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3-5

in #kr-series5 years ago (edited)

스무 살 12월쯤 2층 주방으로 올라갔다. 나 홀로 냉면부였고 냉면부장은 공석이었다. 그래서 난 주방장에게 냉면을 배웠다. 냉면의 생명은 면의 쫄깃함이다. 두말하면 입 아프다. 면이 쫄깃하려면 반죽을 잘해야 하고, 잘 익혀야 하며, 불기 전에 먹어야 한다. 익히는 법은 1층에서 배웠으니까 반죽을 배워야 했다.

아, 먼저 면 익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어떤 음식을 하든 팔팔 끓는 물에 재료를 넣으면 안 된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찬물을 살짝 넣어서 온도를 낮춘 다음에 넣어야 한다. 냉면도 그렇다. 물이 팔팔 끓으면 찬물을 넣어서 온도를 살짝 낮춘 다음 면을 짠다. 몇 번만 하면 얼마큼 짜야 1인분인지 감이 온다. 면이 냉면가마로 짜지면 쇠막대('냉면칼'이라고 불렀다)로 휘휘 저어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해준다. 물이 끓으려고 폼잡으면 재빨리 망으로 건져내야 한다. 이미 물이 끓으면 면이 너무 익어버렸다는 신호이므로 그 면은 버려야 한다. 참고로, 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그런 면이 아니다. 직접 반죽한 면이다. 그럼, 슈퍼나 마트에서 파는 면은 얼마나 익히면 될지 알려주겠다. 난 친절한 작가님이시니까.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냉면은 면이 매우 얇아서 면을 넣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망한 거다. 끓으려고 폼 잡으면 바로 꺼내서 얼음물에 넣어야 한다. 찬물 절대 아니다. 무조건 얼음물이다. 순식간에 식히지 않으면 면이 불어버려서 그 면은 망한 면이 된다. 그다음엔 면을 빡빡 씻어야 한다. 손빨래하듯이 뿌득뿌득 씻는다. 그래야 겉에 묻어 있는 녹말가루가 떨어진다. 이게 떨어져야 면에서 밀가루 냄새 등이 안 나고 면은 더 쫄깃해진다. 이 과정을 하면 손이 땡땡 얼어버린다. 하하하하. 그다음엔 면을 꼭 짜야 한다. 물방울 하나 안 나올 정도로 짜야 냉면 다데기와 육수가 면에 잘 붙는다. 꽉!!! 짜지 않으면 면에 양념이 잘 묻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

어때??? 나 냉면부 출신 맞지?

이제 반죽하는 법을 설명해보겠다. 냉면은 100% 전분을 썼다. 이 비율은 가게마다 다르다. 메밀가루를 섞는 집도 있지만 내가 일한 곳에선 전분만 100% 썼다. 그래서 면이 약간 하얗다. 전분은 매우 잘 익는다. 0.01초 만에 익어버린다. 그래서 반죽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반이 익어버리는데, 뜨거운 물로 반죽하기 때문이다. 왜 뜨거운 물로 반죽하느냐면, 뜨거운 물로 반죽해야 면이 쫄깃해지니까. 이는 냉면만이 아니라 일반 밀가루 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두피도 뜨거운 물로 반죽해야 피가 쫄깃하다. 화상 입을 정도의 100℃의 팔팔 끓는 물로 반죽을 하는데 물을 살살 넣으면서 잘 섞어준다. 그다음엔 문대야 하는데,,, 팔 힘으로는 절대 반죽이 안 된다. 반죽은 허리로 해야 한다. 자세는 이렇다. 두 팔을 쫙 펴고는 온몸의 체중으로 반죽을 눌러야 한다. 왼손 오른손 번갈아 5~10분 눌러주면 반죽 한 덩어리가 나온다. 물론 땀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땀은 반죽으로 떨어지고 반죽은 짭짤해진다. 크하하. 농담이고, 땀이 줄줄 흐르기 때문에 땀이 반죽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한 포대 반죽하면 녹초가 된다. 그래서 여름엔 기계로 반죽한다. 기계 반죽과 손반죽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손반죽이 기계 반죽보다 더 쫄깃하다. 겨울엔 하루에 잘해야 20그릇 나가기 때문에 손반죽했다. 쉬엄쉬엄. 반죽 한 덩어리는 대략 냉면이 대략 6~8그릇 나온다. 그러니까 반죽은 하루에 3~4덩이면 충분했다. 전분 한 포대가 18킬로였는데, 여름엔 하루에 10포대 이상 반죽을 해야 했다. 뜨거운 물로 반죽했으니까, 물론 땀을 줄줄 흘리면서. 다이어트하고 싶으면 여름에 냉면부 하면 된다. 내가 다음 해 여름 냉면부를 하면서 살이 2킬로가 빠져 46으로 빠졌다. 170에 46킬로. 여름에 반죽만 하던 형은 두 달 만에 살이 8킬로 빠졌다. 크하하.

