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문다, 때린다, 들이받는다, 돌진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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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풀이 사슴처럼 보인다면 그 것은 기분탓이다. 기분탓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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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17. , Nara, Japan, Nexus 5x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는 사슴공원이 있다. 사슴이 아무런 제한없이 뛰어노는 공원이라니. 그리고 사람과 아무런 거리제한을 두지 않는다니. 그게 가능할 법한 소리인가 싶기는 한데 여튼 그렇다. 우리의 인식에 사슴은 참 순하고 평화로운 동물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꽃사슴 (...)이라고 부른다거나, 사슴과 같은 눈망울을 지녔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슴이 정말 순한 동물인가? 나라 사슴 공원의 저 유명한(?) 안내판을 보면 꼭 그런거 같지도 않다. 어느 관광객이 군고구마로 사슴에게 약을 올리자, 참다참다 고구마가 든 봉지를 물어버리고 냅다 튄 사슴도 목격했다. (...) 그러니까 우리는 사슴에 대해서는 사실 암것도 모름서 우리의 상상만으로 이미지를 가져다 붙이고 있는 중인거다. 사실 사슴이 화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사슴이 바짝 약이 오르면,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 문다, 때린다, 들이받는다, 돌진은 사슴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보복(?) 방법이다. 그러니 먹을 것을 가지고 누구에게든 장난을 치는 건 안된다.


이 글은 여행기가 아니므로 사진과 이에 대한 경험담은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자.
오늘의 뻘소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보게된 점 중 하나는, 아무리 온순하게 생기고 행동하던 사람들도 자신의 밥그릇이 걸리는 순간 무섭게 돌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영역과 관련이 없는 일에는 허허 웃으며 무탈하게 넘어가더라도, 자신의 영역이 조금이라도 침해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정치와 싸움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곤 했다. 누군가 역린을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이다.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고 느끼는 순간 물고, 때리고, 들이받고, 돌진하는 것은 예사였던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밥벌이가 걸린 다른이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거시적인 지구 세계 관점으로 봤을 때에는 당연히 어느 누군가와는 일의 영역이 겹치겠지만, 내가 속한 조직이나 팀 내에서 영역을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이 자신 고유의 영역으로 힘들어하고, 영역을 넘어서 도와주는 경우 결국 상대방의 영역을 그가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떄에만 영역을 넘어선다. 밥벌이의 영역은 사실 생존의 영역이고, 이 영역에서 물러나면 더이상 갈 곳이 없거나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상대방에게, 영역은 단순히 본인의 일터 개념을 넘어선다. 투쟁의 장이 된다. 나는 이러한 투쟁을 견디어낼 자신이 없으므로, 굳이 침범하지 않는다. 이 것이 내가 가진
룰이다.

나는 스팀잇에서 밥벌이의 영역에 들어서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앞으로 스팀잇을 밥벌이의 공간으로 활용할지도 모르는 또다른 무수한 사람들을 본다. 아직까지는 가볍다. 어떠한 주제가 있으면, 이러한 주제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본다. 사실 어떠한 주제는 시기별로 돌고 돈다. 여러 사람들의 글들에 다시 방문한다. 재발견되기 어려운 글들이 잠자고 있는 플랫폼은 결국 반복과 반복의 역사를 낳는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말하지만, 그 반복이 복제로서의 반복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주제의 무수한 글들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이르면, 어디선가 본듯한 글들의 수많은 재생산에 압도당할지도 모른다. 우리 감각에는 역치라는 것이 있어서, 역치는 점점 올라갈 것이다.

결국 당신의 글보다 당신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한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 (이미 왔는지도?) 밥벌이의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면, 남들과는 차별화된 라벨을 하나 더 붙여야할 것이므로. (초기에 선점된 주제도 하나의 라벨이다. 당신이 스팀파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라벨이다. 당신을 팔로우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것도 하나의 라벨이다. 당신이 오프라인 상에서 무얼 하는지도 하나의 라벨이다.) 공개된 공간에서의 글은 무릇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숙명을 타고났으니 , 읽히지 않는 글은 꾸준히 적힌다고 해도 - 최소한 여기에서는 -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꾸준함? 그 것은 그 글이 정말로 잘 쓰여진 글이라서 누군가와 감응하거나, 환산된 수치의 힘이 커서 가만히 있어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을때나 가능한 것이다. 라벨을 배제한 평가가 가능한 것인가? 최소한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꾸준함만으로 무얼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꾸준함을 이제 열정으로 바꿔서 읽어보라.) 라벨을 하나라도 더 붙이고 싶은 유혹은 도처에 널려있다. 물론 애초에 여기를 (잠재적)밥벌이의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야, 이 논의는 무효다.

