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 육아이야기] 아빠의 마음.

in #kr6 years ago

DQmPSBZBpcWWi5tnjMisAnEr5ioMnqimtMEr5ibZ8jASa3j.jpg

신랑은 페이스북에다 자기의 생각들을 적는다.
내가 스팀잇에다 좀 올리라고 해도.. 영~ 말을 안듣는다.
본인이 날 스팀잇에다 꽂아 놓구선 관망만 하고 계신다.
그래서 신랑이 쓴 글들 중에 내 맘을 울리는 글이 있으면 한번씩 빼내와 포스팅 해본다.
스팀잇 가입 초기때 신랑이 했던 이쁜 생각을 포스팅했는데...
[오남매 워킹맘의 육아 이야기] 딸 가진 아빠란..

보상은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 나만 공감했었나보다.
지금 보니 스변협 회장( @gochuchamchi)님과 구번변태( @room9)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네..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웃들도 늘었고 하니 울 신랑의 이쁜 생각을 자랑 한번 해보련다.

저번 주말에 쓴 글인듯하다.

대학원을 다니며 인턴쉽을 하던 중,
수퍼바이저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한 달에 며칠씩은 한없이 우울하고 자기비관에 젖어있곤 하는데,
하필 '그 날'이었던지라 가볍게 시작한 상담이 심각한 모드로 이어졌다.
꽤 근본적인 질문들이 오가는 가운데, 수퍼바이저가 묻는다.
'네 자녀가 어떠한 삶을 살길 원해?'

그 질문이 그렇게 어려웠다.

'행복한 삶'이 정답 같은데,
사람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지 않았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지 내가 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통해서는 사람에게 주어진 진정한 삶의 의미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녀의 삶에 대해 물었지만 사실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묻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생각으로 인해 내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는 대답조차 진심으로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거부하고싶어 그 대답을 하고자 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몇십분을 입술만 바르르 떨었다.

우리집에서 한 아이와 온전히 교감을 나눌 시간을 갖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평소엔 최소한의 삶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보게된다.
부모보다는 선생 혹은 관리자의 느낌이 강하다.
어쩌다 한 아이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도,
그 아이가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해 주는 시간 역시 매우 한정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행위가 일어난다.
그 찰나의 경험은 깊고 고요하며 강렬하다.
존재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감동이 있다.

그러한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이 아이의 삶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존재고 삶의 의미고 어쩌고 하는 것들 따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이 아이가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을 느끼기 원하고,
또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결혼하면 행복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이 많으니 힘들겠지만 행복하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는 것이 행복하냐면,
물론 그 자체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순간일지언정 그 대상과 갖는 교감이 주는 행복,
내가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대상이
나와 같이 사랑을 담아 나를 바라보며,
서로를 향한 집중이 겹치는 순간의 감정은 형언하기 어렵다.
다른 감정들과 달리 내가 익숙한 미디어나 문학, 혹은 타인을 관찰하여 유사감정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험하거나 인지하기 어려운 깊은 단계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오늘은 4호기와 한 3초 정도 그 순간을 경험했다.
이번 주 중 찾아온 '그 날'로부터 회복하게 하고,
지칠대로 지친 아침부터 이어진 4호기의 왕성한 저지레를 잊게하는 경험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발산 중이신 아내님께 내가 전달해야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된다면 말이다.

신랑이 저 글을 쓰고 있을 때, 난 반은 졸면서 4호를 재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안자고 날 계속 만지고 발로 비비고하고 있었던터라 짜증을 내면서 재우고 있었던것 같다. 만지고 발로 비비는게 말로 들으면 귀여울 수 있으나... 이 아인 힘이 쎈지라 아프다. 하지 말라고 해도 뭐 25개월짜리가 말을 들을쏘냐..
이성적인 내 머리는 "겨우 25개월짜린데..."라고 하지만 자주 이성을 놓는다. 그리곤 감성 충만한 엄마가 되어 짜증과 화를... ㅠㅠ

내가 짜증을 내는 동안 여유롭게 저 글을 쓰고 있었다니 괘씸하기도 하지만..
4호와 저런 교감을 이룬 저 순간이 이뻐서 참는다.

번외.
어제 나의 생일에 나이 이야기로 날 빈정상하게 한 신랑이었으나...
image.png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과 딸기가 듬뿍 들어있는 케잌에 3개의 초를 보며 빈정 상함은 우주로 날려보냈다.

그 와중에 초가 세개만 있는 걸 본 2호가..

초가 왜 세개야?? 엄마 세살이야???

그래 세 살이야. 그래서 엄청 유치하지...

날 이곳에 있게 해준 나의 사랑 엄마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탕슉을 먹으며 행복했다.
image.png

행복했는지 나의 셀카는 최근 사진 중에 젤 이쁘게 나왔고, 신랑은 배를 순식간에 집어 넣었으며, 아이들과 내사랑 엄마는 행복했고, 4호는 역시 역동적이다. 송해공원에서의 4호 모습 참조

Sort:  

어제 이야기에 또 이어지는 케익 이야기가 있네요 :)

남편 분 자랑이신거죠? +_+ (어제 댓글을 달 수가 없었어요.. 너무 놀라셔서 ㅋㅋㅋ)

케잌자랑한건데.... ㅎㅎㅎㅎㅎㅎ
케잌이 내 스타일이여서 누구의 잘못도 용서가 가능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놀란게 느껴지셨군요? 근데 진짜 남편이신건가요???????

