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센다이의 우설구이와 반핵메세지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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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를 뒤로하고 우리는 센다이에 도착했다. 거기서 미리 약속이 되어있었던 친구의 친구A를 만났다. 그 친구에게 일본유학의 계기를 물어보니 자신은 어렸을 적 부터 로봇을 너무 좋아했었단다. 그런데 국내에는 그 당시 로봇공학을 본격적으로 취급하는 학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그쪽분야에선 선구자이기도 하고말이다. 우리나라의 이공계 대접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어 씁쓸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우선 허기가 진 우리는 소고기를 먹으러 가기로했다!

고기집입구.JPG
(소고기집)

모듬이었지만 전부 일본어로 적혀있어서 무슨부위인지 정확히 몰랐다. 친구A가 쏘는거니까 그냥 얌전히 먹었는지도...전체적으로 일본 소고기는 얇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름지고 입에서 살살녹았다. 특유의 기름장에 찍어먹으니 고소함이 더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대비 넘나 적은양...남정네 넷이서 참으로 부족한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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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구이 모듬)

그렇게 소고기 모듬을 시켜먹던 도중 양이 부족해서 추가를 할까 생각중이었다. 그런데 친구는 우리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된다. '우설구이'를 먹어보자는 거였다. 익숙치 않은 메뉴라 잠깐 생각해보니 소 혀였다...소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여물을 촵~촵~ 먹던 그 혀가 오버랩되었다(모듬은 잘만 먹었다...) 그걸 어떻게 먹을수있냐고 속으로만 항의를 외치던 중 이미 우설은 철판에 구워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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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우설구이)

선입견을 이겨내고 한입에 털어넣었을때 첫느낌은 정말 부드러웠다. 그리고 이내 입속을 가득채운 고기특유의 풍미와 고소함...걱정은 온데간데없고 우리는 무서운 속도로 고기를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배가 한껏 부른 우리들은 소화를 시킬겸 일본의 노래방에 가게된다.


  • 일본의 노래방

한국과는 달리 시간대별 인원별로 요금을 받는다. 평일/주말, 낮/저녁/심야 별로 요금이 다 다르다. 그 기본요금에 이용시간과 인원수를 곱한다.
ex : 네명이서 평일 저녁에 1시간을 논다 - 평일저녁기본요금 200엔 * 2(1시간 : 일본은 30분이 기본시간이다) * 4명 = 1,600엔


그리고 나는 현지유학생인 친구A와 친구의 노래방 취향을 몰랐었다. 쿨하게 계산하고 나온 그의 손에는 야간정액이 들려있었다. 야간정액이란 저녁이후 들어간 시간부터 가게문 닫을때까지 (새벽5시!!) 무제한으로 부를 수 있는 정액제다. 그리고 지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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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현장)

저녁 11시경 입성한 나와 내친구는 당연히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아는 영어노래나 애니메이션을 부르면서 시간을 버티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다른노래는 전혀 몰랐다. 그와 반대로 현지유학생인 친구와 친구A는 우리들은 모르는 일본노래를 신나게 불러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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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는노래 슬램덩크)

하코다테에서 체력을 이미 소진해버린 나와 내친구는 얼마지나지 않아 한쪽구석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A였다. 시간이 다됐으니 나가자고한다.그들은 안쉬고 대략 6시간을 연달아 노래를 부른거였다...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그렇게 논다고...한편으로는 비싼 일본물가에서 가장 저렴하게 놀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수긍이 갔다. 밖을 나서보니 비가 그친 상쾌한 새벽공기가 나를 반겼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건 더없이 깨끗한 도시였다.

비 개인 새벽.jpg
(깨끗한 새벽녂 도시)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도중 아케이드(일본의 상가)에서 무언가 특이한게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종이학으로 만든 거대한 기둥(?) 이었다. 거기엔 '평화칠석'이라고 적혀져있었다.

평화칠석.JPG
종이학.jpg
(평화칠석)

그리고 거기에 함께 걸려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일본어 / 영어 / 한국어 세가지 언어로 씌여있었다. 한번쯤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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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

그렇다! 센다이 칠월칠석을 기념할 겸 세계 2차대전때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 대한 반핵메세지였던 거다. 처음 저 광경을 봤을때는 하루빨리 핵 없는 세계가 도래하여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저 사진을 다시 보았을때는 생각하는바가 조금 달라졌다.


물론 원자폭탄은 해당범위내 민간인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소멸시키고 방사능비로 추가적인 피해를 광범위하게 끼치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병기이다. 아래사진을 보면 얼마나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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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투하전과 투하후)

원폭의 개발자들인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이러한 직접적 사용에 반대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일을 예견했었다면, 1905년에 쓴 공식(상대성이론)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if I had foreseen Hiroshima and Nagasaki, I would have torn up my formula in 1905.")

하지만 이미 미국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역대급으로 많은 인명손실을 겪었다. 그리고 힘겹게 전투를 마치고 항복을 권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옥쇄였다. 저 조그마한 섬을 점령하는데도 이렇게 인명피해를 겪었는데 본토는 안봐도 뻔했다. 윈스턴 처칠이 "일본을 항복시키려면 미국인 백만 명과 그 반수의 영국인이 죽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오래된 전쟁으로 피로함을 느낀 국민들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과 추가될 인명피해, 독일의 항복 그리고 천문학적인 맨하탄 프로젝트의 성과 등 여러가지 요인이 합쳐졌다.


