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존재할 수 있을까?

in #kr-steemit6 years ago (edited)






이 글은 @qrwerq님께서 스팀잇과 관련해 총 4편에 걸쳐서 쓰신 '생각의 가치'보다 '활동의 가격' 글을 읽고 댓글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제가 파생적으로 생각해 본 주제와 최근 스팀잇에서 생겨난 여러가지 일들을 지켜보며 든 생각들을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제목으로 엮은 글입니다. 그 제목 역시 @qrwerq 님이 쓰신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저의 생각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불쾌하시다면 제목을 수정하겠습니다.

깊이있게 쓰고 싶지만,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얕은 이해도에서 출발한 글이므로, 다소 가볍게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다루게 될 것 같네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무엇인가?


요즘은 워낙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 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지만, 간단히 짚어보려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주계급 또는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하였다. (출처 : 두산백과)


낙후된 지역에 자본이 들어오게 되면, 그 지역의 환경이 바뀐다. 우범지역이었던 곳이 깔끔한 주거지역이 되기도 하고, 교통수단을 포함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오게 되면서 주거자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전혀 다른 모습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돈 없는 기존의 주민들을 다른 도시로 떠나게 하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 극대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요즘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단어이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공적이고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변질되어가는 도시와 골목길의 현상들로 더 많이 입에 오르내리며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방안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 도시는 런던이었다고 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이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는 런던의 쇼디치와 뉴욕의 할렘가. 뉴욕의 할렘가는 빈민과 범죄를 상징하는 도시였지만, 모던한 도시이자 관광지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쇼디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이겨낸 지역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각종 지역 커뮤니티와 개발협동조합, 공공갤러리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쇼디치도 끊임없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안가본 지역에 대한 짧은 지식은 여기까지..)




길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젠트리피케이션


우리나라에선 골목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가장 많이 다루는 듯 하다. 대표적으로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경리단길에 이어 요즘은 경주의 황리단길이나 속초해변에 까지 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속초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더 가속화되어 3년 전 보다 땅값이 2배가 올랐다.

돈 없는 예술가들이나 디자이너들이 월세가 싼 동네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그럼 그 동네는 특색이 있는 거리로 바뀌고,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함을 찾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든다. 그러다보면, 또 다른 카페, 레스토랑, 샵들이 들어선다. 그렇게 소문이 나면 돈 많은 기업이나 건물주들이 빠르게 알아채고 관심을 가지며 하나둘씩 땅을 사고, 프랜차이즈를 심는다. 관광지가 되고 땅값이 치솟는 틈에 이 거리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이 거리를 떠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와 동네, 거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모든 문화와 예술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닐까. 한두명의 독특한 행보는 처음엔 외면당하지만, 마케팅적으로 알려져 인지도를 쌓게 되거나 '부류' 혹은 '무리'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과정에서 그 장르 혹은 그들에게는 힘이 실린다. 인기가 주어지고, 자본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즐기는 사람, 종사하는 사람, 투자하는 사람, 역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등등이 몰리면서 점점 그 파이가 커진다.

물론 거리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단순비교로 모든 과정과 특성이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도시, 문화, 예술 뿐 아니라, 상업성과 문화적인 요소가 만나는 지점에는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스팀잇 내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은 가능한 이야기일까?


스팀잇 공간 안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다면 어떠한 경우일까. 고래와 플랑크톤의 수익차이에 대한 언급은 아니다. 자칫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샐 수 있고, 길어질 수 있으며, 스팀잇은 sns로써 소통의 활동 역시 글의 가치만큼 중요한 곳이다.

그보다는 거대자본 혹은 기업이 유입되어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을 스팀잇 내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예를 들어보고자한다. 한 언론사의 보팅봇을 활용한 대세글 진출은 스팀잇을 떠들석하게 했다. 어뷰징이 아닌 퍼블리싱이라는 그들의 주장에는 여론이 실리지 못했다. 또 다른 예로 몇몇의 스티미언들이 특정 계정에 스팀달러를 송금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많은 분들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고, 회사에 소속된 창작자들에게 지원의 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해명글이 올라왔다.

개인 스티미언들은 이 곳에 들어와 적응하고 서로를 끌어주면서 kr스팀잇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 스팀잇 만의 문화도 생겨나고 있고, 선순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글이나 행동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팀잇은 아직은 더 많은 유입을 필요로 하는 베타서비스이고,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제한하는 형태의 중앙시스템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스팀잇 밖에서 서슴치않고 이루어져왔던 마케팅 방식을 이곳에 똑같이 적용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스팀잇이 커진다면, 더 많은 언론사와 더 많은 채널, 광고회사 등이 유입될 것이다. 상상의 최대치는 다른 SNS에 채널을 가진 모든 개인과 단체, 기업의 이동이다. 스팀달러의 가치는 올라가고, 우리는 글 하나당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더 많은 팔로워와 보팅이 우리를 웃음짓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광고성 글과 스팀잇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태의 다양한 창조 어뷰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막는다고 다 막아질 현상이 아니다. 골목길에 들어온 프렌차이즈에 의해 골목길이 색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직은 스팀잇은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 나름의 청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청정이 얼마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걱정이 앞선다. 사람이 사는 곳에 1급수 물수만을 기대하는 것이 너무 이상적일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방향인 것 같다. @qrwerq님이 말씀하셨던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여러 집단이 탄생된다면, 현실에서의 지역커뮤니티나 조합형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이미 크고 작게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긍정적으로 더 커질 군집들의 시작점 같은 느낌도 든다.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존재할 수 있을까?





