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육 #1. 외국인 노동자 석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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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일찍 일어난다. 특별히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밤 늦게까지 TV를 켜놓는 습관이 없다. 일어나서 아침을 해결하고, 커피를 마신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지 결정한다. 그렇게 나온 주제를 가지고 길로 나간다. 나는 착한 사람인가?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게 두뇌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 매일 다른 길로 다니려고 한다. 어제와는 다른 길로 걷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 된 것 같은데, 어제와 같은 길로 가야하나?

"이쪽에서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익숙한 석의 억양이다. 역시 패턴이 있었나보다. 웃으며 대답했다. 이상하게 석과 얘기하면 나도 자연스레 그의 억양을 닮아가는 것 같다. 억양을 흉내내서 놀리는 것이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리겠다 말하고 잠깐 생각에 빠진다. 석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떠나 가족을 보지 못 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든 일일텐데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 외에도 많았다. 1달에 한번씩 생활비를 가족에게 보내는데 우선 인종차별적 시각이 문제였다. 정당한 일을 해서 번 돈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가족에게 보내는데 일자리를 뺏은 외국인이 우리 돈을 훔쳐간다는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헌신하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원망 섞인 부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석은 그 원망이 진정 자신을 향한 원망이 아니라 힘든 삶에 대한 원망임을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항상 긍정적이었다. 배운 것 없고, 대단한 재주도 없는 자신이 가족을 부양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석과 같은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이 싫었다. 그를 도울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돕지 않는 것은 죄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을 이 땅에 데려왔다. 이제 석은 은행에서 인종차별적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된다. 원망하는 부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가족이 힘들 때 돕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일도 없다. 나는 착한 사람인가?


또 하나의 배설같은 연재글입니다. 자조적 의미가 아니라, 생각과 느낌의 배설이라는 의미에서 배설입니다. 물론 소설이라 소개하기 부끄럽긴 하군요. 그래도 큰 주제는 스스로도 만족했던만큼 여러분들에게도 재미를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다양한 글을 쓰려고 마음 먹고 보니, 스팀잇 기능이 너무 열악해서 지켜봐주실 독자분들에게 혼동을 드릴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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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고 싶은 스타일의 글이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저도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고 일찍 자고 일찍일어나 샤워하며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살고싶네요... 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일본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불친절한 글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소설도 쓰시는군요. 요새 스티밋에서 소설 쓰시는 분들이 종종 보여서 좋습니다. 다양한 읽을거리가 생겨서요.

논픽션으로 계획했다가 기존에 써놓은 소설과 주제가 유사해서 차용했습니다. 아무래도 전달력이 더 좋을거 같아서요.

연재인가요?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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