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일기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0
평소처럼 혼잣말을 하는 것이 조금 외로워 오늘은 존댓말 일기를 씁니다.

1
... 라고 써놓고 한참 동안이나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요즘은 통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제 언어능력으로는 지금의 상태와 감정을 엇비슷하게도 설명할 수가 없고, 섣불리 아는 척 하기도 싫습니다. 속은 타지만 말이나 글자를 꺼냄과 동시에 모든 것을 망쳐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2
귀찮다는 이야기로 둘러대려고 했지만, 사실은 점점 가라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얇은 빙판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낡은 흔들다리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불안인지 허무인지 알 수 없습니다.

3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환경이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원치 않는 것에 더이상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약하고 게을러 여태 혹처럼 달고 다녔던 것이 있다면 이제는 도려내고 벗어나야할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싶다면요.

4
말을 걸어주어 반갑고 고마운 댓글에 한참이나 대댓글을 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떠들며 놀고 싶은 건 오히려 제 쪽인데, 몸과 마음이 부쩍 늙어버린 듯한 요즘입니다. 일단은 대댓글을 대신하여 이 일기를 씁니다. (특정 인물들이 궁시렁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요)

5
생리 둘째 날에, 머리를 감다 등을 삐어 꼼짝도 못하겠는데(순댓길 후유증으로 추정) 하필 비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 친구들을 위로하겠다고 왕복 네시간을 들여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그녀들이 서로 법적 조언을 하는 중에 ‘현금이 15억밖에 없다’, ‘강남에 건물 두채가 전부’ 라는 소리가 오고 가는데.. 등을 다쳐서인지 가슴이 부쩍 답답해 애꿎은 커피만 들이켰습니다.

6
다음날 병원에 갔는데 물리치료(도수치료)는 보험이 적용이 안돼 7만원을 내야한다길래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몸도 아픈데 돈 때문에 치료를 못받으면 더 서러울 것 같아 그냥 받기로 했습니다. 커텐이 쳐진 침대에 누워 등쪽에 온열매트를 깔고 15분쯤 지나자, 도수치료 받으려면 침대를 옮기는 게 낫다길래 주섬주섬 짐을 챙겨 치료사가 안내한 침대로 가서 누웠더니, 또 다른 치료사가 제 담당자에게 그 침대는 넓고 편해서 이따 올 다른 환자에게 내줘야한다(‘그 환자 저 침대 아니면 안쓰는 거 몰라?’)고 꾸짖는 것을 들었습니다. 혼자 알아서 다시 주섬주섬 짐을 싸들고 원래 있던 침대로 돌아갔습니다. 그 환자는 도대체 어떤 환자일까요.

7
1992년에 정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졸업과 이사 등으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지만 그 후로도 종종 생각나곤 했습니다. 그로부터 23년 후, 그러니까 2015년 파리의 어느 식당이었습니다. 음식을 사다가 테이블에 가서 먹는 일종의 푸드코트 같은 곳이었는데, 제 맞은 편에 앉은 동양여자가 저를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 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뭘 보냐고 하려는데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제 이름을 듣 순간 그녀의 얼굴이 다시 보입니다. 저도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23년 전 제 단짝이었습니다. 그녀를 어제 다시, 이번에는 한국에서 만났습니다.

8
저를 베프로 생각하는 20년지기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녀를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있으면 제가 병들어 가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녀는 다소 교만하고 욕심이 많으며 모든 일에 이해타산적입니다. 저를 철썩같이 의지하고 좋아하는 친구인데, 마음이 괴롭습니다. 조언이 필요합니다.

9
5살 어린 친구와 연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무카이 오사무라는 일본 배우를 닮은 친구였는데 <고독한 미식가> 라는 먹방 시리즈에 그 배우가 별안간 등장하는 바람에 마음이 뒤숭숭해진 마당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라는 드라마까지 방영을 하는군요. 아, 물론 제가 예쁜 누나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 친구가 자기는 여자 얼굴 안본다고 했거든요.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면서요.

