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이달의 작가상 심사평1.

in zzan3 years ago (edited)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 같습니다.
그래도 맑은 하늘이 움츠러드는 마음을 일으켜줍니다. 아직 잔설이 보이는 둔덕에도 작은 나무들이 눈을 털며 고개를 들고 쏟아지는 볕에 실눈을 뜹니다. 목련나무는 두터운 털옷속에서 꽃잎을 지키고 무궁화는 오므린 씨방 사이로 눈을 녹여 마른입을 축이는 한나절은 교회앞 성탄 트리에 매달린 장식이 늘어져 졸기에도 좋은 날입니다.

새해는 이렇게 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우리 작가님들은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품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심사를 하는 내내 이달의 작가상도 자리를 잡고 있음에 뿌듯함과 감사로 가득한 연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행복한 새해를 위해 고운 꿈 꾸시기 바랍니다.

https://www.steemzzang.com/hive-160196/@zzan.admin/28

대상

단편

@tiamo1-타이밍
한 소녀가 자기가 자라난 시골을 벗어나 동경하던 도시에서의 체험을 보여준다. 모든 게 정체되어 그날이 그날인 시골은 소녀의 꿈을 박제시킨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을 헤치고 서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러나 서울살이는 목표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게 아니라 바르지 못한 방법을 동원할 때 성공하는 곳이었다.

노동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각성제를 먹이며 일을 했던 직공들, 임신한 여공에게 강요되는 철야노동과 각성제 복용은 이미 인권을 박탈했다. 모든 비리를 알고도 눈감아야 했던 사람과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르기 위해 퇴직으로 저항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작은 공장에서도 노동의 가치는 몇 푼의 월급으로 주인의 몫이 되었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퇴직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는 여공들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대상 작품이다.

최우수

@hansangyou-옛이야기
시인의 청춘은 백마역에 머물고 있을까, 눈이 오면 서글픈 이유가 백마역에 떼어놓고 온 청춘때문일거라는 추측을 불러온다. 그러나 쉽사리 그곳에 가지 못한다. 사는 게 바빠서 또는 잊고 있어서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번씩 안부를 묻고 미안한 마음을 미안해 하면서 나이드는 사람들, 눈이 내리면 또 슬퍼할 사람들이다. 잘 있어도, 잘 있지 못해도 미안한 사람들이다.

우수

@ygs- 2021년 버티기
어느새 일심동체가 된 마스크, 서로의 표정이 모호해진다. 그 안에서 정의 또한 경계를 잃게 되는 건 정해진 순서인지 모른다. 피고와 원고가 뒤섞인다면 더 이상 정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강물이 시내로 흐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는믿음을 보여준다. 모두가 본받아야 할 신념이다.
@dodoim-따끈따끈한 아이스크림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를 하고 손님이 좋아하는 옥수수를 찐다. 모두가 손님을 위한 준비다.
그러나 준비보다 간절한 기다림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게 만든다. 솥뚜껑도 수 없이 열어본다. 손자가 할머니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가 손자를 따라 한다. 세상은 주도권 다툼으로 시끄러워도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장려

