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리뷰) 샤오치아 뤼 with 백건우, 그들의 농익은 합주. 대만국가교향악단 (18.04.05 예당)

in #kr6 years ago (edited)
  • 사족이지만 지난주 교향악 축제를 즐기느라 리뷰 업로드가 늦어졌다. 매일매일 클래식과 함께 하는 저녁의 행복에 만취된 나머지 이제서야 숙제를 하고 있다. 지난주의 기록들을 천천히 진솔하게 눌러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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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교향악 축제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공연이었다.
일단, 프로그램이 취향저격이었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다만... 앞서 이틀전의 경험으로 체화된 트라우마(곡만 좋다고면 될게 아니라는 것..)로 인해 사실 낯선 대만 국가 오케스트라에 대한 불신이 기대보다 지배적이었음은 이상할리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미리 찾아본 지휘자의 보장된 경력, 오케스트라에 대한 평가 그리고 백건우. 그 이름 석자 때문이이었다.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멀어진 연주에 대한 지난 리뷰..
https://steemit.com/kr/@arteo/2018-180403

리스트 협주곡 1번은 미녀 여전사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지휘자 아바도 협연 실황 음반을 아주 애정하는데,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께서 어떻게 표현할까.
또한 대만의 지휘자와 어떤 협연을 보일 지가 궁금함으로 다가왔다. 일단 경력상으로는 무시 못하는 분들의 협연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샤오치아 뤼 지휘자는 대만 출생으로 미국 인디애나음대와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세개의 메이저 대회(프랑스 브장송, 이탈리아 안토니오 페드로티, 네덜란드 키릴 콘드란신)에서 우승한 전력!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백건우 선생님은 바야흐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다.


연주 : 대만국가교향악단(NSO)
지휘자 : 샤오치아 뤼
피아노 : 백건우

[프로그램]

고든 친 G. Chin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원주민 노래” 중 ‘춤추는 노래’
‘Dancing Song’, from “Three Aboriginal Songs for Orchestra”

리스트 F. Liszt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장조 S.124
Piano Concerto No.1 in E♭ Major, S.124

차이콥스키 P. I. Tchaikovsky
교향곡 제6번 b단조 Op.74 “비창”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



처음 시작은 경쾌했다.
당일 연주의 첫 곡은 보통 가벼운 서곡 느낌으로 그날 연주 행방과 색 그리고 컨디션을 가늠할 수 있는 연주라 볼 수 있다.
처음 듣는 곡은 매우 경쾌 했다. 그리고 속도감 있었다.
속도감 있게 가벼운 터치로 시종일관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연주되는 곡은 봄의 기운이 겨울을 뚫고 기지개를 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기대반 우려반이었던 내 가슴의 지렛대는 조금 기대 쪽으로 기울어졌다.

짧은 첫곡 후 이어지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백건우 선생님이 지휘자와 함께 등장했다.
앨범으로 주로 접해왔고, 실제로 연주를 접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 기대는 더욱 컷고, 확신보다는 의구심 아니 미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의 공존쯤 되는 감정이었다.
하얀 머리칼의 풍채 좋은 백선생님의 등장은 무대 전체 분위기를 한 톤 가라앉혀 중심을 잡아 주는 듯 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시작은 첫곡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일관성 있는 연주를 한다는 것. 그것은 그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만들어 주고, 평균적인 연주 실력은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말해준다.
가벼운 연주가 무거운 연주보다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가벼운 것은 빠른 템포로 리드미컬하게 유려하게 자유자재로 흐르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무거운 특징은 장중하고, 엄격하고, 묵직한 타격으로 감정의 깊은 내면까지 건드리는 장점이 있다.
곡에 따라 가벼움과 무거움을 자유자재로 전환한다면 세계최고가 되는 것이다.
최고라고 뽑는 베를린필, 빈필, 로얄 콘체르트 허바우가 그런 오케스트라 인 것이다. 무겁지만 빠르고 유려한 신들린 연주를 베를린필을 통해 맛보았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충격과 여운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는 농익은 소리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 참 성의없는 당연한 표현이려나.
하지만, 가장 적합한 표현 같다.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힘이 세지도 가볍지도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딱 적절한 연주.
오랜 세월의 농익은 연주자만이 펼칠 수 있는 내려놓음의 미학이 아닐까.
백건우와 샤오치아의 대만 오케스트라는 이렇게 합을 이루었다.
젊은 아바도의 베를린 필과 젊은 여장부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웅장한 타격감의 결정체라면, 오늘의 연주는 인생의 쓴맛을 알고 적당히 내려 놓을 줄 아는 두 거장이 만드는 하모니라고나 할까.
부드럽다고 강조와 장엄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적당하다고 소리가 적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적당함. 오늘 두사람의 협연이었다.
두 사람이 언젠가 또 다시 만난다면 언제라도 달려갈 것이다.

