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11 | 다리의 꿈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novel6 years ago (edited)

우린 다리 일 끝나는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 세 남자는 이제 집에 가려는지 자리를 마무리하고 있었어.

"도로시님도 연락처 주세요. 얼굴 자주 보며 얘기 나눠요. 하하하."

연락처? 도로시에겐 휴대폰이 없는데.

"저, 휴대폰 없는데요. 헤~~"

세 남자는 당황한 듯 서로의 얼굴을 살피더니 바로 표정관리를 했어.

"아~ 하하하. 이게 족쇄에요, 족쇄. 없이 사는 게 더 편하죠. 하하하."

도로시와 나는 멀리 떨어져 있을 땐 서로 텔레파시를 주고받기 때문에 휴대폰 같은 게 필요 없지. 그리고 오즈에선 아무 쓸모도 없으니깐. 거긴 휴대폰 가진 사람이 없으니 전화를 걸어도 받을 사람도 없기도해.

세 남자는 아쉬워하며 인터넷 카페에서 또 대화하자고 말했어. 그리곤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어.

밤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맥줏집 손님들은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어. 그들은 연신 건배를 외치며 알콜이 첨가된 보리음료를 입속으로 부었어.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렸고 여기저기서 고음이 오갔어. 도로시와 난 칸막이 쳐진 직원 휴식 장소에서 멀찍이 보이는 주방을 보며 다리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어.

자정이 되자 다리는 '노래는 자정까지만 불러.'라며 퇴근준비를 했어. 나와 도로시는 드디어 해방이라는 즐거움으로 맥줏집을 나왔어. 밤하늘은 별이 보이지 않아선지 오즈에서 본 하늘보다 더 어두웠어. 우린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어. 다리는 오랜 세월 목발을 사용했는지 목발에 의지한 걸음이 능숙했어.

"토토는 몇 살이에요?"

내게 쏙 반했는지 계속 쓰다듬으며 물었어.

"일곱 살이요. 새끼 때부터 키웠어요."

"혹시 잘 때도 같이 자요?"

"네. 그럼요. 토토는 제 가족이거든요."

다리는 버스에 타서도 계속 날 쓰다듬었어.

(다리가 인우 대학 등록금을 보태고 있대. 둘이 벌어야 한 사람 등록금이 나오나 봐. 다리와 인우는 같은 보육원 출신이야. 다리는 인우를 많이 좋아하는데 인우는 다리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대. 세 남자들 일로도 바쁜데 일 하나 더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다리의 사랑도 이뤄주자. 응?)

(응. 응. 걱정하지 마. 우리가 마음먹어서 실패한 거 봤어? 까짓거 간단해.)

"가게와 집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제가 오래 걷지 못해서 버스를 타고 다녀요."

"아~ 네. 저기, 출근은 매일 해요?"

"저는 주일엔 쉬지만 인우는 쉬는 날이 없어요. 주일 저녁엔 손님이 적어서 저는 특별히 배려를 해줬거든요. 근데 인우는 주방에서 일해야 하니까 쉬질 못해요."

버스는 어두운 한 골목에 우리를 내려줬어. 맥줏집이 있던 곳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 가로등이 듬성듬성이라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는 어두워 보였어.

"괜히 저희집으로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집에 가려면 더 올라가야 하는데 버스는 여기까지만 다니거든요."

"괜찮아요. 저 다리 튼튼하거든요. 헙!"

앗, 다리가 튼튼하다니. 어떻게 이런 말실수를.

도로시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어. 다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걸음을 옮겼어.

"근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무 살이요. 다리씨는요?"

"와~~ 정말요? 저도 스무 살이거든요. 까르르~~ 우리 말 놔요. 아니, 우리 말 놓자."

크게 웃는 다리의 얼굴은 아무런 걱정도 없는 듯 환해 보였어. 웃으니까 행복해 보였어. 나 다리가 항상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거야. 상처가 많아 보이지만 즐겁게 사는 모습에 반한 것 같아.

.