남편분이 밀당이 장난 아닌데요^^
아이들이 어떤삶을 살기를 원할지 저도 고민되네요.

그렇습니다. 저희 남편은 밀당남입니다. ㅋ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할지는... 아이들이 고민해야하지 않을까요? ㅎㅎ
저흰 그냥 최대한 잘 선택할 수있게 도와주는일 밖엔...

아이와 일상에 지치다 보면 그 순간의 교감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것 같아요. 어제 저는 신랑이 일주일 넘게 출장을 가 있고, 갑자기 이나라 대중교통 파업사태로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게 되고 멘붕 상태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큰 애가 친구집에 다같이 놀러 간다길래 데려다 주고 오니 작은 아이는 이미 베프 집에 보모가 데리고 가고 없더라구요. 그렇게 거의 하루를 아이들 없이 혼자 보내는데... 그시간이 너무 좋으면서도 하루종일 아이들이 보고싶더라구요... 그러고 데려와서는 계속 아이 눈을 맞추며 놀았어요. 큰 애는 거부했지만 계속 보고싶었다고...
세살 생일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케잌 먹으려고 포크 숟가락을 움켜진 4호? 3호? 의 손가락이 귀엽습니다...

보모.. 저도 보모 가지고 싶습니다. ㅎㅎ

맞아요 안보이면 보고싶고 보고있으면 힘든게 아이들.. ㅋㅋㅋ

세살 생일 ㅋㅋ 축하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포크를 잡은 손은 3호이고 주먹을 불끈진 손은 4호입니다. ㅋㅋ

휴~ 깊은 반성을 하게됩니다.
1호밖에 없는데.. 요즘 너무 공감하지를 못했던것 같네요.
지난주에는 스트레스 해소나 시켜주자고 뒷동산에 부자가 총쏘러갔었는데.. 그나마 했던 일이 이게 다라니..

그나저나.. 은근 부군을 자랑하심은 아니신지 싶은 생각이.. 저만 그런걸까요? ^^

딸이 아쉬우시겠어요? 이쁜옷 입혀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말이죠. 늦둥이라도... ㅎㅎㅎ

사실 아들과 아버지가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희 신랑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이해와 상담하는 모습은 잘 찾아보기 힘든..(자랑이 아니지요?? ㅋㅋ)

ㅋ 저는 숫자랑 노는 전공이라.. 면죄부가 되려나요? ㅎㅎ

ㅎㅎㅎ
전공과 상관없이 아버지이시니...
피나게 노력하시는걸로~
1호가 너무 커버려 힘드시다면...
2호를 생각해보셔도......... ㅎㅎㅎ

행복하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둥이들을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때가 많았어요!!
리자님 포스팅을 읽고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명 한 명
가장 귀하고 소중한 인격을 존중해야겠어요

아.. 둥이들은 더 그럴 수 있을것 같아요. 같이 나왔으니..
저야 다 따로 나와서 그나마 따로 분리할 수 있긴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란 집단으로 뭉쳐서 생각할때가 많은... ^^;;;

남편님이 가족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글 같아요. 그리고 1호밖에 없는 전데 아이와 잘 안놀아주는 엄마라 또 아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하네요 ㅜ.ㅜ생일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행복한 기운 받아갑니다 ^^

저도 1호밖에 없었을때도 아이와 잘 안놀아줬습니다. 5호까지 생긴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잘 못놀아줘서 친구를 좀 많이 만들어줬더니 지들끼리 놀더라구요. ㅎㅎ

생일축하 감사드리고 행복하세요~ ^^

남편분 얼른 스팀잇으로 오셔야겠는데요?
글이 너무 좋아요.
다섯아이와 복닥거리며 사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습니다.(죄송^^)

"엄마 세살이야?"
너무 귀엽네요~~

ㅎㅎ 7명이서 복닥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신랑은 스팀잇에 발만 담그고 있어요. ㅎㅎㅎ

와우 ㅎㅎ 셀카 진짜 선남선녀인데요 ㅎ 아가들도 어쩜 다 똘망하니 귀여움 +_+ 행복해보여요 ♡

ㅎㅎㅎ
저희 둘 다 서 있긴 했죠.. ㅋㅋㅋ

리자님 생일 축하해요! 넘 늦었죠? ㅠㅠ
가족들과 있을땐 얼굴에 행복함 가득이라 더 이뻐보이나봐요 ㅎㅎㅎ 감성충만한 어린 남편 부럽다고 하면 제가 지는 건가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리자님 진짜 이뻐요!!!

아뇨 늦었을리가요? 하루밖에 안지났습니다. ㅋㅋㅋㅋ

감성충만한 어린남편.......................
한번 살아보시면 진건 아니라고 생각이 드실지도... ㅎㅎㅎ

전.. 잘생겼습니다. 관능적인 에빵님~

와...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30
BTC 59249.03
ETH 2543.53
USDT 1.00
SBD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