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시카고 미술관에서의 메모
시카고에 머무는 동안 총 4번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방문했다. 방문할 때마다 작품을 보면서 잔뜩 적었던 메모를 일부 옮겨본다.
고전회화를 감상하는 방법을 전환해야겠다. 생각해보니 난 여태까지 그림을을 감상할 때, 내 눈의 감각에만 의지하는 다분히 형식주의적인 감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려한다면 난 이번 여행에서 아주 극히 일부분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난 날들, 나의 아주 건방졌던 관람 태도가 떠올랐다.
작품은 작품 자체로만 형식 그 자체로만 느껴야된다는 신념으로 오로지 내 주관적인 감각에만 의지한 채 감상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듣고 보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스로 교만한 태도를 유지한 채로 어떤 갤러리나 미술관을 가도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 따윈' 거의 듣질 않았다.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타지에 여행을 오니 지난 날의 과오가 불쑥 나타나 날 낯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사실적인 재현법을 취하고 있는 그림은 그저 사진을 보듯 감상할 뿐이다. 가령 그게 인물이라면 "누군데?"라는 질문 이외엔 별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성격의 회화(특히 고전회화)는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회화의 형식적인 부분을 보고 "와 사진처럼 잘그렸네, 죽인다!"라고 더이상 감탄하지 않듯이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림의 재현법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읽어야 재미를 느낄 것이다. 또 그림의 역사,신화,종교적 배경이 되는 내용을 공부하여 눈 앞에 있는 그림을 감정해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다. 즉 현대미술이 아닌 고전미술이라도 사전 지식이나 공부 없이는 감상의 재미도 없다는 것.
반면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그림, 디오니소스적 도취에 빠져 붓질과 함께 그림임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는 회화들이 있다. 이런 회화들은 원래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 내 분야이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반갑고 감동스럽다. 윌리엄 터너, 컨스터블, 엘 그레코의 회화. 특히 엘 그리레코의 회화는 정말 신들린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런 그림
모네. 말년의 연못 그림은 확실히 조금은 지루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다. 그의 말년의 연못그림은 대상의 광학적 재현에서 벗어나 그림 속에 자신만의 단축법, 강력한 주관적 언어를 구축하고 있었다. 집요하게 보고 보고 또 보았던 모네는 비로소 말년에 보는 것의 집착에서 어느정도 탈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빠진 시력이 한 몫 했을까? 모네의 커다란 연못 그림 앞에서 한동안 떠날 수가 없다. 너무나도 강력하다.
인상주의 그림은 공부없이도 즐길 수 있는 장르 중 하나.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재현법 안에서 감각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 그래서 미술사조중 가장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세잔은 어렵다. 자신의 감각을 쉽게 내주질 않는다. 사과를 그린 그의 정물화, 지나쳐버릴까 하다가 자꾸 다시 뒷걸음쳐 보게 되는 그림. 그리고 묘하게 빠져드는 그런 매력이 있다. 그의 말년작 생트빅투아르 산 그림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다른 모든 그림들을 다 KO시킬만한 그런 강력함이 있을까? (적어도 도판에서 볼 땐 그랬는데..) 이번 여행 중에 단 한점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흐의 그림은 정말 그림의 All About 이다.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고흐의 그림보다 더 그림다운 그림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유머조차 지니고 있다. 고흐 그림 옆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그림은 정말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
@thelump
화가의 여행 시리즈
좋네요.
감사합니다 :)
아니 이런 훌륭한 글이 무플이라니... 봇댓리 3종세트 갑니다~^^
세트선물은 언제 받아도 기분이 좋아지네요...감사감사!!^^
저는 고흐의 노란방 특별전 때 시카고 갔었어요. .그래서 3개의 노란방 그림을 동시에 보는 특권을!
와와. 노란방 그림이 3개나 있었군요! 몰랐던 사실...!!! 이렇게 나란히 있으니까 묘하네요. 정말 모든 그림이 고흐는 본인의 자화상 같습니다.
네, 시카고, 빠리, 암스테르담에 있었는데 저 온다고 한 자리에 ㅎㅎ
선택받으신 분이었군요. 다음에 다른 미술관 방문하실때 귀뜸좀 해주시면..ㅎㅎ
사실은 아내가 이 전시 보려고 시카고 여행을 계획한 거에요 ^^
와. 충분한 여행의 동기가 됩니다.
정말 가고 싶은 미술관이네요.
시카고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죠 ^^
아무래도 저같은 초보들이 즐기기에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편한거 같습니다
집에 걸어두기에는 인상주의 그림만한게 없죠 솔직히 ㅋㅋ
재밋네용 ㅋㅋ 새삼스럽게 정말 클래시컬 하네요
클래시컬한게 신선할 때가 있죠 ㅋ
인상파 그림이 좋은 것은 그림도 예쁘지만 종교적 색채가 별로 안보여서요. 아..주 일반적인 그림 모르는 사람..인 제 개인적 생각이예요.^^
개그글? 같은 거 보면 유명 미술관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감상할 시간도 없다든데 사진찍은 저 곳은 한산해ㅂᆢ여요. ^0^
아마 우글우글 사진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앞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다른 곳은 시간만 잘 골라가면 여유있게 감상했던 것 같아요. 저도 모나리자 보러갔을때는 사람이 정말 토할 정도로 많아서 차라리 그 광경을 사진으로 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짱짱맨 부활 감사합니다!
세잔 그림은 정말 도도하고 세련되고 얄미워요.
격이 다른 뽐냄이 있는 것 같아요.
도도하고 세련되고 얄밉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ㅎㅎ 세잔처럼 세련된 그림, 저는 못 봤네요.
대박사건!!
감상 잘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