그리고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워 조선합병, 만주국설립 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침략과 각종 전쟁범죄 (위안부, 난징대학살, 진주만공습, 콰이강의 다리, 731부대 등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가 넘쳐났다. 제일 중요한 사실은 일본국민은 이를 방관하고 동조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그 사실을 몰랐냐고? 아래의 사진은 일본 두 장군이 난징에서 참수대결을 벌이고 이를 기사화한 그 당시 사진이다. 이걸 무슨 스포츠중계하듯 일본 언론사에서 다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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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길 포기한 자들)

그들은 이러한 부조리에 눈을 돌리기보다 이러한 부적절한 영광과 식민지에서 나오는 성과를 서로 챙기기에 급급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저러한 피해자 행세를 하고있다.

한가지 예로 원폭 피해자를 위한 평화공원 이란곳에는 위령비가 있다. 거기엔 한국에서 강제로 끌려온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다. 단지 재일한국인들이 설립만 한국인위령비가 구석한켠에 외로이 있을 뿐이다. 최근 들은 말로는 일본인 가이드들이 공원을 소개할때 일부러 한국인위령비를 피해간다고 한다. 이런점에서 그들의 피해자 행세가 어떻게 느껴질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일본폭격을 지휘했던 공군참모총장 커티스 르메이의 말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There are no innocent civilians.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


일본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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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서 겨우 만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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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매번 지원 감사합니다^^

I'd catch a grenade for you.

소는 버릴께 하나도 없을만큼 모든 부위들이 다 맛있다고 해요.
천엽,간도 아주 맛이 있지요.ㅎ
일본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팔보하고 갈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일본여행 오사카,도쿄 이렇게 2번 가봤는데 또 가고싶습니다^^ 팔로우할께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맞팔드렸습니다!

우설 저도 일본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저도 꽤 맛있게 먹었었네요ㅋㅋㅋㅋ

그쵸? 연하고 부드럽고 살살녹는게ㅠ 또먹고싶네요

고기 맛있겠어요 ~~ ><
노래를 문닫을 때까지 부르다니~~ 목이 아플거 같아요~~ ^^; ㅎㅎ

ㅎㅎ 끝나고나서 그분들의 목은 완전히 가있었답니다...

우설에 처음에는 약간 거부감이 있는데 먹으면 또 먹게 되지요.
저도 어릴 적에 우연하게 접하게 되었던지라~ ㅎㅎㅎ
일본 노래방에 일본 친구들과 가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까지 놀진 못했어요. 다들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아르바이트가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군요. 체력고갈~ ㅎㅎㅎ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간혹 알게 모르게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모르고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피해자 코스프레 메시지요. ^^;

그렇죠 뭐든 선입견이 문제인것같아요^^ 먹어보면 맛나는데말이죠

노래방은 정말 힘들었답니다ㅜ 자고싶은데 지치지도않는 체력들이란ㅠ 그러고도 쌩쌩하던데...

피해자 코스프레는 일본문화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악당에 대해서도 원래 좋은녀석이었어 같은 표현을 쓰는걸 보면요ㅎ

아...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악당도 원래는 좋은 녀석이었다. 그러고보니 그런 부분이 있었네요. ^^

하코다테에서 센다이가는 길에 아오모리도 들려주시지 ;ㅁ; 겨울이어서 그랬는지 전 아오모리가 정말 좋았거든요. 비싸지만 계속 먹게되는 고기(예상하시겠지만 저도 우설 넘 좋아해요 ㅎㅎㅎ)와 지옥의 무제한 노래방도 너무 재밌네요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 일본... 할말이 없네요. 물 밖으로 나오기 전엔 내가 물 속에 살았는지 모르는 법이지요..

스프링필드님 오셨군요^^
ㅠ 홋카이도가 너무좋아서 일정을 낭비해버린 댓가로 아오모리에 갈 시간이 부족했답니다. 앞으로는 중요도시만 휙휙하고 지나가게 되요ㅠ 넘나 아쉬운부분...
우설 좋아하시는군요! 역시 먹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그 느낌이란 ㅠ 글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는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관은...저도 모르게 글을 쓰게되더군요...

우설에 눈뜨셨군요. ㅋㅋㅋ 맛나요. 소는 참.. 미안하게 심장도 맛있고 내장도 맛있는데.. 혀까지.. 어후

어제 교수님께서 일본 원폭피해에 관하여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해를 봤음에도 일본의 군인은 천황의 발표가 항복이 아닌 미국 어딘가에 일본군이 폭탄을 터트렸다는 발표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참 무서운 나라예요. 우리나라는 빼앗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저 군인같은 일본인들은 침략하고 전쟁하는 욕망에 목숨을 바쳤잖아요.

심장까지라뇨ㄷㄷ 음 그건 아직 체험해보지 못했습니다ㅜㅠ

일본정부와 군부는 언론통제를 통해 원폭을 세간에 전혀알리지않았습니다. 전쟁막바지 패색이 짙어지는걸 인정하기 싫었던걸까요. 아니면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해서였을까요...

그래도 민간차원에서 의견을 내던가 데모를 하던가 아니면 저항권이라도 발동시켰어야 하지않나 싶습니다.

소곱창집 가면 나오는 염통이 소 심장 ㅋㅋㅋ

아!! 전혀몰랐었는데ㅜㅜ

일본 아직 가보진 못했는데 한번 가보고싶어지네요:)
남은시간 즐거운저녁 되세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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