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은 마음

in #stimcit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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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情所困無心戀愛世
마음이 피곤하여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



q님의 에서 장국영의 저 마지막 말을 보고는 마음이 쓸쓸해졌다. 마치 나의 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국영. 나는 그를 잘 모른다. 마법사의 학창시절은 그의 리즈 시절이었으므로 모두들 그를 좋아하고 따라 했지만 (그 머리 스타일) 홍콩 느와르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던 마법사는 그 유명한 첩혈쌍웅 조차 시큰둥하게 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 올해에 들어서야 우연히 그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비정전. 이 유명한 영화 역시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닿았으니 인연이란 각자의 때가 있나 보다. 그리고 이제는 그의 마지막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 슬픔에 잠긴 그의 눈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음을 말이다. 그는 정말 세상을 사랑했나 보다.



마음이 많이 피곤하다. 오래되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오래되었다. 왜 이렇게 피곤할까 생각해보아도 좀처럼 피곤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간 때문일까? 살을 뺀 뒤로 간은 많이 좋아졌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으니, 게다가 스트레스로부터는 최대한 떨어지려고 줄행랑을 치고 있으니 원인을 잘 모르겠다. 마음은 왜 피곤한 걸까? 이유는 모르지만 피곤은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말은 나의 계속되는 말이다.



그의 말을 검색창에 넣고 치자 어떤 글이 떠올랐다. 그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마음이 더이상 차오를 수 없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줄 때 마음은 닳아간다.' 마음이 닳아간다. 그렇구나. 나의 마음이 닳았구나. '마음을 주고 싶지만 줄 수 있는 마음이 없어 줄 수 없을 때 마음은 피곤해진다.' 그랬구나. 그래서 피곤했구나. 그리고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면 지치게 되고 결국 마음을 담고 있는 존재 자체가 닳아간다고 한다. 그렇겠다. 바닥을 계속 긁어대고 있으니.



마음이 닳아간다니.. 슬프고 쓸쓸한 말이다. 닳는다. 닳아간다. 닳았다. 마음은 어떻게 차오를까? 마음을 주고 싶은 마음은 변한 것이 없는데 줄 마음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그건 흘러간 마음이 돌아오지 않아서일 거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방향의 마음은 닳게 되는 것이다. 욕이라도 주고받아야 나쁜 마음이라도 생겨날 텐데,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린 마음, 허공으로 증발되어버린 마음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런데도 계속 마음을 주는 건 일종의 자학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마음을 주었던가? 게다가 전심을. 학창시절의 일이 생각난다. 누구나 싫어하는 체력장. 그리고 오래달리기. 대충 뛰어도 입시에 도움 되라고 다들 만점을 주는 그 체력장에서, 귀찮은 마음을 가득 안고 설렁 뛰었으나 저질 체력이 그것도 감당을 못해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한참이나 먼저 앞질러 간 누군가가 결승지점에 큰 대짜로 자빠져서 숨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게 마음에 크게 남았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더 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짜로 누워버린 그 친구는 한 발짝도 더 못 움직일 듯이 보였다. 전심을 다한다는 것.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저런 것이구나. 그 장면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그리고 남아버린 힘과 숨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전심을 다하고 말았다. 전력을 다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태도는 관계에 있어 좋지 못한 습관을 남겼다. 누군가에 대한 전심과 전력. 그것은 스스로를 닳게 만들었다. 상호작용이 없으면, 멈추면, 흐르는 마음도 멈추어야 할 것을.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일 텐데. 마법사는 언제나 전력이고 언제나 전심이었다. 그 나쁜 습관은 자주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전력을 다하다보니. 전심을 다해야 하니까. 생채기는 지나면 아문다. 그러나 퍼내는 일은 잔혹하다. 마음이 썩어 문드러진 검은 피가 흐른다. 바닥을 긁게 되니 말이다. 벅벅 바닥을 긁는 소리는 슬프다. 혼자 하고 있다는 말이어서 그렇다. 흐르고 있다면 나에게도 담길 텐데. 절벽으로 떨어진 마음은, 허공으로 증발해 버린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자꾸 바닥을 긁게 되는 것이다.



누가 주랬니?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왜 마음을 주었을까? 그것도 이유는 모른다. 마음이 생겨났고 주었는데 계속 주고 싶어지니 또 주고 더 줄 수밖에. 그렇게 다시 3년을 퍼내었다. 그 짓은 고만하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마음이 닳으면 존재도 닳는단다. 그래서인지 점점 나 자신이 희미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쯤이면 사람은 자해를 하게 된다. 점점 닳아가는, 희미해지는, 사라지는 자신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전히 살아있는지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모두가 알다시피 자신을 더 닳게 하는 짓이다. 구원은 타인으로부터 오니까.