차이코프스키 비창.

대만 오케스트라는 아시아에서 수준급의 연주를 한다고 알려졌다. 늘 그렇듯 이 또한 홍보의 일환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직접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들은 후 대만오케는 확실히 아시아에서 탑권을 형성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 자처해서 홍보 해주려고 한다.
정명훈 시절의 서울시향을 보는 듯한 해석력과 수준 높은 연주력을 맛 볼 수 있었다.
각 파트가 어우러지는 하모니는 지휘자의 성향에 맞게 강약 조절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며 유려한 리듬을 형성했다.
교향곡에서 현과 어우러지는 적당한 소리를 내는 관악 파트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금 세도 혼자 튀고, 약하면 현에 묻히고, 또 조금 세면 (호른의 경우)코끼리 무리가 등장하고, 조금 작으면 음정이 나가기 십상이다.
대만오케의 관악은 그 적당함을 해내고 있음에 분명하다. 최근 들은 연주들 중 가장 깨끗한 관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과하지 않지만 할일을 다하는 관악.
특히 호른. 마치 호른 성애자처럼 호른 소리에 집착하는 내게 아주 기분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오보에, 플룻은 현을 타고 흐르면서,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물이 튀어 오르듯 맑게 튀어 올랐다.
팀파니는 가장 밑에서 균형을 잡고, 현과 관악의 강약 조절에 힘을 보태 주었다.

러시아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격정적인 비창에 익숙했던 나에게, 신선한 하지만 또 하나의 기준으로 다가온 연주였다.
(테오도르 쿠렌치스, 므라빈스키 비창 연주로 유명한 지휘자)

연주 후 백건우 선생과 지휘자 샤오치아의 사인회도 있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의 인상을 보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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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 스타콘서트 :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with Tamas Palfalvi (2018.03.30 예당)
https://steemit.com/kr/@arteo/with-tamas-palfalvi-2018-03-30

지난 리뷰 :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의 차이코프스키 No.5 _180323 예술의 전당
https://steemit.com/kr/@arteo/jaap-van-zweden-no-5-180323

앞서 언급한 차이코프스키 6번

므라빈스키

테오도르 쿠렌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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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갔네요... 글을 보니 다녀온듯 생생해서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취미가 있으시군요! 반갑습니다 ^^ 그리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행복한 공연이었습니다.

네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이라서 가급적 공연도 보러가려 애를 쓰긴 하는데, 생각만큼 잘 안되더라구요. 제 글에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주 찾아주세요 ^^ 사운드에 모르는 건 자문 구해야 겠습니다

사인회도 하고 좋은 음악도 듣고 부럽습니다^^

제가 직접 사인을 받진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연주자를 보는 건 왠지 기분좋은 것 같습니다. 부러우시면 지는 겁니다. 같이 즐기시면 되요 ^^

네. 저도 여기서 가끔 공연을 가는데 저렇게 지휘자나 연주자를 바로 눈 앞에 두고 보는 팬서비스는 잘 없더라고요. 일단 오늘은 지는걸로 하겠습니다.^^

다음엔 꼭 이기시길 응원합니다! 사인회는 깜짝 이벤트였답니다.

!!! 힘찬 하루 보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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