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iary] 3일차. 순례길의 어느 완벽한 하루 + 빠에야 만든 날
welcome @springfield
3:00 AM
오늘의 목적지인 빰쁠로나까지는 길이 멀지 않아 느즈막히 일어나려고 했는데 빰쁠로나 다음 다음 마을까지 가기 위해 서두르는 씩씩한 페베 할아버지 일행 (어제 길에서 만난, 걸음이 빠른 스페인 할아버지 삼총사. 못알아듣는다고 아무리 말해도 스페인어로 주구장창 얘기하심) 이 벌써 나갈 채비를 하는 소리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5:50 AM
어수선한 분위기에 결국 기상. 아직 사람들이 자고 있는 어두운 방을 빠져 나오니 환한 응접실엔 이미 등산화를 동여 매거나 커피를 마시며,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순례자들이 있다. 나도 엉겁결에 멀뚱히 앉아 핫쵸코를 마시며 잠을 깨우는데 아이톤과 에릭이 나타나서는 지금 안 떠나?
하길래 어, 가야지.
하고 또 엉겁결에, 그러나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배낭을 챙겼다.
6:30 AM
약속이라도 한 듯 여러명의 순례자들이 알베르게 앞에 모여 우르르 출발했다. 다들 이런 식으로 출발해 왔던걸까? 오늘 처음으로 나 홀로가 아닌, 많은 이들과 함께 길을 시작한다. 그 중엔 어제 나의 동료가 되었던 아이톤(스페인)과 에릭(프랑스)도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니 어색하긴 해도 든든하다. 깜깜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같이 우르르 길을 잃었다가 되돌아 오기도 했다. 혼자였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서 길 안잃었을텐데.
7:44 AM
힘든 것 보다는 배가 엄청 고프다. 순례길을 시작하며 뱃속에 거지가 들어섰다. 길을 떠나 한 시간만에 등장한 첫 까페에 너나 할 것 없이 들어 간다. 나는 또르띠야(스페인식 오믈렛) 에 오렌지 쥬스, 에릭과 아이톤은 바게트빵 샌드위치에 카페콘레체(카페라떼)로 아침을 해결했다. 사진 속에 다리오(이탈리아) 가 보인다. 우린 훨씬 나중에 친해졌는데 이제보니 함께 걷고 있었다!
8:11 AM
다시 걷는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다고 혼자 늦어지고 있으면 아이톤과 에릭이 어디선가 멈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빨리 오라느니, 천천히 좀 가라느니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필요도 없다. 함께 걷는게 좋으니 함께 걷는 것이다. 혼자가 편하면 혼자 걸어가면 된다. 어느새 우리 곁에 낯선 청년이 있다. 그는 터키에서 온 조내쉬. 낯을 가리는지, 영어가 편치 않은지, 아님 그저 사색을 하고 싶은 것인지.. 조용히 걷는다. 하지만 우리와 발 맞추어 걷는다. 사진을 찍다 일행을 놓쳤는 줄 알았는데 한참이나 앞에서 나를 보고 손짓한다. 그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갔더니 다들 놀라서 한 마디씩 한다. 까미노 초반엔 조금만 걸어도 무척 힘이 들고 무릎이 쪼개질 것 같다. 내 가방은 가볍잖아.
씨익 웃었다. 우리가 지나치는 첫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빨래가 사이좋게 널려있다. 내내 담배가 피고 싶었던 아이톤은 담배가게를 발견하고 화색을 감추지 못한다.
10:51 AM
빰쁠로나 시내를 들어서기 전 두가지 큰 갈림길이 나왔는데 나는 왼쪽 길을, 나머지는 오른쪽 길을 걷고 싶었다. 그래서 따로 걸어 누가 먼저 Jesus y Maria 알베르게에 도착하나 시합했다. 조내쉬는 다음 마을까지 간다하여 우리와 헤어졌다. 눈에 불을 키고 노란 화살표를 찾아 걸은 끝에 알베르게에 금세 도착했다. 심지어 숙소 앞에 아직 아무도 없다. 한참 후 나타난 일행에게 몇 시에 도착했는지 증거사진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쓰던 다 깨진 아이폰 공기계가 10:51 을 알리고 있었다.
