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steemit] 젠트리피케이션: 태그 - 전유와 향유 사이에서

in #kr6 years ago (edited)


@emotionalp 님께서 작성하신,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또 다른 결을 가진 논의로서 이 글을 시작해보도록 한다. 아마도 3~5부작 정도가 될 것이다. (왠지 숙제를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그냥 느낌일 것이다...)


시작하며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도시의 어떠한 거리를 방문하든 거리에 존재하는 건물들과 건물에 빼곡히 들어차있는 여러 상점들을 본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활동 중 일부는 우리의 자원을 소모하여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취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원은 단지 돈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노력도 될 수 있다. 원하는 가치 또한 유형적인 것 뿐만 아니라 무형적인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어딘가를 '방문'한다.

스팀잇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어떠한 이슈를 찾아보거나 선점함에 있어서 태그(tag)가 상당히 중요하는 것이었다. 전체글을 모두다 훑어보기에는 상당히 많은 글의 목록들이 존재한다. 하루 종일을 투자해도 모든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커뮤니티로 이어져 있다고 합의 되어 있는태그 - kr 등 - 을 살펴보거나 아니면 애초에 좀 더 특화된 분야를 나타내는 태그를 이용한다. 글을 작성하거나 살펴보는데 태그는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만큼 소중하므로.

태그의 향유

내가 파악한바로는, 태그의 시작은 각 커뮤니티 구성원의 합의로 이루어지거나 스팀 파워가 높은 지원자의 제안으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이 것은 상호적이고 호혜적이며, 재분배 관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태그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1. 태그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노출 횟수의 증가 - 커뮤니티 내의 영향력 증대
  2. 같은 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 끼리의 커뮤니티 결집 - 소통의 증가
  3. 특정 태그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존재로 인한 유/무형적 이득의 획득

어떠한 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할수록, 특정 공통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대해 노출될 수 있는 채널의 영향력이 커진다. 일종의 방송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그의 전유

하지만 어떤 태그들은 그렇지 않다. 사실 모든 태그들은 향유의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태그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유되는 것이다. 이러한 취향이나 공통점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 그리고 그러한 글에 대해 특정 태그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급진적으로 이야기하면, 모든 태그는 전유로부터 출발한다. 확립된 취향이나 방향을 가지고 있는 소수로부터 시작한다. 커뮤니티에 대한 일종의 사용에 대한 제안인 것이다. 이러한 제안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른 커뮤니티 멤버들 중에서 취향이 비슷한 멤버들은 이 태그를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은 사실 취향을 좀 더 섬세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커뮤니티는 좀 더 세부 커뮤니티로 나뉠 것이다.

한편 제안 대신 '제한'을 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이는 스팀잇 커뮤니티 상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특정한 서브 집단을 위해 제한을 명시적으로 확실히 건 사례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kr 태그에 대한 제한과 이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인 @krguidedog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논의를 kr커뮤니티 내에만 한정하기로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정말로 특정 집단을 나타내는 태그로서 사용하고, 컨텐츠 생산자와 독자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적 태그에 해당하는 컨텐츠가 마음에 드는 독자는, 그 태그 - 채널에 해당하는 글만 보면 되기에 오히려 편할 수 있다. 퀄리티가 담보되는 제한적 태그의 글들은 이렇게 활성화 될 것이다.

균형

이번에 문제가된 사태 중 하나는, 전체적 향유로서 작동하는 채널에 대해서 특정 집단이 오롯이 대세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좀 깊게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향유하는 채널에 대해서는 어떤 집단이 독점하면 안된다는 - 다시 말해서 균형적 관점에서 채널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팅봇의 사용 자체는 사실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보팅봇이 사용되고 나서의 결과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A가 어떤 글B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커뮤니티 내 다른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졌다고 치자. 그리고 이 어떤 글B은 어떤 사람C가 작성한 글이라고 하자. 그러면 어떤사람 A는 자신이 보팅을 할 수도 있고, 리스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팅봇을 사용해서 대세글에 올리면 어떨까. 이 것은 어뷰징인가 아닌가. 애매한 지점이다. 만약 어떤 사람C를 작성한 여러 글들에 대해, 모두 보팅봇을 사용하여 대세글에 올린다고 하자. 이것은 어떠한가.

note: 이 지점에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는 큰 집단에 대한 노출의 영향력이 큰 향유적 채널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유적이고 제한적 채널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덜할 가능성이 높다.

