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리뷰) 2018 교향악 축제 : 신세계로부터 멀어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180403 예당)
지휘 :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
베토벤 : 에그몬트 서곡 Op.84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 Op.37 with 김대진
intermission
드보르자크 : 교향곡 9번 e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일단 외국인 지휘자를 선임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향악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뜻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클래식 음악 자체가 그 탄생이 서양 유럽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확률적으로 본토가 인적 인프라나 교육적, 사회적 인프라가 역사와 전통 만큼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당연한 논리다.
대구시향의 연주는 사실 처음 접해본다.
작년도 교향악 축제를 접할 인연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대구와는 거리적으로나 활동 반경 측면에서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관심도에서 일정부분 벗어 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교향악 축제는 최대한, 물론 좋은 연주, 곡이 있는 한에서, 충분히 즐겨보기로 마음 먹었던 터였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일단 서두에 밝혔듯 2014년부터 외국인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를 선임하고 클래식 저변 확대에 나섰다. 그리고 프로그램도 내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선곡으로 베토벤의 곡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4악장 테마로 유명한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세계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연주 였다.
가장 큰 폐단은 공연 전날 귀를 예열하기 위해 유투브에서 카라얀의 빈필 연주를 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정도 까지 바란 건 절대 아니다. 난 무리한 양아치가 아니다.
하지만 기본은 해주길 바랬다.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를 실황으로 듣는다는 그 자체에 대한 만족감만 충족하고 간다면 충분히 기분 좋은 하루였으리라
연주 실력이 엄청나기를 바란 것도 아니다. 빈필이나 베를린 필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 나라에도 세계적인 일등 오케스트라 말고 지방의 여타 소수 지역 오케스트라가 많을 것이고, (들어 보진 않아 예상이지만 그래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일등과의 연주 실력 차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클래식 주류의 나라보다도 변방의 나라에서 그것도 문화 투자가 나름 활발한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오케스트라라면 그 만큼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을 것이 뻔하다.
당시의 기분보다 오히려 지금 리뷰를 쓰는 시점에선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다.
연주를 직접 받아들이며 생리학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직접적인 감정과, 글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이유와 상황 여타 저변을 생각하고 있는 간접적인 지금의 감정은, 내가 너무 성급하게 부정적인 판단을 했나 싶기도 하다.
지인 중 클래식 애호가 한 분이 본인은 지역 오케스트라 연주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이유가 연주실력도 부족할 뿐더러 그 연주곡에 대한 기존의 호감정이 악감정으로 변하는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덧붙인 말씀이, 그들의 연주가 퇴색되고 정체 되는 것은, 악단 연주자들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한 번 단원으로 정착하면 마치 공무원의 평생 직장처럼, 보장된 직업으로 실력 향상은 차치하고라도 연습을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들어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분명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곳이라도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니 대충 왜 지금 같은 현상들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하다. 각 오케스트라는 실력에 따라 언제든지 단원을 오디션하고 교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들어 2년이라던지 기간을 정하고 단원의 계약 기간 동안은 보장하되 그 기간이 지나면 새로 오디션을 보고 비교해서 그 실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주자가 연주가 더 뛰어나다면 바꾸면 된다. 잔인하다고? 연주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도태되야 하는 것이 맞다.
아주 쉬운 논리다. 고인물이 썩어가고 그 썩은 물을 마시는 대중들은 그 물이 썩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더이상 물을 마시지 않는다.
시에서 정화장치 마련 대신 그 물이 나오는 호수만 화려하게 바꾸면 무엇하나, 물의 질은 썩은 채 그대로인데.
정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0년 가까이 매년 벌어지는 교향악 축제는 축제로써도 바람직 하지만, 각 시도의 오케스트라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의미있고 특별한 장이다.
한화라는 그룹이 개인적으로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매년 클래식에 대한 투자는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였다면, 연주력과 음악 해석 등 음악을 얼마나 잘 하는지를 가늠하고 매년 최고의 연주, 곡해석, 오케스트라를 선정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리고 시 또는 기업에서 많은 후원금을 상금으로 걸고, 수도권 큰 홀에서 몇회의 연주 기회를 주는 등을 혜택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럼 각 오케스트라에게도 단원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고 자연스러운 정화작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클래식 관객들의 만족도는 커지고, 새로운 관객들도 유입되고, 결국 음악 분야 자체가 부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가 그러하 듯 큰 그림을 두고 탓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병폐 그 작은 차이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며 바른길을 가다보면, 큰 그림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속은 썩는데 겉만 멀쩡한 사대강 사업, 한강 르네상스를 보라, 둥둥 떠다니는 세금 500억짜리 퇴물과 녹조로 뒤덮인 우리내 아름다운 강을.
그 당사자를 욕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그 때는 겉 멋에 홀려 몰랐지 않은가. 이젠 겉모습보다는 속내를 들여다 보는 국민적 사고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너무 멀리 갔다가 왔다..
작은 클래식 분야를 설명하다보면 나라 전체의 그 구도 그대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그림을 보고 판단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제도적 관점에서 리뷰를 써본다.
물론 디테일하게 음악을 판단하면, 좋은 말이 나올리가 만무하지만, 그들 실력보다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모든 오케스트라의 핵심은 현도 물론, 아주 당연히 중요하지만, 관악의 성폐가 그 실력과 흐름을 좌우하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 마다 해외 관악 연주자를 쓰는 것을 보면, 그 만큼 우리나라 관악기 연주자들의 저변이 약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는 특히 관악이 매우 중요한 곡이다.
하지만 어느 악기 하나 제대로 소리를 내주지 못하고, 음의 균형, 강약, 박자 등 모든 것이 어긋 났다.
자신 있는 연주에는 자신 있는 소리와 박자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몸에 익어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가 되려면 그만큼의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
연습이 없으면 자신의 실력에 의문이 생기고, 당연히 소극적인 연주로 음이탈 등 안 좋은 소리가 날 확률은 커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악기는 단원도 많고 오히려 그 소리 속에 실력이 묻힐 수가 있지만, 관악기는 적은 인원에 두드러진 악기 소리 때문에 작은 실수가 곡의 흐름을 흐트러 뜨리고, 더욱 뚜렷하게 실수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연습부족, 자신감 결여, 실력 부족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평생 연주하며 살아왔던 그들이 실력이 부족할 리가 만무하다.
제도가, 정신 상태가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2018 교향악 축제를 계기로 무언가 전환점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성대한 클래식 파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미래를 위해 하루 빨리 제도적 차원에서의 변화들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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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주앙 피레스 선생님 같은 분은 악보를 실수로 안가져와도 연주 잘 하시던데.. 하기야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악보 넘길 시간도 없다군요.
비교대상이 아닐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곡의 느낌을 공감하려면 최소한 연습은 충분히 되어있어야 하는데.
연주를 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업인만큼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경우가 많음을 느낍니다. 회사원이라면 업무 태만 능력부족으로 단번에 퇴직처리 될텐데 말이죠 ㅠ
직업의 안정성이 필요하기도 한데, 독이되는 경우도 있어서 어떤게 좋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더라구요 ㅠ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