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삿포로에서 겨우 만난 친구

in #kr7 years ago (edited)

특이한 친구가 한명 있었다. 그의 집에는 항상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이 가득했고 그는 어렸을때부터 자막없이 보곤 했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JLPT 1급을 따더니 일본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그렇게 그와의연락이 뜸해질 무렵...

어느 날 그 친구가 일본 전국토 일주를 하자고 나와 내친구에게 제안을 하게 되고 우리는 그가 살고있는 일본 남부의 큐슈로 가기위해 JR패스 같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동경로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거기서 고속선을 타고 큐슈였다. 그 당시까지는...


  • JR패스란?IMG_1577.JPG

일정기간동안 일본 KTX인 신칸센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철 + 그 산하의 버스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권. 일본은 교통비가 매우 비싸므로 패스권이 경제적이다.


출발하기 일주일전 갑자기 그 친구가 자신은 JR패스를 발급받지 못한다고 통보해왔다. 일본에 거주중인 유학생은 관광목적이 아니므로 발급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구매를 마쳤고 패스권에 날짜도 찍혀서 환불이 불가능한데... 게다가 그 친구는 기왕 이렇게된거 위쪽에서부터 시작하자고 하고 일본 북쪽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보자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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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항에서)

나와 내친구는 패닉에 빠졌지만 다른방법이 없어 우선 큐슈 후쿠오카-> 도쿄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했다. 여기까진 문제가 안되었다. JR패스 보여주고 신칸센을 타면 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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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도쿄역에 도착했다. 간단히 역근처의 돈가스집에서 식사를 했다. 배가고팠던 우리는 점보사이즈돈가스를 시켰고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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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사이즈 돈가스)

문제는 도쿄역에서 다음행선지로 이동할때 터졌다. 우리는 늘 그렇듯 홋카이도로 가는 직항라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매표소에가서 물었다. 짧은 영어로... 그러더니 직원이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와 펜을 건네주었다. 영어를 아예 못하는거였다. 세계적인 도시 일본의 수도 도쿄의 매표소직원이!

나는 SAPPORO라고 적어주었고 직원은 뭔가 설명하려는듯 하다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10분...20분...다른 창구는 사람들이 볼일을 보고 빠지는데 그 직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뒷사람들의 보이지않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무렵, 그 직원이 긴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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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종이와 티켓)

거기엔 수많은 티켓과 정차역의 이름 그리고 이동시간이 적혀있었다. 한번에 갈수있는 수단이 없어서 일반열차를 계속 갈아타야하는데 그 경로를 일일히 다 뽑아다 준거였다. 무한 감동에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그 직원의 인심에 힘입어 열차를 타고 삿포로에 도착했다. 도착했더니 어느 새 해가 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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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만난 우리는 일단 회포를 풀기로 하고 삿포로역앞의 고기집에 들어갔다. 그집은 1시간30분동안 무한리필되는 샤브샤브집이었다. 거기서 맛본 삿포로 생맥주는 목에 걸리는게 하나도 없는 깔끔한 맛으로 우리의 피로를 보상해주었다. 맨날 먹던 수입캔이랑은 전혀 다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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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굶주린 우리들은 샤브샤브를 마구 쓸어담기 시작했다. 고기는 냄비에 넣어서 핏빛이 가시자마자 무섭게 없어졌다. 아마 10분에 한번씩 리필을 불렀던거같다. 그런데 가게직원이 처음에는 주는 듯 싶더니만 네다섯번째되니까 일부러 무시하는티가 역력했다. 이런거에 꿀리지않는 친구는 무시하는 직원을 닥달하며 계속 리필했다. 결국 우리는 일곱번째 리필을 먹고서야 그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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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걸친 기나긴 일본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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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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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대가 큽니다. 일본, 일본음식, 일본맥주 짱짱맨

감사합니다^^ 앞으로 일본여행기를 쭈욱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본에도 무한리필 샤브샤브집이 있군요! 리필을 자주 하면 직원이 좋아하지 않는 것까지도 한국이랑 비슷하네요ㅎㅎㅎ 신기해하며 읽었습니다. 고기 진짜 맛있어 보여요. 이런 추운 날에 샤브샤브를 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저도 처음봤습니다ㅎㅎ 다니면서 은근히 시간제한식 무한리필집이 많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옆테이블 일본인들을 보면서 알수있었는데 우리가 7접시 먹을동안 그들은 한번을 겨우 리필하더군요ㅠ
날이 추우니까 이런 따뜻한 음식이 더 기억에 남나봅니다ㅎ

겨우 한 번 리필해먹다니... 그러면 무한리필집에 간 의미가 없지 않나요. 7번도 놀랍지만 1번도 놀라워요. 저는 눈치가 보여도 최소한 2번은 리필해먹거든요ㅎㅎㅎ

제가 목격한 일본인들의 먹는 속도란 가히 음식을 마이크로단위로 씹어먹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작은양에 천천히먹거든요ㅎ 저희는 스피드로 대한민국의 기상을 보여줬죠ㅠ

어제가 제일 추운줄 알았는데!
오늘이 더 춥습니다. ㅜㅜ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주말까지 추위가 계속된다하더라구요ㅠ
짱짱맨님도 건강 챙기세요^^

이동 여행을 마치고 먹는 음식은 정말 최고 입니다. 그것도 맥주와 함께!

정말 피로가 싹 가시더라구요^^
여행했던 기억의 절반은 음식인것같아요ㅎㅎ

저게 점보 돈까스에요? 꼬마돈가스같은데
소스만 많고 ㅠ

기본은 더 적었을거라 믿고 먹었답니다ㅜㅠ
기준이 틀린건지ㅠ

그러게 소스가 점보라는 듯 ㅠㅠ

저거 카레더라구요ㅎㅎ

아~~ 카레에 찍어먹는구나
카레라니 밥만 넉넉하면 배는 부르겠어요 ㅎㅎ

밥은 반공기만한 아기자기한거였지만
요ㅜㅠ

리필없어요? ㅠㅠ
일본은 없겠죠 ?ㅠㅠ

아쉽게도 일본은 공짜리필이 없습니다ㅠ 돈주고 추가시켜야해요 반찬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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