난 겨울이라는 장점을 활용해서 반죽을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반죽을 해선지 근육이 생겼는데, 이때 팔씨름도 엄청나게 잘했다. 한번은 친구들이랑 놀다가 팔씨름을 했는데 내가 거의 다 이겼다. 내 인생 최대 근육을 가졌던 때였다. 하하하. 반죽 외엔 종일 칼질을 했다. 주방엔 썰어야 할 채소가 무진장 많다. 하루에 대략 4~6시간은 칼질을 한 것 같다. 난 전 냉면장이 쓰던 칼을 물려받았는데 칼은 괜찮았다. 하지만 주방장 칼이 늘 부러웠다. 주방장 칼은 스치기만 해도 손에서 피가 떨어질 정도로 날카로웠다.

"요리사는 칼이 생명이야. 칼 좀 갈아라."

날 칼을 갈기 시작했다. 칼 가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 그냥 갈았다. 한 달 쯤 갈았는데도 칼은 전혀 날카로워지지 않았다. 흠... 왜 그러지? 난 다른 사람들이 칼을 갈 때마다 옆에서 구경하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칼 가는 법을 배워 다시 갈았다. 하지만 칼은 날카로워지지 않았다. 난 시간이 날 때마다 칼을 갈았다. 갈고 갈고 또 갈았다. 그런 내 모습이 한심했는지 주방장님이 갑자기 다가왔다.

"야, 넌 칼을 매일 가는데도 칼이 왜 그 모양이냐? 잘 봐."

그러곤 칼 가는 시범을 정말 딱 2초 정도 보여줬다.

"봤지? 이렇게 갈아."

"네."

난 주방장님의 2초간의 시범을 내 뇌 속에 풀HD급 동영상으로 저장한 다음 수십 수백 번을 리플레이 했다. 그리고 그 동작을 따라 하며 칼을 갈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칼을 갈았고, 내 칼은 주방에서 2번째로 날카로운 칼이 됐다. 내 칼도 주방장님 칼만큼은 아니지만 스치기만 해도 피가 나올 정도가 됐다. 그래선지 난 손가락을 많이 다쳤다. 칼질하다가 다치고, 칼 잡다가 다치고. ㅎㅎㅎㅎㅎ 지금도 내 손엔 그때 칼에 베인 상처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저곳에. 아~~ 갑자기 엠이 생각나네. 그래서 난 엠의 손목에 새겨진 이름이 지금은 어떻게 남아 있을지 대략 상상이 된다.

칼은 요리사의 생명이라는 말이 실감했다. 칼이 잘 드니까 채소들이 잘 썰렸고, 난 고난이도의 무채 썰기도 쉽게 해버렸다. 내가 일한 식당에서 최고 난이도 칼질은 고기반찬으로 나가는 무채였는데, 무채는 주방장님과 부주방장님 외엔 누구도 손을 못 대게 했다. 두 분 말고는 무채를 썰 수 있는 칼질 실력을 갖춘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저 무채를 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칼질 연습을 했다. 눈에 보이는 건 다 썰었다. 냉면 재료들을 썰고, 탕부에 가서는 '칼질 좀 해드릴까요.'라고 말하곤 탕부 채소들을 썰고, 반찬 만들 때도 채소란 채소는 내가 모조리 다 썰어버렸다. 하루 8시간 이상 칼질을 하며 날 칼질을 연마했다. 탕부 전골부 반찬부 할 것 없이 다 돌아다니며 모조리 다 썰어버리기를 몇 달 했다. 팔엔 항상 파스를 붙이고 다녔고 파스를 붙이고도 팔이 너무 아파서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도 날 썰었다. (나중에 난 칼질 실력을 인정받아 무채썰기 고정 맴버가 됐다.)

