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國歌)로 보는 국가 #6: 작곡자 만큼이나 콧대 높았던, 하지만 냉정히 볼 필요가 있는, 『독일인의 노래 』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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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배상책임 및 대공황으로 인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하의 독일>



<독일 국가, "독일인의 노래",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일반인의 개인적/일시적 정리글일 뿐이므로, 맥락 위주로 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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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국가의 유래, 가사 및 주요 특징


찬송가로 사용되기도 하는 노래라서, 멜로디가 익숙하실 겁니다.

① 원곡: 1797년 "하이든" 작곡의 "황제찬가" 선율

독일 국기는 흑/적/금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우측 독일 정부기에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문양을 보면, 과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기와 거의 같은 문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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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적/금색으로 이루어진 "독일 국기(좌)", "독일 정부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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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 황제기>

천년 가까운 영광을 누렸던 신성로마제국의 유래는, 보통 독일왕국의 오토1세가 962년 교황에게 대관식을 받은 때부터로 본다고 하는데요. 이때부터 사실상 독일(혹은 광의의 독일)의 영토는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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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3년 지도>

세월이 흐르면서, 축소되고 무수히 많은 작은 공국/왕국들로 분산되었지만, 1797년에도 여전히 상당한 영토를 유지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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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년 지도>

이렇게 작은 소국들로 분권화되면서 황제의 권위가 떨어질 무렵인 1797년, 유명 작곡가 "하이든"은 "황제찬가"를 만듭니다. 여기에 가사를 붙여 "주여, 프란츠 황제를 지켜주소서"라는 황제 헌정곡이 완성되는데요. 비슷한 가사의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은 여전히 불리고 있지만, 독일의 이 곡은 사라진 대한제국의 애국가처럼 현재는 불리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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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國歌)로 보는 국가 #1: 의외로 잘 모르는 3가지 『애국가』


② 현재 형태 : 1841년 하이든 원곡에 민족주의 가사를 입혀 탄생

하지만 저렇게 넓은 영토와 오랜 시간을 지배하던 유럽 중심 국가로서의 자부심은 엄청났겠지요? 1841년 시인 "팔러슬러벤"은 민족주의 가사를 붙였고 현재까지 불리게 됩니다.

가사 한 번 보실까요? 기존 여러 국가들의 가사를 보면서, "와 이거 완전 국왕 찬양가네? 국가 자부심 쩌는 가사네? 호전적인 가사네?" 정도의 비판을 할 수 있었다면, 이 곡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대놓고 민족(우월)주의, 차별적인 가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만큼 국가자부심이 높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1절 의역>

독일,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독일,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독일!
방어와 공격의 정신으로 형제처럼 서로 함께 단결하면
마스에서 메멜까지, 에치에서 벨트까지
독일,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독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독일!

국가의 시작부터 "모든 것 위에 있는" 독일인 것이죠. 1841년에 이미 그런 마음을 담았습니다. 제국주의가 확대되던 시점이었죠. 마스/메멜/에치/벨트는 드넓었던 독일 영토를 뜻하는 지역 이름들입니다. 2차대전 이후 축소된, 현재의 독일 영토 밖에 있는 곳들도 많죠(※ 즉, 현재 남의 나라 영토 이름이라는 의미)


<2절 의역>
독일의 여인은, 독일의 성실은, 독일의 와인은, 독일의 노래는, 온 세계에 간직되어야 하리라.
이들의 오랜 아름다운 메아리는 우리의 온 일생에 걸쳐 고귀한 행동을 고무하였도다.
독일의 여인, 독일의 성실, 독일의 와인, 독일의 노래!

2절은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자랑거리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성실", "와인"은 지금도 인정하는 부분이죠. "노래"는 "하이든"을 비롯해 구 독일/오스트리아 계열의 수많은 음악가들을 뜻하는 것이겠죠. 자랑할만할 겁니다. 문제는 "여인"입니다.

광의의 넓었던 과거 독일 영토에 살던 사람들은 대체로 기골이 장대하고(독일축구팀 수비수들만 떠올리셔도...), 여성들도 모델 체형인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약간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키가 큰 편인데 유럽에서 유일하게 제 위로 남자들이 휙휙 지나가고, 여성들도 제 어깨 위로 휙휙 지나가는 나라가 독일 그리고 그 근처 동유럽 사람들이었죠.)

