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 꽃이 기다린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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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꽃이 기다리고 있다.
날 구경하려고.

 작년 벚꽃이 필 무렵 마르케스의 백 년동안의 고독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엔디아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나 매혹된 나머지 손으로 읽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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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한 페이지'라고 분량을 정해 놓았지만 건너 뛴 날도 많았다. 사실 나는 시작만 잘 하는 사람이다. 즉흥적인 계획을 세우고 열정을 불태우다가 하루 아침에 이제 그만하기로 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필사의 즐거움은 올 봄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 460페이지인데 이제 264페이지를 지나고 있다.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면 벚꽃을 보러 나간다.

 벚꽃은 날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벚꽃이 마음껏 날 구경하도록 해줘야겠다. 벚꽃이 날 만지고 싶어한다. 떨어지는 꽃잎을 얼굴에 맞으며 걷는다. 사람들이 없어지면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그러면 벚꽃만화경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특히 밤의 벚꽃은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날 초대한다. 벤치 위에 누워 검푸른 하늘이 하강하는 것을 기다린다. 눈 앞에 순백의 꽃잎이 춤을 춘다. 벚꽃은 나를 본다. 그 순간 나는 밤하늘에 박제되고 벚꽃들이 찾아보곤 하는 별자리가 된다.

 오늘밤에도 벚꽃 밑에 누워있다가 들어와야겠다.





생각의 단편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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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진도, 글도 정말 좋아요. 하트 백 개 정도 찍고 싶어요. 저는 처음 인도여행할 때, 기차로 이동할 때마다 읽었던 기억이 나요. 느려터진 인도 기차 안에서요. 일부러 잘 안 읽힐 것 같은 책 골라서 가져갔는데 금방 읽어버렸던. 저는 민음사 ‘백년의 고독’을 읽었는데, 보얀님 사진 보니까 ‘백년 동안의 고독’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인도에서 더구나 '느려터진' 기차안에서 읽으셨다니 너무 멋진걸요. 그래서 라운디라운드님의 글에서 마르케스의 향기가 느껴졌던 걸까요. 마르케스가 주절주절거린다면 라운디라운드님은 재잘재잘거려요^^

손으로 읽고 싶다는 느낌이 와닿습니다. 저도 종종 멋진 글귀나 시구를 보면 손으로 필사하고 싶어집니다. (물론 저는 악필이라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글이 나오곤 합니다.)

하늘하늘 거리는 벚꽃이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홍보해

아... 제발 백년동안의 고독 필사완료기념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요:) 행복한 봄밤되세요!

밤에 보는 벚꽃 정말 황홀하죠! 오늘 집에오는길에 찍은거에요.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예뻤어요.☺️

경아님 몽롱한 달과 벚꽃 감사해요. 예뻐요, 예뻐!

남도는 벌써 벚꽃이 만개했군요. 벚꽃은 화끈해서 좋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합니다. 바람에 벚꽃 휘날라는 벚꽃滿天 상상해도 기분은 좋지요. 그렇지만 어딘가 虛합니다.

이제 꽃이 흩날립니다. 없어질 꽃들, 생겨날 꽃들. 이제 꽃보러 가야할 시간이예요;)

아아, 저만 꽃을 기다린다 생각했는데
꽃이 저를 기다렸을까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너무 멋진 시선이에요 보얀님.
백년동안의 고독 저도 좋아하는데 ㅋㅋㅋ 이름들이 너무 헷갈려서 처음엔 힘들었지만 읽다보니 훅훅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히힛
서울도 조금씩 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만개한 꽃들의 모습 감사합니다!

부엔디아 사람들 이름 정말 헷갈리죠.
그래서 전 필사를 시작했답니다^^

벚꽃이 나를 기다린다는 말이 참 좋네요:)
짧은 순간이지만 나를 보러 기다린 벚꽃의 입장에서 또 생각해보게 돼요. 황홀한데요 ^^

벚꽃의 시간, 벚꽃의 입장.
생각해볼수록 신기하고 황홀하고 재미있어요:)

오늘밤에도 벚꽃 밑에 누워있다가 들어와야겠다.

이 표현이 너무 좋네요... 세상 낭만은 다 가지신 듯 합니다.. 크으..

낭만가득한 봄 되세요:)

벚꽃이 날 기다린다라...
저희 동네 개천에 벚꽃나무가 많은데..
혹시 저도 기다리고 있으려나...
내일 한번 가봐야겠네요!

바닐라로맨스님, 멋진 시간 보내세요^^

길을 걷다가 나뭇가지가, 나뭇잎이 바람이 살랑일때면
꼭 저에게 인사하는 것 같아. '안녕' 하고 속으로 인사를 건넨답니다. ^^
이번 주말에는 벚꽃이 마음껏 날 구경하도록 해줘야겠어요!

벚꽃들 좋아서 난리날것 같아요:)

'꽃이 기다린다'는 말에 끌려서 들어왔어요. 잘 보고 가요.

꽃의 기다림은 왜이렇게 짧을까요.
행복한 봄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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