난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땐 미술 준비물을 사 가지 못해 미술 시간 내내 뒤에서 손을 들고 서 있어야 했고, 자꾸 어지러워서 몇 번 쓰러졌더니 영양부족이라고 했고,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으며, 새 옷을 구경하지 못했고, 공부는 제법 했지만 공고에 가야 했고, 서울 내 대학에 갈 실력은 됐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아이와 헤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도 내가 대학생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이 부모님의 반대였다. 이 지긋지긋한 가난, 이 징글징글한 가난을 벗어나는 게 내 인생 목표였다. 그래서 난 죽지 않을 만큼 일했다. 난 간절했다. 간절하고도 간절하고 간절했다. 그래서 10시 출근임에도 9시에 출근해서 내 일을 끝내고 다른 사람들 일을 도와주며 요리 기술을 배웠다. 칼질을 익혔다.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툭하면 다리에 쥐가 났다. 난 겨우 48킬로 약골이었고, 여름 끝나면 감기에 걸려서 다음 해 여름에 감기가 떨어질 정도로 1년 중 10달을 감기를 달고 살 만큼 저질 체력이었다. 그래서 난 자면서도 쥐가 나서 고통에 울어야 했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도 파스를 붙이고 하루 8시간 넘게 칼질을 했다. 이제 식당은 학원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난 이곳에서 최고가 되기로 했다. 주방장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죽지 않을 만큼 일했다.

이때 내가 버틸 수 있던 건 시였다. 난 시를 읽고 썼다. 대략 300편 정도 썼는데,,, 음... 공모전 등에도 내고 출판사에도 들고 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ㅎㅎㅎㅎㅎ

그러다가 겨울이 끝나고 다시 여름이 왔을 땐 너무 힘들어서 술로 버텼다. 휴일엔 점심때부터 술을 마셨고 매일 퇴근하기 전에 술을 마셨다. 냉면그릇에 소주 한 병을 부어 원샷을 했다. 소주 한 병 원샷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난 술 아니면 버텨낼 수 없었다. 그래서 냉면그릇에 담긴 소주 한 병을 매일 원샷했다. 안주 따윈 필요 없었다.

미치도록 힘들었던 다음 해 봄 그러니까 내가 21살. 내가 정과 사귈 때 바퀴벌레 커플이었던 여자애가 다시 일하러 왔다. 작년처럼 2층에서 일했다. '연'이라 부르겠다. 우린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공식 커플이었던 모기 한 쌍과 바퀴벌레 한 쌍은 둘 다 싱글이었다. 연도 남친과 헤어진 후였다. 내가 '연'이라고 따로 호칭을 붙였다는 건 연과 어떠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것. ㅎㅎㅎㅎㅎ 나중에 써야짓.

냉면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자, 이제 반죽을 설명했으니 냉면육수, 냉면다데기, 회냉면을 써보겠다. 관심 없으니 연과 있었던 얘기를 해달라고? ㅎㅎㅎ

냉면 육수는 이렇게 만든다. 사람도 들어갈 만한 통에 냉면에 들어가는 편육을 삶는다. 그리고 그 물에 무, 대파,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더 끓인 다음 식힌다. 이제 양념을 해야 하는데, 냉면그릇 정도 되는 그릇에 포도당 가루, 설탕, 소금, 미원을 넣으면 된다. 이렇게 만든 육수와 동치미를 1:1로 섞으면 냉면육수가 된다. 아, 식초도 좀 넣는다. 참,,, 미원... ㅎㅎㅎ 식당에선 미원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한다. 그러니까, 설탕 소금 미원이 거의 1:1:1이라고 보면 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미원 양을 생각하면 착각이다. 우리가 먹는 아귀찜 한 접시에 미원이 종이컵으로 한 컵 정도 들어간다. 그러니까 우리가 밖에서 먹는 음식은 다 미원 맛이라고 보면 된다. 거의 90% 이상이 미원 맛이다. 집에서도 요리할 때 미원 넣으면 맛있다. 우리 입은 이미 미원 맛에 길들여졌으니까. 미원은 몸에 해롭지 않다. 해롭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기왕 먹는 음식 맛나게 먹으려면 미원을 넣는다. 하하하. 국물 음식은 미원보다 다시다가 더 맛나다. 참,,, 식당 음식엔 설탕도 어마 막지 하게 많이 들어간다. 한국 사람이 원래 단짠을 좋아한다.

