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프로바이즈 - 인공지능이 음악을 지배한다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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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진은 마림바 소리에 눈을 떴다.
언제 잠든 것일까? 고개를 들자 눈앞의 모니터에 자신이 빼곡히 메모해 놓은 코드 창이 열려 있었다. 다른 프로그래머의 코드를 리뷰하다가 깜빡 잠이 든 것이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메시지가 2통. 여자친구였다.
[오늘 저녁 이후 스케줄 비었어. 집으로 올래?]
[바쁜 것 같네. 답답해서 바람 좀 쐬러 나갈게. 무리하지 마.]
콰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껐다. 자신 못지않게 바쁜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좋은 면도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기술 기업의 CTO로 일하는 남자친구를 이해해준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콰이진은 방에서 나와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널찍하고, 칸막이 없이 개방형으로 이루어진 연구실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답게 정갈하면서도 괴짜 분위기가 나는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10미터가 넘는 내부의 천장을 가진 널찍한 연구실은 직원들이 각자 가져온 피규어나 포스터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도 있었다.
새벽이지만 다섯 명이 자리에 남아 일을 하고 있었다. 해먹 침대에 누워 코딩하는 개발자도 있었고, 헤드폰을 쓰고 워킹 머신 위에 올라 졸음과 싸우며 컨퍼런스 콜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자신을 잠에서 깨운 경쾌한 마림바 소리는 백야 작업을 위한 주의 환기용 음악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콰이진은 작업중인 개발자 중 한 명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怎么样了?”
“算了吧, 한궈말로 하세요.”
“오, 이제 제법이네.”
콰이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온 개발자, 모량의 빠른 언어 습득에 감탄했다.
실력있는 직원을 채용하려면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하지만, 아무래도 현지, 즉 한국 출신 개발자의 비율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CTO인 콰이진을 비롯해서 외국에서 온 개발자들은 자기 시간을 들여서 한국어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지금 나오는 곡은 내부 시연용이야?”
“아니요. 게임회사량 같이 하는 배경음악 작업인데, 실시간 피드백 모듈을 조움 고쳐야 해요.”
“멜로디 라인은 좋네.”
콰이진은 마림바가 펼치는 멜로디를 감상했다.
중국 출신인 서른 다섯의 콰이진은 마에스트로 뮤직 시스템, MMS의 CTO이다. 사람들은 MMS라는 회사 이름은 낯설어하지만, 회사의 대표 제품을 언급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MMS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악 엔진, 스트롬을 만들고 있는 회사였다.
콰이진은 어릴 때에 음악 전공과 공학 전공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공학을 선택한 결정에 대해 너무나 만족했다. 그가 학생일 때에도 컴퓨터는 바흐나 비발디, 베토벤의 곡 스타일을 쉽게 흉내내고 연주했지만, 팝이나 락, 힙합, 재즈와 같은 현대적인 장르의 다양성과 폭넓은 감성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이러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창안하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빨리 바뀔 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바꾸어나간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콰이진이었다. 각 장르의 음악을 모티프로 분리하고 그 조합을 강화학습하는‘모티프 망’과 ‘히든 루데스 체인’알고리즘을 창안한 그는 컴퓨터 과학의 최고 저널에 연이어 논문을 올리며 학자로써 빛을 발했고,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와 합작하여 이를 상용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스트롬은 최초의 음악 엔진 중 하나였으며, 최초의 명성을 최고의 명성으로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이다. 처음에 대중은 ‘음악계의 왓슨’이라는 별명으로 스트롬을 묘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도 스트롬을 왓슨과 비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스트롬이라는 이름은 안드로이드, 아마존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플랫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으며, 지금은 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스트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MMS의 개발자들도 바빠졌다.
“그나저나, 제임스 쪽 봐 줄래요? 도움이 필요한 그어 같던데.”
모량의 말에 콰이진은 고개를 돌렸다. 헤드셋을 차고 모니터와 대화하는 제임스의 모습이 보였다. 콰이진은 제임스에게 다가갔다.
“제임스, 어려운 거라도?”
“아, 콰이진.”
제임스는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지난 주에 극한도전인가? TV 쇼 프로그램 작가가 스트롬 인터뷰 요청한 거 있잖아요?”
“아, 그 웃기는 작가.”
“네. 그런데 그거, 대표님이 승인했어요.”
“설마.”
콰이진은 이마를 찌푸렸다.
아무리 스트롬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지만, 그걸 또 인격화해서 인터뷰하겠다는 건 콰이진 자신의 표현으로는 ‘무식한 작가적 발상’이었다.
“대표님이 콰이진도 참조해서 업무를 내렸어요. 스트롬에 자연어 모듈 결합해서 튜링 적합도 평가하라고요. 메일 못 봤죠?”
“놓쳤나 봐.”
“그럴 줄 알았어요. 아무튼, 스트롬에 외부 API로 자연어 모듈 통합까진 했고, 테스트 돌려 보는 중인데 튜링 적합도가 30%도 안 나와요. 솔직히 이 정도면 인터뷰해도 꼴통 소리밖에 못 듣죠. 그런데, 알잖아요. 원래 이쪽은 제 분야가 아니라서...”
콰이진은 제임스가 펼쳐놓은 시뮬레이션 창을 관찰했다.
사실 흥미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10년동안 키워온 음악 엔진에게 자아를 씌워보는 작업이라... 스트롬은 자신이 내놓은 작업물에 다양한 참조 자료와 악상 전개 방법을 주석으로 주렁주렁 달아서 출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만약 스트롬이 이런 작업 배경을 사람에게 대화를 통해 설명한다면?
시뮬레이션 창 안에는 사람 형태로 모델링한 스트롬의 모습, 즉 스트롬의 아바타가 나타나 있었다. 금발에 살짝 갈색이 섞인 머리카락에, 얼굴은 동양인과 서양인을 반씩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스트롬의 아바타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제임스, 이 옷은 뭐야?”
제임스는 손을 흔들어 시뮬레이션 창 옆에 매거진 창을 띄웠다.
“오늘 자 맥심 잡지 화보를 보는데, 끝내주게 섹시한 사진이 있어서요. 그거 보고 그대로 모델링했죠."
“취향 하고는. 스트롬한테 여성형이 맞을 것 같아?”
“제 마음 속의 스트롬은 언제나 여성이에요. 음악 감수성이 완전 여성이잖아요. 남이 모델링한다면 모를까, 제 손으로 스트롬을 남자로 만들 수는 없죠.”
설명하는 제임스는 두 볼이 상기되어 있었다.
“이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넘어갈게. 아무튼, 요구 사항은 예능적인 재능이겠지?”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목적이 쇼니까. 너무 논리성을 강화하면 안 되는데, 지금은 논리고 뭐고 엉망이에요.”
“내가 봐 줄게. 코드 저장소 주소만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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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점점 흥미진진해지는군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전문가는 뭔가 다릅니다ㅎㅎ
아이구 과찬이십니다. 지난번 태그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해당 태그는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 도움이 되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