다리는 원래 말 놓는 게 편한가 봐. 그래선지 더 발랄해 보인다고나 할까. 어쩌면 저 밝은 모습이 자신의 상처를 숨기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리는 오르막길을 오르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았어. 숨이 차올라 호흡이 커져도 얼굴은 밝아 보였어. 우린 달과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걸으며 밤공기를 만끽했어.

골목을 여러 번 돌아 도착한 다리의 보금자리. 한참 올라왔지만 다시 계단을 몇 개 내려가야 나온 문. 그 곳은 반지하였어. 어두운 밤 속에서도 그 곳은 더 어두워 보였어. 휴대폰 불빛으로 겨우 열쇠 구멍을 찾은 다리가 문을 열자 드디어 전구 하나가 켜졌어.

"힘들었지? 괜히 재워준다고 했나 봐."

"아니, 아니아니 괜찮아. 요."

"에이, 말 놓으라니까. 우리 친구잖아."

"응? 그, 그래."

문을 닫고 방 안을 둘러봤어. 작은 주방 겸 거실, 왼쪽으로 문이 두 개, 정면으로 문이 하나. 오른쪽엔 작은 냉장고 하나와 전기밥솥이 보였어.

"누추하지만 하룻밤 자긴 괜찮겠지? 까르르~~"

"아니 괜찮은걸. 타지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잠잘 곳까지 걱정 안 한다는 게 어딘데."

다리가 정면 쪽 방문을 열었어.

"여기가 내 방이야. 옆방은 인우 방.

인우와 한집에 산다고? 이거 일이 쉽게 풀리겠는걸.

"인우? 아~ 아까 말한 그 남자!"

"응. 동갑이니까 그냥 편하게 말 놔도 돼. 인우는 퇴근이 늦어. 그냥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남자와 한 집에 있는 거 불편한 건 아니지? 난 어려서부터 함께 생활해서 별로 불편한 걸 모르거든."

"어~~ 어. 그래. 또래 남자와 한 집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뭐 불편하겠어? 헤~헤~"

많이 불편할걸. 집이라고 옷을 편하게 입고 있을 수도 없잖아.

다리와 도로시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해 보였어. 도로시는 다리가 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어. 펑퍼짐한 고무줄 바진데 무척 편안해 보였어. 위엔 헐렁한 티만 하나 입고는 좋다고 웃어댔어.

난 발만 닦고 털은 대충 털었어. 원래 밖으로 많이 다닌 날엔 꼭 목욕하고 자지만 남의 집에서 목욕까지 하긴 싫었어. 그래도 평소 깨끗하기 때문에 냄새가 난다거나 하진 않아. 오히려 향기가 나지. 토토의 향기. 크크크.

방은 반지하라서 그런지 무거운 기운이 느껴졌어. 습해선지 내 털들도 살짝씩 뭉치려고 했어. 다리 방엔 한 칸짜리 이불장 겸 옷장 하나와 책상이 전부였어. 그래서 방이 더 넓어 보였어. 형광등 불빛 아래 우리 셋은 이불을 깔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어. 다리가 도로시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도로시는 자신이 어렸을 적 살던 시골에 대해 얘기해줬어. 다리는 도시에서만 살아봐서 시골 얘기가 신기하다며 열심히 들었어.

"저기 근데 인우는 언제 와? 인사는 하고 자야 할 것 같아서."

"많이 늦어. 그냥 우리끼리 먼저 자자 인사는 내일 아침에 해도 돼."

"괜찮을까?"

"그럼. 내 친군데 뭘. 까르르."

도로시는 오늘 못다 한 얘기는 내일 또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누웠어. 오늘 하루는 어쩜 이리도 긴지. 에효. 금이와 붕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밥도 못 먹고, 금붕어들에게 이름 이상하다고 놀림 당하고, 어항 깨서 금이와 붕이 만나게 해주고 오즈로 돌아갔더니 회의시간. 거기에선 서쪽마녀의 딸이라는 마오라는 재수 없는 마법사가 도로시를 비난했고 우린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간세상으로 휘리릭. 세 남자 마음 돌리러 왔다가 다리를 만나고. 에효~. 태어난 이후로 이렇게 긴 하루는 처음이야. 나 너무 피곤해.