냉면 다데기는 좀 더 복잡하다. 다데기를 만들기 위해선 간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일단 사골을 1.5일이나 2일 끓인다. 국물이 우유 색깔이 되면 뼈를 건져 내고 사골육수와 간장을 1:1로 섞는다. 그리고 다시 끓인다. 펄펄 끓으면 설탕과 미원을 넣는다. 그리고 대파,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더 끓인 다음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하여 숙성시킨다. 이 간장 기가 막히게 맛있다. 간장게장 저리 가라는 맛이다. 이제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고무다라에 고운 고춧가루와 굵은 고춧가루를 1:1로 넣는다. 여기에 어마 막지 하게 많은 양의 설탕과 미원을 때려 붓는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둔 냉면간장(냉면간장의 용도는 단 하나다. 다데기 만들 때만 쓴다.)도 넣는다. 간 마늘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넣고, 배 한 박스를 갈아서 넣는다. 대파도 대략 열 단 정도 썰어서 넣고, 양파도 배 한 박스 만큼 갈아서 넣는다. 이제 섞는다. 골고루 섞고는 하룻밤 숙성하면 냉면 다데기가 된다. 맛이 끝내준다.

회냉면에 들어가는 회는 이렇게 만든다. 회냉면 회는 홍어가 아니라 가오리다. 홍어는 비싸니까. 난 다듬은 가오리를 썼다. 안 다듬은 가오리는 껍질을 벗겨내고 뼈를 분리해야 하는데 진짜 힘들다. 우선 가오리를 썬다. 가오리긴 해도 약간은 삭아 있는 가오리라 홍어 냄새가 난다. 구린 냄새. ㅎㅎㅎ 난 이때 코가 망가져 있어서 냄새를 전혀 못 맡았다. 아니,,, 이런... 후각이 망가진 일류 요리사라니. ㅎㅎㅎ 가오리를 다 썰었으면 삭혀야 하는데,,, 바쁘니까 빨리 삭히려고 빙초산을 넣고 버무린다. 하룻밤 묵힌 다음 다음날 가오리를 물로 잘 헹구고는 이것저것 넣고 버무리면 된다. 음... 이것저것은 뻔한 이것저것이다. 파, 양파, 마늘, 생강, 설탕, 미원, 소금. 아, 오이도 썰어서 넣는다. 마늘과 생강은 반드시 갈아서 넣는다.

