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이야기가 있는 불교 이미지 #012 "위슈누, 가루다, 인드라, 에라완"

in #kr6 years ago (edited)
BULSIK / 이야기가 있는 불교 이미지 #012 "위슈누, 가루다, 인드라, 에라완"







이 야 기 가 있 는 불 교 이 미 지

  V i S N U /   G A R U D A /   I N D R A /   E R A V A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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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ra and Eravan on Lintel National Musum of Cambodia, Phnom Phen / image_Beopjin

대승불교에 들어와서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는 실천의 상징 보현보살의 반려동물이 되었지만, 인도신화에서 코끼리 중 왕은 인드라 신이 타는 머리 12개를 가진 코끼리 에라완이었다. 다만 부조로 12개의 머리를 표현하기에 어려웠던 탓인지 3-4개로 줄여서 표현되었다. 힌두의 창조신화 우유바다 휘젖기의 원인을 제공하는 에라완은 이후 흰빛 나는 코끼리가 되어 동남아시아 왕들이 탐내고 빼았는 전쟁의 명분이자 도구이기도 했다.

인도신화에서 신들의 자가용 역할을 하는 바하나라고 불리는 동물신들은 마치 가장 높은 사람을 모시는 기사로서의 특별한 대우를 받기도 했지만, 그 중 으뜸은 역시 새중에서 가장 강력한 새 가루다였다. 가루다의 모티프는 독수리로 보인다. 우유바다를 저었던 기둥을 뽑아온 것도 가루다였으며, 뱀의 독으로부터 사람을 구해주는 신 중에 가루다만큼 강력한 신도 없었다. 뱀을 신으로 섬기면서도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가루다를 통해 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제 가루다는 원하지 않을 때도 항상 뱀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불교에 들어와선 8부중이 일원이 되었으니 대개 힌두신들은 불교에 와서 원래 받던 만큼의 대접을 못받게 되었으니 그들 개인적으로는 불교로 이직한 것이 그렇게 썩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권능과 엄벌로 힘없는 자들에게 큰소리 치면서 사는 방식도 좋지만, 진리를 수호하는 신 - 진리를.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 으로 사는게, 그래도 명분이라면 명분이 아닐까. "차카게 살 수" 있도록 말이다.


건물에 문을 달고 나면 남는 자리가 아래 위로 생긴다. 벽이 아니라 문이나 창을 여닫다 보면 이부분이 약해서 내려앉기 마련이니 벽과 문 사이엔 좌우의 문설주와 아래위 문틀을 끼우는 데 아래위의 넓직한 공간이 남는다. 건물양식 마다 다르지만 대개 삼각형이나 반원형으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이 린텔(lintel)이다. 우리는 이걸 인방(引枋)이라고 부른다. 아랫쪽은 하인방이라고 구분하는데, 대개 지방(地枋)이라고 한다. 종교건축은 여기를 놓치지 않고 스토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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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snu and Garuda on Lintel National Musum of Cambodia, Phnom Phen / image_Beopjin

대영박물관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마블을 뜯어가서 입구에 장식한 사건으로 그 장본인인 엘긴은 대영박물관에선 용기 있는 선구자가 되었을지 몰라도 그의 이름은 문화재 도둑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이 마블(대리석)이 붙어있던 위치가 파르테논신전의 기둥 위 린텔부분이다.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보면 처음에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또 어떻게 뜯어갔는지 참 불가사의하기만 하다.


캄보디아의 프놈펜 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린텔들은 발굴 혹은 출처 정보나 연대 등을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았다. 이 린텔들은 하나의 부조로 취급하기도 어렵고 길이도 크기도 상당하기 때문에 사실 박물관의 한 곳에 얹혀있다시피한데 넘버링도 아직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에라완을 타고 있는 인드라와 가루다를 타고 있는 위슈누신의 디테일함은, 그 얼굴표정과 아담한 사이즈와 귀여운 표정만큼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드라의 저 요가를 하는 듯 한, 혹은 비보이 춤을 추는 듯한 자세와 심지어 가루다의 목마를 탄 듯한 자세의 위슈누는 보는이의 눈을 고정시키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오늘날 고대 캄보디아의 크메르 양식을 보면 석판이나 각지게 자른 돌에 마애양식으로 감성을 가득 담아 인물상을 파는데 천재적이었는데. 그 부조들이 가진 미소는 하나같이 일품이다.


그들은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울며 겨자먹기로, 원치 않았더라도 불교의 신이 되었다. 만약 힌두에서 그들의 권능를 십분 발휘하며 강압적이고 폭정을 통해서 그들의 적과 패싸움이나 일삼느라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면, 몇 백년 전부터 저렇게 귀여운 몸짓에 온화한 표정을 짓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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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다운 디자인을 잘 만들 수 있도록 포스팅 해 주신 @kyunga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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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추가 팁으로 본문부분에 <div class=text-justify>를 적용해주시면 양끝이 글자가 딱 맞게 적용됩니다.
다음에 적용해보세요 :-)

와~ 신통합니다. 하나 복사해 붙였더니 바로 정렬이 짠~ 금손 오브 금손이십니다.~

불교는 처음부터 종교로 만들어진 종교가 아니다 보니 곳곳에 힌두의 흔적이 산재 합니다. 어떤때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거의 힌두인 경우도 많더군요.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불교가 종교가 되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힌두의 많은 것들이 불교에서 재탄생 했지요. 문화적인 요소에서 힌두와 불교는 많은 걸 공유합니다. 불교도 인도에서 태어났으니까 말입니다. 문화란 섞일수록 상생하는 것이니 사실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리나 철학에 있어서 힌두적인 해석을 혼동하기 쉬운데 이 경우는 잘 구분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절 석조물 부조들을 꼼꼼히 보면서 의미를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은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만 넘겼는데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절의 단청이나 부조물들이 눈에 들어오기시작하고 뜻을 알아갈수록 재미진 부분이 많더군요.

@himapan님 많은 것을 공부하고 계시는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래된 절들이 가진 상징물들은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 같습니다. @paramil님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늘도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ㅎ
신들 얘기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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