더욱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못먹던 음식이 혀에 달라 붙을 때가 오듯, 음악도 가슴에 맛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ㅎㅎ 편하게 즐겨보세요~
지역 관현악단을 사랑하는 경기도민으로서 관악파트에 사골 선물세트라도 보내야 하나 싶습니다. 흠... 이것도 김영란 법 위반이 되려나? ㅋㅋ
사골 인당 한개씩이면 3만원 안넘을거에요 ㅎㅎ
아하... 그런데 그 정도 예산이면 미국산밖에 없을텐데 그건 또 싫으네요... 그 돈으로 걍 공연이나 꼬박꼬박 가는걸로...ㅎㅎ
정답이세요 ㅎㅎ 앞으로 좋은 공연들 많을거 같은데 좋으시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는데 꼬박꼬박은 힘들 듯요. 얍 판 츠베덴으로 스타트는 끊었는데 즈나이더랑 주커먼은 미리 예매해 놓은 다른 공연이랑 겹쳐서 못 갈 거 같네요... 7월에나 보자 경기필~ㅋㅋ
오! 자주 다니시네요! 아주 바람직한 지역 주민이십니다 ㅎㅎ 전 다니엘레 가티 기대중입니다! 베를린에서 듣고 반해서.. 로얄콘체르트허바우 수장이기도 하구요
정격 관현악을 이 정도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축복을 마다하는 게 이상한 거죠. 납세자의 권리 아니겠습니까? ㅎㅎ 저도 7월 이후에는 가급적 챙겨서 가려구요. ^^
자주 들으면 생기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한 파트 전체가 약하면 정말 듣는 내내 조마조마할 수 있겠어요. ㅠ
네 맞아요. 평소 명연들 위주로 거의 듣게되다보니 그 연주에 귀가 익숙해진게 문제아닌 문제 같아요 ㅠ 조마조마 한 자체가 음악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방해하다보니...
아... 맞아요. 그러고 보니 듣는건 모두 명연이었어요 ㅠ
네... 그래서 공연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중입니다. 현장 분위기 저녁식사 등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말이죠! ㅎㅎ 예당 근처 맛집이 많이 생겨야할 이유이겠죠.
아는 만큼 들리는 거 같습니다.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은 관악의 부족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느끼지 못할테니까요. ^^
자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족한 부분들이 들리게 되더라구요~^^ 음정나간 가수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말이죠~
!!! 힘찬 하루 보내요!
늘 응원 감사합니다!
경기도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는지 몰랐어요
부끄럽네요 ^^;
웬만한 도에는 다 있습니다 ^^ 관심분야가 아니면 모를수도 있죠~ 부끄러워 마시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