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프로바이즈 - 인공지능이 음악을 지배한다면? (7)

in #kr9 years ago

[1편 링크: https://steemit.com/music/@tenihil/1 ]
[2편 링크: https://steemit.com/kr-newbie/@tenihil/2 ]
[3편 링크: https://steemit.com/kr/@tenihil/3 ]
[4편 링크: https://steemit.com/kr/@tenihil/4 ]
[5편 링크: https://steemit.com/kr/@tenihil/5 ]
[6편 링크: https://steemit.com/kr/@tenihil/6 ]

(7)

“우승을 위하여!”
“위하여!”

네 개의 잔이 요란하게 부딪히며 예거마이스터의 술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네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첫 샷을 한 번에 목넘김했다. 목구멍에 불이 붙는 느낌.

대물과 네 사람이 찾아간 클럽은 꽤나 올드한 장소였다. 수수한 조명에,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이 클럽은 대물과 그의 밴드 동료들이 좋아할 만한 요건을 또 갖추고 있었다. 사람이 DJ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테이지에 오른 DJ가 직접 골라 믹싱하는 하우스 음악을 듣노라면 마치 땀 냄새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야, 내가 쏘니까 다 원샷이댜.”

진하가 잔을 들자 상아가 대꾸했다.

“이러다 또 나한테 덤태기 씌우는 거 아니지?”

루디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진하 형이 여기 괜히 온 게 아니야. 여기 오면 무조건 여기 사장 형한테 달아놓는다니까? 맞지?”
“그걸 꼭 말해야겠냐?”

또다시 샷이 오갔다.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던 루디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우리 연습 시작한지 세 달이 넘었지?”
“대충 그 정도?”
“팀 이름은 나중에 정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슬슬 정해야 하는 거 아냐?”
“아...”

네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먼저 입을 연 건 진하였다.

“즉흥 연주로 끝장을 보여주니까... 애드립 어때?”

상아가 진하에게 가운데손가락을 내밀었다.

“오빠 센스는 진짜 최악이야.”
“에라이.”

대물이 말했다.

“임프로바이즈(improvise)는 좀 길고 발음하기 그러니까, 임프로브(improve) 어때?” “임프루브(improve)같이 들리는데?”
“중의적이고 좋네.”

상아는 갑자기 엄지를 튕기며 말했다.

“마법 같은 즉흥 연주. 임프로브 매직!”
“좋은데? 아주 좋아. 뽀롱뽀롱 매직은 어때? 아니면 천사소녀 애드립은?”

진하의 장난스러운 대꾸에 상아는 술을 진하에게 뿌리는 시늉을 했고, 진하는 얼굴을 가리며 의자에 묻혔다.
루디가 말했다.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좀 긴 것 같지? 아예 간단하게 줄여버리면 어때? 임프람(improm)이라던가.”
“임프람...”

네 사람은 잔을 들고 술을 빙빙 돌리며 이 단어를 입속에서 굴렸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잔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임프람!”
“임프람!”

쨍,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목넘김.

“크... 의외로 되게 쉽게 정했는데?”
“모르지. 나중에 또 바꿀지 어떻게 알아.”

진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연습도 잘 되고 있고, 이름도 정했으니까 이제 문제될 거 없네? 오늘은 놀자!”

정신 없는 파티가 이어졌다. 클럽 엔젤은 전성기 때만큼 인원이 빼곡하지는 않았지만, 흥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플로어에서 춤을 즐기고 있었다. 춤을 좋아하지 않는 상아를 제외한 세 명은 플로어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몸을 흔들었다. 클럽의 DJ는 그들의 취향에 딱 맞는 복고적인 덥스텝 리듬의 음악을 믹스해서 스피커로 내보내고 있었다.
진하가 대물에게 귓속말을 했다.

“야, 저쪽 바 테이블 보여? 옆모습 봐라.”
“아, 단발에 흰 블라우스?”
“완전. 제대로. 네 취향이잖아.”

대물은 플로어 옆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여자 두 명이 로봇의 칵테일 조합 묘기를 앉아서 지켜보며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플로어에서 먼 쪽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는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음에도 눈에 확 들어왔다. 어딜 가도 주목을 받을 정도로 길고 늘씬한 몸매와 흰 피부는 시선을 끌어당겼고, 살짝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은 섹시한 느낌을 더욱 진하게 했다.

“자, 이리 와 봐.”

진하는 대물의 손을 끌어당겨 바 테이블로 밀쳤다.

“뭐하는 거야?”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

대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털며 바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진하와는 이십대 초반에 커리어 전성기를 구가할 때부터 함께 놀던 사이였고, 함께 여자도 많이 꼬시고는 했다. 자기 여자 취향을 잘 알아주는 친구가 밀어줄 때에는 흐름을 타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대물은 흰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 오른쪽에 다가가 자리에 앉으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대물 오빠?”

대물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진하, 망할 자식. 옆얼굴만 대충 보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정애야?”

데이지 리들리를 닮은 옛 여자친구가 황당한 얼굴로 대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물은 우스운 처지가 되었다. 옛 여자친구에게 먼저 다가와서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어놓고선, 상대가 누군지를 뒤늦게 알고 당황해하는 모습이라니.
몇 년 전 헤어졌던 그녀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 이름은 안 불러줬으면 좋겠어.”

대물은 차가운 그녀의 한 마디에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 ...젠.”

===

클럽 드나든 지는 오래 되서... 현장감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ㅋㅋㅋ 양해 부탁드립니다 ...

Sort:  

kr novel을 버리셨어...

태그를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려 합니다 ... ^^;

Congratulations @tenihil!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3
JST 0.099
BTC 64757.06
ETH 1876.27
USDT 1.00
SBD 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