이렇게 냉면을 마스터한 난 주방장 없이도 냉면부를 이끌었다. 봄이 돼서는 서른 살 정도의 형을 붙여줬는데 너무 둔해서 내가 가르치고 가르치고 또 가르쳐도 나만큼 못했다. 그래서 그냥 반죽만 시켰다. 형은 반죽만 했고 나머진 내가 다 했다. 정말 혼자서 다 했는데 주방장도 부주방장도 아줌마들도 놀래 기절할 정도였다. 보통은 여름 냉면부는 최소 3~4명을 운영했다고 한다. 1명은 종일 반죽, 3명이 재료 준비. 그런데 난 3명이 할 일을 혼자서 다 했다. 앞에서 말했듯 난 겨우내 그리고 봄까지, 그러니까 대략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 동안 냉면만 마스터한 게 아니라 식당 내 모든 요리를 배워버렸고 혼자서 다 할 정도로 배워버렸다. 뭐,,, 방법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팔이 끊어질 만큼, 다리에 쥐가 나서 뒹굴 만큼 일하면서 배웠다. 정말 죽지 않을 만큼 일했다. 그래서 주방장이 '내 평생에 너처럼 빨리 배우는 놈을 보질 못했다. 넌 내가 키워줄게.'라고 했다. 난 다 마스터 하고는 고기 다듬는 일도 배웠다. 갈비 포 뜨기는 주방장 외엔 누구도 하지 않았다. 아니, 주방장은 갈비 포 뜨기를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았다. 워낙에 어려운 데다가 한 번 실수하면 불고기로나 써야 했으니까. 생갈비 가격이,,, 20년 전에 이미 3만 원인가 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5만 원? 최고급 생갈비 포 뜨기를 아무에게나 맡길 순 없었다. 그런데 내겐 맡겼다. 난 단 하루 만에 생갈비 포 뜨기를 마스터했고 그 후론 내가 생갈비 포를 다 떴다. 칼질 신동이라고나 할까. 난 칼질의 달인 정도였다. 뭐,,, 달걀 20판을 5분이면 다 깐다는 말은 하도 많이 해서 안 하겠다. 내가 쓴 글 잘 뒤져보면 방법도 적혀 있다. 하하하. 궁금하면 커피값 들고 구디역으로...

죽을 만큼 힘든 주방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나타난 연. 연과는 구면이라서 금방 친해졌다. 엄청 귀여운 아이였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할 짓은 다 했군. 하하하. 우린 처지도 비슷(?)해서인지 빠르게 친해졌고 주변에선 그러지 말고 사귀라고 부추겼다. 아,,, 몇 명 빼먹었다... 연 얘기는 3-6에서 해야짓.

2층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던 그해 겨울 서빙 아줌마(?) 중에 젊은 아줌마와 친해졌다. 그 아줌마에겐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있었는데 키가 엄청나게 컸다. 내가 이 아줌마와 친해진 건 딸 때문이었다.

"영아,,, 이리 와봐. 오빠한테 인사해야지. 호호호."

나중에 아줌마가 말하길, 딸이 나를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했다. 남편 없이 혼자 딸을 키웠는데, 집이 식당과 가까워서, 학교 끝나면 집으로 안 가고 식당으로 오곤 했다. 집에 혼자 있어봤자 심심하니까. 영이는 직원들이 쉬는 곳에서 숙제도 하고 밥도 먹고 놀다가 엄마랑 같이 집에 가곤 했다. 그래서 자주 봤던 영이었다. 난 영이가 날 좋아한다는 말에 웃음만 나왔다. 아니... 그러니까... 초4면... 11살? 난 21살. 아니,,, 뭐,,, 35살과 25살은 사귈 수도 있지만 11살과 21살은... 그것도 그렇지만 그냥 귀여웠다.

"영이가 뭐라는지 알아? '엄마, 주방에 중학생 오빠도 있어요.'라고 호호호."

내가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렇지 초 동안이란 말을 많이 들었고 스타킹에 나가보란 말을 수백 번 들었을 정도로 초 동안이다. 난 32살 때까진가,,, 슈퍼에서도 주민등록증 검사를 했고, 군 시절엔 휴가 나와서 병원 갔다가 '본인 맞으세요? 딱 봐도 중학생인데.'라며 퇴짜맞은 적도 있었다. 이러니... 내가 중학생으로 보인 건 당연할지도.

"그래서 내가 '야, 스무 살이 넘었어.'라고 했더니 실망하는 거야. 호호호."

그러고 얼마 지나서 영이가 내게 물었다.

"저기, 오빠, 정말 스무 살 넘어요? 중학생 아니에요?"

"어? 나 스물하나."

"네? 정말요?"

그러면서 울었다. 아~~ 당황스러워라. ㅠㅠ 영이는 훌쩍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오빠가 저 스무 살 될 때까지만 결혼 안 하면요."