10
가뜩이나 요즘 연애가 하고 싶어서, 어제 아르헨티나에 헤어짐을 고했습니다. 연애중인데 연애가 하고 싶으면 안되는 거잖아요. 물론 이유가 그 뿐만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11
친구 부탁으로 통역 일을 잠시 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쪽에 종사하는 영국인들과 앞으로 약 2주간 동행하고 함께 부산도 가게 됩니다. 예술쪽에는 문외한에 영국발음도 익숙치 않은데 걱정입니다. 영국 드라마나 영화 추천받습니다.

12
생존신고는 틈틈히 하도록 하겠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제가 보고싶어도 참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제발요) 시간과 체력 부족으로 포스팅하지 못한 것들을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았는데, 이런 글 읽으면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고 으깨져서 댓글 달기도 골때리더라고요. 자세한 내용을 물어봐주시면 돌아와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치웠냐는 질문 빼고 다 받습니다. 어어, 안받는다고 했지요.

@springfield

Sort:  

정말 깊고 넓어서 어디를 딛고 잡고 올라서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바닥이 있어요. 밑으로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1mm도 올라갈 수 없을 것 같고, 빛 들어올 틈새 하나 없는 어둠이라 울어도 울음 소리가 남에게 들릴리도 없을 것 같은 암막 속의 바닥.

스필님 글을 읽으면 그런 바닥에 있었던 지난 겨울이 생각이 나요. 물론 지금도 많이 올라오진 못했고, 종종 그 바닥으로 다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하지만요. 한창 바닥을 뒹굴 때.. 그래도 그때 가졌던 유일한 희망은 그거였어요. 이왕 바닥에 떨어졌으니 단단하게 다지고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라는 생각.

무너진 것은 잊고, 덜 무너진 것은 보수를 하든, 아니면 완전히 무너뜨리자. 내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자. 익숙하진 않지만 거절을 잘 하는 사람이 되자. 나라는 사람이 굳건히 설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것들로만 내 삶을 꽉꽉 눌러 채우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빛이 좀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스필님께서 친구분이 가진 외로움의 바닥을 보실 줄 아는 분이라면, 스필님 자신이 가진 고통의 바닥도 보실 줄 아시리라 믿어요. 친구에게 보여주실 수 없다면 그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 친구의 버팀목 역할을 하시기엔 지금 스필님이 약하고, 아니 애초에 누구 버팀목을 하려고 태어나신 건 아니잖아요.

어줍잖고 추상적인 조언이지만, 스필님 삶 속에서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중요도가 낮은 순으로 하나씩 소거하면서 그 자리를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세요. 인간관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오랜 인연이 모두 좋은 인연은 아니에요.. 만나는 사람, 듣는 음악, 하는 일, 보는 책... 모두 좋아하는 것들로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삼각 플라스크에 물이 채워진 것처럼 몸과 마음이 둥실 떠오를지도 몰라요. 벽돌 한장 한장 튼튼하게 쌓아올린 단단한 계단 중간쯤에서 경치 구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스필님께 휘몰아친 일들이 지나고 나면.. 가급적, 빛 가까운 데에서 만나요 :)

많은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 진심어린 댓글을 다는군요. 부럽습니다ㅜ

이 많은 분들도 북키퍼님을 좋아하고 계신다는 것에 제 스달을 겁니다 :)

스필님 스달을 탈탈 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실패입니다.. :)
저도 산미구엘 좋아합니다. 북키퍼님.

(고맙고 고마운 이 댓글에, 아깝고 아까워서 섣불리 대댓글을 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댓글은 댓글을 다 읽은 다음에 다는 것인데 저는 이 글을 몇 번이나 읽고 있고, 몇번이나 더 읽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다 읽은 것이 아닙니다. 한글자, 한글자 마음에 새기는 중입니다.)

