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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존댓말 일기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정말 깊고 넓어서 어디를 딛고 잡고 올라서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바닥이 있어요. 밑으로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1mm도 올라갈 수 없을 것 같고, 빛 들어올 틈새 하나 없는 어둠이라 울어도 울음 소리가 남에게 들릴리도 없을 것 같은 암막 속의 바닥.

스필님 글을 읽으면 그런 바닥에 있었던 지난 겨울이 생각이 나요. 물론 지금도 많이 올라오진 못했고, 종종 그 바닥으로 다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하지만요. 한창 바닥을 뒹굴 때.. 그래도 그때 가졌던 유일한 희망은 그거였어요. 이왕 바닥에 떨어졌으니 단단하게 다지고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라는 생각.

무너진 것은 잊고, 덜 무너진 것은 보수를 하든, 아니면 완전히 무너뜨리자. 내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자. 익숙하진 않지만 거절을 잘 하는 사람이 되자. 나라는 사람이 굳건히 설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것들로만 내 삶을 꽉꽉 눌러 채우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빛이 좀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스필님께서 친구분이 가진 외로움의 바닥을 보실 줄 아는 분이라면, 스필님 자신이 가진 고통의 바닥도 보실 줄 아시리라 믿어요. 친구에게 보여주실 수 없다면 그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 친구의 버팀목 역할을 하시기엔 지금 스필님이 약하고, 아니 애초에 누구 버팀목을 하려고 태어나신 건 아니잖아요.

어줍잖고 추상적인 조언이지만, 스필님 삶 속에서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중요도가 낮은 순으로 하나씩 소거하면서 그 자리를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세요. 인간관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오랜 인연이 모두 좋은 인연은 아니에요.. 만나는 사람, 듣는 음악, 하는 일, 보는 책... 모두 좋아하는 것들로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삼각 플라스크에 물이 채워진 것처럼 몸과 마음이 둥실 떠오를지도 몰라요. 벽돌 한장 한장 튼튼하게 쌓아올린 단단한 계단 중간쯤에서 경치 구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스필님께 휘몰아친 일들이 지나고 나면.. 가급적, 빛 가까운 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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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 진심어린 댓글을 다는군요. 부럽습니다ㅜ

이 많은 분들도 북키퍼님을 좋아하고 계신다는 것에 제 스달을 겁니다 :)

스필님 스달을 탈탈 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실패입니다.. :)
저도 산미구엘 좋아합니다. 북키퍼님.

(고맙고 고마운 이 댓글에, 아깝고 아까워서 섣불리 대댓글을 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댓글은 댓글을 다 읽은 다음에 다는 것인데 저는 이 글을 몇 번이나 읽고 있고, 몇번이나 더 읽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다 읽은 것이 아닙니다. 한글자, 한글자 마음에 새기는 중입니다.)

(속마음 같은데 5.1채널 돌비 시스템으로 다 들리네요. ㅋㅋ 하루 종일 다른 일 때문에 스팀잇에 못들어 오고 있는데, 스필님 댓글만은 확인하고 싶었어요. 스필님 상황을 다 알지도 못하고 괜한 감정을 이입한 나머지 너무 주제넘게 군 건 아닌가, 괜한 불편감을 더 드린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스필님 댓글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리고 위에 제가 쓴 댓글 중에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겼어요. 스필님은 약하지 않고,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지셨어요. 상대를 이렇게 마음 편하도록 다독이며 보살피는 말씀을 하시는 분인데 약하실리가 없죠 :) 그저 이렇게, 저나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 처럼, 스스로를 다독이며 보살피는 시간을 더욱더 많이 가지시길 바라요.

덧, 대댓글 대신 포스팅으로 갈무리 하는 거 저는 찬성입니다. 스필님의 (일코)유머를 많이 못봐서 아쉽겠지만, 스라밸은 소중하니까요. )

봐도 봐도, 아니 보면 볼수록 좋은 편지라서 오랜만에 와 또 읽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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