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Farmer] 무술(戊戌)년 가을 농사 중간정리
직파한 의성배추 2018. 10. 09.
‘나는 미친 농부다’에서 올해 상반기 농사를 결산하였다. 미친농부라고 제목을 지은이유는 땅에 미치(及)고 싶기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사서 고생을 하지말라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농사가 즐겁다. 자급자족은 아니어도 내가 직접키운 작물로 우리가족이 음식을 먹을수 있다는 것과 그 음식이 온전하게 이루어지기 전까지 전과정을 내가 참여했다는 일종의 뿌듯함도 있거니와 노동의 신성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직접 체험할수 있기때문이다. 나처럼 방콕에만 있는 사람은 때로는 이러한 노가다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던 야생초와 풀벌레들을 희생시키기 위해서 밭을 가는 행위는 조금 고되기는 하다. 내가 힘든만큼 그것이 그곳에 자리잡았던 생명체를 내쫓고 짓밟았던 폭력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타자에 대한 희생위에 건립되어지는 과정과 같다. 내가 밭을 가는 동안 그 땅속에 살고 있던 무수한 생명체들은 본의 아니게 희생되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참회해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도 같다. 종교에서 특별히 원죄라고 얘기하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렇게 결론내려진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원죄를 준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살아가려니 원래 죄를 짓게 되어있는 것이다. 나의 개똥 철학이다. 그리고 그냥 애써 그 원죄를 무시할 뿐이다. 그래서 광기의 인간이 아닌 사람이 없는 것도 같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덜 광기의 인간, 나는 덜 미친 농부이다. 그리고 미치(及)려고 농사짓는다.
어려서부터 농사를 해오지 않았고 일머리가 부족해서인지 몸쓰는 데는 재주가 없다. 그러나 땅값 비싼 수도권 지역에서 임대받아서 소작하는 땅은 그렇게 크지도 않다. 기껏해야 10~15평 남짓하다. 도시 농사를 시작한 것이 2011년부터이고 도시 농부학교를 통해서 생태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도 밭을 갈고 나면 2~3일 정도는 온몸이 뻐근하다. 그러나 며칠이면 괜찮아지고 내가 뿌려놓은 씨앗들이 흙을 뚫고 올라와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생명력에 대한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 새싹들은 언제봐도 앙증맞고 귀엽다. 새싹들이 처음에는 비슷하게 생겼어도 나중에 자라서는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작물들로 성장한다. 그래서 생명은 신비롭다. 이게 바로 기적이 아닌가? 무정한 씨앗이 어느새 조건을 받아서 생명체가 되는 커다란 변화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생명, 삶자체가 기적인 것이다.
여러번 언급했듯이 비온 뒤 습기를 머금은 땅에서 강하게 번식하고 있는 야생초들을 제거할 때 맡게 되는 땅과 풀의 향기는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아는 풍류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10여년 동안 경작해왔던 땅이 텃밭과 나와의 인연은 3년 정도이다. 땅 주인이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에 나가라고 통보하였다고 한다.과의 인연이 다 되어서 새로운 땅을 임대받게 되었다. 그러나 재래식 텃밭농사(화학비료/농약 사용과 비닐 멀칭)를 해왔던 땅이라 몹시 척박하다. 그리고 행운인지 모르겠으나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에서 토종씨앗 채종을 목적으로 내게 20여평의 땅을 추가로 가꾸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래서 올해는 밭갈이가 예년보다 3배정도는 힘들었다. 내가 왜하겠다고 했는지 지금 나에대한 실망 중이다. 욕심이 부른 참사이다.
그러나 나는 미치고 게으른 농부이기에 밭갈고 씨뿌리거나 모종심고 나면 끝이다. 물도 안준다. 하늘님께서 내려주시는 빗물에 의지하고 마음이 동하면 야생초 살생하려고 가물에 콩나듯 나아갈 뿐이다. 재래식 농법에서 해충이라고 부르는 벌레들도 그냥 내버려둔다. 그래서 봄농사는 언제나 꽝이다. 왜냐하면 이때는 모든 생명들이 지랄맞을 정도로 자라나기에 항상 관심을 두지 않는 밭은 야생초 세상이 금방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구차니즘의 화신은 절대로 이에 동요되어서는 안된다. 걔네들의 길과 내길을 그냥가면 된다. 맞무시하고 나의 농작물은 강하게 자라도록 나둔다. 결과는 야생초의 껌딱지 승리,
가을이 왔다. 구챠니즘과 방치형 농사꾼에게 가을은 고마운 계절이다. 풀벌레와 야생초들도 약간 맛탱이가 가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둬도 웬만한 가을작물들은 잘 자라주게 되어있다. 8월 말에 토종배추와 무우 씨앗들을 심었다. 의성배추, 보라배추, 전차무, 쥐꼬리무 씨앗들을 파종하고 구억배추와 청방배추, 재래종 무우 모종을 심었다. 재래식 농법을 해왔던 땅이고 퇴비를 주지 않았기에 얼마나 자랄지 모르겠다.
쥐피터의 텃밭 작물지도(@kiwifi님의 미니언 디자인 놀이에서 옮겨왔습니다)
추석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자랐을 때 웃거름을 주었다. 모종을 심으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기때문에 밭에 정돈이 잘되어 있지만 직파를 한 경우에는 제멋대로 자라기 때문에 나중에 솎아내고 보기좋게 정리를 해주어야한다. 추석 전날에는 발아되어 어느정도 자라난 배추와 무우들을 옮겨심었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난 뒤 다시 가보니 옮겨심어 놓았던 배추와 무들이 잘 자라주고 있었다. 고마울 뿐이다.