12:00 PM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알베르게 문이 열렸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순례자들이 줄을 서서 입장한다. 엄청 넓고 상당히 쾌적하다. 공립(무니시팔) 알베르게다 보니 남녀 공용이고 이층침대가 즐비해있다. 세탁실도 있고 심지어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도 몇 대나 놓여있다.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벽 없이 복도가 놓인 한 층에서 자야 하는데, 잠자리가 불편할 것 같으면 사립 알베르게나 호스텔/호텔로 가면 된다. 공립 알베르게의 장점은 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것과 다양한 순례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그(캐나다)는 매번 숙소를 따로 구했는데 그게 내심 걸렸는지 자신은 순례자가 아니라고 늘 강조했다. 얼른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순서를 한참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2:44 PM
에릭&아이톤과 노천 테이블에 앉아 간단한 점심(이라기엔 너무나 와인과 맥주...) 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는 생일인 꼬마가 있었는데 어른들은 와인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이톤이 빠에야를 해주겠다고 해서 다같이 장 보러 갔는데 마트만 열려있고 시장 문은 닫혔다. 그 유명한 씨에스타. 약 3시부터 5시까지는 웬만한 상점은 문을 닫고 쉰다. 본래는 낮잠시간이라고 하나 요즘은 와인 한 잔 하는 쉬는 시간이 되었다. 일행은 와인 (프랑스도 와인이 많지만 스페인도 장난 아니다), 올리브유, 쌀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동네 구경을 했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에서 만나는 첫 도시라서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물건을 사거나 고치며 재정비를 한다. 유심 칩을 살까 하다 말았다. 순례길 가이드북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첫날 생장에서 받은 프린트 한장이면 충분했다. 순례길에서는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스페인 시내는 처음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다 광장 벤치에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다가 한숨 졸았다.
4:22 PM
얼굴 타겠다 싶을때 쯤 일어나 길가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갔다. 민트쵸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유유자적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 더그!!
캐나다 할저씨 더그가 시청 앞 노천테이블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이쯤되면 와인을 마시려고 순례길을 걷나 싶을 정도다. 이렇게 우연히, 또 만났다는 반가움에 신이 나서 떠들다가 테이블에 합석했다. 처음 보는 순례자들이지만 다 같은 우리편이라는 생각에 밑도 끝도 없이 편안하다. 러시아에서 온 빅토리아는 온 몸에서 자신감이 뿜어 나왔고, 덴마크에서 온 피터는 은퇴한 할저씨라고 하기엔 너무나 멋있고 유쾌했다. 이 둘의 관계도 주목할만 하다.
5:34 PM
더그일행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돌아간 숙소에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씨에스타가 끝난 시장에 함께 가서 빠에야에 들어갈 생선, 조개, 새우 등을 사서 돌아와 숙소 주방으로 갔다. 아이톤의 권유로 프란체스카(이탈리아) 도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왜 권유를 했을까요? +_+ 우리는 재료를 다듬고 아이톤이 스페인의 명예를 걸고 빠에야를 만들었다. 일본에 살 때 아르헨티나 친구와 이탈리아 친구가 각각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는데 아이톤과 프란체스카도 그러고 있다. 아이톤과 에릭은 불어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내가 껴있을 땐 모두 영어를 쓴다. 주방에 있는 다른 순례자들 모두 우리 빠에야에 관심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아직) 이렇게 본격적으로 밥 해먹는 무리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우리 모두 밥으로 대동단결하게 된다.
8:47 PM
드디어 빠에야 완성! 내 뒤쪽 테이블에는 한국인들이 모여 앉아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져 온 라면 스프에 엔젤헤어(아주 얇은 파스타면) 를 넣고 끓여 먹고 있었다. 계속 모른 척 하고 있으려고 했는데 빠에야가 너무 맛있었다. 결국 이거 한 입씩 드셔 보세요.
하고 그들에게 덜어 주었더니, 한국 분이셨어요!?
하고 다들 놀란다. 사실 나도 그들이 모여 앉아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라면 국물을 나눠 주는데 아이톤 일행에게 맛보라고 했더니 에릭과 프란체스카는 맵다고 난리, 아이톤은 맛있다고 자꾸만 떠먹는다. 다들 와인 한 잔씩 해서 취한 주방 분위기는 활기차고 후끈했다. 한국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었지만 친해지면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쉬운 인사만 나누고 말았다.
10:10 PM
아이톤, 에릭, 프란체스카는 바에 가서 한 잔 더 한다고 한다. 대단하다. 낮에도 마시고 저녁에도 마시고, 이걸로도 모자라 또 마신다고? 나는 이미 취했고 피곤해서 먼저 자겠다고 했다. 그들을 보내고 씻은 뒤 알베르게 필수인 귀마개를 장착하고 침대 위에 침낭을 깔았다. 침낭은 필수다. 이불을 제공해주는 알베르게는 거의 없는 데다가 침대의 청결과 베드버그가 걱정스러울 수 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내 위에 주무시고 계신 아주머니의 코골이가 알베르게를 쩌렁쩌렁 울린다. 자랑스럽다. 코골이 1등인 그녀와 그것을 버텨야 하는 내 자신이.
라라소아냐(Larrasoaña) - 빰쁠로나(Pamplona) 총 거리 약 16.5km,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
처음으로 [diary] 버젼을 올려 보았습니다. 순례길의 흔한 하루 일과입니다. 원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최대한 짧게 쓰려고 했는데 결국 또 이 사단이... 오늘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그리고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스페인 사람 아이톤의 빠에야 만드는 법도 곧 포스팅 하겠습니다 :D
@springfield
역시 봄님 !!
