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딜방아의 추억

in #kr6 years ago (edited)

디딜방아는
발로 디디어 곡식을 찧거나
빻는 방아를 말한다

굵은 나무 한 끝에 공이를 박고
다른 한 끝에 두 갈래가 나게 하여 그 곳을 발로 디디게 하여 찧는다

공이가 닿는 아래에는 동그란 구멍을 파서 방아확을 만들어 썼던 것이 디딜방아다

내가 어릴적 살던 집에는
뒤뜰에 방아간아 있었고
방아간옆에는 어린내가 들어가면 보이지도
않을만큼 큰 항아리들이 즐비하였고
그곳에 엄마는 온갖 곡식들을 저장하곤 하셨다

그후에는 짚은로 만든 포대가 사라지고
비닐로 만들어진 포대가 등장하면서
그큰 항아리들은 비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살던 곳은 오학년이 되던 해에야
전기란 것이 들어온 강원도 깡촌이다
전기불이 켜졌던 광명한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히다

촛불 등잔불에 의지해 숙제를 하고 지내던 내게 전기불은 광명천지이였다

그처럼 문명의 혜택이 늦은 곳이
내가 살던 고향이였다

우리 동네에서 방아가 있는 유일한
우리 집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빻기위해 모여들곤 했었다

우리 엄마도 명절과 제사때에는 쌀가루를 김장철에는 고추가루를
된장 고추장 철에는 메주를 찧으셨다

물론 방아를 찧는 날에는 우리 형제들이
동원되어 방아를 찧어야 했다

엄마는 공이와 공이확이 있는 곳에서
곡식이 잘 빻아지도록 공이가 들릴때마다
손을 넣어 잘도 저어주셨다

그리고 채로 고운가루를 걸러내고 거친것들은
다시 넣어 찧고 거르는 일이 반복 되면서
일이 끝나가게 된다

힘이 없던 어린나이에
방아를 찧는 일은 참 고된 일이었다

그러던 4학년 여름방학때 언니와
동생들과 방아찧기 놀이를 하게되었다

그날 내가 했던일은 언제나 엄마가
하시던 공이확 구멍에 손을 넣고 저어주는
일이었다

사용하지 않을때는 늘 가벼운 왕겨를 공이확에 채워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뒤적이며 곡식인양 공이가 들릴때마다
손을 재빨리 넣어 휘저어 주는 엄마 놀이를 했다

그런데
힘이 약했던 언니나 동생들의
다리힘으로 들어 올리는 공이는 불규칙하게
들렸다 쿵 떨어지곤 했는데
어느순간 내가 손을 넣자 올라가던 공이가
그대로 내 손등위로 떨어져 내렸다

공이끝 둥근부분에는 잘 찧어 지라고
둥글지만 뾰족뾰족한 철로 쒸워져 있었기에
내 손등에 떨서진 공이는 큰 상처를 남겼고
아픔에 놀란 나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들고 어쩔줄 몰라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때 어디선가 큰 나무막대를 들고
달려오신 아버지는 내손을 보시더니
상처에 부으면 거품이 부글거리는
과산화탄소를 부어주셨고 천조각으로
상처를 동여매 주셨다

처치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고 어찌 상처는
아물었지만 아직도 내 손등에는 그때의
흉터가 남아 있다

아버지는 내가 울부짓는 소리를 들으시고 들짐승이 덥치기라도 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 상처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사라져 찾아볼수 없는 시골의 풍경과
나무 작대기를 들고 뛰어 오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곧 설이 돌아오는데 디딜방아라도 찧어보고
싶도록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새롭고 그립다

그때 나무작대기를 들고 뛰어 오셨던 아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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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디딜방아라니 어렸을때 외가에 있던 방아가 생각이ㅡ나네요..... 뒤의 문지방을 잡고 밟았었다는 ^^ 점점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안하시게 되시고 현대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방치가 되었지만 사진하나로 추억에 잠기네요

그러게 말이예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었어요

헉~ 초등 5학년때 전기를... 아무리 강원도 깡촌이었다지만... 도대체 연배가 어떻게 되시나요? ㅎㅎ
어린시절 많이 다치긴 하죠! 놀라 달려오신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 지는듯...

뇨자의 나이는 밝힐수가없는데
혹 독거노인님과 동갑일까?
헉~~~~^^

음...글쎄요^^ 아무도 모르죠^^ ㅎㅎ
뭐~ 일찍 결혼한 친구중엔 대학생 자녀를 둔 친구도 있긴하지만...ㅋㅋㅋ

여자의 나이를 물으시다니... 실망입니다 ㅎㅎ

어이쿠~ 이런 제가 실례를 했네요! 한번만 봐주세요~ㅎㅎ

@khaiyoui님의 한끼줍쇼의 후기(https://steemit.com/kr/@khaiyoui/kyle-s-dreams-come-true-1-9-fur2002ks)에 나온 독거노인님의 뒷태사진을 살펴보건데... 척추가 휘지않고 곧고, 뒷머리에 흰머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독거노인님은 30대로 추정됨...ㅋㅋㅋ

@jsj1215님의 나이는 큰딸이 고3으로 포스팅(https://steemkr.com/kr/@jsj1215/6n5v4x)을 읽어본바....40대로 추정됨...ㅋㅋㅋ

ㅋㅋㅋㅋ 진짜요
믿을수 없어요

쿵떡쿵떡쿵떡 무조건 보팅!

무조건 보팅 스파고갈됩니다 ㅋ

스파는 어떻게 보나요?

@hanwoo이분 블로그에 가시면
여러가지 정보를 보실수 있을거예요

그때 나무 작대기를 들고 오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너무 짠하고 이해가 됩니다. 설이 다가오는 날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항상 꿈속같습니다 ㅎ

오늘은 추억속으로 가보세요^^

촛불 등잔불에 숙제라니!!.ㅋㅋ 얼마나 촌 이었기에!! 딸가진 부모로서, 상처난 손을 치료할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지.. 도시에서만 자란 제게는 뭔가 부러운 추억들 이네요. 요즘엔 부모님들도 도시에 사시니, 아이에게 시골을 보여줄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네 엄청 촌이였어요
산밖에 산보여요 ㅎㅎ
저도 제 어린시절 추억을 소중하게 여겨요
감사하고요

반갑습니다 글 잘읽었어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시간나시면 맞팔 부탁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맞팔할께요

어릴 때 다치면 빨간약 발라주시던 분들이 생각나네요.
스크린샷 2018-01-22 오후 10.54.32.png

맞아요. 빨간약하고. 과산화 수소요 ㅎㅎ

전 저 방아를 볼때마다...
저러다 손을 찧으면 어떻하지.... 걱정했던일이..
현실로 일어났었군요. @.@

그때 나무작대기를 들고 뛰어 오셨던 아버지도 ....

아버님.. 심쿵~

그러셨군요
방아찧기 놀이 하다가 크게 다쳤어요 ㅋ

어릴적 놀던 생각이 나네요.
디딜방아를 찌어 보았고
옛추억이 생각나게 합니다.

같은 추억을 갖고 계신다니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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