그러니, 결국 경쟁과 영역 사수의 시대가 온다. 파이가 커지는 것. 좋다. 하지만 어떤 시점이든, 그 시점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파이가 커진다고 원래 작게 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크게 취하고, 원래 크게 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작게 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커뮤니티가 점점 커진다면 결국 영역을 사수하기 위한 문다, 때린다, 들이받는다, 돌진이 아주 우아하게 벌어질 것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영역들은 서로 결합하거나 반목하거나 조금씩 확장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가 점점 쪼그라든다면 애초에 이걸 걱정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밥벌이의 공간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고, 당연히 영역 침범이든 아니든 누구든 굳이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깃발 꽂기에서 깃발 뺏기로 변모할 순간에, 우리는 입장을 정해야할지도 모른다.
상전이(Phase Transition)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일어난다.
물론, 여행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나는 여기를 오롯이 밥벌이의 공간으로서 영역을 그리고 세우는 사람들의 치열함을 이길 자신이 없고, 그러한 치열함을 들이지 않을 바에야 이기는 것을 바라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항상 기대의 불일치에서 벌어진다. 밥벌이의 공간으로서 치열하게 행동하지 않음에도 요행을 바라거나, 혹은 치열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결국 보상이 적거나)

덧. 정말로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 장난이 불장난되고, 화르르 타오르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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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에 대한 가벼운 농담같이 시작한 글이 점점 무거워져 스팀잇에 대한 포지셔닝에 대한 성찰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이야말로 상전이가 일어난 글이 아닌가 합니다. 가벼운 표지판 하나로 이렇게까지 이어지는 사고의 과정을 더듬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글을 재미로 읽은 것은 아닙니다.

결국 당신의 글보다 당신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한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

꾸준함? 그 것은 그 글이 정말로 잘 쓰여진 글이라서 누군가와 감응하거나, 환산된 수치의 힘이 커서 가만히 있어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을때나 가능한 것이다. 라벨을 배제한 평가가 가능한 것인가? 최소한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꾸준함만으로 무얼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스팀잇을 하며 꾸준한 글쓰기가 스팀잇에서 성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글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꾸준한 글쓰기에도 (심지어 제법 잘 쓰여진 글임에도) 보상이 시원치 않고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않고 묻혀 버리고 마는 일도 목도해 왔죠. 어떻게 보면 글도 글이지만 스팀잇은 모두가 작가이자 소비자 이므로 인맥 놀이일 수 있겠다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죠. 저야 스팀잇이 밥벌이의 수단은 아닌지라 가볍게 그것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좌절하고 스팀잇을 떠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글이 아닌 자신에 대한 홍보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qrwerq님이 말한 라벨을 붙여 나가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익명을 벗어 던지고 쌍둥이의 아빠임을, 교사임을 라벨로써 붙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덕분에 스팀잇을 하며 변하고 있는 저의 생각과 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팀잇에서 @qrwerq님을 만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스팀잇 자체도 그렇고 글도, 사진도 그런 거 같습니다. 일단 밥벌이의 수단으로 스팀잇을 보지 않으니 현실에서는 이렇듯 쉽게 만나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스팀잇의 매력이자 계속 포스팅을 하게 되는 이유인 거 같습니다. 문다, 때린다, 들이받는다, 돌진이 아주 우아한 형태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글을 보았었는데 왜 저러지 하며 그냥 지나쳤었는데 조금은 신중히 보아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제가 스팀잇을 하는 것이 단순히 여행을 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죠.
쉽게 접근하게 하고 점점 깊이 들어오게 하고 결국 몰입하게 하고는

정말로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 장난이 불장난되고, 화르르 타오르는 수가 있다.

라는 말로 글의 비상구까지 만들어 놓음에 글 구조에 대해서도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라 사슴공원에 갔을 때, 표지판이 참 인상적이었고 실제로 사슴이 그러한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나니, 참 신기하더군요. 물론 사슴들이 귀엽다고 느낀 감정이 1순위 이긴 했습니다 :)

스팀잇을 포함한 블로그의 목적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자신이 가진 생각과 정보에 대한 정리
  2.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 (인맥)
  3. 명성 쌓기 (추후에 수입에 도움이 될 수 있음)
  4. 플랫폼을 통한 일정의 수익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의 SNS나 블로그는 1,3 정도의 측면이 강조되었던 반면, 스팀잇은 2,4의 목적이 더 뚜렷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물론 1,3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의 글쓰기 혹은 활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어야 하고 많이 노출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그들이 보팅을 많이 눌러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안을 시행하는 것은, 시스템이 허용하는 한 모두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라벨링일 것입니다. (저는 스팀잇 내에서 라벨을 붙이는 것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스팀잇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결국 우리는 라벨을 스스로 붙이니까요) 제가 경계하는 것은 오로지, 스팀잇에서의 활동이나 결과물이 그러한 라벨들이 지시하는 수준과 합치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제가 스스로 경계하는 것일 뿐, 합치된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이상주의적인 시선에 불과하겠지요.