(속마음 같은데 5.1채널 돌비 시스템으로 다 들리네요. ㅋㅋ 하루 종일 다른 일 때문에 스팀잇에 못들어 오고 있는데, 스필님 댓글만은 확인하고 싶었어요. 스필님 상황을 다 알지도 못하고 괜한 감정을 이입한 나머지 너무 주제넘게 군 건 아닌가, 괜한 불편감을 더 드린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스필님 댓글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리고 위에 제가 쓴 댓글 중에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겼어요. 스필님은 약하지 않고,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지셨어요. 상대를 이렇게 마음 편하도록 다독이며 보살피는 말씀을 하시는 분인데 약하실리가 없죠 :) 그저 이렇게, 저나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 처럼, 스스로를 다독이며 보살피는 시간을 더욱더 많이 가지시길 바라요.

덧, 대댓글 대신 포스팅으로 갈무리 하는 거 저는 찬성입니다. 스필님의 (일코)유머를 많이 못봐서 아쉽겠지만, 스라밸은 소중하니까요. )

봐도 봐도, 아니 보면 볼수록 좋은 편지라서 오랜만에 와 또 읽고 가요 :)

제 경우는 재작년에 2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하나 놓아주니, 그 친구로 인해 막혀있던 인간관계가 다섯이고 열이고 더 늘어나고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차피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고, 인간관계란 것이 가족이건 오래된 친구건 손에 쥐려고 할수록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것이니... 새로운 인연 안에서도 남는 사람만 남겠지만요.

언급하신 친구와는 거리를 두고 한동안 만나지 않는 것을 추천해봅니다.

친구가 느끼기에 그것이 힘들고 서운하게 느껴진다면
이제 서로 그만 보는 것이 좋겠지요. ㅎㅎ

그래하늘님의 친구를 '놓아주다' 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예요. 어쩌면 저를 친구에게서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 결국은 저의 몫인 거겠지요.

이 글 쓰고 나서도 만나자고 계속 연락이 와서 처음으로 두 번이나 거짓말(다른 약속이 있다) 을 했어요. 그럼 언제 만날 거냐고 재차 연락이 오네요. 저를 너무 의지하고 좋아하는 친구라 떼어내는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제게 '좋은 친구 컴플렉스' 같은 거라도 있었나 봐요.

쉽사리 댓글을 달기가 어려운 일기네요. 무수한 넘버링이 많은 생각의 편린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저도 삶의 경험은 짧지만, 세가지만 이야기드리고 싶네요.

  1. 상대방이 보는 나의 거리와, 내가 보는 상대방의 거리는 항상 같기 어렵고, 그러한 변화와 불일치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 소통의 호흡은 결국 스스로 조절하는 것. 조절할 수 있는 것. 자신의 페이스 대로 숨을 쉬지 않으면, 결국 호흡 곤란에 빠지거나 기절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삶에 대해서는 종종 열심히 헤엄치기도 하고, 이리저리 떠다니기도 하고, 가끔 가라앉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산소통 하나만 담아두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했던, 사르트르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소통의 호흡은 결국 스스로 조절하는 것. 조절할 수 있는 것. 자신의 페이스 대로 숨을 쉬지 않으면, 결국 호흡 곤란에 빠지거나 기절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말씀이 가장 와닿네요..

어휘쿠~ 현금이 15억 밖에 없다... 강남에 건물 두 채가 전부...
다른 세상 분들처럼 느껴지는군요...

그런데 아무튼 @springfield 님, 글을 참 잘 쓰시네요.. 감미로운 맛이 느껴진다고 생각이 들 만큼인 듯 합니다..

글을 읽는 독자가 본인의 일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흡입력이 있으시네요...

글 쓰는 직업이신가요...ㅎㅎ 잘 읽고 갑니다... 덕분에 잠시 저도 힐링 느낌~~^^

스프링필드님은 메가스포어의 유일한 라이벌입니다~~

왜 또 여기서 이러고 계시나요. 대리기사님 불러드려야 할 듯...