작사를 한 시인이 어떤 의미로 붙였는지 모르지만, 현대에 와서는 "여인"을 국가 가사에 자랑거리로 삼은 것은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3절 의역>
통일과 정의와 자유, 조국 독일을 위하여!
그러니 이제 모두 형제처럼 마음과 몸으로 함께 노력하라!
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번영의 증거일지니
이 번영의 광명 속에서 피어나리. 번성하여라, 조국 독일이여!

크게 이상한 점 없어 보이죠? 하지만 3절도 뭐 따지고 들자면, 가사를 붙이던 1841년 시점을 고려할 때 "통일"이란 좀 더 넓었던 광의의 독일 영토를 통합하자는 의미로 안 좋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 애국가에서 가리키는 "대한"이란 것도 확대해석시 과거 드넓었다고 이야기되는 고구려/백제/신라 영토를 모두 암시할 여지도 있으니 그 정도는 민족적/국가적 정서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③ 1, 2차 세계대전시에도 쓰였던 "독일인의 노래"
: 그래서, 現 독일국가는 공식적으로는 "3절"만 불러

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국가는 1~2차 세계대전 시에도 지속해서 쓰였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성 및 현대와는 맞지 않는 가사로 인해, 공식행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사가 무난한 "3절"만 부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들으신 음악도 3절만 있는 포맷입니다. 1~2절을 부르지말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부르고 다니면 소위 "국가사회주의"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겠죠.

오랜 전통 있는 음악이라서 버리지 않고, 3절을 이용하고 있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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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콧대 높았던 독일인의 반성, 그러나 냉정히 바라볼 필요 있어


① 높은 민족적 자부심(콧대), 우월성으로 흐를 여지 늘 존재

독일에 가보면, 서유럽 선진국치고는 물가도 저렴한 편이고, 역사적 특성상 지방분권화되어 있으며, 인구밀집 대도시가 없어서 한적하고 편안히 살기 좋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과거 서독지역의 경우 더욱 그러한데요. 축구로 유명한 뮌헨 인구는 약 150만, EU 허브공항이자 ECB와 괴테 생가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도 인구 약 70만명에 불과합니다.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지리적으로는 광대한 영토를, 신체적으로는 우월한 체격을 지녔던 독일인들은 그 높은 민족적 자부심으로 인해 늘 민족우월성/차별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렇게 경계하는 것이지요.

1차 대전 후에는 흑/적/금 국기단이 출현하여 국가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으려는 성향을 가진 정당들의 연합 하에 준군사단체가 출현한 적도 있습니다. 이들의 정당이 현재 독일의 주요 정당들도 변화하여 자리잡고 있지요. 이 흑/적/금 국기단의 문양은 그대로 현재 독일 국기 / 정부기나 다름 없습니다. 민족적 우월감이 포플리즘을 만나 악행을 저지름에 있어 국민 전체적으로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늘 경계하려는 쪽이 생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5%이하 정당 진입을 막는 규정도 치우침에 대한 불안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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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배상책임 및 대공황으로 인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하의 독일>

2차 대전 때도 광기의 히틀러와 선동의 괴벨스 둘이서 그런 학살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당시 대공황과 1차대전 배상책임에 따른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그 과정에서 경제를 주도했던 유대인들에 대한 불만 등이 겹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독일인들의 그런 시각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 거란 경계심이 있을 겁니다. 종교인들의 반발조차 많진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많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고는 합니다.

당시 히틀러는 학살로는 유대인 위주로 하다가, 나중에는 장애인들까지 학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쟁으로는 공산당을 극히 싫어했고, 소련 약 3천만 명을 사망케 하였습니다. 소련인을 3천만명이나 죽였는데, 전후 동독의 경우 위임통치는 소련에게 받았지요? 그런 소련인들에게 나치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완전히 없애야 할 청산대상이었겠죠. 독일인들이 스스로 시작하지 않아도 나치청산은 엄청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특정 인종을 무차별 학살한 나치의 죄는 당연히 매우 엄충하고 무겁고 악랄한 것이었지만, 소련 정부도 사실 자국민을 누적 수천만명 사망케 한(※ 레닌과 스탈린) 최고 악질들이었는데도, 그런 비난의 화살도 돌리는 기회이기도 했을 겁니다. 스탈린에게 자국민들은 그냥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사람들일 뿐이었지요.