2,4의 목적에 따라, (플랫폼 자체의 룰의 설계가 그렇습니다.) 좀 더 부담 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봅니다. 라벨이 사실 재미있는 형태로 작동하는 세계입니다.

저도 아직 한참 부족하고 배워야하는 것이 많습니다. 제 글 또한 잘 쓰인 글은 아닙니다. 어떠한 글은 이러한 구조로도 작성될 수 있다 정도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닿아서 다행입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저는 즐기지 못하면 저 스스로 견디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고 사진을 많이 사용하는데다가 박제된다는 것 때문에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도 못 하겠고요. (그나마 댓글에서는 나누고 있지만요.) 전 다만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 지쳐서 떠나실까 걱정입니다. 주위를 둘러봐야겠어요^^ 나라 사슴들.. 막 사슴 먹이를 산 꼬마에게 얼굴 들이대는 사진이 어딘가 저장되어 있는데 그때 그 사진이 생각나네요 ^^

저도 가급적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을 조심합니다. 제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 - 박제되도 좋을 이야기들에 한해서 남기는 편입니다. 스팀잇에 글을 적는 것은 스팀잇 플랫폼의 (설정된) 규칙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고 (여기서의 규칙은, 스팀잇 code에 적용된 알고리즘을 의미합니다.) 보상에 완전히 초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떠한 점을 즐기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소통과 자극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의 자극은 참 즐겁습니다. 종종 좋아하는 것은 일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직업으로서의 스팀잇 활동과 취미로서의 스팀잇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들이대는 느낌이 좋더군요. 물론 가끔씩 제 손을 따라오는 게 아니라, 엉덩이 쪽을 따라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글에는 정말 커다란 힘이 있는것 같습니다
어떤글은 한줄만 읽어도 지루해지는 반면, 어떤글을 한줄만 읽어도 글속으로 빠져드는데,
@qrwerq 님의 글이 후자에 속하는것 같네요 :)
가볍게 읽다가 한순간에 훅 빠져들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만 그만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 글을 너무 좋게 보아주셔서 제가 부끄럽습니다. 내용들이 사슴으로 시작해서 어디론가 돌아다니다가 밥그릇에 안착했습니다. 다행히 밥그릇에 어느정도는 잘 닿은 것 같습니다. 경로를 너무 벗어나지 않게끔 조심하면서, 생각이 나는대로 적다보니 문장의 호흡도 훅훅 나아간 것 같습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겨야죠. 님은 벌써 즐기는 연습이 滿成이 되신거 같습니다. 경쟁, 밥그릇 싸움 이전에 마음에 여백이 있어야 가능한것이겠지요.

마음을 비우고 즐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개인의 삶에 있어서 오프라인과 이 곳(다른 SNS와 다른 이 곳 자체를 의미합니다.) 은 얼마나 상보적이 될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습니다만, 비우고 채우는 연습을 하고자 합니다. 숫자에 초연해지면 확실히 좀 더 즐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난인지 아닌지 알아채지 못하고 타버리면, 타버리고도 모르고. 밖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팀잇은 사실 거대한 장난(?)과 같은 실험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게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장난을 치더라도 살짝은 봐 가면서(?) 쳐야합니다. 참고로 여기서의 장난은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종류의 장난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밖의 세상과 비슷해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다른 SNS와 다르게 직접적인 밥벌이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특성은, 치열하게 밥벌이를 하고 싶은 소수와 그에 밀려난 다수/관심이 적은 (관심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니까요) 다수로 나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불가능할지라도 모두들 밥벌이의 꿈을 한톨씩 마음 한켠에 심고 있지는 않을까요. 꾸준하다고 밥벌어먹고 살 수 없듯이 스팀잇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돈 아니면 운이죠.

적확한 지적입니다. 스팀잇을 사용하는 누구나 이러한 스펙트럼의 어디쯤엔가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이거나 운이거나 아니면 꾸준함으로 치한된 열정입니다. 꾸준함과 열정의 신화는 여기에서도 발현됩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꾸준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결국 기만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필요조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마저도 한가지 방향에 불과하지요-

편안하게 생각하자 그러다가 점점 치열해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다시 안정시키디도 하고 멀리 나가지 말자라고 토닥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신 말씀 많이 공감이 되네요...