아구아구. 귀여워라. 난 영이로 인해 영이 엄마와 친해졌고 우린 술도 마시고 놀았다. 난 영이 집에도 자주 놀러 갔다. 영이는 이때 유행한 세일러문에 푹 빠져서 세일러문 요술봉을 가지고 노는데,,, 아~~~ 정말 너무 귀여웠다. 나중에 이런 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영이 집에 식당과 가까워서 영이 엄마와 술 마시고 놀다가 그냥 영이 집에 가서 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ㅋㅋㅋㅋㅋ 아무리 여자가 편하고 여자 같은 성격이라도 엄마와 딸이 사는 단칸방 집에서 자고 그랬다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나도 이상하다. 근데 그땐 영이도 영이 엄마도 편했다. 난 영이 엄마에게 그냥 누나라고 불렀다. 나보다 8살인가 10살인가 많았으니 누나라고 부를만 했다. 난 주방 아저씨들에게도 모두 형이라고 불렀다. 열 살이 많든 스무 살이 많든. 주방 아줌마 중에서도 40 미만은 그냥 다 누나였다. 그래서 영이도 영이 엄마도 마냥 편했을 수밖에 없었다. 영이는 세일러문을 좋아하는 꼬마인 데다가, 누나와는 술친구이자 친누나 같은 사이었으니까. 난 쉬는 날이면 영이를 데리고 롯데월드에 가서 놀기도 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러 다니기도 하며 놀았다. 나중에 군대 갔다가 휴가 나와서 놀러 갔더니,,, 으잉??? 나보다 키가 더 컸다. 영이는 자기 키가 나보다 크다고 슬퍼했다.

연과 나는 한 달 정도 썸을 탔고 주위에선 사귀라고 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다음에 이어서...)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3-4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3-3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3-2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3-1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6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5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4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3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2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2-1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6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5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4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3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2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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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t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qst님의 SteemNova - 2019-03-21 (unofficial statistics and news)

...4] from Eager Active Raiders of Noobs: 266 places up
  • naha470]: 132 places up
  • wahab9107[471]: 132 places up

    우리의 삶은 면 이 이루어 나아가는 여정~♥♩♬

    요기 댓글의 면은 블루엔젤 생각의 특제 양념을 가미한

    홀로 점에서 점 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이루어지고
    선 과 선이 연결되어 면이 이루어지고...
    면 과 면이 연결되어 공간이 이루어지고...
    공간 과 공간이 연결되어 시공이 이루어지고...
    시공 과 시공이 연결되어 차원이 이루어지고...

    차원 과 차원이 연결되어
    블록체인은 연결된 세상~💙 ♩♬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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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핫,,, 시인이셨군요. ^^

    아핫~!
    걍 요즘은 다이어리 갖고 다니진 않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쓰는거 좋아합니당~ㅋㅋ

    억지로 글 쓰라는건 딱 싫어하구욧~ ㅋㅋ
    (학교 다닐때 글 써와라 국군장병께 위문 편지 써라 등등... ㅋㅋ)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셔 감사합니다~♥
    오늘도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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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언제나 즐겁지요. 손바닥 만한 노트가 딱이에요. ^^

    그렇습니당~! 완전 최고죵~♥♩♬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언제 칼 가는 법 포스팅을 한번 해주세요.
    집에 칼을 20년째 갈아도
    생각처럼 잘 안 되더군요

    유튜브엔 모든 지식이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중요한 것만 알려드릴게요.

    1. 오른손 잡이와 왼손잡이는 칼의 날 방향도 다르다.
    2. 오른손 잡이일 경우 칼의 왼쪽날은 눕혀서 갈고, 오른쪽 날은 세워서 간다.
    3. 수평을 잘 맞춰서 갈아야 한다.
    4. 힘 주지 말라. 균형하게 안 갈린다.
    5. 밀 때만 힘을 주거나 당길 때만 힘을 주라.
    6. 위에 유트브처럼 날을 갈아낸 다음엔 매우 고운 숫돌로 날을 세워준다.

    망가진 칼은 갈려면 한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냥 버리시고 새 것 사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요. ^^

    jjm13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jjm13님의 2019/3/21 JJM holder list

    ...rrn sonki999 jack8831 gfriend96 banguri isi3 sjchoi eversloth nahakiwifi epitt925 jayplayco iieeiieeii nexgen yasu bji1203 skymi...

    fur2002ks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fur2002ks님의 꽃샘추위! 제법 쌀쌀하네요~(뻘짓 진행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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