너무 길어지는 글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맺어지지 않는 결론으로 인해 이만 줄입니다. 사실 저의 주장보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꺼내게 된 주제입니다. 한 발짝 나아간 의견과 생각을 갖게 된다면, 2편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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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팀잇에서의 연대와 유대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 새로운 구도가 잡힐 수도 있겠지만 이번 위키트리 상황처럼 기존 유저분들의 강한 의사표현으로 절충안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보고 있는 건 @sharehouse 계정인데, 이렇게 창작 지원을 병행하면 기업과 창작자가 윈윈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기업이 단기적 이익만 좇지 않고 좀 더 멀리본다면 스팀 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게 커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참여자도 더 많아져야 할 것이지만요. 어쨌거나 기업들은 자신들의 글 홍보 이외에도 유저-고객의 기업 선호도를 신경 쓸 수 밖에 없기에 결국 큐레이팅에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글을 읽었더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네요 :) 좋은 밤 보내시기를...!

네 많은 스티미언들이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어뷰징이 계속되고 해명글도 올라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많은 기억들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규모 안에서 이런 일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sharehouse 들어가보고 싶은데, 페이지가 없다고 나와요ㅠㅠ

앗 네.. 계정이 @sharehows 였습니다!

우선 잘 보아주시고, 또 여러 화두를 던져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전혀 불쾌한 것은 없고, 오히려 저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즐거울 뿐입니다. :)

사실 제가 사용한 '우아함'에는, 저 스스로의 시선에서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글에 적으신 의미대로 정말로 괜찮고 이상적인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교묘하게 조작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둘 중 어떤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질 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기입니다. 그 두 부분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도 분명히 존재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역시 '우아함'으로 표현되겠지만요.)

지금보다, 큐레이팅의 가치가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네 공감해요. 뚜렷한 기준으로 경계를 나누기 어려운 형태도 많이 등장할 거라고 봐요. 이미지나 평판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개개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 큐레이팅의 다양한 형태도 더욱 확장될 것 같아요. 막연하던 생각을 @qrwerq 님 글 덕분에 좀 더 해보게 되었어요. :)

인기 많아진 스팀잇에 막강한 스파를 가진 기업들이 스팀잇에 몰려오고, 그들끼리의 보팅풀이 가동된다면 이는 스팀잇의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러지 말란 법 없네요. 돈 되면 분명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네요 ㅠ

분명 무소속의 자리도 있을겁니다.

네, 분명 있을겁니다 :)

어떤 환경을 만들어놓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그들을 무조건 못오게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생각할 수 있는 글인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리스팀해요~

감사해요 애나님 :)

보상이 줄수는 있어도, 실제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쫓겨나는 일은 없지않을까요?? 아무래도 SNS이다보니 아무리 세력이 몰려온다고 해도 크게 영향은 없을거 같습니다ㅎㅎ

네, 골목길처럼 쫓겨나는 일은 없겠죠. 하지만, 물이 흐려지거나 거대한 자본이 독식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고민은 미리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냥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모 언론사 사건도 그렇고 여러가지 사건을 보니 ...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은것 같네요 ㅠㅠ
그래도 말씀하신것처럼 아직 베타서비스이니 ... 다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

네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균형을 가지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싶어요

네 맞습니다! 정말 신기할정도로 많은 분들이 사리사욕은 조금 접어두신 상태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기위해 노력 많이 하고 계신것 같아요 😍
어쨋든 가장 중요한건 방향이겠죠!!😊

스팀잇이란 공유재가 어떻게 관리되며 자산이 운영될지, 그 '문화'가 사뭇 궁금하네요. 예민한 문제의식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궁금해요. 누군가가 기준을 정해주고 따르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다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하는 스팀잇이라는 공간이라서 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저같이 소소한 스티미언에겐 위협적인 요소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번 멀린님께 질문한 의도와 같습니다. "우아한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하면 이러한 상대적 위압감을 끌어안고 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현실가능성은 두고 봐야하겠지만요.

네 저도 그래서 스팀달러가 더 오르고 더 많은 유입이 있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적당히 지금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는 것 같아요. 악용하는 사례를 커뮤니티 안에서 대처하는 모습이 모여서 또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지켜보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네요 :)

스팀잇의 가능성이 그곳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유저들이 발 벗고 나서서 기준을 만들고 선순환시키는 것도 중요하구요. :)

네 스티미언들의 선순환 구조가 더 커지고 탄탄해지길 바래요 :)

좁은 의미의 젠트리피케이션만을 생각하다 더 넓은 의미에서 그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심지어 스팀잇 안에까지 말이죠. 거대자본이나 기업의 움직임 혹은 영향력이 거의 없는 이 상황이 매우 좋다라고 느끼며 스팀잇에 푹 빠져있는데요. 다양한 개인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집단이나 조합 형태로 다양한 개인 창작자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어쩌면 그 또한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화두가 던져지고 논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일어난다해도 우아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댓글에서 @qrwerq님이 말한 두가지 중 앞의 것으로 말이죠. 덕분에 생각이 넓어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업들은 언젠가는 들어올테고, 그들이 정당하게 자리매김을 한다면 그 또한 좋은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탄탄한 선순환 구조 안에서 가치있는 글과 계정들이 더 많이 활성화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에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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