@steemzzang-사색의 계단
사색의 계단은 한번에 주욱 올라가는 계단이 아니라 중간 중간 머물러 사색하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 올라가며 등이 굽은 어머니도 생각하고 숨이 차면 올라온 계단을 돌아보기도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니 호명산과 마주보이는 높이에 있다. 운동과 사색이 곁들여지는 멋스러운 계단이다. 어디서 읽은 얘기다. 검색을 하면서 사색이 둘어든다고 지나치게 편리함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맹점을 지적한 얘기다.
@dmstnr-약속
그런 일이 있었다. 가난한 엄마가 홀로 키우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지나가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마주친다. 야쿠르트가 먹고 싶었지만 아이는 엄마에게 돈이 없는 걸 알고 있기에 눈물 글썽거리는 눈으로 말을 합니다. ‘엄마, 나 이 다~~~~~음에 야쿠르트 두 개 사줄거지?’ 팔을 한껏 벌리는 아이가 가엾고 미안해서 얼른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 사진을 보며 약속한다. 앞으로 야쿠르트는 떨어트리지 않겠다고... 그런 약속도 있었다. 약속은 어느 한 쪽도 잊지 않는다면 반드시 지켜진다. 8년을 가슴에 품은 약속을 이행하는 사람은 어떤 약속도 지켜낼 신의를 지니고 있다.
@successgr- 공(空)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형체도 냄새도 소리도 없는 그러면서 가장 구속력이 뛰어난 존재다. 거부할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이는 것은 대항할 방법이 있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는 무력하다. 그렇게 한정지어 진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kiwifi-마른꽃
마른 꽃은 더 이상 시들지 않는다. 따라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순간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다. 향기와 빛깔은 더 선명해지고 형태 또한 작아지지만 견고해진다. 살아있음은 살아있지 않은 존재를 능가할 수가 없다. 주어진 생명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다.
@jy2-등하불명
나이들면 피해 갈 수 없는 건망증,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핸드폰을 찾고 에어컨 리모콘을 들고 TV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 일은 얘깃거리도 못 된다고 한다. 어느 엄마가 딸 결혼식날 신부화장 하려 친구와 떠나고 남편도 어른들 모시고 나간 뒤 모처럼 한가한 날 머리나 하자고 미용실에가서 파마를 말았다고 하는데 아직 그 정도만 아니라면 감사할 일이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만 스스로 젊은 생각을 지니고 산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raah-겨울 찻집
나무가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은 낙엽만이 아니다. 열정과 기다림까지 버려야 했을 때 나무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가지고 겨울을 견딜지 말하지 않는다. 나무가 빈 몸 빈 마음으로 겨울과 마주서면 겨울은 기꺼이 그들의 결기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격려의 의미로 뼛속 깊이 동그라미를 하나 새겨준다. 그리고 시인은 그들을 위한 한 줄을 남겨야 한다. 찻잔의 온기를 몇 번이고 다시 채우면서
@fj1-희망
모두가 어렵다는 세상 코로나는 기어이 인류에게 항복을 받으려는 걸까,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까지는 허약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고 극복하는 생각보다 훨씬 영악한 동물이다. 그리고 가장 평범하고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아니 지나가게 되어있다.
@wuwurrll-남이섬 가는 길
현대인의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아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본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추억의 수명은 몇 년일까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하늘도 북한강도 남이섬의 풍경도 추억이 있어서 아름답다.
@futurecurrency- 나의 직업
데이트레이더 말만 들어도 출렁거린다. 눈앞에 격랑이 펼쳐진다. 세상에 파도에 익숙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어제의 파도가 오늘과 같을 수는 없다. 오늘도 내일과 다를 것이며 결코 같은 파고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 숙련공은 있을 수 없다. 신이 내린 촉이 있다면 몰라도 영원히 잡부의 심정으로 새로운 파도를 만나기를 즐기다보면 접신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본다. 물론 내 직업이 아니니까 하는 쉬운 말에 지나지 않는다.
@bluengel-오미~! 크롱~!
오미크론 변이 다음엔 또 어떤 변이가 찾아올까. 이미 나왔다고 하는데 영혼까지 탈탈 털어 찾아간 극장이라고 편안할 리 없다. 어차피 닥친 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를 권한다.

동시

우수

@mich0405-아기눈송이
눈이 내리는 장면을 의인화해서 구름과 눈송이의 관계를 설정한다. 개연성을 극대화 시킨다. 구름을 맘 좋은 아줌마로 눈송이를 예쁜 아기로 그리고 있다. 아기 눈송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보살펴 주고 마음 놓고 내려온 작은 눈송이가 만드는 세상은 아름답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vv2-참을 수가 없어요
어린 시절 학교앞 문방구의 추억은 새록새록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이다. 참새 방앗간처럼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불량식품이라고 못 먹게 해도 또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모처럼 달고나를 사 먹은 날 선생님은 그 속에 대장균이 우글거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문방구에는 매일처럼 어린이들이 바글거렸다.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동화

최우수

@epitt925-곤충의 한 살이
지금까지는 읽는 동화였다면 이번에는 보고 듣는 동화다. 작가님은 동화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 평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를 올린다. 곤충의 한 살이를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림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동화에 빠져드는 일체감을 통해 곤충을 생명체로 사랑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제28회 이달의 작가상 심사평2.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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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대표 문학마을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Terima kasih atas review karya karya penulis bulan 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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