산티아고 순례길 정말 흥미 진진하네요~
잘 읽었어용~ 역시 사람들과의 만남은 즐거워 :D
다니님 오랜만이예요! 안그래도 요즘 다니님 여기저기서 즐거운 만남을 가지시는 듯 ㅎㅎㅎ
오늘은 이 문장이 가슴에 꽂히네요. ^^
떠나기 전에는 어떻게 지도도 없이 도착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면 길을 가르쳐주는 이정표가 여기저기 놓여있더라구요. 우리 인생도 그런걸까요?
우리인생도 그랬으면!
전에는 순례길이라고 해서 그저 길따라 오랜시간 순례하며 걷는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 친구도 만나고 문화도 배울수 있어서 참 의미있는 시간일것 같아요 ^^
옥자님 :-) 지금은 순례길이라고 해서 정말 종교적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 위해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어요. 사람과 풍경, 그리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서.. 지금도 문득 다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네요.
스프링필드님 포스팅을 보니까 언젠가 저도 순례길을 꼭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베르게 라는건 공립이라고 하시는거 보니 정부에서 관리하는 숙소인가 보네요. 가격은 많이 저렴한 편인지 궁금하네요 ㅎㅎ
마치 제가 직접 순례길을 경험한것만 같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ㅎㅎ
당근케이크님 오셨어요! :-) 남에게 이것저것 추천하는 성격은 못되지만, 시간의 여유만 된다면 순례길은 한번쯤 걸어볼만 한 것 같아요. 공립 알베르게의 가격대는 5유로에서 8유로까지지만, 가끔 성당 등에서 도네이션으로 운영되는 알베르게도 있답니다. 오히려 그 어떤 곳보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도(...라고 쓰고보니 이미 4일전이네요 ㅎ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년전, 고달픈 삶에 나약해지는 제 모습이 싫어서 잠시 현실을 멈추고 아이를 들처매고 순례길에 떠날 계획을 세울때가 있었습니다. 비록 그 도전은 시작도 해보지도 못하고 아이에게 무슨 고생을 시킬라고 그러냐는 손가락질을 결국 이겨 내지 못했었거든요..
3일차의 여정을 공유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여기 스팀잇에 아는 한 스티미언도 40여일 가까운 여정으로 순례길을 다녀 오신 분의 포스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 본 바에 의하면, 순례길 그 과정동안 스스로 깨달음이 가장큰 자산이고 소중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티원님 와주셨군요!! :-) 순례길을 가시려고 했던 적도 있으시군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순례자분들(이유와 목적 불문 순례자라고 부르는^^)은 거의 뵙지 못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지루하고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어 그런걸까요? 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한번쯤은 현실을 멈추고 떠나도 좋은 길인 것 같아요.
이 길을 걷는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야할 지...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예요. 오히려 길을 다 걷고 시간이 흐를 수록, 왜 그 길을 걸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티원님 :-)
순례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경험하는 일이네요^^ 아침에 이 글을 읽어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아이톤의 빠에야 레시피 기다릴게요.
@levoyant 님 안녕하세요 :-) 프사가 환상적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은 길을 함께 걷는 그 든든함은 이루말할 수 없지만, 그만큼 자신의 감각을 상실하기 쉬운 것 같아요. 신념과 목표없이는 인생도 얼떨결에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오늘, 아이톤의 빠에야 레시피를 올리려다가 빠에야 먹은 이야기만 올렸네요. 편안한 한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
사진들 사이에 있는 콘아이스크림 사진 한 장이 왜이리 인상적인지...
친화력 있고 달콤한 성격의 스프링님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ㅎㅎㅎ 에드워드님을 위해 먹을 거 사진을 종종 올려야겠군요! 친화력은 상대나 상황, 제 기분에 따라서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노는 것 같고 ㅎㅎㅎ
순례길이 단순히 끝없는 길만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분들도 만나서 서로 격려도 하고 여유도 가지고, 혼자가 아닌 서로 다함께라는 인상을 주는것 같아요. 하루 일과를 아주 자세하게 써주셨는데 하루동안 참 많은 일들이 담겨있어서 내심 내가 살아가는데 많은 일이 있음에도 여러 일들을 그냥 지나치고 단조롭다고 느낀건 아닌가 생각해요.
저도 순례길이 자신과의 싸움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싸움이 아니라...화해의 시간이었어요.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고요. 음. 한마디로 '나' 를 만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하루하루가 특별하다고 느꼈기에 자세히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특별한 하루였을텐데 말이죠.. :-)
스필님 여행기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워낙 글을 잘 쓰시니 여행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감사합니다. ^^
같은 길을 걸어도, 걷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되는 길이 바로 순례길인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machellin 님.
최종적으로 도착지가 있지만
도착지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도착을 위한
이정표일 뿐이지 과정에 대해서 채근하거나
보채는게 없어서 좋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P.S
중간 표지에 한국어가 적혀있는거 보니
반가움이 절로 들었습니다.
정말로요. 채근하거나 보채는 게 없어서 좋았습니다. 계속 걷다보면 우리가 목표한 곳이 나오는데 말이죠. 물론 우리 인생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