난 너무 졸려 바로 눈을 감았어. 그 후로도 다리와 도로시는 계속 얘기를 나눴어. 다리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어. 지금은 비록 맥줏집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꼭 많은 관객들 앞에 서고 싶다고 했어. 난 눈을 살짝 떠서 다리를 봤어. 형광등 꺼진 어두운 방이지만 다리의 눈은 반짝거렸어. 마치 별 하나가 눈에 들어간 것처럼.

.

퍽~~~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어. 아이고야, 도로시가 물컵을 놓쳤는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었어. 도로시 앞엔 인우가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서서 깨진 컵을 봤어. 컵 깨지는 소리에 다리도 눈을 떠서는 상황파악을 하려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도로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어. 얼어버린 것처럼.

"멍~멍~"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도로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인우는 조각난 컵을 보고서야 잠이 깼는지 도로시에게 다치진 않았느냐고 물었어. 그러곤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어. 도로시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죄송하다는 말도 못하고 화장실로 도망을 가버렸어.

(어디 아파? 무슨 일이냐니깐.)

(어? 어. 별, 별일 아냐. 저, 저 남자가 인우야?)

이상하네. 왜 저러지? 이런 도로시의 모습은 처음이야. 정말 어디 아픈가 봐. 아니면 재수 없게 생긴 마법사 마오가 이상한 마법을 부렸거나. 참, 어제저녁에도 한 번 말을 더듬고 그랬지. 어젠 그 재수 없는 녀석 때문에 그런 것 같았는데. 흠.

도로시는 급히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숨을 가다듬고 나왔어. 인우가 이미 컵 파편들을 다 치운 후였어. 도로시는 인우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어. 인우도 다리도 괜찮다며 컵은 다시 사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다친 곳은 없느냐고 걱정해줬어. 그때 인우가 허리를 숙이더니 도로시 발로 시선을 옮겼는데, 도로시 발에서 피가 살짝 난 걸 본 거야. 화장실로 도망가며 컵 조각을 밟았는지 피가 조금 났지 뭐야.

"이런. 피가 나네."

인우는 급히 방으로 들어가서 약 상자를 들고 나왔어.

"앉아봐. 많이 아팠겠네."

도로시는 얼떨결이 자리에 앉아 인우에게 발을 맡겨 버렸어. 인우가 도로시 발에 난 상처에 빨간 소독약을 바르고는 입으로 호~호~ 불었어. 그러고는 반창고를 붙여줬어. 도로시는 많이 아픈지 얼굴이 빨개졌어. 발에서 피 조금 났다고 얼굴이 빨개지나? 도로시도 어제 엄청 피곤했나 봐. 겨우 이런 일로 숨도 가빠지고 말이야. 에잇, 마오 만나기만 해봐라. 확 물어 버려야짓.

.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이야."

"어? 어. 고, 고마워."

"근데, 컵이 깨져서 어떡해. 미안해."

"괜찮아. 깨진 컵은 버리면 그만이야."

도로시는 이제야 조금 진정을 했는지 말을 더듬지 않았어. 어제부터 뭔가 많이 놀란 사람 같아. 빨리 세 남자도 해결하고 다리와 인우도 해결해야겠어. 어서 돌아가야지 인간세상은 살 곳이 못 돼.

아침이 온 것 같았지만 반지하라 어두웠어. 창문 밖이 벽으로 막혀 있는지 빛이라곤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어. 다리는 손님에게 아침밥을 해줘야 한다며 부지런히 요리를 했어. 착한 도로시는 괜찮다고 말리다가 다리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며 다리를 도왔어. 인우는 밤늦게 퇴근해서 피곤할 텐데도 공부를 하는지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있었어. 난 습한 공기 때문에 내 털이 몇 곳 엉겨 있기에 혀로 풀려고 애썼어.

