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steemit] 치고 빠지는 글쓰기

in #kr6 years ago (edited)


끝이 보이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상황에 나름 적응해가면서 글을 적게 되곤 한다. 끝이 깊고 넓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끝이 얕고 좁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 경우에는 상당히 어중간한 경우라서, 역시 글도 꽤나 어중간하게 뽑히는 편이다. 그러한 어중간함이 내 성향과 합치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치고 빠지는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스팀잇에 글을 적을 때에 나는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는 편을 택한다. 만약 어떠한 맥락과 구체적인 정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충돌을 일으킬 때에는 맥락은 아예 삭제해버리거나 쉽게 유추할 수 없도록 구체적인 정보는 제거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올리는 사진이 상황의 가장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글 자체는 골격과 뼈대로 이루어져있을 뿐이다. 일종의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적응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다만 휘발을 염두에 두다보면 항상 읽는이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때때로 나는 - 그리고 내 글은 상당히 불친절한 편이라서, 채워넣는 것은 결국 보는 이의 몫이 될 경우가 많다. 어차피 정보들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하나쯤은 골격만 던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이 공간에서 내가 적는 글의 목적은,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거나 다른 면을 한번 툭-던지는 것, 아니면 껄끄러운 껍질을 하나 정도 벗겨내는 것 정도에 그친다. 이는 분량과도 관련이 있는데, 글 하나 안에 문단이 4-6개 정도를 넘어가게 되면 찬찬히 들여다보는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찬찬히 읽는 태도를 지닌 독자들이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틈을 스스로 적절히 메울 수 있을 것이고, 빨리 훑어보는 독자들은 크로키처럼 골격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그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과 형식은 독자들 자체를 좀 더 균일한 집단으로 거르거나, 글에 대한 독자의 소통 방식 (찬찬히 읽고 소통하는지, 대충 훑고 소통하는지, 아니면 그냥 우선 댓글을 달고 보든지)을 결정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타협점이기도 하다. 그 이상의 전개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이 공간에 있어서는 "치고 빠지는" 것을 선호한다. 각자 나름의 전개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미 구체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 그만큼 정보도 쏟아진다. 따라서 읽은 이가 느낄 만한 정보의 무게를 나까지 굳이 크게 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아날 학파가 뭔지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키워드 하나를 여기에 툭 던지는 것이 속편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는 별반 관심이 없을 경우가 많고, 삶을 이루는 요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그 요소는 대부분 결국 잊혀진다.) 만약 그 요소가 각자의 삶 속의 공통 분모가 되거나 이해를 관장하는 요인이 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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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골격, 잘 빚어진 조각들. qrwerq님 글을 읽으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 사진을 보는 것 같아요. :) 벽에 걸린 아주 작은 액자 속 그림, 창문틀의 모양, 가구의 배치로 qrwerq님의 취향을 짐작하는 재미도 있고요! ㅎㅎㅎㅎ

글쓰기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저는 마음을 느슨하게 잡으면 글도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까닭에 핸들링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ㅎㅎㅎ 언어의 뼈를 바르시는(?!) 기술, 존경합니답 ( ͡° ͜ʖ ͡°)

제 몸과는 다르게 (...) 글에는 뼈대가 훤히 드러나는게 함정이기는 합니다. 가급적 읽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말자는 원칙으로 글을 씁니다. 물론 문장과 문장 사이를 좀 들여다 봐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오히려 부담일 수도 있겠네요.

가끔은 범용적인 다이제스트를 적는 기분입니다. "핵심은 간결하게, 안되면 지나가게 (...)" 같은 생각아래 글을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잎들이 풍성한 나무 같은 글, 좋아합니다. 좋은 나무라면 충분히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그늘과 공간을 제공하니까요- :)

아날 학파 클릭.... ㅋㅋㅋㅋㅋㅋ
이건 맥이는게 분명하다. ㅋㅋㅋ

아냐, 형. 미켈란젤리 같은거야.

ㅋㅋㅋㅋㅋ 집요해 ㅋ

아 놔.... 어쩌죠? 도와주삼.

역시 만만치가 않아....
으...... ㅇ..... 제이미!!!!!

낚이셨 (...)ㅋㅋㅋㅋ
아날 말고 아놔 (...) 학파라도 하나 만들까요ㅋㅋㅋ

(아재 개그 주의)

'불친절'한 건 맞는데 ㅋㅋㅋ 그걸 찾아가며 읽는 재미는 분명 있죠.

그리고 속독을 할 수 있는 부류의 글은 아닌듯

제 글은 실상, 이런 류의 글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독자분들 위주로 거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아무래도 괜찮습니다ㅎ

요즘엔 워낙 빨리 보고 듣는 것을 여러 미디어에서 강요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속독을 하고 계신 분도 계실거란 생각입니다. (물론 글의 디테일까지 전달되느냐는 별개로 하고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속독을 의도한 글쓰기는 아닙니다.

