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본격 갤러리 탐방 : 런던 현대미술 (2)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로얄 아카데미 아트페어 : 관객층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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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미술로 오랜 전통과 유서깊은 곳, 로얄아카데미로 향했다. (로얄 아카데미 뒷 골목엔 소규모 현대갤러리들이 몰려있기도 하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 열렸던 전시는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마치 아시아프 같은, 세계 각국의 젊은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기적인 아트페어였다.

물론 주최기관의 취향과 아트페어라는 속성이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이것이 런던 동시대 미술을 대변한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21세기 현대미술의 발화지에서 대규모 아트페어를 볼수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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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는 권위있고 유명한 아트페어인 듯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놀라웠던 점은 북적대는 관객 중 80%가 흰머리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역시 컬렉터 강국인가. 그리고 항상 빠지지 않고 보이는 그림 앞에 줄줄이 앉아 설명을 듣고있는 어린이 그룹들..왜 영국이 예술 강국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작품들은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작품들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자유로운 형식의 그림들, 내가 좋아하는 경쾌한 붓질의 그림들이 많았다. 확실히 형식적인 면에서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보다 다양성이 단연 돋보였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 : 주인공은 작품 아닌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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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꽤 영향력이 강한 현대미술 갤러리, 화이트큐브 갤러리로 향했다. 전시장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외관만 담았다. 과연 그 곳 내부는 이름만큼이나 정말 완벽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얗고 네모난 '화이트큐브'의 모습이었다.

전시 역시 그 완벽하고 영원한 공간을 찬양이라도 하듯 적절한 제스쳐를 취하며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아마 그 곳은 그 어떤 작품들이 온다고 해도 갤러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들러리만 될 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갤러리의 하얀 벽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순수하고 중성적일 것 같은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갤러리는 사실 가장 정치적인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공간이다. 화이트큐브 갤러리의 전시도 마찬가지였다. 전시되고 있는 것은 벽에 걸린 작품이 아니었으며 화이트큐브 그 자체였다.



사치 갤러리 : 기준이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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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영국 현대미술을 이끌다시피 했던 사치 갤러리로 향했다.

명성만큼이나 갤러리 건물은 거의 미술관급 크기였는데 들어가는 입구는 심지어 그리스식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대영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같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명작들을 전시하는 건물의 외관이 그렇듯, 사치갤러리도 이 장소가 검증된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장소라고 말하는 듯했다. 권위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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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갤러리 내부는 엄청나게 넓었고, 보는 데 한참 걸렸다. 내게 볼만했던 작품들을 선별하여 몇 장 사진을 찍어봤다. 그러나 사치 갤러리 전시 전체를 둘러본 총평은...

자, 솔직한 감상평을 써 보자. 당췌 모르겠다. ...어떤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단 현대미술에 대해 이것이 처음 느끼는 감정은 결코 아니지만 오늘 역시 혼란스러웠다. 국가와 장소를 막론하고 보여지는 보편적인 광경이다. 권위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작품은 만인의 공감을 이끌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대부분 끄덕끄덕할거라는 기대가 여전히 외면 당한다. 한국도,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다. 눈 앞에 사치가 있었다면 눈을 세모로 뜨고 따지듯 물어봤을 것 같다. "도대체 기준이 뭡니꽈아~~!!"

그들은 정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뒤떨어진 것인지, 훌륭한 것을 보는 감식안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예술계의 운영방식이 일종의 정치적 관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인지, 아니면 집단적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것인지, 도대체 기준을 모르겠다. 현대미술 갤러리를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정말, 이 먼 곳 까지 와서 괜히 시간낭비만 하는게 아닌가 싶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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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현대미술은 당췌... 아직도 가끔씩 접할때마다 이건 뭡니까 ? 속으로 말합니다 ;; ㅎㅎㅎ
아트 페어를 소개하시는거 보고 영국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안그래도 정말 관심이 생기는 나라중 한 곳이 영국인데 정말 가보고싶네요^^(이전 포스팅 보고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

런던에는 정~~~말 갈 데가 많습니다. 대형 박물관만 해도 대여섯개 되는 것 같고요. 현대미술 갤러리와 또 뮤지컬 등등등.. 통잘 털리기 딱 좋은 곳이죠 ㅎㅎ

이런 글에 무플이라니

전시회 구경 덕분에 잘 했습니다.
저역시
현대미술 갤러리들은 볼 수록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럽더라고요..ㅎㅎ
한때 관심가지고 공부도 좀 해보려 책도 좀 보곤 했는데

냉전기 CIA와 액션페인팅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나 우리 미술계를 보더라도
포스트 모던 이후 현대미술은 너무나 다양하게 개성이 넘쳐나고
결국 예술계 운영방식이 정치적 관계에 따라 흘러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에...

