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2] 손가락이 혁신을 가져다 주다

shinss61 (53)in #kr-writing • 6 years ago (edited)

화면을 직접 입력과 시각출력 인터페이스로 사용하는 터치 인터페이스 기술은 오래 전에 발명이 되었다. 단지 기술적인 이유와 비용적인 이유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PDA가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한 감압식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다. PDA에서 사용된 감압식 터치 스크린은 물리적인 압력을 감지하여 터치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값싼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해도 인식이 가능했으며 손톱과 같이 딱딱한 물건으로도 입력할 수 있었다.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해야 했으므로 멀티 터치를 구현하기 힘들었으며, 소프트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기 위해 QWERTY 자판을 누르는 작업은 입력에 시간이 걸렸으며 느린 반응성으로 인해서 불편함을 야기했다. 팜의 그라피티 인터페이스가 개발된 것도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2007년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세계 최초의 풀터치 컬러 스크린을 지원하는 '프라다폰'을 출시한다. 아이폰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루머가 돌았을 정도로 디자인적인 완성도는 뛰어났다. 1세대의 운영체제가 피처폰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해서 스마트폰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뛰어난 디자인으로 어느 정도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감압식 터치 스크린을 지원하면서 PDA가 가진 불편한 단점을 그래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인한 안좋은 사용자 경험은 시장에서 성공하는데 장애물이 된다.

경쟁사의 삼성에서는 2008년 애니콜 햅틱이라는 브랜드로 프라다폰과 동일한 감압식 터치 스크린을 내장하고, 정교한 진동을 지원하는 햅틱 인터페이스가 추가로 지원하는 폰을 시장에 출시한다. 프라다 폰과 햅틱폰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게 되지만, 2008년 후반 아이폰 3G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점차로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출시 후, 정전식 터치 스크린의 뛰어난 반응성과 편리함으로 인해서, 감압식 터치 스크린을 도입한 휴대용 기기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2005년 애플은 비밀리에 핑거웍스라는 회사와 그들이 가진 특허를 인수한다. 핑거웍스는 제스처 기반의 멀티터치 전문 기업으로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입력기기를 개발하여 판매 중에 있었다. 애플은 핑거웍스의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애플의 이름으로 멀티 터치와 관련된 특허를 등록하기 시작한다. 애플이 성공한 인수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인수가 이루어 진 것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애플은 정전식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아이폰을 개발하여 출시하게 된다.

아이폰의 성공은 디자인이외에도 정전식 멀티 터치를 포함한 인터페이스 혁신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아이폰이 설계 철학은 휴대용 컴퓨터에 준하는 성능과 새롭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적용하는 것이었다. OSX를 기반을 iOS를 설계했고 여기에 터치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추가한 것이다. 애플은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 구현을 통해서 제스처 인식 기능을 아이폰에 구현을 한다. 옆으로 쓸어 내리면 다음 사진이 나타나다 든가, 화면을 터치하여 밑으로 내리면 스크롤이 되고, 화면에 손가락 두 개를 벌리거나 오므리면 확대/축소가 되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기존의 감압식 터치 스크린이나 나아가서는 마우스의 포인터 입력방식으로는 불가능한 기능으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인터페이스 혁신이 이루어 진 것이다.

또한 애플이 아이폰 출시 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터페이스는 감압식 터치에서 불편했던 QWERTY 키보드 입력방식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이를 위해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소프트 키보드 입력 인터페이스를 고안한다. 키 터치 시에 보다 큰 팝업으로 해당 글자를 보여줌으로써 입력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인터렉션을 추가하여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서로 다른 종류의 키보드를 표시해 줌으로써 제한된 화면에서 최대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타입의 키보드 레이아웃을 제공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 했다. 즉, 숫자만 필요한 경우에는 숫자만 크게 표시해주고, 메일을 사용할 때는 많이 쓰는 @이 표시된 키보드 레이아웃, 브라우저 주소를 입력시에는 필요한 키가 표시된 레이아웃을 표시해주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오랜 시간 노력과 섬세한 기획이 필요한 것으로 아이폰의 등장 이전에는 특별히 고려되지 않는 요소들이었다.

아이폰이 등장이후로 정전식 방식의 터치 인터페이스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손가락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입력 도구로 사용된다. 일부 매니아층에서는 추운 겨울에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전용 장갑을 구입하거나 정전식 입력이 가능한 소시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전식 방식의 단점인 전기 신호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경우에 터치 인식이 안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재미있는 시도가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정전식 터치 방식은 이후 다양한 기기로 확대가 된다. 버튼을 누르는 대신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를 하게 되면 기기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서 손가락은 가장 각광받는 입력 인터페이스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보다 정교한 입력을 위해서 정전식 방식으로 압력(필압)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전용 펜이 등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