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본격 갤러리 탐방 : 런던 현대미술 (1)

in #kr-art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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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의 목적은 확실하다. 어느 도시에 도착하든 고전이 진열되어 있는 박물관을 먼저 간다. 그리고 현대미술 갤러리를 돌아본다. 메모를 가득 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 런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미술 중심으로 갤러리 탐방을 나섰다.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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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아침은 오픈시간에 맞춰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터너부터 시작해서 사치 갤러리로 맺는 코스였다.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의 외관은 흡사 교도소 같았다. 그러나 평소에 도판으로만 보던 유명한 그림을 대면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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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전날 대영박물관에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였던 걸 생각하면 사람도 별로 없고 감상하기에 최적의 조건~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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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런던의 모든 갤러리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19세기 화가, 윌리엄 터너의 그림이 어딜가나 많다. 하지만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특별관이 있을 정도로 터너의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그의 신들린 듯한 붓질, 이런 표면의 질감처리는 극도의 황홀경에 빠지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다.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물이 쏟아져나올 것 같은 촉각적인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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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가..앗 깜놀! 이게 누구야! 평소에 좋아했던 프랭크 아우어바흐의 그림이 아닌가! 뭐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도 유명하진 않지만 평소에 좋아했던 화가라 너무 반가웠다. 사실 학창시절 유럽에 오면 가장 보고싶었던 것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였지만 막상 직접 보고 나니 감흥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 옆에 걸려있던 프랭크 아우어바흐의 이 그림이야말로 진정 내 발걸음을 꽉 붙들어메고 한동안 놓아주질 않았다. 붓질 하나하나에 너무나도 강력한 중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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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분은 또 누구신가! 바로 루시앙 프로이트 아닌가! 현존하는 작가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물화의 분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대단한 화가다. 개인적으로 루시앙의 인물화에서 살갗의 표현은 렘브란트의 그것에 비견될 정도로 놀랍다. 다른 화가들이 사람의 인체의 피부를 사실같이 '모방'하는데 그친다면, 루시앙은 렘브란트처럼 '피부 그 자체'를 물감으로 만들어낸다는 표현이 알맞을 거 같다. 이제 현대미술 쪽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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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이게 누구야! 바로 피터 도이그! 어쩐지 그림이 동화틱하면서 몽환적이면서 예쁜게 피터 도이그스럽다 싶었는데 캡션을 확인하니 그의 그림이 맞았다. 도판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그림의 질감이 꽤 살아있고 견고했다. (훗날 에딘버러에서 피터도이그 특별전을 관람했지만 테이트 브리튼에서 본 이 한 점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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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어느 현대작가의 작품이었는데, 그냥 직사각형의 틀을 잡아놓고 나무며 고무판이며 벽돌 스티로폼 있는 그대로를 쌓아놓았다. 단순하면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어떻게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멋진 생각을.. 아, 내가 먼저 할 걸.



테이트 모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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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모던 갤러리로 향했다. 이 날은 하루종일 걸어다녀 약간은 지친 탓에 몸도, 눈도 피곤했다. 갤러리 외관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조차 귀찮았다. 표를 끊고 들어가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발걸음이 멈춰진 곳은 리차드 세라의 철 구조물이었다.

갤러리 한쪽에 무지막지하고 거칠어보이는 재료, 철을 특별히 가공하지 않고 단순하게 쌓아올린 것 뿐이었는데.. 역시 리차드 세라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재료의 물성 자체가 지닌 감각이 그대로 전해지는 매력이 있다. 너무나도 심플한 구성의 구조물이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힘은 정말이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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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테이트모던의 상설전 컬렉션은 대부분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체력도 지쳤고 그냥 빨리보고 나가서 밥이나 먹자 하는 찰나에 마주친 마크 로스코의 방! 마크 로스코, 내가 실물로 가장 보고싶어했던 그림 중 하나였다.

그가 죽기 직전에 그렸던 레드-블랙 계열의 대형 페인팅이 약간의 어두침침한 공간과 조명 안에서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예전에 도판을 보면서 이 그림을 실제로 본다면 정말 웅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웅장한 것을 뛰어넘어 어떤 비장함, 미학사에서 그를 설명할때 쓰는 개념처럼 숭고, 이걸 그려놓고 만약 자살하지 않았으면 그게 이상할 정도로 영혼이 저 레드와 블랙 사이에 빨려들어갈 듯한 초월적인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건 로스코의 레퀴엠이었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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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코의 그림은 가끔은 이건 뭐냐 하다가도 가끔은 감탄하고 그런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윌리엄 터너의 그림이 눈을 사로잡네요

터너의 그림은 정말 터너가 그린 태풍처럼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영국은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박물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포스팅하시는걸 볼때마다 조금씩 생기네요 ㅎㅎ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여행지에서 꼭 가야하는 장소는 아닌 것 같아요. 여행은 본인이 즐거우면 장땡인 것이니까요. 흥미진진한 미술관이 있는 반면에 지루한 곳도 많아요 사실 ㅋ 그래도 땡기신다면 가보시는 걸 추천!

훌륭한 작품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볼수 있어서좋았습니다
아니면 내 생전에 그런 작품들이 있는지 알지도 구경도 못했을 거에요
그리고 리스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 제가 감사합니다 ^^

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갤러리 외관이 교도소같이 생겼다니 ;; ㅎㅎㅎㅎ
그림 소개를 이렇게 멋지게 해주시다니 !! 감사해요
아.. 저도 이런 유명 갤러리 한번 가보고싶네요 ^^윌리엄 터너와 피터 도이그 그림 정말 눈에 팍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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