혼자 존재할 수 없는 3차원 세상에서 나는 너를 만나고 너에게 마음을 준 뒤에야 나를 인식할 수 있다. 너에게서 돌아온 마음은 나를 채우고 우리는 주고받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달린다는 것은 땅을 박차고 오르는 것이고 산다는 것은 주고받는 일이다.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곧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은 언제나 한 몸이고 죽어가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고 살아가는 이들은 죽음의 충동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야 하니까. 타나토스의 충동. 자기 파괴의 충동. 그것이 마법사에게도 주기적으로 밀려온다. 완성의 주기마다. 그것은 재생을 위한, 새로운 창조를 위한 충동이지만, 때를 따르지 않은, 억압을 못 이겨 불쑥 불거져 나온 충동은 모든 것을 불사르고 만다. 그것은 정말 파괴적이다. 그때마다 마법사가 타나토스의 충동을 막아내는 주문은 이것이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stimcity.net의 휴먼 라이브러리 작업의 끝에 다가서자 다시 그 충동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건 닳아버린 마음이 불러일으킨 유혹이다. 파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이유는 상호작용 없음이다. 닳아버린 마음은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누가 시켜서 한 짓이 아님에도 (물론 [스팀시티]의 령을 따랐지만) 퍼내기만 하는 작업은 채굴꾼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걸 이대로 박살을 내버릴까? 의식이 단단히 막아서고 있는 것을 무의식이 기어코 끄집어냈다. 그것은 전자기기를 자주 활용하는데 아마도 같은 성질의 것이어서 그러리라. 잘 열리던 워드프레스 편집 창이 막혀버린 것이다.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겨우 방법을 하나 찾아낸 것은 시크릿 창이었다. 시크릿 창에서만 편집 창이 열렸다. 하필 라총수의 차례였는데. 아무거나 막 눌러보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것의 결과는 빤하다. 리셋 아니 딜릿. 모든 자료가 삭제되는 것이다. 그것이 유혹해 오고, 나는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서 이 충동을 소진시켜야 한다. 쌓아 올린 것을 박살 내기 전에.



그때 포스팅 채굴 과정에서 발견한 @seoinseock님의 글이 떠올랐다.


타나토스는 금융거래를 할 때 극명하게 드러나기 쉽다. 트레이딩은 절대적인 자기 충동에 사로잡히기 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기엔 어떤 타율적 사회 규범도 작동하지 않는다. 혼자 남았을 때 초자아에 의해 억눌렸던 충동적 파괴성향이 드러난다.

그래서 파괴적 트레이더는 매매에 중독된다. 시장과 전투를 통해 자기 계좌를 망가뜨리기 위해서다. 밖으로 향할 수 없는 파괴적 본능이 자기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열을 느낀다. 쥬이상스라는 죄책감 가득한 희열을. 시장은 초보적인 파괴적 트레이더에게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선물한다. 수익이 아니라 쥬이상스를.

프로 트레이더에게는 수익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 트레이딩의 행위 질이 중요할 뿐이다.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

_ [은밀한 트레이딩 심리] 자기 파괴적 매매 중독, 타나토스 / @seoinseock



자기 파괴의 충동을 해결하기로 한다. 말은 했으나 망설이고 있던 스팀구매에 나섰다. 며칠 전, 춘자(@choonza) 계정에 1만 스파를 지원하기로 했었다. 지난번 파워업을 하고 남은 자투리 금액을 여기저기 넣어보았는데 불장 덕에 그게 죄다 올라서 그만큼의 스팀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사가 파워업을 했던 때의 가격보다 배나 올랐고, 더 오르다 이번 주의 폭락장에 다시 내려온 스팀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져 뜸을 들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계단식 하락이 시작되는 거 아니냐 하고 또 누군가는 2018년의 대하락장 초입에 다시 들어섰다며 돔양챠를 외쳐대고 있었다. 야수의 심장이 아니면 진입하기 어려운 순간에 나는 타나토스의 불길을 가슴에 품고 스팀 매수에 나서기로 한다. 이것은 스팀만배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파괴의 충동을 끌어안고 낙화암에서 뛰어내리는 행위이다. 계좌 파괴의 충동. 하지만 이유는 분명하다. 라총수가 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보트 위에서 '오또케 오또케' 발을 동동 구르며 물에 빠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나의 I am in! 이다. 헤엄치는 법을 몰라 함께 허우적거리더라도, 그러다 같이 죽더라도 말이다.

