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1] 게임기 전쟁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제 4장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4장은 닌텐도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게임기와 인터페이스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연재할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용은 언제든지 추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닌텐도의 역사는 반복된다
게임기 전쟁/ 닌텐도 DS로 날아오르다 / Wii의 등장 / 게임기로 운동을 하다/체감형 게임과 기타 히어로/프로젝트 나달/ 포켓몬 고/스위치


게임기의 역사는 상당히 길어서 한 권의 책으로 부족하기도 하다. 게임기에 대해서 다룬 책들도 이미 출판되어 판매중이다. 이 책에서는 게임기의 역사보다는 게임기와 인터페이스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한다. 사실 가정용 게임기나 휴대용 게임기의 인터페이스는 정형화되어 있다. 게임기는 본체와 컨트롤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VD나 카트리지에 담긴 게임 타이틀을 넣고 실행하면 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실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적인 구성이외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도입함으로써 커다란 성공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현재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정용 게임기의 시장(콘솔이라고 불린다)을 지배하고 있으며,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이제 스마트폰과 스마트기기가 전용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넘어서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기 시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뛰어난 성능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뛰어난 게임 타이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게임기 시장의 성공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닌텐도와 같은 회사는 이러한 일반적인 공식이 뛰어넘어 여러 차례 새로운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게임기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고, 인터페이스가 어떤 식으로 성공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로 하겠다.

초기 게임기는 전자오락실 또는 게임장이라는 곳에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플레이하는 형태였다. 미국의 아타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대 중반에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이후 1980년초에 접어들면서 아타리가 가정용 게임기를 출시하고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아타리의 성공을 모방한 많은 회사들이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혼탁해지고, 결국 1983년 아타리 쇼크로 인해서 시장이 전체적으로 붕괴된다. 아타리 쇼크는 급속도로 성장한 게임 시장을 공급자가 통제하지 못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프트웨어 질적인 하락과 저질 게임이 시장에 범람하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때 닌텐도가 패미컴(북미에서는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s-NES라는 이름으로 발매가 된다)이라는 가정용 게임기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게임기 역사를 바꾸어 놓는다. 닌텐도는 패미컴의 게임을 카트리지에 담아서 배포했으며, 게임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닌텐도의 전략은 현재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닌텐도의 동키콩, 슈퍼마리오 등 성공한 게임 IP는 이때에 등장을 하게 된다. 패미컴용 게임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닌텐도의 심사를 거쳐야 했으며 일정한 수준을 넘지 않으면 닌텐도에서 발매를 하지 않았다. 닌텐도의 기준을 통과한 회사의 게임만이 카트리지의 라이센스를 획득하여 게임을 발매할 수 있었으며, 이런 게임사를 서드파티라고 불렀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심사를 통해서 앱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유사한 전략이었으며, 이러한 통제된 플랫폼 전략을 통해서 아타리쇼크에서 벗어나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출현하기 전까 '닌텐도=게임기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놓았다. 이후 닌텐도는 슈퍼 패미콤을 통해서 이러한 공식을 공공히 한다.

1989년 닌텐도는 슈퍼 패미콤의 다음 세대 게임기를 준비한다. 닌텐도는 게임 시장에서 CD를 게임 저장매체로 활용하기 위해서 소니와 제휴하여 개발하고 있었다. 그 당시 닌텐도는 슈퍼 패미콤용 카트리지를 독점 생산하면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며, 소니는 CD에 탑재되는 게임의 라이센스를 획득하기를 원했다. (CD는 소니와 필립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디지털 보조기억 장치이다.) 이에 닌텐도의 미국대표는 CD-ROM이 내장된 멀티미디어 PC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니와 제휴하여 CD 라이선스를 소니에게 넘기는 것은 닌텐도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닌텐도의 미국대표는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소니와의 제휴를 중지해야 하다고 닌텐도 본사의 경영진을 설득한다. 1991년 닌텐도는 슈퍼패미콤 CD-ROM 시스템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일방적으로 소니와의 제휴를 중단하고, CD에 대한 라이센스를 요청하지 않은 필립스와 제휴를 체결하였다고 발표를 한다. 1992년 소니는 닌텐도의 배신으로 게임 CD에 대한 라이선스 획득에 실패하자, 게임 시장과 게임기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진 회의를 개최한다. 이 때 쿠타라기 켄은 고화질의 그래픽 성능과 고성능 반도체를 이용하면 닌텐도의 슈퍼 패미콤을 물리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한다. 경영진 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가 노리오 사장은 3D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을 승인하게 된다. 결국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뛰어난 의사결정으로 판명이 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이 있다. 당시 3D라는 개념은 그리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현재까지도 가장 익숙한 시각 인터페이스는 TV나 모니터처럼 2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PC나 다른 기기들의 시각 인터페이스는 아직 2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VR가 같은 새로운 가상 인터페이스는 현재 개발 중인 인터페이스이며 주류 시각 인터페이스는 아직 2차원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2차원 시각 인터페이스인 화면에 뿌려주는 내용도 2D가 전부였다. 1993년 세가에서 전자오락실용 3D 격투게임인 버추어 파이터를 출시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지금보면 굉장히 유치한 3D 그래픽이지만 당시에는 최신 기술로 개발된 게임이었으며, 많은 게임 회사들은 게임의 사실적인 움직임과 입체감에 충격을 받게 된다. 게임 회사들은 3D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측하고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버추어 파이터에서 시작된 3D 게임 열풍은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서드파티를 급격하게 늘려주게 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이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소니는 게임이라는 소트프웨어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 하드웨어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인 저장 매체로 CD-ROM을 채택하고 이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는 게임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었지만, 게임기 시장에서 중요한 컨텐츠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닌텐도의 롬 카트리지는 닌텐도에서 독점적으로 생산을 했으며, 생산 비용도 비쌌고 생산 시간도 오래 걸렸다. 또한 용량에 제한점도 있었다. 이에 비해 CD 는 생산비용도 덜 들고 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했으며 용량에 대한 부분도 롬 카드리지 방식에 비해서는 우월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닌텐도의 롬 카트리지 방식은 생산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게임 타이틀 자체도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새로운 롬 카트리지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중고 게임 매매를 통해서 보다 싼 가격에 게임구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중고 게임 타이틀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서, 게임사들은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롬 카트리지 생산 비용(닌텐도에게 로열티 지급)도 발생하고, 중고 게임 거래에 따라서 이익은 게임 회사로 돌아오지 않게 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이에 비해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로열티 비용이 적게 들고, 소니의 CD 유통망을 통해서 빠르게 배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싼 가격에 많은 게이머들에게 판매가 가능해진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대량 배포가 가능해짐에 따라서 중고 거래에 따른 불이익 감소되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을 만들게 된다.