노출의 영향력이 큰 향유적 채널에 대해, 우리는 컨텐츠와 컨텐츠 생산자 간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은, 스팀잇의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옳은 방향으로 믿어진다. 즉, 집단에 대한 기여 가치에 다원성과 균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의 젠트리피케이션

우리가 쓰는 태그들이 사실은 다 같은 층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순서대로 태그들을 붙여넣는다고 하더라도, 태그에는 층위가 있다. (계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전유와 향유 사이의 스펙트럼 어딘가에 특정 태그들이 위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안과 제한 사이에서도 태그들이 작동한다. (아직까지는 제안 위주로 작동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니 태그의 젠트리피케이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생긴다.

  1. 전체 집단에 대한 노출의 영향력이 큰 향유적 채널에서의 기업들이 들어온다면, 우리는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기업들이 대세를 잠식한다면 이는 어떻게 봐라봐야할 것인가.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라면 어떠한가. 균형의 관점에서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

  2. 전체 집단에 대한 노출의 영향력은 작지만 특정 취향을 공략하는 전유적 채널에서 기업이 활동한다면, 이 활동은 어떠한가. 그리고 개인들이 이룬 조합 집단과 기업의 차이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실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채널 관점인 '태그'에서만 바라보아도, 태그들의 층위는 모두 다르다. 보통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면, 노출의 영향력이 센 공통의 채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팀잇 커뮤니티가 커지고 매우 많은 컨텐츠가 생산됨에 따라,
선택적 큐레이션이 결국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는 입장인데, 이는 2번과 닿아있기도 하다.


이번 글 타래는 스팀잇 내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시작합니다. 다음글은 젠트리피케이션: 큐레이션에 대해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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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숙제의 시작이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선정부터가 재미있어요.

네. 이윽고 숙제의 시작입니다ㅎ 아직 기업의 자본이 제대로 들어온 상태가 아니지만, 자본이 들어오게 되고 자본 뿐만 아니라 기업의 활동이 같이 제대로 들어오게 되면 아마 스팀잇의 생태계 지형이 상당히 많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실 @emotionalp 님께서 던져주신 화두이기도 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적은 글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

기업의 자본이 스팀잇에 진입한다는 가정은 곧, 그들이 더 이상의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값어치를 통화(현재의)를 지불하는 방식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고, 구매력을 갖기 위해서 반드시 기존 방식의 노동제공이 아니라도 된다는 것 또한 인정하게 되는 형상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관측될 때에는 비단 스팀잇의 생태계의 변화 뿐만 아닌 향후 인간의 경제활동 전반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아무튼 의미있는 화두이군요.

네.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관점으로, 기업의 활동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상보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을 감히 예측해봅니다.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선점하지는 않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업과 블로체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의 목표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실 안좋은 이미지를 많이 가져버린 단어이지만, 분명 긍정적인 차원으로 스팀잇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한 것 같아요. 1일 경우엔 부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기 더 쉬울 것 같구요. 2의 경우가 좀 더 확장되면서 다양한 태그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저도 동의합니다. 오프라인 세계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자본 유입을 통한 무분별한 거리의 확장 및 몰개성화라면, 스팀잇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조금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에서의 교훈을 적용해서 미리 예측하고 염두에둘 수 있는 측면도 있고요.

적절한 (계층적) 태그 사용을 통해, 이를 피해갈 수 있다 - 이 것이 하나의 대안인 것 같습니다. 2번의 경우도 이에 해당하겠지요. 1번의 경우에 있어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전체 향유적 태그를 선점하도록 놓아두느냐 아니면 해당 커뮤니티 차원에서 막느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 아마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찬 주말의 시작 보내시길 바랍니다 :)

요근래 몇 사건들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비슷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네요. 스팀잇에서 태그와 대세글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풀어나갈 줄이야. ^^ 앞으로 이어질 글이 기대됩니다.

최근의 이슈의 변화 속도가 빠른 느낌입니다. 지금에야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아 어지간하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지 않지만, 전문적인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들어오게 된다면 국지적으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오프라인의 현실세계보다는 낫겠지만, 대부분의 개인은 'SNS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약간의 보상도 그냥 덤으로 받네'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 약간의 보상'에 대한 threshold가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 지점에 따라 개인들이 같이 성장하느냐, 아니면 기업들의 또다른 오픈 마켓이 될것이냐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태그'의 연결이라니..ㅎ
스팀잇 생태계가 부정적 측면을 정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일조를 하는 건강함을 유지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스팀잇 생태계의 건강함을 - 아직까지는 - 믿는 편이기에 긍정적 측면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합니다.

스팀잇에서 태그는 결국 '채널'로 작동하니까요, 이러한 채널을 선점하는 것이 아마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생태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scalability (규모에 대한 가변성 같은 개념입니다.)가 잘 갖추어지고 과연 규모가 커진 상태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약간의 고민이 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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