나를 포함해 넷은 함께 밥을 먹었어. 인우와 다리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 그런지 정말 남매 같아 보였어. 도로시는 밥을 먹으면서 계속 인우와 다리의 눈치를 살폈어. 둘을 어떻게 이어줄 건지 고민하는 것 같았어. 뭐 별거 있겠어? 다리가 인우를 좋아한다는 걸 인우에게 알려주면 되는걸. 내가 사람말을 못하니 귀에 속삭여 줄 수는 없으니 도로시가 하면 되겠네. 고백은 타이밍이 중요해. 그 타이밍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야.

아침밥을 먹은 후 인우는 학교에 간다며 나갔어. 도로시와 나는 하룻밤 신세를 졌으니 이제 집을 나서야지. 그런데 한 달 동안 묵을 곳을 구하진 못했잖아. 그래서 도로시에게 그냥 이곳에 한 달 지내는 게 좋겠다고 다리에게 잘 말해보라고 했어. 도로시가 어렵게 말을 꺼내자 다리는 한 달 정도는 괜찮다며 이곳에 머물러도 좋다고 했어. 으히힛! 이렇게 해서 잠잘 곳은 해결. 도로시는 그냥 잘 수는 없다며 물값과 전기요금은 내겠다고 했지만 다리는 끝까지 사양했어. 다리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마음씨도 착한 것 같아.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깐.

.

도로시와 난 유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어. 된장(된장맛캔디)과 유리의 사이를 되돌려 놓을 좋은 방안을 궁리하면서 거리를 걸었어. 일단 버스를 타는 게 좋을까 지하철을 타는 게 좋을까 궁리하다가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걸 깨달았어. 도로시에겐 은구두가 있잖아. 나 벌써 치매가 오나봐. 세 번만 두드리면 어디든 가는 구두를 가지고도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했으니 말야.

"멍" (걸어갈 거야? 은구두로 날아가자. 할 일이 태산이라구.)

"응. 할 일이 많은 건 알아. 근데 좀 걷고 싶어."

유리에게 어떻게 접근할 건지 뭐라고 말할 건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나봐.

"멍" (아직 고민이구나? 사실 나도 아직 생각해논 건 없어. 그래도 일단 가보면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

"그냥 걸을래."

그래라. 걷다 보면 뭔가 떠오르겠지 뭐.

조금만 걸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로시는 한참을 걷기만 했어. 내 다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가만히 걷기만 하는 건 하기 싫다구. 그래도 도로시를 위해 일단 유리와 된장만 생각했어. 된장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을 건지 말이야. 된장이 유리에게 반한 이유는 그냥 예쁜 거 하나거든. 우리가 쓴 마법이라곤 유리를 아주아주 예쁘게 치장한 것 뿐이야. 어느 남자라도 한눈에 반할 만큼. 피부도 밝고 화사하게 하고 명품 옷도 입히고 좋은 구두에 예쁜 액세서리까지 선물로 줬거든. 도로시가 그정도 마법은 부릴 줄 알아. 정확히 말하면 도로시가 아니라 은구두가 부린 마법이지만. 근데 이제 유리가 안 예뻐 보이는 걸까? 사람이 취미를 가질 수도 있고 그 취미가 수집일 수도 있고 그 수집이 구두일 수도 있는 거 아냐? 사랑한다면 유리의 취미도 사랑할 수 있어야지. 안 그래? 아니지 된장 뒷담화 할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야지. 난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깐.

아무생각 없이 걷다가 이정표를 봤는데 인우가 다닌다는 학교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착한 도로시가 세 남자 일도 중요하지만 다리와 인우를 연결해주는 걸 먼저 하려나 봐. 인우에게 찾아간다는 말도 없이 가는 걸 보면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아.

"멍" (인우랑 다리 연결해주는 걸 먼저 하려고?)

"어? 어.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학교도 가깝고 해서 구경도 하려고."

정문으로 들어선 우린 그냥 그곳에서 얼어버렸어. 무슨 학교가 이리도 큰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거든. 여기서 어떻게 인우를 찾는담.

.

"안녕! 꼬마 아가씨."

모야 이 재수 없는 목소리는 어제도 들었던 것 같은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마오가 서 있었어. 마법사 옷이 아니라 인간세상 옷을 입고서 말이야. 고급스러운 옷은 늘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고 살짝 웨이브를 준 머리칼은 티 하나 없는 마오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어. 모델 같은 모습에 하마터면 나도 반할 뻔했다니깐.

