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13. 카나리아

in #kr-novel7 years ago

DQmT63zivgT5zeKTZ6cdgQHZcrgBtDNBUap3bDgrexqBMPC_1680x8400.jpg

이전 글

1. 외국인 노동자 석
2. 낚시대로 얻은 가족-6.
7. 선문답
8. 내면의거울 -9.
10. 생태계 -11.
12. 요순시대


13. 카나리아

남자의 능력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침묵을 이어갔다.

사과, 바나나, 타란튤라, 지갑, 대답해, 기타, 물감, 연필, 바지, 모자, 반지, 컵, 가방, 달력, 서커스, 단검, 꽃, 식인종, 문, 계단, 어항, 물고기, 하마, 사자, 대답해, 호랑이....

"사육사."

한숨.

"다시는 이런 무례한 일을 시키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또 한숨.

"나를 왜 살렸습니까?"

아마 그는 어느 누구라도 도왔을 것이다. 돕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가만히 두었다면 뭘 했겠습니까?"

"나는 지금 내 의사로 말하고 있습니까?"

당연하다.

"잘 아실텐데요."

"지금 여기서 있을 시간이 있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것이 없다. 나는 계속해서 반감을 표한다.

"짐작하시겠지만 보통 제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시 아까 받은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계속해서 나에게서 충동을 앗아가려 했다면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내 용도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잃었습니다. 삶을 개척할 능력도 잃었습니다.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취미는 자발적이지 않으며 취향도 강요됩니다. 그들에게 삶을 다시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남자는 왜 이런 선문답을 계속할까.

"대답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땅히 가져야 할 삶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지님에도 이는 겸손인가, 나에 대한 동정심인가.

"동정을 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표정과 몸짓에서 비참함이 드러났으리라. 남자는 이는 읽었을 뿐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반감을 표현한다.

"하지 마."

"무례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나도 선문답에 동참한다.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목적어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계속해도 괜찮겠습니까?"

남자의 칼날같은 감각에 놀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자는 날카로웠다.

"당신이 도우려던 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부족했다 여기지 않습니다. 당신이 없었더만 지금의 삶 또한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걸 압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나에게는 남자와 같은 능력이 없다. 남자는 사막처럼 건조하게 이야기하지만 예리한 감각은 쉽게 상처받는다. 타인을 이해하는만큼 상처도 클 것이다. 남자가 관찰하고 이해하는 인간의 범위가 상식을 벗어났음을 생각하면 남자의 정신에는 성한 곳이 없을 것이다. 나는 남자와 같은 능력이 없는게 아니라 공감으로부터 도망쳤다. 상처 받는 것이 싫어 도망쳤다. 호숫가의 마을에 쳐박혀 있던 것도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으로부터의 도피이다. 내 사유 전반을 감싸고 있는 뿌리 깊은 저항감을 내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고통이 두려워 숨어버렸다. 남자의 능력은 타인과의 공감이 아니다. 자신을 오롯히 받아들이는 것이 남자의 가장 큰 능력이다. 나 자신을 모르는 이가 남을 알겠는가. 매일 자신의 정신을 난도질하여 더 이상 타인의 감정에서 상처받을 여지가 없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고맙게도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이마저도 남자의 능력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이, 필요합니다."

내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다른지는 알겠다. 나는 일종의 카나리아다. 연약하고 민감하여 광부들에게 유독가스에 대해 경고하는 카나리아다. 남자는 카나리아의 생각도 이해할 터이다.그럼에도 남자에게 내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남자는 아직 만족하지 못 하고 작은 카나리아를 키우고 싶은 것일까.

"알겠고, 모르겠습니다."


12장 이후 3주 가까이 지나 내용이 기억은 나실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Sort:  

오늘도 두번 읽었습니다. ^^ 예전 글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잘 읽힙니다만 아직도 조금 어렵네요. ^^;; 아무래도 제가 떠먹여주는 글에 너무 익숙한가 봅니다. 반성... -_-;;

누가 말하는지만 이해가 되시면 다행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3
JST 0.028
BTC 65178.97
ETH 3261.27
USDT 1.00
SBD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