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75)in #kr • 19 hours ago단추를 목까지 채우고서---임 승 유---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뭐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다. 누구든 다른 사람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으니 나는 넘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쇳조각 같은 걸…hansangyou (75)in #kr • 2 days ago윤삼월---곽 재 구--- 금창초꽃 밭둑 위에 수부룩 피고 쑥꾹 쑥꾹 산새 우는 한낮 흐르는 시냇물에 양말을 빨았다 거기 머물던 구름 구름의 마음까지 흠뻑 머금어 그대 떠나는 길 위에도 몇 송이 구름꽃 필 것이다hansangyou (75)in #blurt • 3 days ago이따금 봄이 찾아와---나 희 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 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hansangyou (75)in #kr • 3 days ago이따금 봄이 찾아와---나 희 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 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hansangyou (75)in #kr • 4 days ago사랑---이 병 률---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 않은 것을 버립니다 나는 몸에 붙어 살찐 것보다 살찔 것들을 씻습니다 나는 걸레로 닦은 것보다 걸레에 묻어날 먼지들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귀로…hansangyou (75)in #kr • 5 days ago봄길---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hansangyou (75)in #kr • 6 days ago경강선---한 상 유--- 봄 든 줄... 암튼 성긴 눈발 다시 서 노는 아이들 뵈지 않는 유치원 마당이나 흐르는 강물 속 돌 틈, 아무 공간에 질척이더니 첫 번째 정차 역 광장으로 나서는 꽁지바람…hansangyou (75)in #kr • 7 days ago봄비---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hansangyou (75)in #kr • 8 days ago커튼콜---신 미 나--- 그가 웃기려 할 때 사람들은 웃지 않았고 그가 진지할 때 사람들은 웃었습니다 웃긴다는 말과 우습다는 말 사이에서 모자 밖으로 미리 나와버린 비둘기처럼 어리둥절한 자세로 고맙다는…hansangyou (75)in #life • 9 days ago사랑 노래---황 동 규--- 연못 앞에 앉아 편지 봉투 뜯으니 그대 키운 연못 고기들이 갑자기 반기며 뛰노는구나. 물 면에 떠올라 입 뻥긋대며 눈웃음짓는 놈도 있구나. 우리가 방생교로 이름붙인 무지개다리가…hansangyou (75)in #kr • 10 days ago덤벙덤벙 웃는다---정 현 종--- 파도는 가슴에서 일어나 바다로 간다 바다는 허파의 바람기를 다해 덤벙덤벙 웃는다 여기선 몸과 마음이 멀지 않다 서로 의논이 잘 된다 흙의 절정인 물 물의 절정인 공기…hansangyou (75)in #life • 11 days ago양철 지붕과 봄비---오 규 원--- 오래된 붉은 양철 지붕의 반쯤 빠진 못과 반쯤 빠질 작정을 하고 있는 못 사이 이미 벌겋게 녹슨 자리와 벌써 벌겋게 녹슬 준비를 하고 있는 자리 사이 퍼질러진 새똥과 뭉친 새똥…hansangyou (75)in #kr • 12 days ago톰보이---한 연 희---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누어지길 좋아한다 인간은 남과 여로 존재하기를 원한다 모자는 모자와 나로 나누지 않는다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쓰지 모자의 각도를 연구함으로써 모자의 둘레를…hansangyou (75)in #kr • 13 days ago파도 다듬기---이 서 빈--- 4kg의 바다를 사들고 왔다. 400g을 덜어내니 바다 한 귀퉁이가 우묵하다. 마른 파도를 다듬기 위해 앞치마 입고 신문질 펼친다. 팔딱거리는 물결 한 자락 떼어내고 뛰어오르다…hansangyou (75)in #kr • 14 days ago사랑---이 성 선---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hansangyou (75)in #kr • 15 days ago해---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hansangyou (75)in #kr • 16 days ago궁디 수난기---한 상 유--- 푼더분해진 앞을 탓잡아 감춘다지만, 굴진 뒤태 부끄러운 건 아니야. 가령 들썩이는 돌쩌귀 위라도 기댈 수 있으니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던 것뿐인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악몽에…hansangyou (75)in #kr • 17 days ago공극---김 미 정--- 너는 바람을 안고 걸었고 나는 사람을 안고 걸었다 기장 해안 길은 어제보다 낯설었다 바람이 불었고 갯바위 냄새가 밀려왔다 어촌 체험 마을에 들어서기 전 창이 넓은 카페에…hansangyou (75)in #kr • 18 days ago고요한 사랑---조 병 화--- 나의 기도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신이 있습니다 나의 힘으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습니다 나의 사랑으로는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아, 나의…hansangyou (75)in #steemzzang • 19 days ago키스---김 언--- 나는 나라고 가끔씩 싱거운 생각을 한다. 너는 너라고 가끔씩 싱거운 맛을 본다. 내 생각이 어디 발라져 있나, 물어보면 손가락을 쭉 뻗어 내 입술을 가리킨다. 너는 너라고 맛은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