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이야기가 있는 불교이미지 [002] "붓다의 출가, 그리고 찬다까"

in #kr7 years ago

이야기가 있는 불교이미지 [002] "붓다의 출가, 그리고 찬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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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오백년 전 성인이 되었던, 인도에서 태어난 인간 붓다의 삶 자체도 그렇지만, 불교경전에서 그 주변인물들의 드라마틱한 등장은 오히려 상당히 리얼하다. 특히 사회적 신분이 하천하다거나 성격이나 행동 때문에 차라리 우리 같으면 모두를 위해서 버리고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던 이들이 출가하면서 생겨난 에피소드들은 붓다의 생존 당시의 장면 장면을 가득 채운다.

타고난 바보였던 쭐라반따까는 함께 데리고 출가했던 형이 나서서 축출시켰지만 붓다는 1년이나 직접 가르쳐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앙굴리말라Angulimala는 스승의 저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원한을 산 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죽었지만 붓다는 짧은 기간 그를 출가시켰다. 우빨리Upali는 사꺄Sakya족의 전속이발사로 왕족들이 출가하면서 넘긴 패물을 포기하고 출가해버렸다. 그 덕에 계율에 관한 가장 정통한 사람으로 붓다의 열반 이후에도 계율을 모으는데 선봉이 될 수 있었다.

스승인 효봉스님이 출가를 반대했지만 이후에는 스승으로부터 도인이라고 불렸던 구산스님도 직업이 이발사였는데, 당시 이 우빨리를 떠올렸기 때문에 효봉스님은 그의 출가를 허락했다고 한다. 그가 무소유란 베스트셀러를 쓴 법정 스님의 사형이 되니까 이름은 낯설어도 참 묘한 인연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는 이가 되는 셈이다.

니다이의 경우 요새로 말하면 정화조 청소부인데 첫 등장 장면에서 붓다에게 분뇨를 뒤집어 씌우는 사고를 치면서 화려하게 등장하니 사실 불전의이런 이야기들은 많은 평범한 이들의 열전과도 같다. 그 중 붓다의 생애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미존감의 인물, 찬다까Chandaka가 있다.

불교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 붓다의 출가장면에서 남-북방의 불교와 상관없이 그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때 붓다의 삭발장면, 옷을갈아입는 장면이 표현된다. 찬다까는 마부,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자면 태자의 전속 운전사인데, 신분이 그런만큼 윗분들의 어떤 상황에도 관여하지 않는게 상례겠지만, 그러나 왕실에 소속된 그는 붓다의 출가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왕, 왕자의 아버지, 그리고 태자비 야쇼다라, 그리고 그의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 아들, 라훌라까지 그들에게 당할책임추궁은 또 어떻게 해야하나. 출가를 막지는 못할망정 명을 거역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도와드린 거라지만 출가에 동행했고, 태자의 잘려진 긴 머리카락, 그리고 왕자를 상징하는 칼 한자루만을 들고 칸다카와 함께 왕궁으로 돌아와야 했던 찬다카의 속마음은 아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곤란하고 복잡했을 것이다.

출가하면서 축하잔치를 벌이는 동남아시아와 달리 우리나라에도 출가할 때 부모님들이 마치 장례식이라도 온 것 처럼 슬프게 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물론 출가가 매우 일상적이고 관례이며 또 이후 집으로 돌아올 기약을 갖고 하는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일종의 종신서약 같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아직도 간간히 밖에서 하던 일이 잘 안되면 “에잇, 머리깍고 산에 가서 중이나 될까”하는 말을 듣게 되는데 사실 사회적인 것들을 포기하는 거란 측면에서 보면 틀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출가란 대체로 매우 부정적이나 혹은 인생의 막장처럼 여겨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아마 외동이자 늦둥이인 태자의 출가 역시 부왕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정적일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붓다가 직접 찬다카와 당신의 전용 페라리 - 애마 칸다카, 그리 당신과의 과거 전생의 인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 출가장면도 중요하지만 가장 비중있게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사문유관 사문유관四門遊觀, 붓다가 늙음, 병듦, 죽음을 목격하는 장면에서 그 것을 드라마틱하게 붓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영화 ‘리틀부다Little Buddha’에서 찬다카는 노병사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붓다에게 다음과 같은 대사를 들려준다.

Old age destroys memory, beauty and strength.
In the end, it happens to us all, my Lord.
It is better not to concern yourself with these things, my Lord.
늙는 것은 기억력, 아름다움, 힘을 파괴시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그것을피해갈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습니다.

This is death, my Lord.
Here the ashes are given to the river, my Lord.
Death is the moment of separation...
which comes to every person in every family.
When a body grows cold and stiff like wood,
it has to be burned like wood.
이것이 ‘죽음’입니다.
육신을 태운재는 다시 강물로 돌아갑니다.
죽음은 이별의 순간입니다. 누구나, 어떤 가정도 겪게 되죠.
육신이 나무처럼 차갑고 딱딱해 지면,
나무처럼 태워야 합니다.

찬다카가 한 소식 큰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노병사를 설명하는 대목은 영화대사 만큼이나 붓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이 때 붓다는 늙음과병듦과 죽음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영화에선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붓다의 출가를 돕고 그의 잘려진 머리카락과 칼을 들고 궁으로 돌아와야 했던 찬다카는 자신이 돌아와서 당할 추궁이 두려웠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자신이 모시던 태자와의 이별이 또한 슬펐던 그는 궁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칸타카와 함께 목놓아 울고 있다.

붓다의 출가가 중심사건이다 보니 사실 찬다카의 이야기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아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이 그림은 찬다카가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의 한 장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붓다에게 가장 중요한 출가동기로 그려지는 사문유관의 장면에서 태자에게 노병사에 대해 성인이 설법하는 것 처럼 들려주던 찬다카는 정작 붓다와의 이별이 아쉬워서 슬프게 울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좀 앞뒤가 안맞을 수도 있는데, 붓다 역시 가장 총애하던 제자 목련Maudgalayana과 사리불 Sariputra 두 제자가 당신보다 먼저 떠나자 “내가 그들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라고 탄식 하셨다니 마치 공자가 당신의 제자 안회를 떠나 보낸 후에 식음을 전폐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인간의 숙명인 이별, 그리고 그 이별에 따른 슬픔은 깨달음을 얻은 이의 마음도 아프게 하나보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깨달음이란 감정이 사라지는 목석과 같은 경지가 아니라는 말이니 '가장 인간적인 것'이 '깨달음에 가장 가까운 것'일 수도 있는 것일게다. 그리고 붓다의 태자시절 운전기사에 지나지 않았던 한 사람이 붓다의 출가대목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그의 눈물 때문에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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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_불식 15/02(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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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신자에게는 많은것을 생각하게하는 글이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남방불교의 출가는 생애중에 여러번 단기간의 출가생활이 되기 때문에 주변친지 지인등이 나서서 축하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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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단기출가의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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