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cid Dream - 4. 베일은 벗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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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진심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말대로 되었다.




 나는 거대한 공간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그곳은 신들의 마차를 끄는 백마들이 쉬는 마굿간이었다. 어느새 내 손에는 양철로 된 물양동이와 긴 솔이 쥐어져 있었다.
 수 천마리의 말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니 다리나 배 부분이 흙먼지로 뒤덮혀 있었다. 이 말들을 씻기는 일이 내 몫이었다. 등에서 땀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완전하게 알몸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몸뚱아리를 수 천마리의 말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여기가 바로 내 꿈 속이라는 사실을.

 자각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말이 가까이 다가오면 콧김이 등에 닿았는데 습기가 느껴졌다. 그 순간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바닷가에서 군중 틈에 끼어있었을 때는 분명히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굴리게 된다. 여긴 어디지?


 자각이 일어나자 마굿간의 말들이 점점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시야는 오랫동안 닦지 않은 안경을 쓴 것처럼 흐리멍텅해지고 내가 디디고 있는 바닥은 액체가 출렁거리는 것처럼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꿈을 유지하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버텨보았다.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대리석 분수가 있는 신들의 놀이터로 가고 싶었다. 이 모든게 꿈이라면 일 년을 한량처럼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첫 자각몽을 기본 지식 없이 경험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결국 꿈에서 깨어났다.


 완전하게 정신이 돌아오자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부처님께 깨달음 한 조각을 달라고 소원을 적어낸 날 이런 꿈을 꾸게 되다니. 꿈을 잊어버릴까봐 급하게 메모했다.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해줬더니 로또를 사라는 것이었다. 로또는 사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날 저녁 서점에 갔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책을 만나게 된다. 전날 꿈에서 보았던 희고 눈부신 말이 생각나서 자석에 이끌리듯 집어든 책, 화이트북이었다.

 꿈을 반추하면서 확실하게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내 괴로움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전지전능한' 신은 나에게 놀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대신 노예가 되는 것을 택했다. 내 깊은 잠재의식 속에 칩처럼 박혀있는 이상한 태도를 발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신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원했다. 운명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진심이든 아니든 모든 결과는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꿈은 누가 보냈을까. 바로 나 자신이였다. 이것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지식이 아니라 앎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자각몽을 꾸는 횟수가 늘어났다.
  내 삶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식이었냐면 계좌의 잔고의 색깔이 바뀌었고 사는 종목마다 빨간불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상한가 5방을 경험했다. 내가 기뻤던 것은 계좌의 잔고가 불어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새벽에 캔들 앞에 앉을 때마다 명치에서 시원한 소용돌이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4번째 챠크라가 열린 상태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밤이 되면 천장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하다가 푸른 섬광을 내뿜는 빛입자들이 출몰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가 꿈 속에 있었는지, 아니면 유체이탈이 된 상태에서 다른 차원에 있었는지, 아니면 뇌의 이상한 작용으로 환각을 보았는지 확실하게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누가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면 천상에 갔다고 말할 것이고, UFO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면 다른 행성으로 갔다고 말할 것이다. 마차와 UFO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외계인이라는 학설도 이해가 된다. 이 넓은 우주에 불멸의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신이라고 불러도 될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고3 때 꿈에서 만났다가 아쉽게 이별했던 존재를 최근에 루시드드림 속에서 찾아낸 얘기가 될 것 같다.





Rucid Dream


Rucid Dream - 1. 빛나면서 감추고 있는 것
Rucid Dream - 2. 올로이드는 꿈의 안내자
Rucid Dream - 3. 신들의 고향
Rucid Dream - 4. 베일은 벗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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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요. 보얀님의 자각몽을 부족하지만 제가 주역(周易)으로 풀이하여 보았습니다. 스팀잇통해서 여러사람과 소통하다보니까 제 역학공부가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따로 포스팅해서 글을 쓰려다가 님의 글을 제가 함부로 난도질하는 것이 아닐까 저어되어 여기에 댓글로 감상평을 적습니다.
수천수의 내호괘와 배합괘.gif

꿈속에서 , 콧김의 습기, 알몸 그리고 액체의 출렁거림림등은 괘상으로 치환한다면 건괘(乾/天/에너지/말/알몸)감괘(坎/水/습기/액체의 출렁거림)으로 비유될수 있습니다. 제가 얻은 괘이름은 수천수(水天需)기다림을 의미하는 괘이지요. 밀운불우(密雲不雨)라고 하여, 하늘에 구름이 빽빽하게 쌓여 가믐속에 단비를 기다리듯이 만물을 윤택하게하는 비가 내리려고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雲上於天 需 君子以飮食宴樂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수(需)이니, 군자가 이로써 마시고 먹으며 잔치를 벌여 즐기셔야 합다.