올가을 농사는 기대가 조금 된다. 의성배추는 결구(포기)가 되지 않고 길쭉하고 호리하다. 캘 경우에 땅콩냄새가 난다. 게다가 뿌리까지 먹을 수 있다. 2년전에 안양에 계신 이모님께 가져다 드렸더니 처음에는 시큰둥하셨다가 김치를 담그시고 맛보시더니 이 배추만 찾으신다. 그리고 만날때마다 이번에는 뭐 심었냐고 물어보신다. 조금 구찮다. 나는 이모가 다섯 분인데 세분의 이모님께서 만날 때마다 재촉하신다. 그당시에는 이게 의성배추라는 것을 몰랐다. 토종배추 종자에 대한 인식없이 작년에도 토종배추를 요청해서 심었는데 결구가 되는 구억배추와 청방배추 모종을 주었던거 같다. 이모님께서 작년 배추는 의성배추 맛이 아니라고 한다. 의성배추는 다자라면 늘씬하고 호리호리 쭉쭉 빵빵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확할 때 땅콩향이 나의 후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킁킁거리게 된다. 일본 미노에서 만리향 냄새 찾아 킁킁 삼매에 빠지신 @roundyround님처럼 말이다. 갓도 아마 캘 때 땅콩향이 날 것이다. 의성배추는 간혹 보라빛깔을 띈다. 아마도 갓과 같은 형제이지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양 이모님을 위해서 의성배추를 많이 심었다.
그러나 토종이건 재래종이건 노지에서 나같이 게으르게 방치하여 키운 천하태평 자연생태 가을작물들은 작지만 억세면서 질기다. 그래서 김장을 담그면 쫄깃하고 식감이 좋다. 시간이 한참되도 배추들이 물러지지 않는다. 힘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강하게 키워야 자생력이 있어 웬만한 충격에도 툴툴 털어버리는 대범함이 있는 것이다. 나는 샌님의 성향이 있고 온실안의 화초같이 연약하게 자라서인지 지구력이 없다. 게다가 뒤끝 작렬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강하게 되자고 미련 떨구싶지는 않다. 나는 소중하니까,
보라배추는 대구의 어느농부님에게서 온것인데 보라색으로 자란다고 한다. 맛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전차무도 보라빛깔을 낸다고 한다. 쥐꼬리 무는 쥐꼬리를 닮았다고 한다.
직파한 전차무 2018. 10. 09.
훅하고 불면 넘어갈 듯한 연약한 강수지 누님의 ‘보랏빛 향기’가 생각난다. 그당시에 우리 수컷들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응사 1988 remake version과 함께 원곡을 연달아 붙여두었다. 아! 누나의 어깨 덩실덩실 풋풋 리듬 파도타기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아이고 조아라! ㅋㅋ 그리고 간지럽다. 지금 이런 거 하면, 아마도
이 미친xoflrkqwlcau0!!!!!!!
(젊은 암컷은 사랑으로 샤방샤방, 늙은 암컷은 쌍욕!)
[1990] 강수지 – 보랏빛 향기 (응답하라 1988 삽입곡)
오늘 의성배추를 솎아내어 정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솎아낸 의성배추를 씻어서 우리아버지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추국을 끓여먹어야 겠다.
솎아낸 의성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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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배추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요.
올해는 늦었고 내년엔 꼭 해보고 싶네요.
제 경우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통해서 구했습니다. 다음까페에 씨드림이라는 동호회가 있습니다. 변현단 선생님께서 까페지기이신 걸로 아는데요. 가입하시고 교류를 하시면 될것도 같습니다.
씨드림
오오... 감사해요. 적극 이용해보도록 하겠슴다. ㅎㅎ
저도 농사일 하는게 참 재밌어요
어려서부터 많이 했거든요
풍작을 기원합니다ㅎㅎ
ㅎㅎㅎ 도시농부? 이신건가요? 내 손으로 키워 먹으면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더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마>
<노노노노노>
저는 하수빈 파였다는 :D
근데 지금 보니 너무 마르셨네요. 시대를 앞서간 분 같아요.
강수지 분은 우아하게 나이드셔서 보기 좋은 듯 합니다.
저도 가끔 아버지 서울근교 텃밭수확을 돕곤 하는데
개인 취미도 이렇게 약을 많이 치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많이 칠까 싶어지더라구요 ㅎㅎ
재미있게 사시네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ㅋㅋ. 하수빈은 조금 세대가 뒤쳐지죠. 생각보다 쬐금 늙으신듯? ㅋㅋ
배추국을 정말 좋아합니다.
대구에서도 시래기국이라고 하는데 무우 시래기보다 배추시래기가 제일이죠. 물김치도 무우 보다는 배추가 좋네요.
피터님 배추 먹어보고 싶네요.
지인이랑 한 잔 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배추전, 배추국, 무우국은 가을 농사에서 빠질수 없는 반찬이죠. 제가 수확한 무는 크지는 안아도 실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래서 노지 재배에 무농약 농업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농사가 힘이들어도 수확하는 날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
쌍욕.ㅠㅠ
전 쌍욕파입니까?
ㅋㅋ
여신 = 암컷 수컷 동형 ㅋㅋ
쌍욕은 아니고요.... 히히...(해당사항 없음)
강수지 보라빛 향기 흉내내시면서 춤을 추신다면 아들과 따님이 어떤 반응이실까요? 아니면 아자씨께서는? ㅋㅋ
ㅋㅋㅋㅋ
저도 반응이 궁금하지만 보라빛 향기 흉내는 도저히 못내겠네요. 오글거려서.ㅋㅋㅋㅋㅋㅋ
도시농부라니 대단하세요! 무술년, 농사가 만만찮은 해였을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아~~ 👏👏👏
갑자기 미니언등장때문에 빵터졌습니다.ㅎㅎ
의성배추의 땅콩향이 무척 궁금해지네요.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