아...그대와의 동접... 울렁울렁 울렁대는~

ㅋㅋㅋ 잊을만하면 울렁울렁... 멀미약이라도 사드려야하는 건 아닌지..

질투의 감정인줄 알았던 울렁울렁~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명이나물원정대 가즈아ㅏㅏ!!!

명이나물 원정대가 뭔지 저만 모르는 거겠죠..?ㅎㅎ

나물의 한종류 같긴 한데..

나의 친구 털알.. 나의 뮤즈..

다른 것보다 많이 먹어 등 디스크가 왔단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정말 등이 삐었군요...ㅠㅠ 맘이 안 좋네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환경이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원치 않는 것에 더이상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

이건... 저도 요즘 계속 다짐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정말 우리가 아무리 몸과 마음의 저항을 받아도 이제는 정말 원치 않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에 강하게 저항해야 할 거 같아요..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이젠 정말 그렇게 안 하기.. 감정이든.. 환경이든 사람이든.. 그게 쉽지 않다는거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해서든 그 방향으로 걸어가기.. 외로워도..

<저를 베프로 생각하는 20년지기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녀를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있으면 제가 병들어 가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도 국민학교 친구를 이러한 이유로 이제는 연락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이후로 제가 마음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친구도 제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저를 많이 좋아해주던 친구이기에 죄책감 같은 것을 많이 느껴서 그 친구가 꿈에도 한동안 나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아는거 같아요... 내 마음에 에너지를 채워주는 사람이 누군지 내가 점점 병드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마음을 믿어보세요.. 마음은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방치웠냐는 질문 빼고 다 받습니다. 어어, 안받는다고 했지요.>

이런 사람이 아직도 있나요...

저도 그래요ㅜ 중학교 베프를 이제는 연락을 안하고 살아요ㅜ 더이상 같은 끔을 꾸거나 같은 자리의 편안함을 공유할 수 없는 친구라ㅜ

2주간 일기장에 꾹꾹 눌러담아 오시길...그동안 난...돌하르방이 되어 있을 듯...주변 것들은 잠시 미뤄두고 나만 생각합시다... 내몸이 우선이고 내 건강이 먼저니까...등어리는..하아.... 토닥토닥...등푼현실....ㅋㅋ..

살판 나서 놀고 어질러 놓았더니 이제는 정리를 해야하는시기인가. 방정리도 못하는데 ;ㅁ; 그리고 등푼현실이라니 ㅋㅋㅋ 마치 코풀다 말고 등 풀고 있는 느낌...

아구 스필님 여러가지 고민이 많으신듯 하네요...
이제 허리는 괜찮으신건가요 ?!!
아... 친구관계는 참 고민이네요. 스필님이 괴로우시다면 그 친구분과 진지하게 얘기해보시고 맞지 않는다면 떠나보내심이 어떨지 싶어요. 물론 마음한켠엔 또 허전함(?)이 자리잡을지라도요.
저도 요즘 말을하고 글로 써내려가는게 참 어렵더라구요. 왜곡되게 비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언어의 한계를 느끼기도 해요. 그래도 스필님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항상 되어있답니다. 항상 응원할께요!! 사랑해요 !!! (으쌰으싸 !! 기 불어넣어 주는 중입니닷 !) 대댓글 걱정은 하지 마시구 마음정리 잘 하시길 바래요:)

라나님 :) 몸은 괜찮아졌지만 통 운동을 못해 체력은 저질이 되었어요! 친구에게는 돌려서 몇 번이나 이야기해보았지만 통하지 않는 것을 보아, 라나님 말씀대로 진지하게 솔직하게 말해봐야할까봐요. 저를 많이 의지하는 친구라.. 이것저것 마음이 쓰이네요. 애인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어요.

