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상황은 장악하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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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에게

너는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겠지만..
사람은 사랑할 대상이지,
너의 믿음에 부응해야 할 존재가 아니란다.

사람들은 믿는다 말하며 기대지.
그건 증명하란 얘기지.
계속 기댈 수 있게 버텨달란 얘기지.
책임지란 얘기지.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상황을 장악하지.
상황을 관리하지.
상황에 대응하지.
상황에 책임지지.

그러니 너는 상대가
어떤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빠졌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네가 사랑하는 상대의 상황을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하며
상황을 놓아버린다.
상황에 집중하기를 멈춰버린다.

너가 알아서 해라.
나는 너를 믿으니
너가 알아서 잘 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책임은
네가 믿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다.
주도권은 그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처분에 몸을 맡긴 것이다.
그러니 무슨 처분을 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차라리 믿음이다.
그래 나의 선택에 대한
너의 감당의 결과이니,
기꺼이 그 책임에 동참하겠다.

이것이 믿는 자의 태도이다.

그러나 너는 상황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고, 귀찮고, 회피하고 싶어..
믿음을 가장한 회피라는
불안한 방패를 뒤집어쓴다.
하늘에서 화살이 날아오는지,
핵폭탄이 날아오는지
외면한 채..
그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을
믿는다 하며 넘겨준 상대에게
모두 미룬 채 말이다.

함께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함께 한 선택의 결과로
어떠한 책임을 감당하게 되더라도..
너와의 연대를 끊지 않겠다 말하는 것이
믿.음.이다.

믿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책임은 외면한 채,
회피의 방패 뒤에 숨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덮어씌우려고
믿는다 했다면..

꼴.좋.다.
배.신.당.할.만.하.다.

그것은 시작부터
결과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상황을 장악한다.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무슨 결과가 나오든,
터져 나오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그로 인한 모든 결과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것이다.

도망가지 않고..
너 책임이야..
따위의 불평을 해대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확하게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다.
쏟아지는 포화속에서,
어떻게든 너와 나를 구해내는 것이다.
그러게 내가 이리로 오지 말자고 했지..
따위 소리를 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말이다.

도망가려고.. 여차하면,
빠져나가려고.. 불리하다 싶으면,
자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싶어서,

너를 믿.는.다. 하고 있다면

닥쳐라.

너의 믿음 따위 필요 없다.
대신 내 사랑의 힘을 보여주겠다.
내 사랑의 궤적을 보여 주겠다.

어물쩍 회피하려고.. 책임지기 싫으니,
여차하면 물러나려고..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니,
대충 숟가락이나 얹으려고.. 잘 될 것 같으니,

너를 믿.는.다. 하고 있다면

꺼져라.

네게 줄 콩고물 따윈 없다.
진실됨으로 얻은 결과에
운명은 무임승차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P에게
배신감에 쩔어
너를 믿.었.었.다.하고 있다면

멈춰라.

네 사랑을 유약한 속임수로 변질시키지 말아라.
네 의지를 허황된 선택으로 좌절시키지 말아라.
네 믿음을 과거의 옛유물로 박제시키지 말아라.

이제라도
사랑으로 책임을 다하며
뒤틀려 버린 상황을 감당한다면

너는 사랑을 얻게 될 것이다.
너는 사람을 얻게 될 것이다.

너는 비로소
믿음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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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선수와 그의 부인 하원미씨가 생각나네요.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함께 비바람을 맞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건 인생의 행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추신수의 성공은 부인 하원미씨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죠.

추선수에게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부부가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겠죠 ^^

다음포스팅도 기대할께요~~~

네 감사합니다.^^

이럴땐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

물러나 점검하기!

널 믿는다며 상황에 대한 책임에선 한 발 떨어져 있다가 상황을 컨트롤 하는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바와 반하는 상황으로 정리를 하면 그제서야 한마디하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라면서.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굉장히 흔한 레퍼토리인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는 종종 상황을 책임지던 사람을 비난의 대상으로 바꾸기도 하더라고요. 안타까워요.

저는 그래서 지나칠정도로 선택을 강조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를 쓸 수가 없으니.. 슬금슬금 사라지더군요. 그럼에도 기꺼이 감당하기를 자처하는 이라면 어디까지든 같이 갑니다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글입니다. 감사하게 리스팀 할께요. 마음이 막 다급해 지다가 차분해지고, 그러다가 울컥해지는 그런, 아주 훌륭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주셔요. 나의 사랑은 이런 것이라구요 ^^

피터 드러커의 신뢰하지만 점검하라 가 생뚱맞게 떠오릅니다. 신뢰는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죠. 참 힘든 일이지만 해내야 하기도 합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커피 한잔 해야겠습니다.

저도 커피 한잔 하며 쓴 글입니다. 빅맨님과의 커피타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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