말씀하신데로 글하나에 4~6개 이상이 되면 저같은 경우는 읽다가 집중도가 확~~!!! 떨어져서 4~5 문단 읽다가 댓글달러 내려오게 되네요 ㅎㅎ
큐알님이라 불러야되나?ㅋ 암튼 어제글도 그렇고 큐알님 글은 말씀하신데로 적으시는게 확 느껴지네요. :)
역시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습니다..
저는 그냥 길든 짧든 생각 없이 쓰는데...ㅋㅋ

소통과 교류를 통한 호혜적 활동에 방점이 찍힌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4-5문단 이후 (글의 방향을 파악한 뒤에) 댓글달기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각자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만의 적응 방식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사실 이렇게 적는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길게 적는만큼 읽는이들도 무척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로요)

저는 마음 가는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애초에 그렇게 작성된 계정 이름입니다.ㅎ

닉네임챌린지라는게 있었군요 ㅎㅎ
그럼 저는 큐알님으로 부르겠습니다. :)
자주 소통하러 오겠습니다. :)

뭐라고 글자 적어넣다보면 숨길래도 도리없이
개인 취향이 흘러나가게 되더군요.
잘 막음하시네요. ㅎㅎ

취향을 잘 드러내는 것이, 독자층을 견고하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도 (다양성 면에서는) 분명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

저도 효율을 생각하다 보니 처음 스팃잇 시작하던 4월에 비해 글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주제에 관해서는 그런 효율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주절주절 쓰는 경우가 많네요. ㅎ qrwerq님은 치고 빠지는 것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글에 늘 깊이가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리뷰용 계정은 언제 활성화 되나요? ㅎㅎ

자신이 정말로 즐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효율을 따지지 않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저도 주절주절 적고 싶을 때가 있는데, 생각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잘 되지는 않더군요ㅠㅠ 그리고 그냥 지금은 (읽는분들에게) 숙제를 떠넘기는 (...) 중이라고 할까요.

리뷰용 계정에 대해서는: 적절한 리뷰 거리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 한가해지면 (사람들이 왠만하면 리뷰하지 않을 것들을) 리뷰해볼까해요.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각각 플랫폼마다 특징이 있는데 스팀잇에서 2000자 이상은 좀 읽기 힘들더군요
제 취향에 딱 맞는 글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래서 그냥 길게 써야 되는 포스팅이라면 나눠서 게시하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러는 편이 보상 면에서도 훨씬 이득인 것 같구요ㅎ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급적 1500-2000자를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적을 때 짧게 끊어치는 버릇이 있는데 여기서도 그런 버릇이 드러나네요ㅎ 효율성 관점에서는 스팀잇용 글은 적절히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물론 긴 호흡과 깊은 내용으로 잘 전개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시기 때문에, 이건 제 한계에 조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은 그럴 것 같아요.)

제 몸과는 다르게 (...) 글에는 뼈대가 훤히 드러나는게 함정이기는 합니다.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살이 붙여지는 것도 같습니다. 제가 붙였던 살과는 다른 느낌이셨군요. ㅎㅎㅎ
제 아랫배를 보니 제게도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붙어있네요.

댓글들이 이루는 풍성함을 참 좋아합니다. 대화란 그런 속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일종의 대화이고 맥락에 따라서 - 순간에 따라서 다채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똑같은 글을 1년 뒤에 다시 올리게 된다면 어떤 맥락이 펼쳐질까요. 상상만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

효율 나름 중요합니다. 항상은 아니라고 해도.
또 오랜만이네요! :)

네. 오랜만입니다. 각자의 주기가 겹치기가 참 쉽지 않지요.

효율적이어야, 빈 공간과 시간을 삶에서 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rwerq 님의 글을 읽을 때 깔끔하고 읽는데 매끄럽다 느껴요. 적당한 길이감과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기보단 읽기 쉽게 적어주시는 것 같아요.
댓글 달 때 제가 올바로 이해를 하고 댓글을 적는 건지 댓글을 쓰면서 여러번 읽어보긴 하지만....음.... @qrwerq 님의 글에 비해 댓글 수준(?)이 떨어질까 싶어서 신경쓰게 되용히힛.

이해와 오해는 사실 가까이 있어서, 저는 그 사이를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러니 전혀 걱정않으셔도 됩니다. :)

제가 머릿속에서 대체로 하는 생각들이 딱 4-6문단 정도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분량) 안에서 뭔가 돌려보고 돌이켜보고 헤집어보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읽기 쉬우셨다면 다행입니다ㅎ 보통은 어떻게 풀어쓸까 고민하면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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