음식안락(飮食宴樂)입니다. 신선들이 놀이로써 즐겨라는 표현이 눈에 띱니다. 그리고 이 괘상을 내호괘(아래서부터 2~5조홥)배합괘(전체가 변함)로 쪼개서 보면 대유(大有)괘진(晉)괘가 얻어지는데 내호괘인 대유괘는 님께서 크게 얻을것이라는 암시가 있지요. 그리고 모두가 변한 배합괘인 진(晉)괘는 영적 성장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발전되어 나아간다는 의미이지요. 4번째 차크라인 Heart Chakra(Anahata)가 열린것은 대유와 진괘의 상괘인 리(離/火)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리괘는 밝은 빛/영(靈)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또한 진괘의 성장/나아간다는 의미는 아마도 제7차크라(Sahasrara Chakra)로 향하라는 암시같기도 하네요.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大有)이니, 군자가 이로써 악한 것을 막고 선한 것을 드날려서 하늘의 아름다운 命을 따르셔야합니다.

明出地上 晉 君子以自昭明德
밝은 것이 땅위에 나온 것이 진(晉)이니, 군자가 이로써 스스로 밝은 덕을 밝혀야합니다.

즉 신선들이 암시한 내용은 아마도順天休命과 自昭明德하라는 뜻(힌트?)같습니다. ^^

제가 님의 글을 보면서 호기심많은 요정같다고 했는데 점괘가 그렇게 나오는 것 같군요. 주역이 참 신기하네요.

都是心身樂處
@peterchung

Peterchung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풀이해주신 괘가 제 사주와 대운의 흐름과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흠칫 놀랐습니다. 실제로 작년까지 6번째와 7번째 씰을 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았거든요^^ 열흘동안 하루 6시간 안대를 끼고 훈련을 했던 적도 있어요. 토굴속에서 생활하시는 스님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호기심 많은 요정이라는 말씀에 빵 터졌습니다. 주변에서 애같다고 늘 그러거든요. 제가 봐도 피터팬콤플렉스가 심해요:-) 최근에는 문학에 대한 꿈이 강렬해져서 훈련의 끈을 놓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훈련을 계속 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히히 훈련이 아니고 훈련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놀이지요. 그걸 우리는 놀이라고 모르는게 문제지요

ps. 그리고 위 괘상의 리괘가 需- 大有- 晉으로 3개의괘상이 靈(離火)을 머금고 올라가는 흐름이 관찰되지요. 차크라가 열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주삼.

지금은 하기싫으니까 '훈련'인 것 같습니다. 안대끼고 살았을땐 확실히 '놀이'였거든요.^^ 오늘 또 하나 배우네요. 놀이를 해야 챠크라가 열린다!

저도 처음 자각몽을 경험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가위눌림에 두려워하고 있던 저에게 어떤 목소리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고 몸에 힘을 뺐더니,
순식간에 광활한 우주로 옮겨갔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워낙 생생해서 몇년전인데도 또렷이 기억이 나요.
멋진 경험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였을까요. 몇 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는 건 Olia1님 의식이 실제로 광활한 우주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자각몽 속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힘 빼는 거 중요한데 대단하네요. 멋진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첫 자각몽의 내용이었군요. 최근에 꾸신 걸까 살짝 궁금했었습니다. 저는 저번에 올린 글 이후로 자각을 해 본 적이 없네요. 훈련을 해야겠다고 말은 했는데 얼마 있다가 자연스레 잊어 버렸습니다. 명상은 체질에 맞지 않고. 어렵네요ㅠㅠ

자각을 한 번 하기가 힘들지만 이미 한 번 해보셨으니 어느 정도 휴지기를 지난 다음에 횟수가 늘어날 거예요. 물론 김작가님이 자각몽을 원하셔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요^^

살짝
보팅하고가요

kookmin님 감사합니다^^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오치님 감사합니다^^

화이트북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궁금하네요. 저도 꿈을 많이꿔서 꿈속에 담긴 뒤엉킨 나의 무의식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자각몽을 꾼적은 없지만 ㅎ

아이커넥에서 나온 람타 화이트북입니다.
꿈을 많이 꾸시고 줄거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앞으로 자각몽을 꾸실 확률도 높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저는 아마 자각몽을 꾸더라도 보얀님처럼 자각몽인지 알아차지리도
못할 거 같아요. 신기하네요 저도 마치 꿈속에 있는 느낌의 글이에요.

부리코님도 가능해요. 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 꾼 꿈을 기억하는 습관이 도움이 되었어요.

자각몽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fenrir78님, 자각몽에 대한 정보를 캐치했으니 앞으로 자각몽을 꾸실지도 몰라요^^ 잠들기 전에 꿈속에서 자각을 하겠다, 한 번 다짐하고 자면 확률이 높아진답니다.

꿈 속에서 어딘가 이상한 부분을 찾아내는 순간 자각이 시작되는군요! 자주 루시드드림를 꾸는 제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꿈 속에서 어? 이건 말이 안되는데? 하는 순간 자각이 시작된다고요. 그 친구는 다음날 직장에서 일어날 일들을 거의 매일밤 꿈에서 본다고 해요. 저도 오늘밤부터 연습해봐야겠어요! 보얀님 루시드드림 이야기 한줄 한줄 정말 너무 와닿아요. 읽고 또 읽었어요.

친구분은 그 다음날을 미리 꿈에서 보는군요. 제가 다음날을 볼 수 있다면 꿈에서 상한가 가는 종목을 찾아볼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루시드드림을 꾸게 된다면 꼭 알려 주세요. 등장인물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채로울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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