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일회용 다짐하기 : 런던 대영박물관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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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영박물관 다녀왔다. 하루종일 봤다. 오늘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눈과 뇌가 과부하가 일었다. 너무 많이 보면 뭘 봤는지 까먹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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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대영박물관을 다녀왔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만큼 그 방대한 전시물들 앞에서 헤매이기만 했으며 수많은 인파들에게 부대끼며 대략 눈을 스치고 왔다-라는 정도의 표현이 적당할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영박물관의 인증샷으로는 이 사진이 지금 나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


설령 전시물 하나하나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스쳤다 하더라도, 작품의 원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관람을 했다 하더라도, 그래도, 어떤 것에도 '첫인상'은 항상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라고 스스로 겨우 위로하며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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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아시리아,이집트,그리스,마야,아프리카 등등 수많은 문명의 예술품들을 보았다. 각 문명들에 대해 난 문외한이지만 거의 모든 예술품들이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경탄하게 만들었으며 때로는 그 익살스러움에 웃음짓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정말 존경과 숭고의 존재로 다가왔다. 오디오가이드를 귀에 꽂고 다니긴 했지만 이렇게나 멍청한 상태로 이 엄청난 예술품들을 본다는 것 자체에 일종의 도덕적인 죄책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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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예술품의 조형은 그 문명을 대변한다. 역시 당연한 것이지만 다들 각자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만약 예술품으로만 기준을 놓고 지구에서 태어난 문명들의 수준을 결정한다면 동시대 예술이 결코 상위랭크에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몇천년 전 사람들이 만든 것들은 정말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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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판테온 신전을 재현해놓은 그리스 전시실이었다. 그리스의 인체 조각상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심지어 그리스 조각은 대부분이 잘려나가고 아주 부분만 남은 것이라도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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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거치며 원본의 모습이 손상되어 잘려나가고 부서진 것 앞에서 '이것이 만약 잘 보존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부서진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상상이란 것은 위대한 것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판테온 신전은 부서진 잔해들로 하여금 더욱 더 위대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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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조각들은 원래 하얀색이 아니라 색칠된 것이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화려한 색으로 칠해진 판테온신전 눈 앞의 조각상들을 잠시 상상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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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세계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인증샷 배경으로 전락해버린 이 대영박물관 속 미술품들 중 몇몇들은 아마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미적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감히 맘놓고 쳐다보지도 못할 무시무시한 숭고와 공포의 존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 예술품들이 이렇게 옛 영광을 잃고, 단지 형상의 아름다움 때문에 현대인에게 단지 몇 초를 할애하는 인스타그램 배경으로 전락하여 조롱당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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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을 나오며 무지한 내 머리를 또 한번 자책했다. 좀 더 박식했더라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세계사 공부를 한 번 해볼까... 하는, 내일이면 까먹을 일회용 다짐을 하고 말았다.




@thelump




화가의 여행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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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서 이 귀한 작품을 보내요. 참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전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을 3번이나 갔드랬죠. 딱 루브르 박물관만 보고 왔어요. 제가 준비 없이 갔던 탓에 3번 다 휴관일! 다음에 가게 되면 알아보고 공부 좀 하고 가야겟네요.
고대 예술품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경의로움과 아름다움을 느껴져요. 굳이 여러번 생각하고 파헤치지 않아도 말이죠. 그래서 클래식은 영원한가 봅니다. 좋은 작품 감사드려요.

저도 프라도 미술관을 가려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갔는데 휴관일이라 못 보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그 덕에 다시 스페인을 가야지! 하는 훌륭한 핑계거리를 두고 왔지요 ^^

그러네요. 저도 다음엔 루부르 꼭 가서 작품 봐야지 하고 있네요. 훌륭한 핑계거리~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것 같아 부럽습니다 :)

여행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때는 4년 전인데, 미국-유럽을 6개월간 정말 마음먹고 나갔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직업상 출장? 개념으로요 ㅎㅎ 한 번은 유럽의 미술을 탐방해야되지 않나..싶은 심정으로요. 물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여행을 즐기진 않습니다. 참 이상하죠 ㅎㅎ

부럽습니다. 여행을 6개월이나 직업상 하는... 멋진 직업입니다!!

다음에는 제 돈 안 내고 가는.. 진짜 직업상의 여행을 가보고 싶네요 ㅎㅎ

사진보니까 대영 박물관 갔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나라 유적지를 뜯어갈 발상을 하다니 참ㅋㅋ

맞아요. 그리고 팜플렛인가..오디오 가이드인가.. 암튼 유적 모조리 침탈해왔으면서 기증자의 생색은 또 엄청 내더라고요.

와 위에서 네 번째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

어쩜 저리도 정교하게 잘 만든건지 대단합니다.

거대한 조각상들 보면 고대인의 스케일은 이런가? 아니, 얼마인걸까? 생각이 들어요. 실내에 있을만 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데.. 석상 파괴하고 막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거 생각하면 저렇게 보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해야될지... 두번째 것은 재밌게 보여요. ^ㅇ^

외계인들이 만들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볼수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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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들이 이렇게 옛 영광을 잃고, 단지 형상의 아름다움 때문에 현대인에게 단지 몇 초를 할애하는 인스타그램 배경으로 전락하여 조롱당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씁쓸하기도 했다."

라는 문장에서 멈취서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왠지 찔리네요.. :)
SNS를 시작하고 사물을 볼때 포스팅용 사진이 될 수 있냐가 기준으로 되어 버린건 아닌지...

그러면서도 저도 각도를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ㅎㅎㅎㅎ 뭐 어쩔 수 없네요.흐흐

제가 오늘,,, 아니 어제인가? ㅋ 송아님 뉴비 지원하는데 오쟁님 추천했어요 ㅋㅋㅋ
https://steemit.com/kr/@songa0906/27zgda

감사합니다..ㅠ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ㅋㅋ

역사를 모르는 관광객에게 박물관의 기능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네요. 해외의 랜드마크같은 큰 박물관을 가게되면 공부를 좀 하긴해도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어쩌면 인스타그램용으로 찍기 위해서라도 그나마 사람들은 가게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인스타 배경으로 가면서 예술품들은 쿨하거나 힙한 것이 되어가고 있죠. 고대인들이 살아난다면 반기는 창작자도 있을 것 같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창작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박물관에서 예술 작품 구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조금씩 그 매력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ㅎㅎ 박물관 잘 구경하고 갑니다!

어릴때는 일단 어른들이 데려가는 대부분의 곳 - 박물관, 미술관, 절, 꽃, 이런거 다 싫지 않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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