그냥 내 할수 있는 것 소박하게 하며 각자 갤러리를 늘려가는 방식이
요즘 화가의 길인가보다 했습니다.
잘 봤습니다. ^^

'소박하게 각자 갤러리를 늘려가는 방식' 완전 공감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작가들이 직접 소규모 공간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것 같습니다

현대미술은 아름다움 보다는 아이디어를 보는 재미인 것 같아요. ㅎㅎ

맞습니다. 어떤 작품을 '좋다' 라고 표현했을때 그 안에는 많은 요소가 들어있지요.

현대미술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1도 모르겠습니다 ㅠ

관련 전공하고 예술쪽에서 작가활동 7년 넘게 한 저도 1도 모를때가 대부분입니다..ㅎㅎ

오쟁님 저도 미술관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더랬죠 ㅎㅎㅎㅎㅎ 작품이 하도 난해하다보니까 가끔 제 무의식이 반영될 때가 있어서, 제가 작품을 보는 건지, 제 속을 보는 건지 아리송할 때도 있었답니다 ㅎㅎㅎ 그렇게 당하는(???!) 맛에 작품들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이상 미술작품은 어떻게든 감상자가 재미있으면 장땡입니다. 그런 맛! 에 재미가 난다면 계속 감상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되는 거지요^^

우리나라 아트 갤러리라 미술관은 아이들이 가기가 힘들죠..ㅠㅜ 우리나라도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즐길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네요:)~

어린이의 접근성이 좋은 미술관이 진짜 좋은 미술관이죠. 우리나라도 빨리 아이들을 위한 미술관이 많아졌음 좋겠네요.

맞아요:> 미술관은 보통 어린이 출입이 금지되거나 들어와서 시끄럽다고 반기지않는 곳이 많아서 아쉬워요~

저는 미술관 좋아하는데... 사실 잘 모르고 봅니다. 그냥 보면서 그냥 제 나름대로의 영감을 떠올리거나 뭐 그러하지요. 무식한 저는 그래봅니다. ㅎㅎㅎ

가끔 저도 뭔가 싶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아 내가 지식이 많이 부족해서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ㅠㅠ

갤러리는 관객을 주눅들게 만들죠.. 의미를 강요하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종교적인 느낌도 들고요. 감히 반기를 들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가 저는 좀 질리기도 해요.

갤러리는 그리 많이 안가봤지만... 갤러리는 확실히 저도 그런 느낌에 대한 경험은 있습니다. 그래도 워낙 뻔뻔한지라... 그냥 뭐 어때?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게 답이지 뭐~ 이러고 그림, 조각 등을 다 봅니다. ^^

제대로 감상하고 계십니다. :)

사치에게 "도대체 기준이 뭡니꽈아!!" 라고 여쭈시면
"내 맘이다
!!"라고 하실거 같은데요? :)

우문현답이십니다 ㅎㅎ

영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언제나 미술관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유명 그림앞에 쪼르르 앉아서 고개를 쭉 빼고 하염없이 그림을 쳐다보는게 신기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선생님들이 애들한데 조용히 하라고 주의주는 것만 봤는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은 미술을 경직된 마음으로 접근하게 되나 봅니다. ㅠㅠ

사치갤러리에서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살짝 공감해요. 좀 "많이" 앞서 간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어서 ^_^ 그리고 그들의 심미안을 관람객/현대미술계에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치갤러리에 있는 몇몇 작품들은 보면서 강렬한 느낌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그런 작품 하나만이라도 얻어간다면 충분히 가치있었던 방문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유럽이나 미국 갤러리를 가면 정말 상대적으로 프리한 느낌이 오잖아요. 항상 어린이들이 바닥에 앉아 있고 스케치북을 들고 작품 앞에서 스케치하는 사람도 많고요. 반면 우리나라에는 의자 하나 준비해놓지 않는 미술관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린이/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접근성의 고려도 거의 전무하고요.

현대미술이 의외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 눈앞에 보이는 모습보다 그걸 보고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렵긴 하네요.

그런 재미를 느끼신다면 이미 제대로 감상하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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