언젠가 우리는 방향을 정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어중간한 것은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니까요. 바깥 세상보다 그나마 낫다는 말로 종종 위안을 삼곤 하는데, 밥벌이의 공간으로 유지하여 살아남을 일부 소수를 제외하곤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물론 거품이 커진다면 그래도 그나마 낫겠지요. 거품에 대해서는 제 경우 중립적 입장을 견지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그러려니 하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가 그렇게 꿈과 희망과 낭만의 세계는 아닙니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지요. (물론 그게 어딥니까- 라고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허나, 어차피 사람이 하는지라, 오프라인의 속성을 물려받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공감되는 글입니다...
요즘 제가 하는 생각...고민...
제 깜냥으로는 표현할 수 없던 것들을
시원하게 정리해주셨네요!

항상 스팀잇을 하면서 고민합니다. 이 공간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밥벌이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떠한 영역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뉴비를 위한 가이드를 살펴보면,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꾸준히 쓰라는 조언이 보이곤 하는데, 결국 영역을 설정하라는 이야기이지요.

물론 "문다, 때린다, 들이받는다, 돌진"의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룰 것 같기는 합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승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나라... 사슴으로 유명하죠...
나루토... 나라 시카마루.... 뭔 소리지 나 ㅋㅋㅋㅋㅋㅋ

한번 방문하곤, 무조건 오사카에 내리면 나라는 들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장소였습니다. 나루토 만화나 애니는 제가 본적이 없어서 어떤 이야기를 드려야할지 (...)ㅋㅋㅋ

같은 장소를 방문했음에도 어쩜 이렇게 사유의 결과가 다른지. 다시 한번 놀랍니다. 저는 "우와, 사슴이다!" 이러고 사슴 꽁무니를 쫓아다녔거든요... 같은 걸 보고나서 저에게는 '귀여운 사슴이♡'만 남은 반면, qrwerq 님은 밥그릇 싸움을 연상하셨네요.

글로 돌아가서, qrwerq 님이 말씀하신대로 만약 제가 스팀잇을 밥벌이의 공간으로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영역싸움에서 이길 능력도, 자신도, 의지도 없어서 ㅜㅜ

덧, 먹을건 신성합니다. 먹는것로 줬다 뺐으면 안됩니다. (단호.ㅋㅋ)

저도 나라 공원에서 가서 귀여븐 사슴이 단체로 정모하는 모습을 보고 환희에 가득찬 춤사위를 춘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사실 '귀엽지만 종종 난폭한... 사슴이'가 남았습니다. 실제로 난폭해지는 모습도 같이 보니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결국 어떤 사람들은 밥벌이의 공간으로 보게 될 것이고, 시스템에서 그러한 것을 권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어느정도의 영역 다툼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아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므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경우는 흔치 않을테지만, 최소한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없는 셈치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역시 저 또한 오프라인에서만 해도 피곤한 영역 싸움을, 굳이 스팀잇 공간까지 끌어들일 생각이 없습니다. 삶이 매우 척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는 여기대로 모호하게 남겨두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신성한 먹을 것의 가치를 믿습니다. 스팀잇은 '생각의 가치를 부여하겠다'고 표방했습니다만, 사실상 먹을 것을 부여하겠다고 봄이 맞습니다. 그것을 먹을 것으로 볼지 말지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

환희에 가득찬 춤사위.ㅋㅋ 저도 사실 그랬어요... 그런데 사슴들이 절 너무 무시하고 저한테 관심을 하나도 안보여서, 제가 옆에서 알짱알짱 댔네요 ㅎㅎ 만약 더 알짱댔으면 절 들이박았으려나요...?

저는 오프라인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려는 의도로 이 공간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다행히도 이곳은 (아직까지는) 서로를 헐뜯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풍조는 없는 것 같아서요. 때문에 이 곳마저 저 스스로 쟁취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참 힘듭니다. 만약 어느 순간 제가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아마 주저없이 떠나야겠지요.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일 수 없으니까요 ㅎㅎ

사슴 공원에 갔을 때, 찬찬히 살펴보니, 사슴들이 잘 다가가지 않는 사람, 사슴들이 너무 들이대는 사람의 사이에서 사람들이 분포한 것 같더라고요. (사람들에 대해 사슴이 가지고 있는 기준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그 중에서 좀 더 전자쪽이셨나보네요, 저는 너무 후자쪽이라서 사슴을 피해 도망(...)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마 저를 먹을 것(...)으로 보았나 봅니다.

스팀잇의 설계상, 대놓고 반목하는 의견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무시하거나 다른 글에서 언급하는 정도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최소한 쟁취와 생존의 문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은 1)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영역들이 겹치기 시작하고 2)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스팀잇과 관련된 스팀/스팀달러의 가격이 올라서, 모두들 그 콩고물에 관심이 무척 많아질 때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게 스팀잇은 일기나 그 밖의 상념을 잘 드러내지 않던 제가, 꾸준히(?) 적게 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SNS는 거의 하지 않거든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다른 SNS만큼 라벨을 과도하게 많이 붙이지 않아도 되면서도,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라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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