근데 마오가 여긴 왜 나타난 거야? 도로시는 마오를 슬쩍 쳐다보더니 대꾸도 하지 않고 못 본 척했어.

"아, 미안. 나랑 나이가 같다고 했지? 안녕! 도로시."

"별로."

도로시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어.

"호호호호. 내가 안 보고 싶었구나."

도로시는 마오가 떠들거나 말거나 그냥 가던 길을 걸었어. 어서 인우를 찾아야 할 텐데.

"인우 찾니?"

마오가 뒤따라 걸으며 큰 목소리로 물자 도로시가 놀라며 걸음을 멈췄어. 우리가 인우를 찾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놀라긴. 인우를 찾는다면 날 따라와. 이따가 만나기로 했거든."

인우를 만나? 이게 무슨 말이야? 마오랑 인우가 서로 아는 사이?

"아!! 또 놀랐구나.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났지. 이따가 인우랑 같이 점심 먹기로 했어. 자꾸 놀라게 해서 미안. 세 번씩이나 놀라게 했네. 호호호."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 도로시를 앞에 두고 마오가 한참을 떠들었어. 마오가 말하길, 아침에 학교에 가는 인우와 부딪혔다는 거야. 그래서 마오가 넘어졌고 그 바람에 마오가 들고 있던 커피며 책이며 다 쏟아졌다지 뭐야. 인우가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마오는 미안하면 점심 사라고 했다네. 뭐야 마오 저건. 왜 인우에게 접근을 한 거야?

"같이 먹을래?"

완전히 한 방, 아니 세 방이나 먹은 도로시는 그때서야 뒤돌며 마오를 째려봤어. 눈에서 불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어.

"아니. 그리고 나 인우 보러 온 거 아니야."

근데 이거 반칙 아냐? 도로시가 세 남자를 되돌리려고 왔는데 마오는 왜 나타난 거지?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난 네가 하는 일엔 1도 관심 없으니까."

"내가 왜 너 때문에 기분이 나빠야 하지? 전혀. 난 기분 전혀 안 나빠."

도로시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뒤돌아 씩씩하게 걸었어. 힘차게 걷는 도로시의 뒷모습을 보며 비웃듯 웃는 마오의 표정이 재수 없게 보였어. 감히 도로시를 괴롭혔겠다. 난 마오에게 으르렁대며 "멍~~ 멍~~" 힘차게 짖었어.

"안녕 토토. 토토야, 주인 잘못 만나서 네가 고생이 많다."

지랄하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주인이거든.

"내게 할 말 있니? 아, 맞다. 넌 오즈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아니라 말을 못하지? 호호호. 주인 닮아서 멍청하겠구나. 이제 어쩌면 좋니. 한 달 후면 네 주인은 마법사 자격을 잃게 되거든. 어떻게 확신하냐고? 내가 방해할 거니까."

인우와 점심을 먹는 게 도로시를 방해하는 건가? 암튼 방해한다고 하니 내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내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도로시와 대화도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것 같으니 다행이야. 오늘은 마오 옆에서 어떤 계략을 꾸미는지 지켜봐야겠어. 도로시야, 걱정하지 마. 나 토토가 지켜줄 테니까.


♡♥♡ 보팅 댓글 리스팀은 사랑입니다 ♡♥♡

  1. 이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잼나게 읽어주세요.

  2. 스팀잇 특성상 긴 글은 집중도가 떨어지기에 회당 분량이 적습니다.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분량을 잘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3.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된답니다.
    응원과 지적 많이 부탁드립니다. ^^

(분량이 적어 안 읽으시는 것 같아, 회당 분량을 늘렸습니다.)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1 | 프롤로그 (1)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2 | 프롤로그 (2)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3 | 프롤로그 (3)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4 | 마법사의 나라 오즈 (1)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5 | 마법사의 나라 오즈 (2)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6 | 마법사의 나라 오즈 (3)
[연재소설] 오즈의 토토 Toto of OZ 7 | 마법사의 나라 오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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