닌텐도는 닌텐도64라는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를 발표하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당시의 닌텐도 64용으로 발매된 게임은 300 여개 정도로, 슈퍼 패미콤 1,400 여개, 플레이스테이션이 3,000 개에 비해서는 빈약한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하드웨어 자체는 슈퍼 패미콤만큼이나 많이 팔렸지만, 적은 게임 타이틀로 인해서 닌텐도의 암흑기를 대표하는 기기로 불리게 된다. 닌텐도는 소니가 CD-ROM을 차용하면서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롬 카트리지 방식을 고수하게 된다. 닌텐도64의 롬 카트리지는 용량이 64MB 정도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CD는 10배 이상의 저장 용량을 지원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은 CD 3~4장까지 늘어나고 고품질의 오디오와 동영상 등을 지원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닌텐도는 슈퍼 패미콤의 성공 공식인 롬 카트리지 독점을 통한 라이센스와 닌텐도의 충성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게임으로 근근히 유지하는 상황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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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2000년 플레이스테이션2를 발매한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2013년까지 무려 13년 동안 판매를 하면서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게임기가 된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DVD를 저장매체로 사용했으며, 게임이외에 DVD 플레이어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당시 비디오테이프가 디지털 매체인 DVD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으며, DVD 플레이어 가격은 아직 높은 편이었다. 초기 플레이스테이션2가 발매되었을 때, DVD 플레이어에 비해서 플레이스테이션2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DVD 플레이어 대용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는 발매 후 1주일 동안 DVD 플레이어 누적 판매량 보다 많이 팔렸다. 지금은 가정용 게임기를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사용 여부를 떠나서, 게임 이외에도 영화를 다운받아 보거나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플레이스테이션2는 홈엔터테인먼트의 인터페이스로서 처음 시도된 기기로 볼 수 있다. 비록 그 분야가 DVD 감상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불과했지만 이는 향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같은 게임기에 많은 형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4프로가 출시되었으며 소니는 3시리즈부터 고용량의 저장 매체인 블루레이 디스크(BD)를 지원하고 있으며, 플레이스테이션2와 유사하게 블루레이 디스크로 발매된 고화질의 영화나 동영상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는 하드웨어 성능 경쟁을 하고 있으며, 상대방의 강점을 모방하여 유사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고 경쟁사보다 뛰어난 새로운 요소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게임기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게임기 역사는 향후 다루게 될 게임기와 인터페이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분이다. 게임기 역사 자체에 대한 보다 자세한 것은 다른 책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관련된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게임기 역사에서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살펴보면, 닌텐도와 같이 저장매체(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인터페이스)로 롬 카트리지를 고집하면서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처럼 CD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여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게임기 성공에 있어서 인터페이스가 끼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 게임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기의 성능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게임 타이틀이라는 점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이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요소 이외에 인터페이스 혁신을 통해서 성공한 사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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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아이팟은 정말 필요한 기기였을까?
3장1.아이리버의 성공과 실패
3장2.클릭 휠 – 돌리고 돌려라, 아니면 셔플
3장3.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상관관계
3장4.나이키의 선택
3장5.아이팟의 동영상 기능과 커버플로우
3장6.아이팟 터치와 앱스토어
3장7.앱스토어 vs. 플레이스토어


2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이나 기술의 공통점은 ? : 인터페이스 혁신 불감증


1장. 컴퓨터와 인터페이스의 발달 -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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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게임을 참 좋아합니다 ^^ 4장은 왠지 저한테 딱 맞는 주제인것 같은데요? 아참 SHINSS님 지원 이벤트는 오늘로 종료되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을 올리셔서 1SBD를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지원이 끝나도 계속 보팅을 하겠습니다. 저의 관심사와도 맞는 글을 올리셔서요 ㅎㅎ 이벤트때 처럼 모든 글에 보팅을 하겠다고 약속은 못드겠지만 글을 재밌게 읽을떄마다 보팅을 하겠습니다. ㅎㅎ

P.S INTERFACE나 BOOK 같은 태그는 주로 해외 스티미언들이 쓰는 태그이므로 한국 분들에게 좀 더 글을 읽히게 하고 싶으시면 kr-book으로 태그 변경을 하시면 보다 많은 한국 커뮤니티 분들이 글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짱짱맨 태그를 달아서 기본소득 지원을 받으신다면 좀 더 글을 쓰실때 많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아직 한달도 안된 뉴비라서 태깅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했나봅니다.

4장은 닌텐도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읽으실 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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