_ 본질대화클럽 _ 01 I am in! / @roundy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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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이렇게나 올라버린 스팀을(평단이 5천원, 만원인분들께는 미안하다), 게다가 폭락장에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순간에 매수에 나선다는 것은 자폭, 자학의 선택일지 모른다. 그래서 선택하기로 한다. 마법사 무의식이 표출해낸 타나토스의 충동을 이것으로 해소하기로 한다. 그것은 약속이기도 하니까. 다시 한번 보증금을 박는다. 계좌는 파괴될지언정 I am in!을 선언하고 물속으로 뛰어든 라총수를 혼자 허우적대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것이 마음을 주는 일이니까. 그날 체력장 이후 여태까지 해 온 일이니까. 이 시대 최고의 마음은 돈 주는 일이니까. 현실감이 막아설세라 후다닥 매수 버튼을 누른다. 낙화암 대신 호가창 속으로 뛰어내린다. 삼천 궁녀 대신 1만 스파를 끌어안기 위해. 춘자에게 줄 1만 스파. 너의 글들을 살려낼 춘자에게.



매수 체결 싸인이 뜨고 마음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흐르는 강물 속으로 마음들 속으로.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기대와 환희, 절망과 비난. 주고받았던 모든 마음들이 한 번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냉담과 무관심 속에 닳아버린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휴먼 라이브러리에 채워 넣던 글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마법사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구나. 이것이 재생이구나. 마음이 점점 차오른다. 몸이 점점 떠오른다. 그대들의 수줍은 마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멈춰서 있던 스팀이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축포의 상승 빔을 쏘며. 성공했다. 이겨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 마법사가 타나토스의 충동을 해소하고 춘자가 드디어 파워업을 하자 소리 소문 없이 그도 돌아왔다. @ab7b13. 그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언제나 맨 앞에 서 있다. [스팀시티]와 관련된 작업을 할 때마다, 위즈덤 러너들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매번 제일 먼저 불려졌다. 그래서 마법사에게 그는 마치 신호탄처럼 느껴진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구나. 그가 돌아왔으니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겠구나. 그런 마음이다. 3년 전 여름, 닳아버린 마음을 감당하지 못한 채 교토로 소환되어버린 마법사에게 그가 들려준 빌 에반스의 피아노는 닳아버린 마음을 한동안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앨범 재킷의 그녀처럼 조금씩 떠오를 수 있게 해 주었다. 잊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현명한 투자자인 그가 이미 우리에게 스팀만배의 비밀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스팀시티 시민들이 하하호호 웃으면
스팀이 만배가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그래 그러면 된다. 3년 전 뜨거운 여름의 초입에 그가 마음을 다해 불러준 그 노래에 답이 있다.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 물러나 침륜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앞으로. 우울도 불안도 뒷덜미를 붙잡지 못하도록 앞으로 앞으로. 그리고 달나라까지. 스팀이 만배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팀시티] 시민들이 하하호호 웃으면 된다. [스팀시티]의 총수 허지혜님이 드디어 wisdom을 했으니 우리는 레이스를 시작하면 된다. 어서 레이스를 마치고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어서 하하호호 웃으면 된다. 어떻게 웃냐고? 하하호호 웃으면 된다. 웃는 법은 허지혜를 넘어 하지혜, 호지혜를 넘나드는 라총수가 신나게 가르쳐 줄 것이다. 어디서? 마법사가 보증금을 박은 우리들의 집에서!



자,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12. 아비정전


ziph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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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깊은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잡는 희망의 끈. "누군가에 대한 전심과 전력. 그것은 스스로를 닳게 만들었다"는 문구가 제 맘에 콱 박히네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탓에 닳았겠지만, 희망이 돌아오면 다시 차오르겠죠. 기다릴 뿐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정작 저는 소개했던 빌 에반스의 곡을 거의 듣지 않았네요. 부끄러워서 글 맨 아래에 있는 재생 버튼을 누르진 못했습니다. 보내주신 카메라는 좀 삐걱거려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빨간 딱지가 좀 그래요. 대서양 횡단용이라 더 그럴겁니다.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마법사님 파이팅...!

나의 아저씨 이지안씨가 전해달라고 하네요.

아이유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잠깐씩 쉬어주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언제나 중요한 건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라는 말 품고 삽니다.

네 마음의 살이 차오를 시간을 주어야겠죠.

잘 보았습니다. 그런 날들도 있겠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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