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프로바이즈 - 인공지능이 음악을 지배한다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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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이 작곡가로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정애는 막 연습생을 벗어나 데뷔한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 아직 일 때문에 엮이기에는 정애의 커리어가 짧을 때, 두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정애는 누가 보기에도 돋보이는 미모의 소유자였지만, 무엇보다 대물은 그녀가 자신의 이상형인 여배우를 닮았기에 쉽게 마음을 빼앗겼다. 사귄 기간은 1년 반, 대물의 연애 주기를 고려하면 상당히 길게 사귀었다. 헤어짐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우발적인 계기로 마음을 돌렸기 때문에 미련도 많이 남았지만, 그 이후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이별 이후 두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음악 엔진들이 음악계를 잠식하면서 대물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정애는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으로의 탑을 차근차근 올랐다. 첫 아이돌 그룹은 그저 그런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단독 활동을 통해 이름없는 팀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지는 경우는 언제나 있어 왔고, 정애가 바로 그런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이틴 영화의 주연 배우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애는 ‘젠’이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인공지능 연기자들은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외면받았기에 본격적인 배우의 행보를 걷기 시작한 젠은 기술을 통한 시대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젠은 수많은 광고와 TV 시리즈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헐리웃 영화에까지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이 각본을 쓴 걸작 소설의 영화화였고, 그래서 개봉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왔기에 흥행은 이미 보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물은 지금 정애, 아니, 젠 앞에 있는 자신이 그리 떳떳하지 못했다.
클럽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시키고 마주앉았다. 몇 년 사이 젠은 몰라볼 정도로 아름다워져 있었다. 가끔 TV를 통해 얼굴을 볼 수는 있었지만 옛 여자친구로써의 느낌은 아니었다. 대물은 커피를 홀짝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도 음악 해?”
“응. 나야 뭐, 이거 말고 할 게 있나.”
“조용하던데. 소식도 잘 안 들리고.”
뭐라고 대답할까?
도박 때문에 돈을 탕진한 마당에 일거리도 다 사라져서 빈털터리라고? 이게 다 망할 음악 엔진들 때문이라고? 차도 없고 집도 좁은 곳으로 옮겼다고? 무엇 하나 자기 이야기를 꺼낼 만한 것이 없었다. 부끄럽지 않은 소식이 없었다.
“그냥, 요즘은 작곡에 좀 질려서. 연주자 생활에 재미를 붙이던 참이야. 그보다, 너는 어때? 이번에 헐리웃 진출작도 찍었다고 들었는데. 아, 이미 꽤 된 소식이지... 지금 쉬러 나온 거 보니, 촬영은 다 끝난 거야?”
“다 끝나서 잠깐 쉬고 있어. 한국에도 얼마 전에 들어왔고.” “그렇구나. 배우 생활은 어때?”
“나 예전에도 배우 활동 같이 했거든.”
“아, 그렇네.”
“지금, 되게 오빠답지 않다. 알아?”
대물은 할 말을 잃었다.
정애와 연애하던 옛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원래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젠의 몫이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건 자기 몫이었다. 초라한 자기 모습을 가리고 싶어 안 하던 짓을 하던 게 티가 났던 걸까?
“요즘 일도 없지?”
“없어.”
“오빠가 쓴 곡이 방송에 안 보인 지 한참 됐어.”
“나만 그런 건 아냐.”
“알아. 요즘은 사람이 쓴 노래를 듣기가 힘들더라. 그럼, 이제 다른 일 하고 지내겠네?”
대물은 한때 명품 시계가 걸쳐져 있던 자신의 빈 손목을 쳐다보았다. 어자피, 대충 차림새만 봐도 젠은 대물이 요즘 어떤 상황인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원래 촉이 좋은 아이였으니까.
그녀가 다시 물었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
“없어. 그럴 여유도 없지, 뭐.”
“웬일이야? 천하의 대물 옆에 여자가 없을 때도 있네.”
“아아, 그러지 마.”
‘너만한 여자는 없지, 항상’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대물은 말을 삼켰다.
잠시 고개를 돌리고 웃던 젠이 말했다.
“가끔 오빠가 쓴 곡이 생각나.”
“내가 아니라 곡이?”
“말은 정확히 해야지.”
젠이 활동하던 아이돌 그룹이 대물이 쓴 곡을 부른 적은 없다. 하지만 사귀던 시절 그녀는 대물의 곡을 몹시 좋아해서 다른 가수들의 곡을 모두 따라 부르곤 했다. 그녀가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는 대물이 들려준 미발표곡도 있었다.
“특히 그 노래. 아이즈(eyes).”
대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곡은 못 들어.”
“누가 뭐래? 그냥 생각난다는 거지.”
“미안. 좀 과민 반응이었지?”
“응. 이런 면은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하긴, 난 왜 헤어졌는지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대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나한테도 좋고, 오빠한테도 좋은 부탁.”
그녀는 명함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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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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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얘기 너무 궁금해요!!!!!!!!!!!!!!!!!!!
궁금해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ㅜ 9편 올렸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