그는"1명 사망은 뉴스거리이지만, 수천만 명 사망은 통계에 불과하다"는 극도의 망언을 남긴 인물이지요.

그 과정에서 독일인들도 최소 6백만명 이상 희생되었으니, 독일인들에게도 큰 타격이었겠죠.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② 한국/일본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구조가 된 독일

독일은 현재도 내수가 60%대로 한국과 비슷하며, 제조업 기반 수출주도형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는 한국/일본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다만, 한국처럼 자영업이 많지 않고 중소기업이 많다는 점과 우수한 기술이 많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면서, 가졌던 약간의 식민지도 모두 뺐겼고 영토도 축소되었습니다. 전후 독일은 식민지나 자원 없이,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국가가 되었기에, 영국처럼 당당하게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니었던 것이죠. 더군다나 독일인들은 아래 지도에서처럼, 거의 전 유럽지역을 상대로 유대인 학살, 정치범 학살 등을 통해 독일에 대한 유럽의 시각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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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위치 지도>

자원부국도 아니고, 식민지 수탈도 못하고 꽉 막힌 독일,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계속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을 달래고 자신들의 수출을 늘려나가야 했을 겁니다.

독일인들은 높은 콧대를 꺾고, 정치적 지위 확보 및 경제부흥을 위해 미귝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유대인"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한 장의 사진으로 많은 유럽인들이 독일에게 마음을 다시 열게 되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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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 1971년 당시 서독 총리>

유대인들에게 지속 사과하면서, 서유럽 강국들에게도 사과를 시작합니다. 독일이 아프리카 식민지 등 약소국에게 사과 노력을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독일의 정치적 생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 속에서 그들의 반성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도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물론, 소련과 동유럽의 견제를 위해 미국도 결국 독일 발전을 지원하게 된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③ 독일인들의 반성, 존중할 필요 있으나 냉정히 바라볼 필요

유사한 사회경제구조를 가진 독일의 발전 모델을 일본이 먼저, 그리고 한국 또한 채택하여 빠르게 경제성장하게 되면서, 우리에게 반성의 모습을 잘 비추지 않는 일본에 비해 반성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늘 비추는 독일의 모습을 보다 강조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독일의 그러한 모습을 미화하는 부분이 없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존중받아야 할 행동임에 틀림 없지만, 독일은 기존 제국주의 열강들이 동 시대에 벌였던 탄압과 학살 이상으로 무차별적인 학살의 만행을 저질렀기에, 더욱 반성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더 많은 부담을 져야(※ 남유럽 재정지원, 난민 대거 수용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럽의 리더급 국가로써 지위를 얻고 경제성장도 할 수 있던 측면이 있습니다.

당시 제국주의 혹은 팽창주의를 확대하는 열강들도 많은 죄를 저질렀지만, 독일처럼 무차별 대량 인종학살 같은 큰 전쟁범죄는 드물었기에 어느 국가도 이제껏 사과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등 그 어떤 당시 열강 중에 제대로 사과와 배상을 하는 곳은 기억이 없네요.

그런 점에서 독일의 사례는 인정할 부분이긴 하나, 워낙 큰 전쟁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들의 반성 또한 지위 확보와 성장을 위해, 엄중하고 냉엄한 국제적인 경제/정치질서 속에서 이뤄지는 측면도 강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감안해서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④ 참고: 독일도 최근 유럽의 경향을 따라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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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한 이유들로 독일은 영국이 브렉시트까지 하는 과정에서도 EU의 리더 역할을 자처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 대비 상대적으로 남유럽 재정지원, 난민 문제 등에 있어 열린 포지션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연합전선이 작년 선거로 크게 약화되었죠. 630석 중 311석이던 연합이, 709석 중 200석으로 급락하고 지지율도 20%대로 하락한 것이죠. 향후 독일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장기적으로는 주시할 필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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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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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멜로디만으로 봤을 때 러시아 국가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유럽국가의 국가ㅋ입니다.

ㅎㅎ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건강 유의하시구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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