라나님도 언어의 한계를 느끼신다는 말씀에 그림에는 한계가 없지 않느냐는 해맑은 소리를 해보려다가, 오히려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대한 부담은 덜하겠지만서도.. 이러나 저러나 한계를 느낀다는 건 더 자유롭고 싶다는 뜻이겠죠. 이게 다 나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라고 산신령같은 소리를 해봅니다.

라나님의 응원과 사랑을 온 마음껏 받고 정말로 입꼬리가 올라갔어요. 진심으로 행복해졌어요 :) 한계를 느끼면서도 자꾸 말을 걸게 되는 건 라나님처럼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저야말로 댓글/대댓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요? ㅎㅎㅎ

애인은 아니지만.. 오래된 친하게 지냈었던 친구라면 그런 상황이 오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국졸 친구 이제는 연락하지 않습니다.. 저를 많이 좋아해준 친구라 죄책감이 들었는지 그 친구가 제 꿈에 종종 출연을 하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와 친구를 하는 것이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어요.. 지치고.. 그래서 이제는 연락을 안 한답니다.. 그리고는 첨엔 죄책감에 뭔가 모를 허전함에 맘이 안 좋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 친구나 저나 비슷한 어릴 적 아픔을 가진 친구라 더 가깝게 지냈는데.. 음.. 서로 상처를 가지고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의지를 하다보니..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기대를 하게 되다보니..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게 되더라고요...

댓글의 결론은 내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으로 마음이 가득 차야만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나는 그를 사랑하고 싶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또 반대로 그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어도 내가 아직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면, 그가 아직 마음 속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겠지만, 가시로 찌르고 아프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걸요..

결론은 자기가 행복해야 합니다..

마음은 정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이성으로 자꾸 부인할 뿐이지.. 용기가 없거나 마음 속 두려움 때문에요..

(저도 갑자기 나레이션 유머를 던지고 싶었으나 스프링님만큼 유머의 달인이 아닌 관계로 딱히 깨알 유머를 하나도 넣지 못 한채 그저 지긋지긋한 진지 댓글을 길~게 달았습니다..

-나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댓글을 단다면 스프링님께서 이제 그만 읽을까봐 불안한 털알이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noisysky 님 안녕하세요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마침 언어능력에 대한 글을 썼는데 시작부터 언어 능력에 대한 말씀을 하셨네요. 언어능력이 부족해서 댓글을 달기가 어렵습니다. 짧은 한마디로 마무리합니다. 행복하시길!

제 피드에 두분이 나란히 위아래로 있어서 놀랐습니다. 부딪히고 으깨진다는 말이 너무 와닿네요.

제가 3분 늦었더라고요. 제길..

제길 오랜만이네요.. 젠장도 아니고..

젠장이란 소리에 된장 고추장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저도 (아)슬(아)슬 독사과먹을 때가 온 것 같네요..

역시 센언니들이었어...

빠께스 각잡아서 세워놓으라고 했죠...

아악! 제 머리에 씌우실 작정인가요...?

안그래도 그 놈의 언어 때문에 더 갑갑한(도와주진 못할망정) 요즘이었는데 3분 차이의 글이었다니 더 놀랍습니다. 덕분에 쬐끔 더 행복한 것도 같고 :) 같이 행복합시다!

  1. 등을 삐었다는거... 저 어떤 건지 알것 같아요. ㅠㅠ
  2. 연애중이란 분이 아르헨에 계신건가요?
  3. 편한 마음으로 글 쓰시기 바랍니다. 의무로 생각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지잖아요~ ^^

노아님 ㅎㅎ 댓글도 번호로 달아주셨군요 :) 등을 삐끗하는 바람에 며칠 로보트처럼 움직였네요. 숨이 막히는 것처럼 가슴도 답답하고요. 아르헨에 두고 온 사람이 있지요. 마음만은 분홍빛이고 싶은데 앞이 깜깜하니 별별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이나 상황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래도 결국, 이 곳에 덜으니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드네요 :)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30
BTC 59249.03
ETH 2543.53
USDT 1.00
SBD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